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30대 백수 쓰레기'라 부르는 남자의 이야기다. 누구도 관심을 가질 것 같지 않은 30대 무직 남성의 이야기가 독립 출판으로 출간되자 사람들은 열광했다. 반찬으로 나온 햄이 스팸이 아니라서 가출을 하고 어머니에겐 한없이 철없이 군다. 유년 시절부터의 따돌림과 가정으로부터의 학대 또한 그는 서슴없이 털어 놓는다. 지은이는 무직에서 벗어나 일용직으로 막일을 나기도 하고 고객 센터에서 상담원으로 일을 하며 정신과에서 상담을 받는다. 『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를 읽은 독자들의 반응의 좋고 나쁨은 극단적으로 갈린다. 이 좋음과 나쁨의 간극이 조금씩 좁혀질 때,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해 질 것이라고 믿는다.
책 제목이 독특합니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원래의 제목으로 돌아왔는데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책은 '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라는 제목으로 독립 출판물로 만들어졌었어요. 이후 출판사 웨일북을 통해 '숨고 싶은 사람들을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가 이번에 저에게 판권이 돌아오게 되어 다시 '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라는 제목으로 개정판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혼자서 편집하는 과정을 통해 조금 더 제가 쓰는 글과 그 글들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느낌들을 조금 더 선명하게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기존 독립 출판물이나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던 책에 비해 100페이지 정도가 늘어나게 되었구요. 책의 제목이 통용될지 안될지의 확신은 없습니다. 제목이나 판형을 비교적 자유롭게 제작할 수 있는 독립 출판물과는 달리, 어느 정도의 장벽이 있을 거라고 생각은 합니다. 그렇지만 그러한 장벽들을 두려워만해서는 저처럼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두려워하고 세상에 나갈 용기가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까지고 전해지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표지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표지 역시 매우 독특한데요.
아마 독립 출판물로 이 책을 접하신 분들은 검은색 표지를 기억하실 거예요. 검은 바탕에 조금 열린 방문 틈 사이로 누군가가 빼꼼히 내다보고 있는 느낌입니다. 독립 출판물을 만들 때는 검은 도화지에 하얀색 아크릴 물감으로 그려서 스캔해서 사용했어요. 전부다 하나하나 집에서 혼자 작업했습니다. 이번 표지는 조금 더 밝고 귀여운 느낌으로 제작했는데요. 대신 책표지 열자마자 간지 뒤에 바로 검은색의 예전 표지가 등장합니다. 밝고 귀여운 느낌의 표지 속에서 다소 어두운 블랙코메디 느낌의 일기들이 보여질 때의 그 아이러니가 어떤 느낌을 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직접 시안을 그린 뒤 일러스트 작가님께 부탁드려 만들었습니다. 새로 제작된 표지도 기존 서점들에서 판매되는 책 표지들의 문법을 따르지는 않는다고 생각해요. 일종의 정형화된 삶의 노선을 벗어나 살아가는 저처럼 제가 만드는 책도 어떠한 규칙에서 벗어난 독창적인 느낌이었으면 했습니다.
속칭 '삼백쓰(30대 백수 쓰레기)'라고 스스로를 칭하시는데요. 이유가 있을까요?
책을 읽으신 분들의 반응이 다양한데요. 페이지를 열자마자 크게 웃으시는 분도 계시고 왜 이런 글들을 쓰느냐며 화를 내거나 이해를 못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어떤 분들은 아 내 삶이 엉망인 것만 같았지만 그래도 이 사람보다는 내가 괜찮게 살아가고 있구나, 하며 안도하시고 위안을 얻으시는 분들도 계시죠. 물론, 저에게는 이러한 반응들 모두가 감사한 일입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서 또 제가 만들어 낸 '김봉철'이란 인물을 통해서 사람들이 어떤 위로를 받기를 바랐습니다. 저는 스스로를 바보같고 한심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다른 분들은 모두 저보다는 훌륭하신 분들일테니 스스로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만약 제가 세상 모든 사람들 중에서 가장 낮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 되는 것으로 다른 사람들이 어떤 위로나 위안을 받을 수 있다면 그럼 내가 세상에서 가장 낮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그렇게 생각해서 스스로를 30대 백수 쓰레기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김봉철'이라는 인물이라고 표현을 하셨는데요. 책의 내용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짜인가요?
장르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었어요. 이 책이 소설이냐 에세이냐. 저는 둘 중 어느 것이라고도 말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제가 어렸을 때 받았던 학대에 가까운 훈육이나 학교에서 당해야만 했던 괴롭힘이나 따돌림 같은 것들은 모두 실제 있었던 일입니다. 그 경험들은 현재까지도 제가 사람들과 어울리거나 사회의 구성원으로써 살아가는데 어려움을 겪게 합니다. 그러나 30대 무직 남성의 어두운 이야기들을 있는 그대로 쓴다면 과연 사람들이 읽어줄까 하는 의문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과장과 유머를 섞어 이야기를 풀어 나갔습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또 몇 % 정도가 실화인건지 묻는 질문에는 저는 답변을 하기 어렵습니다. 진심은 농도나 비율로 표현할 수 있는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는 저의 이야기를 조금 더 편하게 하기 위해 김봉철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설정했고 제가 쉽게 남들에게 하지 못했던 저의 이야기들을 털어놓았을 뿐입니다.
이번에 1인 출판사를 등록해서 책을 내신 걸로 알고 있어요. 어려운 점은 없으신가요?
제작비요.(웃음) 독립 출판과 크게 다른 점은 없었어요. 책을 기획하는 단계부터 제작이나 편집, 디자인 같은 과정을 혼자서 어떻게든 해 나가야 하죠. 어려운 점이라면 게으름을 이겨내는 일, 마감이 없는 일에 스스로 마감을 설정해서 마무리를 져야하는 일. 세상에 나갈 용기가 없어 언제나 숨고 도망만 다녔던 제가 독립 출판물을 만들고, 지금은 1인 출판사를 등록해서 새롭게 세상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책의 내용을 편집할 때나 디자인을 결정해야 할 때 등에서 모든 부담을 혼자 짊어져야 한다는게 제일 어렵고 힘든 일인 것 같아요. 사람들이 과연 이걸 좋아할까. 이게 맞는걸까. 정답이 없는 일에서 정답을 찾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또 괴로워 하게 돼요. 매 순간, 한 걸음 한 걸음이 어렵고 또 무겁기만 합니다. 하지만 나아가야죠.
지금은 그래도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으셨는데요. 현재는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나름대로 백수에서 벗어나 건설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월급을 받으며 직영으로도 일을 했다가 일용직으로 일을 하기도 합니다. 일을 하면서 안전 관련 자격증을 따려고 준비하고 있구요. 이번 『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의 제작비도 건설 현장에서 막일을 하여 모았습니다. 고된 노동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만들어 낸 책이라 더욱 뿌듯하고 애착이 가는 건 사실입니다. 그저 많은 분들에게 재미와 위로를 드릴 수 있었으면 합니다.
어떤 분들이 읽어주셨으면 하나요?
누구에게나 삶은 어렵고 때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것처럼 느껴질 것 같아요. 그럴 때 잠깐이나마 웃을 수 있고 또 위로가 될 수 있는 책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서도 저와 같은 유년 시절을 겪으신 분들이 읽고 나만 괴로운 것이 아니었구나, 하고 용기를 내셨으면 좋겠고, 평범한 유년을 경험하신 분들께는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통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자녀를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나 부모를 이해하지 못하는 자녀가 읽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책이예요. 이 책을 좋아하는 분들은 엄청나게 좋아해주시고 싫어하시는 분들은 또 엄청나게 싫어하시거든요. 이 책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과 싫어하시는 분들의 이 좋고 나쁨의 간극이 줄어들 때, 저는 세상이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조금 더 따뜻한 곳이 될 거라고 믿어요. 숫자로 나타내 보자면 한국에서 4천만명 정도, 세계에서는 50억 인구 정도가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김봉철 30대 중반까지 놀며 블로그에 썼던 글을 모아 독립 출판으로 『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를 냈다. 이후 출판사를 통해 『이면의 이면』(디자인이음, 2019), 『숨고 싶은 사람들을 위하여(웨일북, 2020)』, 『작은 나의 책』(수오서재, 2021) 등을 출간하였으며, 『당신의 글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디자인이음, 2019) 등에 참여했다. 이 중 일부는 영상화 판권 계약 및 단편 영화로 제작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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갬
2022.11.24
저도 어느 회사 하나를 진득하게 다니지 못해 백수생활이 잦았는데 그때 시절이 생각났기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엄마에게 모질었던 부분에서는 마치 내 얘기 같아서 그 자리에서 펑펑 울면서 다 읽어내려갔습니다. 마음은 그게 아닌데 초라한 나를 방어하려 부모님의 마음을 아프게 했었죠.
그 후 작가님의 모든 책을 구입했고 어려움 속에서도 글이라는 컨텐츠를 통해 자신을 세상에 꺼낸 용기에 찐 박수를 보내며 지금도 응원하고 있습니다.
봉철 작가님~ 당신의 글엔 힘이 있습니다
어디서 뭘하시든 절대 좌절하지 마세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