불현듯(오은): 오늘의 특별 게스트는 천그루숲 출판사의 백지수 마케터님입니다. 안녕하세요?
백지수: 안녕하세요, 저는 천그루숲 출판사에서 출판 기획과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백지수입니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해요. 천그루숲은 저와 저희 아버지가 운영하는, 작지만 강한 출판사입니다. 경제경영서와 자기계발서를 주로 만들고 있어요. 저희가 책 한 권을 도토리에 비유하거든요. 도토리들이 모여 울창한 숲을 이루듯이 지혜의 도토리를 천 개 심어서 천 그루 숲을 만들어보자는 예쁜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캘리: 함께 이야기 나눌 책은 천그루숲 출판사에서 출간된 『지구를 지키는 괴짜 브랜드』라는 책이고요. 책의 저자는 FFC(Freaky Fox Crew)입니다.
Freaky Fox Crew 저 | 천그루숲
불현듯(오은): 천그루숲 출판사에서 환경 관련 책을 낸 것이 처음이라는 얘기도 들었어요. 어쩌다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백지수: 우연히 FFC라는 환경 커뮤니티를 알게 됐어요. 거기서 최재천 교수님이 강의를 하신다는 한마디에 그냥 갔던 건데요. 이후 6주 동안 각 스타트업 대표들이 나와서 자신들이 하는 일을 듣는데 그렇게 힙할 수가 없었어요.(웃음) 사업 영역도 굉장히 다양했지만 브랜딩이나 디자인 마케팅 등이 너무나 힙해서요. 내가 정말 모르고 있었구나, 환경이라는 이슈에 대해 너무 편협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구나, 하는 놀라움이 찾아왔어요.
동시에 기업 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 환경을 떼어 놓고 경영하면 안 되겠다, 이제는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은 기본 소양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고요. 이 이야기를 꼭 책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서 기획을 하게 됐습니다. 실제로 책 런칭을 할 때도 카테고리를 정하는데요. 저는 이 책을 무조건 경제경영 매대에 놓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기업하는 사람들, 브랜딩 마케팅을 하는 사람들이 알아야 되는 영역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캘리: 기획을 직접 하신 거네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FFC와 책을 기획하면서 어떤 느낌으로 책을 만들어 보자고 얘기하셨는지 궁금해요. 그게 어떻게 구현이 됐는지도 듣고 싶고요.
백지수: 제가 처음 느꼈던 놀라움을 책에 녹이고 싶었어요. ‘이렇게 힙할 수가!’ 하는 느낌 말이에요. 그러기 위해서 각각의 브랜드가 가진 색깔을 잘 보여주는 게 중요한 목표였는데요. 막상 기존에 나와 있는 환경 관련 책들을 보니 이 힙함을 유지하기가 어렵겠더라고요. 또 지면의 한계상 각 브랜드들이 오프라인이나 SNS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모습을 담기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고민하다가 귀여운 요소들을 많이 담으려고 했어요.
예를 들어 책장을 시작할 때 ‘종신 계약서’를 쓰게 되어 있어요.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 함께 종신 계약서를 쓰고 책을 시작하자, 우리는 한 배를 탔다, 이런 의미였죠. 또 각 브랜드와 각각의 환경 키워드를 하나씩 연결시켰는데요. 거기에도 그 브랜드만의 색깔을 넣으려고 굉장히 집중했죠. 문장 톤도 더 사람들, 젊은 사람들까지도 편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어려운 단어는 최대한 배제했고요. 인터뷰 영상을 보는 것처럼 담으려고 노력을 한 것 같아요.
불현듯(오은): 말씀처럼 각 기업이 나오기 전에 환경 관련 용어가 하나씩 나오잖아요. 가령 ‘파타고니아’가 첫 번째 나온 기업인데요. 그와 연결해 나온 용어가 ESG예요. ‘트래시 버스터즈’가 두 번째 나오는 기업이고, 연결해서 리유즈라는 개념이 나옵니다. 그러니까 환경 공부를 간단하게 하고 나서 이 가치를 구현하고 있는 기업들의 이야기를 연결해서 들을 수 있는 거예요. 이론을 공부한 다음 실전에 적용하는 게 기본적인 공부 패턴이라고 한다면 그 패턴에 아주 적합한, 일종의 환경 교과서가 아닐까 생각하면서 읽었어요.
백지수: 기획자로 굉장히 뿌듯한 이야기인데요. 사실 원고는 인터뷰만 있었어요. 키워드에 대한 설명은 없었는데요. 경제경영 분야로 런칭을 하려다 보니까 조금 더 환경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짚어주어야 할 필요를 느낀 거예요. 단순히 인터뷰로만 구성했을 때는 조금 약한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마지막에 막 공부를 해서 구성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짚어주시니까 굉장히 뿌듯하네요.(웃음)
캘리: 책에 소개된 기업을 보면, 의류 기업도 있고요. 자전거 관련된 기업도 있고, 꿀이라든지 재생 플라스틱, 그리고 농부시장 등 굉장히 다양한 분야들이 소개되어 있잖아요. 그것도 참 좋았어요. 예를 들어 의류 기업만 다뤘다고 한다면 조금 더 선명했을 수도 있겠지만요.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사람들이 각자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독자가 알 수 있게 되는 것도 큰 수확이었던 것 같거든요.
불현듯(오은): 여기에 있는 기업과 조직들은 어떻게 선정하게 되신 거예요?
백지수: 기본적으로는 FFC라는 환경 커뮤니티에서 선정했어요. 저희는 독자 분들에게 다양한 영역을 소개해 드리고 싶었거든요. 말씀하신 대로 패스트 패션으로 인한 의류 문제도 있고요.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 오염도 있잖아요. 또 탄소 배출에 대한 문제들도 있고요. 환경이라는 이슈 안에도 다양한 갈래가 있기 때문에 최대한 겹치지 않는 키워드를 기준으로 열 개 브랜드를 선정하게 됐습니다.
불현듯(오은): 책을 기획하고 만들면서 환경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하게 되셨을 것도 같아요. 미처 몰랐거나 전혀 알지 못했는데 알게 된 부분이 있나요?
백지수: 저는 원래 환경에 대해서 정말 관심이 없던 사람이에요. 당연히 지구가 너무 더워지고 있다는 기본적인 지식은 알고 있었지만요. 그 때문에 내가 무언가 직접 실천을 해야 된다는 생각은 없었는데요. 책에 소개한 브랜드와의 이야기를 통해서 깨달은 게 많아요. 특히 이것은 개인이 해야 되는 문제라는 것을 심각하게 깨달았죠. 그래서 요즘은 항상 텀블러도 들고 다니고요. 대중교통도 많이 이용하려고 해요.
무엇보다 놀란 건 패스트 패션으로 인한 환경 문제였어요. 아주 많은 명품 브랜드들이 자기 브랜드의 희소성을 지키기 위해 생산된 제품의 일부를 판매하고 판매하지 못한 나머지 제품을 그냥 버린다고 해요. 그 결과 옷으로 인한 쓰레기 섬들이 생기고요. 또 옷을 쉽게 입고 버리고 세탁하는 과정에서 미세 플라스틱들이 너무 많이 생기거든요. 그것이 다시 사람의 몸에 들어오잖아요. 이런 과정을 보면서 결코 나와 동떨어진 문제가 아니구나, 깨달았어요. 워낙 옷을 구매하기가 쉽잖아요. 그런 옷을 한철 입고 버리는 것도 쉽게 생각했었는데요.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구나, 패스트 패션으로 인한 환경 문제가 굉장히 심각하구나, 알게 된 것이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충격이었던 것 같아요.
캘리: 관련해서 저는 ‘더 피커’ 대표님이 하셨던 말이 굉장히 기억에 남아요. “소비 문화를 회복해야 된다”고 했는데요. 단순히 구매하는 것을 소비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생산하고 유통되고 그리고 폐기되는 과정까지 소비 문화로 다 포함시켜서 생각해야 된다는 얘기였어요. 우리가 어떤 제품을 살 때, 가령 옷을 살 때도 이것이 어떻게 친환경적으로 버려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한다면 지금처럼 쉽게 구매하지는 못할 것 같거든요. 구매하는 것만 소비라고 생각하고, 폐기 부분은 소비와 아예 떨어뜨려 놓고 생각하기 마련인데요. 저는 책의 내용을 읽고 우리가 폐기까지 소비를 연결해 생각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러면 하다 못해 물 한 통을 살 때도 잘 버릴 수 있는 쓰레기인지 생각하게 될 거예요. 소비의 속도도 줄이고, 소비의 양도 줄이는 효과가 있는 개념이었던 것 같아요.
불현듯(오은): 파타고니아가 블랙 프라이데이에 ‘Don't buy this jaket’이라는 광고를 한 것도 너무 인상적이지 않아요? 기업이 자신들의 제품을 사지 말라는 광고를 했다는 게 놀랍더라고요. 블랙 프라이데이 같은 때는 제품 할인을 많이 하니까 소비자들이 평소 하지 않는 소비를 더 하게 되잖아요. 그러다 보면 한두 번 입고 버려지는 옷도 생길 것이고, 결국 환경 오염을 시키는 주범이 될 수 있죠. 그러니까 싸다고 마냥 좋다고 생각하지 말고 신중하게 소비하라는 메시지였는데요. 그것을 다름 아닌 소비를 독려해야 할 기업에서 하고 있다는 게 너무 놀라웠어요.
캘리: 환경 보호의 진심인 거잖아요. 관련해서 밑줄 쳤던 문장이 “파타고니아는 지구 환경 보호라는 가치 달성을 위해서 사업을 도구로 활용하는 기업이다.”였어요.
백지수: 책을 만들면서 파타고니아의 김광현 환경팀 팀장님이랑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흥미로운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한 1-2년 전에 파타고니아의 뽀글이 자켓이 굉장히 유행을 했었어요. 그때 내부 반응이 ‘큰일 났다, 유행하면 안 되는데’였다고 해요.(웃음) 하루하루 계속 인기가 많아지고, 사람들이 더 만들어 달라고 할 때마다 내부 분위기가 너무 안 좋았다는 거예요. 만약 옷을 팔아서 돈을 벌겠다는 마음이 있었다면 내부적으로는 그래도 잘 됐다고 생각했겠죠. 근데 정말 분위기가 안 좋았대요. 그 말을 들으면서 이 회사는 정말 진심이구나, 생각했어요.
신연선
읽고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