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챗봇에서 시작된 챗GPT의 충격파는 국가를 막론하고 거의 모든 산업에 미칠 전망이다. 기업들은 이 같은 근원적인 변화에 얼마나 빨리 효율적으로 대처하느냐에 따라 전대미문의 기회를 맞을 수도, 생사의 갈림길에 서는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챗GPT 혁명』은 챗GPT의 유래와 특성, 세계 경제와 투자 시장에 가해질 영향력, 주도 기업, 한계와 문제점 등을 아우르며 신세계를 탐험하고자 하는 많은 이들에게 쓸모있는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챗GPT가 최근 가장 핫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기존의 챗봇과 어떤 차이가 있기에 반응이 이토록 뜨거운가요?
챗GPT는 결과물을 생성해냅니다. 기사도, 소설도, 음악도 만들어내고 심지어 컴퓨터 코드도 만들어냅니다. 그렇게 인간과의 대화도 생성하지요. 'G(generative)'가 이름에 들어간 까닭입니다. 딥러닝을 통해 스스로 언어를 생성하는 능력을 갖추었다는 뜻이죠. 이전 챗봇의 경우에는 질문도 단순해야 했고 대답도 이미 만들어놓은 몇 개에 국한된, 그야말로 기계적인 답변을 내놓았는데 챗GPT는 인간의 온갖 질문에 자연스럽고 논리적으로 상세히 답할 뿐 아니라 전문가 뺨치는 수준의 보고서를 단시간 내에 작성하기도 하고, 이용자의 요구에 따라 시를 짓기도 합니다. 심오하고 철학적인 대답은 물론 농담과 비아냥거리는 말솜씨에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이런 것들이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챗GPT의 한계나 문제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합니다. 이 열풍이 지나치게 과대 평가되고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합니다.
<뉴욕타임즈>는 챗GPT에게 '지금까지 공개되었던 인공 지능 가운데 최고의 작품'이라는 찬사를 보냈습니다. 물론 이렇게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집단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곳도 있지요. 챗GPT가 내놓는 답의 사실 여부가 모호하다는 이유로 그 사용을 금지하는 학교, 기관, 플랫폼이 적지 않다는 거예요. 예컨대 2023년 1월에 열린 국제기계학습콘퍼런스도 챗GPT 및 그와 유사한 대규모 언어 모델을 이용한 텍스트 생성을 금지했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도 챗GPT의 등장 이후로 인터넷에 올라오는 콘텐트가 과연 얼마나 신뢰할 만한지에 의문을 표하며 정부의 규제를 촉구했습니다. 논문이면 논문, 에세이면 에세이, 그동안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고 여겼던 창작에까지 손을 뻗은 챗GPT를 결코 곱게만 봐서는 안 되는 까닭이지요. 챗GPT를 삐딱하게 보는 이들은 챗GPT가 사람들로 하여금 헛것을 보게 만드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하는데요. 결국, 챗GPT가 인간 사회에 미칠 영향력과 잠재력을 정확히 이해하고 긍정의 효과를 실현할 수 있는 상황과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숙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챗GPT에 관심을 갖고 살펴보던 중, 이미 의외로 많은 곳에서 인공 지능에 대한 연구와 개발을 해왔던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왜 기존의 개발은 지금처럼 화제가 되지 않았을까요?
AI 서비스의 큰 걱정거리 중 하나가 지식 재산권이나 저작권을 침해할 가능성입니다. 학습한 데이터를 요약, 수정, 편집해서 결과물을 내놓는 것이 AI의 본질이기에, 그 결과물이 어떤 식으로든 법률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본 거지요. 콘텐트의 권리 침해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는 데 드는 어마어마한 비용 역시 큰 문제입니다. 챗GPT가 아무리 뜨거운 바람을 몰고 와도, 주요 IT 기업들은 바로 이 점을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생성 AI나 관련 기술의 개발이 완료된다 하더라도 섣불리 상용화하기 어려운 까닭이죠. 네이버의 기업용 AI 플랫폼 '클로바 스튜디오'가 그 좋은 예입니다.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를 활용해 여러 서비스에 AI를 이어주는 플랫폼인데, 벌써 1년째 비공개인 클로즈베타 형식으로만 운영해오고 있어요. 지식 재산권 문제 등을 고려해 여전히 당분간은 공개가 어려우며, 통제 가능한 범위 안에서만 서비스를 운영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도 사정은 비슷하죠. 2023년 초 텍스트에서 음악을 생성하는 'MusicLM(뮤직LM)'과 비디오 편집기라 할 수 있는 'Dreamix(드리믹스)'의 개발을 발표했지만, 웹페이지와 논문으로만 소개했을 뿐, 이용자가 쓸 수 있는 플랫폼 형태로 내놓지는 않았거든요.
그렇다면 전 세계가 각축을 벌이는 이번 인공 지능 레이스에서 주목할 만한 한국 기업이 있을까요?
단연 하이퍼클로바를 만든 네이버입니다. 한국어로는 최고 품질의 검색 데이터를 가장 많이 보유한 사업자죠. 네이버는 이미 2021년 국내 최초의 초거대 AI 언어 모델 하이퍼클로바를 공개한 바 있습니다. 사용된 매개 변수가 무려 2,040억 개로 챗GPT의 GPT-3.5(1,750억 개)를 넘어섰지요. 그중 챗GPT처럼 간단한 프롬프트만 입력하면 AI가 코딩을 해주는 '클로바스튜디오'는 이미 500여 스타트업이 이용하고 있고, 네이버 쇼핑의 상품 소개 글을 작성하거나 회의록을 요약하는 데도 쓰이고 있어요. CES 2023에서 혁신상을 받은 AI 작문 보조 설루션 '뤼튼 트레이닝(wrtn training)'에도 하이퍼클로바가 사용되었습니다.
조금 시야를 돌려 우리가 아직 잘 모르는 스타트업 기업이나 소규모 프로젝트 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데가 있을까요?
아쉽게도 대형 기업들은 이런 성장을 겨냥해 크고 작은 M&A를 이미 단행해왔습니다. 가령 인텔이 본격적으로 AI 반도체 시장에 뛰어든 것도 2019년 이스라엘 AI 반도체 스타트업 Havana Labs(하바나 랩스)를 20억 달러에 인수하면서부터죠. 2022년 5월 엔비디아의 A100과 대등한 성능의 2세대 프로세서 'Gaudi 2(가우디 2)'를 출시한 바로 그 회사입니다. 최근 몇 년 새 반도체 업계 최대의 M&A로 꼽히는 딜은 GPU 시장 2위 AMD의 몫이었습니다. 500억 달러를 들여 세계 최대 프로그래머블 반도체(용도에 따라 설계를 바꾸는 반도체) 업체인 Xilinx(자일링스)를 인수한 것이지요.
FPGA는 기존 AI 컴퓨팅에 쓰이는 GPU보다 더 효율적인 AI 반도체라는 평을 듣기도 합니다. 시장 조사 업체 피치북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2022년 한 해만도 13억 7,000만 달러(약 1조 8,000억 원)라는 금액이 생성 AI 스타트업에 투입되었습니다. 이전 5년간 투자금을 모두 합한 것과 맞먹는 액수예요. 미국 못지않게 빠른 성장을 보이는 중국에서도 정부의 공공 지원 및 투자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AI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바이두, 화웨이, 알리바바와 음성 인식 AI 개발업체 아이플라이텍 등이 대표적 기업으로 꼽히죠.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주목할 만한 AI 스타트업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우리나라의 경우 리벨리온, 코난테크놀로지, 솔트룩스 등이 있습니다. 리벨리온은 2020년에 설립된 AI 반도체 설계 전문 팹리스로, 불과 3년 사이에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 가운데 하나로 급부상했습니다. KT와 손잡고 국내 최초로 언어 처리에 특화한 서버용 AI 반도체 보드를 개발했고, 삼성전자가 이를 5나노미터 공정으로 제작하기도 했지요. 코난테크놀로지 역시 국내 몇 안 되는 챗봇 개발업체 중 가장 두드러진 기업 가운데 하나입니다. 사업 목표를 '사람처럼 보고, 듣고, 이해하고, 말하는 AI 기술로 스마트 워크와 스마트 라이프 실현'으로 잡았죠. 솔트룩스는 언어 빅 데이터 사업에서 두드러진 실력을 자랑하는 AI 전문 기업입니다. 솔트룩스가 보유하고 있는 100만 시간 이상의 음성 데이터는 아시아 최대 규모로 알려져 있고요. 그래서인지 국립국어원이 주도한 '일상 대화 말뭉치 구축 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AI 학습용 한국어 방언 AI 데이터 구축 사업' 등, 이 분야의 빅 데이터 사업을 수행한 이력이 남다릅니다.
『챗GPT 혁명』의 독자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챗GPT를 두고 2023년, 우리의 일상을 변화시킬 기술의 하나로 치켜세웠습니다. 챗GPT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더 섬세해지고 더 정교해지고, 인간의 지능에 더 가까워지겠지요. 인공 지능과 인간의 공존은 이제 거부하기 어려운 흐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쉽고 빠르고 편하다고 마냥 좋은 일은 아니겠지만, 그로 인해 소중한 자산인 '시간'을 더 많이 누릴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일일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인간은 인간을 닮아가는 인공 지능과 공존하고 협력하며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방법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이 책이 그 방법을 제시하는 올바른 가이드북이 되길 소망합니다.
*권기대 자신을 '매크로웨이브 탐구자'로 소개한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모건은행에서 비즈니스 커리어를 시작, 1980년부터 뉴욕 월스트리트 본사에서 근무했다. 이후 금융업계를 떠나 호주, 인도네시아, 프랑스, 독일, 홍콩 등지에서 원자재, 제조, 무역, 영화 등 여러 산업에 종사하며 경제 활동의 일선에서 치열하게 뛰었다. 홍콩에서는 영화 평론과 배급을 하는 등 국제적인 문화 콘텐트 교류 사업을 벌였으며, 2005년 영구 귀국한 후로는 출판사를 운영하며 저술과 번역에 매진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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