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인터뷰] 『학교 가는 길』 저자들이 전하는 '뜨거운 삶의 현장'
다큐멘터리 <학교 가는 길>의 단행본 출간을 기념하여, 책의 주인공이기도 한 '서진학교'에서 저자들이 한마음으로 뭉쳤다. 지금 여기에 '있지만, 보이지 않는' 존재들이 곁에 실재하고 있음을 증명해 낸 목소리는 예상보다 더욱 생생하고 뭉클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2.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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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기념사진

'최단 거리'가 삶의 실리적 효율을 뜻하는 세상에서, 어떤 이들의 갈망은 효율이나 효용 가치가 아니라 그저 '삶의 필요'로부터 비롯된다. 남들처럼, 그러니까 비장애인처럼은 아니더라도 아이가 다닐 수 있는 학교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갈 수만 있다면' 우리 아이들이 다닐 학교가 좀 더 필요하다는 갈망... 지난 2017년, 발달 장애인 부모들이 무릎을 꿇었던 이유도 그러했다. 발달 장애인 부모들은 당시 강서 지역 공립 특수 학교 신설 2차 주민 토론회 현장에서 학교 설립을 호소하며 무릎을 꿇었다.

어떤 이들은 이 또한 이기적 행동이라고 했지만 정말 그러했을까. 당시 현장에 있던 학부모들의 자녀 대부분은 이미 많이 자란 뒤였다. 내 아이만이 아닌 우리 아이들을 위해, 이곳에 있지만, 없는 채로 살아가는 이들을 위해, 그들은 무릎 꿇고 간절함을 전했던 것이다. 이후 5년이 지나 2022년 9월, 세상은 그로부터 얼마나 달라지고 어떻게 바뀌었을까.


학교 설립을 호소하며 무릎을 꿇은 정난모 어머니

『학교 가는 길』은 17년간의 소외와 편견, 차별의 아픔을 딛고 '서진학교'가 설립되어 2020년 개교하기까지 장애인 부모회 어머니들의 단단한 용기, 좌절과 성취의 순간들을 담아낸 과정이자 그 모든 과정을 가감 없이 기록한 다큐멘터리 <학교 가는 길>의 또 다른 여정이다. 출간을 기념하여, 책의 주인공이기도 한 '서진학교'에서 저자들이 한마음으로 뭉쳤다. 태풍이 지나가고 가을이 한결 가까이 찾아온 오후, 김정인 감독과 함께 책을 집필한 발달 장애인 어머니들은 책 안팎의 진솔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지금 여기에 '있지만, 보이지 않는' 존재들이 곁에 실재하고 있음을 증명해 낸 이들의 목소리는 예상보다 더욱 생생하고 뭉클했다.



우영우, 봄날의 햇살 그리고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현실 속에서

김정인 감독(이하 김정인) : 2017년 '무릎사건'이 벌써 5년 전이라니, 시간이 정말 빠르네요. 요즘 어떻게 지내셨나요? 무엇보다 장안의 화제였던 '우영우 신드롬'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드라마가 큰 인기를 얻으며 '장애인권', '발달 장애인'에 대한 이슈도 많았지요. 드라마 재미있게 보셨나요? 드라마를 둘러싼 반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했어요.

정난모 어머니(이하 정난모) : 자폐성 장애인이 주연으로 나오는 드라마라고 하기에 관심 갖고 챙겨 봤어요. 사실 저는 '판타지 드라마'라고 생각하고 봤지만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고, 이런 드라마가 방영된다는 것이 무엇보다 좋더라고요. 드라마 속 우영우와 현실 속 우영우는 많이 다르지만, 드라마를 통해 자연스럽게 장애에 관해 이야기하는 상황들이 만들어지니까요. 또 한편으로는 장애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이 우영우의 행동을 따라 하며 희화화하는 부분이 우려스럽기도 했고요.

조부용 어머니(이하 조부용) : 드라마가 방영되는 수요일 저녁을 기다리며 '본방 사수'했어요. (웃음) 연기도 모두 따듯했고 매회 드라마 내용도 재미있을 뿐 아니라 감동을 주었으니까요. 사실 발달 장애인들 중에는 의사소통조차 어려운 사람들이 많아서, 우영우 같은 자폐 스펙트럼 발달 장애인은 처음 보았기에 신기했어요. 저런 천재도 주변의 편견과 선입견 때문에 장애라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어려움이 많은데, 하물며 다수의 중증 발달 장애인들은 얼마나 더 힘들지... 현실을 떠올리며 막막한 기분을 떨치기 힘들기도 했네요.

이은자 어머니(이하 이은자) : 사람들은 우영우는 판타지라고 얘기하지만 저는 생각이 좀 달라요. 우영우가 하루를, 1년을 살아갈 때 사람들과 때로는 협력하고, 다투기도 하고, 친구에게 위로를 받기도, 또 도움을 주기도 하면서 살아가잖아요. 물론 실패하기도 하고요. 장애인 우영우가 아니라 그냥 평범한 우리들의 삶처럼 사는 거죠. 제 딸 안지현의 삶도 마찬가지예요. 지현이는 우영우와 비교 불가한 중증의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본인의 능력과 적성에 맞는 일을 해 나가요. 지역 사회를 이용하고, 지현이를 싫어하는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배려하는 사람도 만나기도 하고, 때로는 – 아주 때로는입니다만 – 다른 사람을 배려하면서 그렇게 살고 있거든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본 시민들이 현실의 안지현을 만났을 때, 우영우와 똑같지는 않지만 독특한 개성을 지닌 우리의 이웃으로 만나 주기를 바랍니다. 

장민희 어머니(이하 장민희) : 시청자들이 자폐 스펙트럼에 관심을 갖게 되고 중증 자폐도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긍정적인 점이 많은 듯해요. 드라마의 결말은 아름다웠지만, 실제 발달 장애인과 그 가족의 현실적인 삶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많이 안타까워요. 지난 3년 코로나 기간 동안 자살한 가족 23건, 올해만 벌써 7건... 알려진 것만 이 정도예요. 왜 이들이 이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인 거죠.


서진학교 중정

이은자 : 우영우가 고래를 좋아하고 고래를 통해 영감을 얻잖아요. 고래는 무리 중 누군가 다치거나 장애를 가지게 되면 건강한 고래들이 서로 돌본다고 해요. 그래서 우영우가 고래를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되고요. 고래의 이런 마음을 우리도 본받아야 할 것 같아요.

김정인 : 우영우라는 인물이 지닌 의미도 남다르겠지만 저는 최수연 변호사가 더 기억에 남아요. 우영우가 로스쿨 공부를 무사히 마치고 변호사로 활약하기까지, '봄날의 햇살'과 함께하지 않았더라면 과연 우영우는 존재할 수 있었을까요? 우리 사회에 더 많은 봄날의 햇살이 등장하기를 조심스레 기대해 보게 되더라고요. 생각할수록 여전히 힘든 현실이기도 하지만 그럴수록 힘을 내야겠죠! 그런 의미에서, 어머니들께 『학교 가는 길』과 함께한 시간이 어떤 의미로 저장될 수 있을까요?


우리의 활동이 기록이 되어 간 순간들

정난모 : 『학교 가는 길』은 모두의 이야기죠. 감독님과 부모들이 함께 만든 우리 영화 그리고 책.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나 시사점은 되게 크고 무거운데 흐름이 전체적으로 따뜻해서 좋았어요. 장애에 관심이 없던 분들도 마음을 열고 함께 울고 웃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조부용 : 적어도 발달 장애인 인권 관련해서는 〈학교 가는 길〉 개봉 전후로 나뉘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큰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이은자 : 영화 속에 지현이 어릴 적 30대의 제 모습이 나왔잖아요. 거기 있는 은자가 너무 안돼 보이더라고요. 어떤 상황인지도 알고 어떤 희망으로 키웠는지도 아는데, 내가 열심히 노력하면 지현이가 정상이 될 거라는 믿음만으로 살았던 거죠. 이제 나이 오십이 넘은 내가 보니까 '아이고, 은자야. 그러면 너무 힘든데...' 싶은 거예요. 요즘 젊은 엄마들을 보면 그때의 저를 보는 것 같아서 너무 안쓰럽더라고요. 그래도 희망은 있다고 생각해요. 〈학교 가는 길〉을 보신 분도 있고, 들어서 알고만 있는 분도 종종 계신데, 우리 아이들에 대한 호감이 높아진 걸 느껴요.

김남연 : 사실 장애 이슈가 보편적 공감대를 얻기란 정말 어렵잖아요. 저는 〈학교 가는 길〉이 장애인만의 영화가 아닌 점이 좋았어요. 공진초를 비롯한 가양동 이야기까지 잘 어우러져서 더욱 깊은 울림을 만들어 낸 것 같아요.

김정인 : 이게 다 우리 어머니들 덕분이지요. 앞으로의 계획이나 소망이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서진학교 사진

그 길의 끝을 알 수 없어도, 우리는 계속 가보겠습니다

정난모 : 재준이의 자립을 위해 더 꼼꼼하게 준비해 볼 생각이에요. 학교 졸업한 지 벌써 1년이 됐어요. 올해 안에 어디든 취직시키는 게 저의 가장 큰 목표입니다. 저는 지금 하는 일들 꾸준히 하면서 최대한 건강하게, 행복하게 오래오래 사는 게 목표예요. 단순하죠? 이제 복잡한 것보다는 단순한 게 좋네요.

장민희 : 혜련이는 영본초등학교에서 하루 4시간씩 미화원으로 근무하고 있어요. 현재 저희 세 딸 중에 유일하게 돈을 벌어서 그런지 어깨에 힘이 팍 들어갔어요!(웃음) 혜련이와 같은 친구들이 부모 없이도 지역 사회 안에서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탄탄하고 안전한 시스템을 만드는 데 일조할 생각입니다. 

조부용 : 현정이는 송정초등학교에서 청소 일 잘하고 있어요. 출근 잘하고, 잘 웃고, 규칙적으로 잘 생활하고 있습니다. 직업 생활을 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장애인들이 졸업 이후에도 한 명의 시민으로 당당히 살아갈 수 있도록 장애인 정책이 잘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싶고요.

김남연 : 윤호는 올해 초 정애학교를 졸업하고 지금은 '성동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에 다니고 있어요.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는데, 프로그램이 다양해서 그런지 윤호가 굉장히 만족스러워해요. 이 센터도 부모들이 투쟁해서 만들었는데, 내가 부모 운동 하기를 정말 잘했다고 뼈저리게 느껴요. 그러니 저는 죽는 날까지 발달 장애 활동가로 현장에 남아 최선을 다해야죠! 중증 발달 장애인인 우리 아들 윤호가 하루 4시간 일하고 남은 시간은 주간활동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지역 사회에서 밝고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꼭 만들 거예요.

이은자 : 일단 〈학교 가는 길〉 속편, 〈출근하는 길〉이 얼른 제작되기를 소망합니다!(웃음) 저희 지현이는 오전에는 취미 생활을 하고 오후에는 4시간씩 근무하고 있어요. 저는 강서퍼스트잡지원센터에서 성인 발달 장애인의 직업 훈련과 일자리 발굴하는 일을 하고 있고요. 지금 하는 퍼스트잡사업 발달 장애인 직업 훈련과 일자리 발굴이 전국으로 확대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단계가 어느 정도 안정되면 주거 영역으로도 확장돼야겠지요.

김정인 : 팬데믹 시대, 여전히 안심할 수 없지만 평안하게 지내시기를 바라고요! 마지막으로, 독자 여러분께 저희 모두 간단히 인사 전하며 마무리할까요?

이은자 : 장애인에 대한 인식 전환, 그리고 우리 사회가 공동체로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면 좋을지 『학교 가는 길』을 읽는 분들과 함께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조부용 : <학교 가는 길> 다큐를 본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큰 감동과 울림을 받았다고들 해요. 책 또한 그 이상의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게 될 책이라고 자부합니다. 함께해 주신 여러분들 덕분에 더욱 따뜻하고 훈훈한 길을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으리라 믿어요. 동행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정난모 : 『학교 가는 길』은 '내 자식이 내가 산 세상보다 조금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평범하면서도 조금은 특별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고 함께 더 나은 세상으로 한 걸음 걸어갈 준비를 해 주시면 좋겠어요.

김정인 : 2017년 9월, 이토록 거센 반대를 뚫고 강서 특수 학교가 무사히 개교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거예요. 그러나 5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참으로 맑고 밝게, 그리고 행복하게 서진학교에서 배우며 성장하는 학생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오늘의 성취를 만들기 위해 묵묵히 헌신했던 장애인 부모님들, 교육계 인사들이 계시고요. 또한, 이름 모를 수많은 시민의 관심과 응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더 많은 길동무가 이 여정에 함께할 수 있기를 바라며, '학교 가는 길'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김정인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방송영상과에서 다큐멘터리를 공부했다. 월드비전에서 6년간 일하며 국제개발협력 및 공적개발원조(ODA) 관련 정책 업무를 담당하기도 했다. 타고난 것이 마땅치 않은 까닭에 자질을 향한 끊임없는 불안과 의심 속에서 더 나은 이야기꾼이 되기 위해 다만 노력할 따름이다.



*정난모


평범하던 삶은 자폐성 장애가 있는 재준이의 엄마가 되면서 바뀌었다. 평소에는 겁이 많고 소심하지만 의외로 대범하게 일을 해 나갈 수 있는 건, 전적으로 재준이 때문이다. 재준이 엄마로 사는 삶을 아끼고 사랑한다.



*조부용


발달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둘째 딸 현정이 덕분에 낯선 세계에 입문했고, 비교적 뒤늦게 부모 운동에 발 담그게 되었다. 2018년~2020년, 강서장애인부모회 3기 회장을 맡았다.



*이은자


발달 장애를 가진 지현이의 엄마. 2013년에 강서장애인부모회를 설립한 후 본격적인 부모 운동에 나서며 서진학교 개교 및 여러 발달 장애인 관련 정책 활동에 참여했다. 현재는 발달 장애인의 지역 사회 통합을 돕는 일자리를 발굴하고 훈련 기회를 제공하며, 고용 기업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장민희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발달 장애인과 그 가족의 복지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 장애 자녀를 둔 엄마로서 자신이 경험한 아픔을 다른 가족들이 덜 겪을 수 있도록 돕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



*김남연


중증 자폐성 장애를 가진 청년 윤호의 엄마. 투쟁 현장에서는 한없이 냉철하고 전략적으로 행동하지만 실은 자유분방하고 정 많은 성격을 지녔다. 윤호의 유치원 입학 거부 사건을 계기로 장애인권 활동가가 되었다.




학교 가는 길
학교 가는 길
김정인,발달장애인 부모 7인 저
책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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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