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에 최고의 방법은 없습니다. 각자에게 맞는 최적의 방법이 있을 뿐입니다. 자신의 독서 스타일을 찾아 실행하면 스스로도 독서가 즐겁고 아주 유용한 행위가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책읽기는 힘들다. 다이어트는 계단 오르기가 힘들다거나 몸무게 앞자리가 바뀌는 등 보여지는 압박감이 있지만, 책 읽기는 특별히 이런 게 없다. 이런 압박감이 없기에 “읽어야지” 생각만 하다가 책읽기에 대한 부채감, ‘책 빚’만 쌓여간다. 『이시한의 열두 달 북클럽』은 이런 책 빚을 명쾌하게 청산해줄 책이다. 이 책에는 몇 년 동안 북튜브 <시한책방>을 운영하며 독자들과 책에 관한 풍부한 소통을 해온 저자의 경험, 장르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수천 권의 독서를 하며 쌓은 저자의 책읽기 방법과 지식 쌓기 노하우가 듬뿍 담겨 있다. 이시한 저자를 지금 만나보자.
『이시한의 열두 달 북클럽』을 집필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3월 말이면 <시한책방>이라는 북튜브를 운영한 지가 4년이 됩니다. 그사이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이고 가장 많이 받은 책 집필 제안은 독서법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누구나에게 효과적인 독서법’이라는 것에 대해서 회의감이 있었거든요. 사람마다 최적의 독서방법은 다르니까요. 그래서 그동안 여러 가지 책을 냈지만, 독서법에 관한 책만큼은 내지 않고 있었어요.
그런데 현장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느낀 것은 최적의 독서방법의 문제가 아니라, 독서를 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라는 거였어요. 일반적인 독서방법에 대해서 가이드가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쓴 책이 『이시한의 열두 달 북클럽』인데, 책을 잘 읽을 수 있는 숙련된 독자들을 대상으로 쓰여진 다른 독서법책과는 달리, 초보 독자들이 어떻게 책을 효과적으로 읽을 수 있을까에 초점을 두고 쓴 실용적인 책읽기 책입니다.
<시한책방>에 꾸준히 북리뷰를 올리고 계십니다. 바쁜 스케줄 속에서 책 읽을 시간을 어떻게 확보하시는지요?
일단 ‘바쁜 스케줄’이 책과 관련된 스케줄일 경우가 많아요. 시한책방에 일주일에 2번씩 책 리뷰를 업데이트해야 하는 것도 있고요, KBS 라디오에서 책을 소개하거나, 아니면 책을 큐레이션 하는 일 같은 것들인데, 이런 일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 일주일에 3권 이상 읽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TV 시청을 줄이는 것과 틈새 시간을 만드는 두 가지 방법을 택했습니다. TV는 IPTV를 통해서 주말에 몰아보기 식으로만 보고 평소에는 그다지 잘 보지 않아요. 보고 싶은 프로그램이어도 어차피 다음날 기사에 마치 중계해주듯이 프로그램을 소개해주니 굳이 볼 필요도 없더라고요. 틈새 시간은 대중교통 이용, 그리고 약속시간 20~30분 일찍 가기 같은 전략으로 확보하고 있어요. 일상 가운데 틈새 시간은 항상 있거든요. 그래서 항상 책 한 권씩은 가지고 다니죠. 언제 틈새 시간이 날지 모르니까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유독 책읽기에 어려움을 느끼거나 부채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독자들은 어떻게 책에 접근하는 게 도움이 될까요?
책읽기가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자신에게 아무런 즐거움이나 유익함을 주지 못해서입니다. 먼저 책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이 필요합니다. 책을 읽는 것에 취미가 없다면 책읽기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사실 그렇지만은 않아요. 예를 들어 자신이 미국 주식에 관심이 있고, 실제로 미국 주식을 하려고 생각하면 평소에 책을 안 읽던 사람도 미국 주식 투자에 대한 책을 몇 권씩 사서 읽거든요. 자신이 관심을 가진 분야의 책은 잘 읽을 수 있습니다. 정보를 영상으로만 습득하지 마시고, 관심 가진 분야의 책을 읽는 것으로 서서히 책읽기 습관을 들이시는 것이 좋습니다.
벽돌책도 많이 읽으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벽돌책을 쉽게 읽고 소화할 수 있는 방법으론 무엇이 있을까요?
벽돌책은 도전하지 않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읽는 것을 ‘도전’이라고 느낄 정도의 책을 굳이 읽으실 필요는 없거든요. 다만 한 번쯤은 꼭 벽돌책을 깨고 싶다고 생각을 하신다면 두 가지 정도의 방법을 잘 쓰면 됩니다. 먼저는 ‘스킵(SKIP)’입니다. 보통 벽돌책은 비슷한 말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아요. 비슷한 이야기들은 세부적으로 읽기보다는 빠르게 넘어가면서 큰 맥락만 잘 따라가시면 비교적 효과적으로 읽을 수가 있죠.
두 번째는 ‘치팅(Cheating)’입니다. 유명한 벽돌책은 요약 정리된 것이 유튜브나 블로그에 많이 있거든요. 미리 그 요약본들을 보고 어떤 내용인지 알아두고 책을 읽어나가면 중간에 길을 잃을 확률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습니다.
작가님의 ‘인생책’ 한 권은 무엇인가요? 또 그 책을 뽑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인생책이라는 말은 부담스러워서 그때그때 바뀌고 있습니다. 제 인생의 책이 한 권이고 싶지는 않아서요. 다만 『이시한의 열두 달 북클럽』에서는 인생책 말고 처음책이라는 말을 썼어요. 어린 시절에 읽은 책 중에 유난히 기억이 남는 책을 말하는데요, 어린 시절에 선명한 기억을 남긴 만큼 그런 책의 내용은 자신에게 어떻게든 영향을 미쳤을 것이거든요.
그러니 처음책은 유동적이지 않겠죠. 제 처음책을 소개해 드리면 필립 K. 딕의 『임포스터』라는 책입니다. 어린 시절에 도서관에서 보고 생각지도 못한 반전 때문에 정말 깜짝 놀랐거든요. 보이는 게 다가 아니고, A라고 해도 A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이 책을 보고 하게 됐습니다. 따지고 보면 이 책은 저에게 매사에 분석적 사고, 비판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것을 가르쳐 준 책이에요. 그 덕분에 지금처럼 새로운 정보를 분석하고 이해하고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는 일을 할 수 있게 되었고요.
어떤 책이 베스트셀러가 될까요? 또 베스트셀러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베스트셀러에는 그 시대의 시대정신이 들어 있습니다. 아무리 이상한 책이 유행이어도, 그 이상함에서 시대의 흐름을 읽을 수 있습니다. 달리 보면 시대가 담기지 않은 책은 베스트셀러가 될 수 없겠죠. 흔히 역주행이라고 뒤늦게 발견되어 베스트셀러가 되는 책들이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발간 당시보다, 나중에 그 책이 발견되었을 때의 시대가 더 때가 맞아서입니다.
베스트셀러를 읽을 때에는 시대적인 상황과 맥락을 같이 살펴본다면 더 풍성한 독서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 유행하는 책들을 보면 지금 사람들은 무엇을 원하고, 생각하는지 알 수도 있죠. 지나간 시대의 베스트셀러 목록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꽤 재미있는, 타임머신 여행을 한 기분이실 겁니다.
책의 마지막에 ‘자신만의 독서 스타일을 가지라’고 독자에게 당부하는 게 인상 깊었습니다. 독자들이 자신만의 독서 스타일을 가지는 게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독서는 자신을 위해서 하는 행동입니다. 독서처럼 이기적인 행위도 별로 없어요. 남과 나눠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행위의 결과는 온전히 자신에게만 돌아옵니다. 그리고 독서만큼 자신의 스타일대로 해도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 것도 별로 없습니다. 이렇게 개인적인 행위인데도, 독서를 많이 하면 사회적 존중을 받아요. 정말 남는 장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독서법 역시 자신만의 최적의 독서법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아직 특별히 효과적인 독서방법을 찾지 못했다면 여러 독서법들을 적용해 보면서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하시길 권합니다. 독서에는 최고의 방법은 없습니다. 각자에게 맞는 최적의 방법이 있을 뿐입니다. 그렇게 자신의 독서 스타일을 찾아 실행하게 되면 스스로도 독서가 즐겁고 아주 유용한 행위가 됨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이시한 연세대학교에서 국문학 학사 및 석사 학위를 받고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수천여 권을 읽어온 다독가이자 문학, 철학, 과학, 경제, 경영 등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고 탐구하며 전문가 수준으로 능통하여 ‘프로 지식 탐험가’로 불린다. 구독자 6만여 명에 달하는 북튜브 「시한책방」을 운영하고 있다. 유튜브 붐이 일어난 이후 비교적 늦게 유튜브를 시작했지만, 3여 년 만에 국내에서 한 손에 꼽히는 책 전문 유튜버가 되었다. 특히 채널 속 코너 ‘읽은척책방’에서 분야를 가리지 않고 책 속 에센스만 쏙쏙 골라 전달해 어떤 책이든 읽은 것처럼 만들어준다는 구독자들의 찬사를 받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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