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력 특집] 집중력에 관한 오해와 진실 - 정신건강의학과 이슬비
운동을 하면 규칙에 맞춰서 내 몸을 조절하는 법을 배우거든요. 이 과정에서 자기 조절 능력이 향상되는 거죠. 어떤 식으로든 몸을 쓰면 집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글ㆍ사진 김은화
2022.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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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의 휴대폰 사용 시간은 하루 평균 3시간에 달한다고 한다. 제2의 몸이 되어버린 휴대폰과 SNS, 유튜브 등의 콘텐츠는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날이 갈수록 집중력이 저하된다고 느끼는 것은 단순히 기분 탓일까? 일과 일 사이를 뛰어다니기만 할 뿐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방금 본 기사 내용도 잊어버리는 나는 어쩌면 성인 ADHD(주의력 결핍 및 과잉 행동 장애)가 아닐까? 이슬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만나 집중력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보았다.


2021년에 ADHD와 관련된 책이 화제가 되면서 ADHD 자가 진단 테스트가 유행한 적이 있어요. 그때 한창 결과를 공유하며 너도나도 ADHD인 것 같다는 얘기를 했거든요. 그만큼 스스로 집중력이 부족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집중력이란 무엇일까요?

지금 하고자 하는 활동에 에너지를 쏟는 힘을 집중력이라고 합니다. 집중력은 학습과 업무뿐만 아니라 인간관계를 포함해 일상을 영위하는 데 매 순간 필요한 능력이에요. 지금처럼 인터뷰를 하는 데도 집중력이 필요하고요. 이번 올림픽에서 쇼트트랙 경기 보셨나요? 운동하는 순간에도 행위 자체에 집중해야 하잖아요. 드라마를 볼 때도, 인간관계를 맺을 때도 눈앞의 대상에 몰두하는 힘이 필요합니다. 그걸 집중력이라고 해요.

단순히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을 ADHD로 보지는 않습니다. ADHD는 질병이기 때문에 명확한 진단 기준이 있어요. 집중력 저하뿐만 아니라 충동 조절의 어려움, 자기 조절 능력 저하, 계획 세우기의 어려움 등등 여러 증상이 나타나는 게 ADHD예요. 그중에서도 핵심은 이 증상들로 인해 내가 생활하고 기능하는 데 영향을 받느냐 받지 않느냐에 달려 있어요.

예를 들어 오늘 컨디션이 안 좋아서 집중이 잘 안 되었다 하더라도 일을 마무리하는 데 지장이 없다면 괜찮아요. 그런데 매번 마감 기한을 놓친다든지, 업무 처리하는 데 실수가 잦다든지,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긴다든지 등등 일상생활에서 집중력 저하로 인한 이슈가 계속 발생한다면 ADHD를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라면 전문의를 만나 진료를 받아보아야 합니다.

환경적인 측면에 있어서 집중력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무엇이 있을까요?

요즘은 인터넷과 스마트 기기를 삶에서 떼고 볼 수 없는 시대잖아요. 전문가들이 이런 미디어 환경이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20년 전부터 연구를 하기 시작했어요. 연구 결과, 인터넷 게임과 인터넷 사용은 뇌를 ‘중독의 뇌’로 변화시키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약물 중독, 도박 중독이 일으키는 뇌 변화와 일치한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10여 년 전부터 스마트 기기에 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됐는데, 휴대폰 역시 마찬가지 결과를 보입니다. 휴대폰으로 학습을 하든 게임을 하든 친구를 만나든 스마트 기기에 장시간 노출되는 자체가 아이들의 뇌를 중독의 뇌로 변화시키고 있는 거죠.

충격이네요. 중독의 뇌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나요?

중독은 뇌의 보상 체계와 연관이 있어요. 어떤 행위를 했을 때 긍정적인 자극을 얻으면 뇌에서 도파민이라는 신경 전달 물질이 나오면서 보상 체계가 활성화돼요. 예를 들어 아이가 특정 행동을 했을 때 부모가 칭찬해주면 도파민이 나오면서 기분이 좋아지고, 다음에 같은 행동을 반복하게 돼죠. 반대로 부모님이 안 된다고 하면 보상 체계가 비활성화되면서 하지 말아야 할 일로 입력되는 거고요. 

약물과 도박은 이 보상 체계의 역치를 높여서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찾도록 만들어요. 웬만한 보상으로는 즐거움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더 강력한 자극을 원하게 됩니다. 휴대폰을 볼 때 무슨 목적이 있어서 보는 게 아니에요. 단순히 감각을 자극하기 위해서 SNS를 보고 스크롤을 올리는 거죠. 약물을 복용하고 도박을 할 때처럼 휴대폰을 할 때도 뇌에서 도파민이 나오거든요. 그러면서 점점 충동 조절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요.

저도 그래요. 인스타그램에서 ‘좋아요’ 수가 많이 나오면 짜릿하더라고요. 그럴수록 기대치가 높아져서 언젠가부터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들여다보게 됐어요. 여기에 종속된 것 같고, 주도권을 빼앗긴 것 같아요.

그게 바로 중독의 대표적인 증상이에요. 내 의지대로 약을 사용하는 게 아니라 약에 내가 끌려 다니는 것.

현실에서는 칭찬받을 일이 별로 없잖아요. 성인이 되면 의무만 가득하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보상이 주어지거든요. 현실의 활동에 동기 부여를 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성인이 되면 주변에 칭찬해주는 사람은 없지만 스스로 동기 부여를 할 수 있죠. 성취감을 느낄 때도 도파민이 분비되어 기분이 좋아지는데, 이로 인해 성취감을 느끼겠다는 동기 자체가 강화됩니다. 

보상을 주는 것은 또 다른 방법입니다. 집중력을 높이고 싶다면 자신에게 맞는 목표를 설정하고 보상을 자주 주는 게 좋아요. 예를 들어 집중할 수 있는 최대 시간이 20분이라면 나는 왜 이리 집중하는 시간이 짧은 걸까 자책하지 말고, 20분 집중하고 10분 쉬었다가 다시 일하는 거예요. 한 번에 1시간씩 집중하는 사람보다는 좀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결과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단 말이죠.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보상을 적극적으로 주세요.

쉬는 동안 유튜브를 보거나 SNS를 하다 보면 본래 하던 일로 못 돌아올 때가 종종 있는데요. 이런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장치가 필요할까요?

너무 빠질 만한 것은 하지 말아야겠죠. 유튜브는 연관 콘텐츠를 추천해줘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잖아요. 멈추는 게 쉽지 않아요. 디지털 미디어는 그걸 계속 보도록 뇌의 변화를 일으킨단 말이죠. 그러니까 10분 쉴 때는 그 안에 마칠 수 있는 다른 활동을 찾는 게 좋아요.

스트레칭을 하거나 산책하는 것은 어떨까요? 운동과 집중력의 관계도 궁금합니다.

몸을 쓰면 도파민이 나오는데, 이 도파민이 집중력에 중요한 역할을 해요. 무엇보다 운동을 하면 자기 조절 기능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학부모들이 흔히 하는 오해가 오래 앉아서 공부하는 게 최고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뇌는 서로 연결되어 있어요. 아이들이 배워야 하는 중요한 기능 중에 하나가 자기 조절 능력이에요. 먹고 싶은 것을 당장 먹지 못할 때 참는 것, 화가 날 때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 다 자기 조절 능력이죠. 운동을 하면 규칙에 맞춰서 내 몸을 조절하는 법을 배우거든요. 이 과정에서 자기 조절 능력이 향상되는 거죠. 어떤 식으로든 몸을 쓰면 집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오전에 운동하면 피곤해서 오후에 집중하기 어려울 때가 있는데요. 왜 그런 걸까요?

사람마다 바이오리듬이 달라서 그렇습니다. 아침형 인간으로 태어난 사람이 있고 저녁형 인간으로 태어난 사람이 있어요. 뭐가 더 좋다고 볼 수는 없어요. 저녁에 집중이 잘되면 그때 운동을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다만 저녁형 인간은 있어도 새벽형 인간은 없다는 걸 기억하세요. 저녁형 인간인 분들이 착각하는 것이 ‘나는 새벽까지 안 자도 괜찮아.’ 하면서 계속 일하는 거예요. 그러면 잠드는 시간이 밀리고 그 보상으로 아침에 늦게 일어나고, 그러면 또 일을 늦게 시작하고 늦게 끝내요. 결국 수면에 문제가 생겨서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재택근무를 하며 집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는 어떤 조언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일과 생활의 경계가 흐트러진다는 분이 많은데요. 저는 출퇴근 시간을 명확히 설정하는 걸 추천드립니다. 남은 일이 있더라도 업무 시간이 지나면 무조건 퇴근하는 거예요. 학교를 다니고 회사를 다니면 업무 시간이 있고 쉬는 시간이 있으니까 늘 같은 시간대에 집중하게 되거든요. 재택근무를 하다 보면 그 규칙성이 깨지기 쉬워요. 어제는 오전 11시에 일을 시작했는데 오늘은 오후 2시에 시작하면 몸이 적응을 하지 못해서 집중하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퇴근 시간이 되면 과감하게 일을 끝내는 게 굉장히 중요해요.

집에서 집중할 만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실천할 수 있는 것이 또 있을까요?

재택근무를 할 때는 아무래도 방해 요소가 많은 공간에서 일하게 되잖아요. 유혹 거리가 너무 많으면 안 돼요. 고개만 돌리면 금방이라도 TV를 볼 수 있고 언제든 유튜브에 접속할 수 있고 간식이 옆에 쌓여 있으면 그 유혹을 뿌리치기가 어렵잖아요. 아예 유혹 자체를 느끼지 않도록 일하는 공간을 단순화시키는 게 중요해요.

현실과 스마트폰 사이에서 균형을 어떻게 맞추면 좋을까요?

스스로 조절이 안 된다면 강제성이 좀 필요해요. 만약 1시간 동안 책을 방해받지 않고 읽고 싶다면 휴대폰을 충전기에 꽂아서 눈에 안 보이는 곳에 두세요. 쉽게 가져오지 못하는 곳에 두고, 찾고 싶은 정보가 있으면 종이에 적어두고 독서가 끝나고 찾아봐도 되죠. 만약 업무를 하는데 자꾸 유튜브를 보고 SNS를 찾는다면, 업무용 컴퓨터에서는 해당 사이트를 차단해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마지막으로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정리해주신다면.

첫째, 좋은 컨디션을 만드는 게 중요해요. 충분히 수면을 취해서 몸이 휴식할 수 있게 해주세요. 둘째, 규칙적으로 생활하세요. 셋째, 하루 30분이라도 운동하세요. 스트레칭도 좋고 산책도 좋습니다. 넷째, 동기 부여를 하세요. 그게 내적 동기나 성취감이 될수도 있고, 이따 저녁에 치맥 해야지 하는 식으로 보상을 줄 수도 있겠죠. 마지막으로 집중해야 하는 공간에서 방해 요소를 제거하세요. 집중력을 뺏을 만한 유혹 거리를 없애는 게 좋습니다.

사실 우리는 별 노력은 안 하면서 큰 걸 얻길 은근히 바라요. 제가 이런 말씀드리면 환자분들도늘 듣는 얘기라고 하는데 그걸 지키는 분은 별로 없거든요(웃음). 기본 규칙을 지키다 보면 생활이 많이 달라져 있을 거예요.




*이슬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외래 교수이자 연세소울 정신건강의학과 송파클리닉 원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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