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그림책연구모임'은 어른들이 좋아할 만한 그림책을 찾아 읽고 함께 공부하며, 이를 토대로 서평을 쓴다. 『어른 그림책 여행』은 이들이 쓴 서평 중 36편을 추려 엮은 결과물로, 개인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깨우침을 얻을 수 있는 책,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거나 관계, 사회적 문제를 고민해볼 수 있는 책 등 네 개 장으로 분류했다. 이는 책을 읽고 싶은데, 내용이 어려워 부담이 되는 이들이나, 책을 매개로 주변 사람과 소통하고 싶은 이들에게 유익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어른그림책연구모임'은 어떤 모임인가요?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백화현 : 오랫동안 책모임을 해오다 그림책에 매료되어 이를 좀 더 깊이 공부하고 싶어 만든 연구 모임입니다. 지금의 모임원 10명이 지속적으로 만나 그림책, 그중에서도 어른이 좋아할 만한 그림책을 골라 읽고 토론하고 글을 쓰는 활동을 하게 된 것은 2019년 가을부터입니다. 초반에는 어른이 읽으면 좋을 만한 그림책을 골라 읽고 토론하다가, 그림책 이론서를 차례로 읽으며 공부하였고, 2년 전부터는 500자 서평 쓰기, 3000자 서평 쓰기를 해오고 있습니다. 멤버 대부분이 20년 가까이 독서 활동가, 독서 교육 강사, 교사, 작가로 살아와서인지 그리 어렵지 않게, 행복해하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림책을 통해 우리가 맛본 감동과 아름다움, 위로와 치유의 경험을 많은 이와 나누고 싶습니다.
어른에게도 그림책이 필요한 이유를 말씀해주세요.
황희진 : 그림책은 글과 그림이 어우러져 우리들의 '삶'을 이야기합니다.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영아기, 유아기, 아동기, 청소년기, 성년기, 중년기, 노년기 전 연령에게 그림책은 마음의 문을 열어주고 삶을 통찰하게 합니다. 더욱이 그림책은 어른에게 더 필요합니다. 어른이 되기 전까지는 부모가 보호자가 되어주지만, 어른이 되고 나면 내가 나를 다독이며 살아가야 합니다. 웰빙을 위해서는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고 운동을 합니다. 음식과 운동이 몸의 건강을 위한 것이라면, 독서는 마음의 건강을 위한 활동입니다. 하지만 바쁜 일상에서 책을 읽기가 쉽지 않습니다. 자극적인 영상물이 일상 깊숙이 파고든 요즘, 글과 그림이 어우러진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이야기를 오감으로 느끼는 것은 힐링입니다. 눈으로 그림을 보고, 글을 읽으며, 글과 그림의 긴장과 어우러짐에서 피어나는 향기는 삶에 스며들어 인생을 통찰하게 합니다. 그림책은 '마음 건강 비타민'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음 건강 비타민은 아이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필요하지요.
요즘은 어른들의 그림책 모임도 많아진 것 같아요. 그림책 모임에서 그림책을 즐기는 방법이 있을까요?
김명희 : 그림책 모임을 시작할 때는 서로의 관심사, 공유하고 싶은 주제를 정해 이에 맞는 그림책 목록을 만들어 하나씩 읽어가도 좋겠고요.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책을 한 권씩 가져와 소개하기를 한 후, 모임원이 돌아가며 책 한 권을 추천하여 같이 읽고 얘기 나누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모임 진행 또한 돌아가며 하게 됨으로써, 모임원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 활기를 더해줍니다. 또한, 그림책의 맛은 누군가 읽어주는 글을 귀로 들으면서 그림을 감상할 때 즐거움이 배가 되기에 소리 내어 읽고 감상하는 활동도 아주 좋습니다. 특히, 아이들이나 어르신들과 모임을 할 때 효과가 큽니다. 아울러 동네 책방 나들이, 그림책 배경지 방문, 그림책 마을 탐방 등 체험 활동을 겸하면 그림책 읽기의 즐거움이 배가되리라 생각합니다. '읽기'만으로 뭔가 허전하다면 우리 모임처럼 '쓰기'를 병행하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요.
'어른그림책연구모임'에서 느낀 책모임의 새로운 장점을 이야기해주세요.
배수경 : '어른그림책연구모임'은 나이와 직업은 다양하지만, 책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인생을 꿈꿉니다. 무엇보다 훌륭한 멘토가 모임원을 이끌어주고 있습니다. 그사이 함께 성장하는 행복이 있습니다. 매달 책읽는사회문화재단 '60 책 추천'란에 주제별 그림책 서평을 올리고, 함께 책 집필도 하고, 몇몇은 그림책 창작도 하고 있어, 전문성을 키워갈 수 있습니다. 또, 우리는 다양한 책방을 찾기도 하고, 전시회를 관람하기도 하며, 현장의 감흥도 놓치지 않습니다. '어른그림책연구모임' 에서의 연구와 현장감에서 오는 기쁨은 매우 큽니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대화 나누기 좋은 그림책이 있을까요?
유수진 :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대화 나누기 좋은 그림책이 따로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사람은 다양한 내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 안에서의 '나', 가족 안에서의 '나', 자신이 속한 '공동체(학교, 회사, 마을, 국가 등)' 안에서의 나 등 다양합니다. 『어른 그림책 여행』은 '내 마음을 둘러보고 싶을 때'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소개된 모든 책이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입니다. 특히, 「1장. 우물 속에는 파란 바람이 불고」에서 소개한 그림책을 읽으면 이제까지 몰랐거나 혹은 잊었던 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런 그림책을 가족, 친구들과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 나와 남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길 것입니다. 하지만 나를 이야기하는 것은 고백과 같아서 약간의 용기가 필요합니다. 우리 책에서 소개한 그림책이 진솔한 대화를 할 수 있는 용기가 되어줄 것입니다.
책에 소개된 그림책들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는지 궁금해요.
변영이 :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어른들이 보면 좋을 그림책 위주로 선정하였습니다. 먼저 크게 4개의 주제(위로와 성찰, 지혜, 회고와 향수, 관계와 사회)로 모임원 각자 4~5권씩을 추천한 후 함께 검토하여 36권으로 압축하였습니다. 주제와 내용이 적합한지를 살폈고, 다양한 작가의 그림책, 신간 그림책의 비중도 고려하였습니다. 추천하고 싶지만 품절이나 절판된 경우, 제외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본문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좋은 책을 6개의 상황별 주제(쉼이 필요할 때, 위로와 치유가 필요할 때, 삶이 궁금할 때, 시가 그리울 때, 아이와 함께할 때, 시니어와 함께할 때)에 따라 40권씩 골라내었는데, 이를 위해 도서관과 책방을 가기도 하고, 각자 책을 잔뜩 싸 들고 한집에 모여, 밤을 새워가며 읽고 토론하며 고르는 작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선정 기준은 본문의 책을 고를 때와 다르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림책을 만나고 싶은 어른이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요?
김정해 : "세월의 속도는 나이에 비례한다"는 말이 있는데요.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끼는 건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게 싫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다면 미래에 가슴 설렐 일을 만들어놓고 시간이 빨리 가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어린아이처럼 살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안에 함께하는 어른아이에게 재미와 감동을 안겨주는 그림책과 만나기를 권합니다. 문학과 그림이 함께한 예술 매체인 그림책은 연령을 초월해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글이 못다 한 이야기는 그림이 말해주고, 그림이 못다 한 것은 글이 말해주기 때문입니다. 어떤 그림책으로 시작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는 어른이들에게 『어른 그림책 여행』이 좋은 나침반이 되어줄 것입니다.
*어른그림책연구모임 어른 그림책에 매료되어, 어른들이 좋아할 만한 그림책들을 찾아 읽으며 함께 공부하는 모임으로 2019년 가을에 결성하여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2021년 8월부터 현재까지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이 운영하는 '60 책 추천'에 매월 '어른 그림책'을 추천하고 있고, 모임원마다 다양한 독서 관련 활동(강사, 작가, 독서 활동가, 교사 등)을 하고 있다. 『어른 그림책 여행』은 모임에서 함께 출간한 첫 번째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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