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성공보다 실패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어떤 실패는 기록됨으로써 의미를 되찾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성공도 실패도 기록하는 것, '쫌아는기자들'이 세상의 모든 스타트업을 응원하는 방법입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1.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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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우 발달 장애 청년 작가'가 그린 성호철, 임경업 기자 캐리커처

이 책에서는 실제 스타트업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겉보기에는 쉽게 성공한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 뒤에서 12인의 창업가가 어떻게 실패하고,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발버둥 쳤는지, 실패 속에서 어떤 성공의 단초를 발견했는지 말이다. 경제 전문 기자인 저자는 창업가 12인의 이야기에 자신의 인사이트와 해외 창업가의 사례를 더해 한층 더 풍성하게 내용을 전한다.



안녕하세요. 성호철, 임경업 기자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성호철 : 테크놀로지만 20년 정도 취재한 성호철입니다. 본래는 국문과 졸업해 문화부를 꿈꿨는데, 하다 보니 삼성전자부터 SK텔레콤, 배민, 쿠팡까지 줄곧 IT 분야만 했네요. 현장 취재 기자 가운데는 최장(最長) IT 기자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비공식 추정입니다만. 기자라는 업의 본질이 남의 이야기를 듣는 직업입니다. 공짜로 귀한 이야기를 들었으니, 사회에 되돌려야 합니다. 그래서 이 책은 두 명의 저자가 아닌, 열두 명 창업가의 책입니다.

임경업 : 중학생 시절 장래희망은 게임 잡지사 기자였습니다. 신문방송학을 전공해 대학 졸업했는데 정작 입사하고 싶었던 게임 잡지사는 문을 닫고 사라졌습니다. 신문사로 선회했고 다행히 입사 성공했는데 운 좋게도 게임 취재를 담당했습니다. 성호철 기자와는 그때 팀장과 막내 기자로 만났습니다.

『창업가의 답』은 어떤 계기로 쓰게 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매주 3회 뉴스레터 《스타트업》을 발행하는 '쫌아는기자들'은 본래 저널리즘 유료 실험이 목적이었습니다. 텍스트 콘텐츠를 사람들이 어떻게 바라보고 소비하는가, 그리고 어떤 텍스트가 유료 모델로 유효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으려는 시도였죠. 신문과는 다른 작법을 실험했습니다. 글의 호흡은 물론이고 구성, 용어 선택, 구어체 등 다양하게 시도했습니다.

반전은 구독자가 급증한 겁니다. 예상을 훨씬 넘었습니다. 아마도 포털에선 볼 수 없는 창업가 인터뷰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성공한 이야기도 썼지만, 파산 위기까지 몰린 상황, 사채 쓴 아픈 기억, 본인의 잘못된 경영 선택 등도 세세하게 담았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 중 하나는 ‘실패의 기록’이기 때문이죠. 모든 스타트업이 유니콘이 될 수는 없어요. 숱한 실패가 반드시 성공의 밑거름이 되지도 않아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실패가 곱절이나 많을 겁니다. 하지만 어떤 실패는 기록됨으로써 의미를 되찾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성공도 실패도 기록하는 것, '쫌아는기자들'이 세상의 모든 스타트업을 응원하는 방법입니다.

숱한 창업가들을 만나보셨는데 스타트업을 시작하려고 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실행의 벽을 넘어야죠. 모든 사람은 이미 창업 문턱까지 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행을 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스타트업 창업에선 ‘페인 포인트(pain point, 아픈 지점)’를 넘어야 하는데요. 예컨대 사회가 갖고 있는 숙제를 푸는 거죠. 

김슬아 마켓 컬리 창업자를 예를 들어볼게요. 그녀는 “제대로 된 좋은 식재료, 그리고 맛있고 영양가 있는 한 끼를 먹어야 한다"라는 게 창업의 목적이었습니다. 창업 직후에 유명 빵집을 전전하며 ‘집에서 배달해 먹어도 빵이 여전히 맛있도록 만들겠다’고 설득했습니다.

‘맛있는 한 끼’라는 꿈은 사실 수만 명이 고민했을 대목입니다. 하지만 김 대표는 ‘빵집에서 맛난 빵이 왜 집으로 배달하면 맛이 없어질까’라는 문제를 풀었습니다. 실행한 사람만이 창업가가 됩니다.

스타트업이 데스밸리를 넘지 못하는 가장 큰 장애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실패의 원인은 100가지입니다. 갑자기 핵심 개발자가 개인 사정으로 이민을 가도 프로젝트는 난파합니다. 팀원 두 명이 성격 차이로 갈등을 겪어도 조직이 크게 흔들립니다. 투자자에게 투자 유치를 구두로 확약 받고 열심히 마케팅비를 썼는데 마지막에 결정이 바뀌는 바람에 무릎을 꿇기도 하고요. 코로나와 같은 천재지변도 발생합니다.

다만, 그들은 실패 상황을 견디고 우회하고 대안을 찾습니다. 마이리얼트립은 2021년 1월 월 거래액 520억 원에서 그 해 4월엔 10억 원으로 줄었습니다. 거래액이 98% 급감했죠. 하지만 마이리얼트립은 망하지 않았습니다. 마이리얼트립의 이동건 대표는 제주도와 랜선 여행이란 상품을 만들어 틈새를 노렸습니다. 쉬워 보이나요? 지금에야 ‘생존한 마이리얼트립의 창업가’로서 정답을 담담하게 말하지만, 그 당시엔 수많은 시행착오를 묵묵히 견디며 전진했을 겁니다. 견딘 사람만이 한발 더 성공에 다가갑니다. 책에 쓴 ‘은 총알은 없다, 납 총알을 들어라’라는 말 그대로요.

많은 창업가들을 만나면서 기자님 또한 배우는 점이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설렘을 느꼈습니다. 그들은 항상 미지의 영역에 있었어요. 창업가들은 인류 최초로 바다를 본 어린아이 같아요.  ‘와, 이것 보세요. 끝이 없이 파래요. 이곳의 이름을 바다라고 짓고 싶어요’라고 말을 건네요. 그 바다가 누구에겐 ‘동네 커뮤니티(당근마켓의 김용현 창업가)’고, 또는 ‘인테리어 플랫폼(오늘의집 이승재 창업가)’입니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그들과 같은 공간에 마주 앉아,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설렙니다.

기자님이 생각하는 『창업가의 답』은 무엇인가요?

미국 실리콘밸리에는 '벤 호로위츠'라는 유명한 연쇄 창업가이자 벤처 투자자가 있는데요. 그는 수많은 창업가를 만날 때마다 ‘어떻게 오늘에 이르렀느냐’를 묻는답니다. 그러면 고만고만한 수준의 CEO는 자신의 뛰어남을 어필하지만, 한 획을 그은, 인정할 만한 CEO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한다네요. “그만두지 않았을 뿐입니다.” 본인의 탁월한 경영 선택보다는, 그 어려운 시점에서도 포기하지 않은 것, 그게 정답이라는 설명입니다. 벤 호로위츠의 말에 동감합니다. 

하나 덧붙이자면 창업가의 삶의 자세입니다. 오늘의집 이승재 창업가는 “순례자처럼 일한다”고 말합니다. 퍼블리의 박소령 창업가는 “수도승처럼 산다”고 합니다. 어느 날 문득 성공의 길에 들어섰다는 창업가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오직 오늘 하루의 삶이 올바른 창업가의 삶이었는지, 묵묵히 길을 걸을 뿐이었습니다.

제 2의 당근마켓, 배달의 민족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을까요?

뉴닉의 김소연 대표를 만났을 때, 그녀의 이야기를 줄곧 들으면서 머리에선 ‘나도 뭔가 이야기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었습니다. 너무 갑갑했습니다. 그때는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몰랐어요. 사실 뉴닉은 여전히 녹록지 않은 지점을 지나는 현재진행형입니다. MZ 세대의 사랑받는 스타트업 뉴닉은 무려 38만 구독자를 모았고 다들 엄청난 성공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직 수익을 낼 방법을 못 찾았습니다. 그녀만 못 찾은게 아니라, 세상에서 누구도 못 찾은 상황이죠. 이 페인 포인트를 누가 풀까요.?

뉴닉 김소연 창업가를 만난 뒤, 우연히 서재에서 대학 시절 읽었던 칼 마르크스의 책 『임금·가격· 이윤』을 다시 읽었어요. 그때 알았죠. 내가 뉴닉 김소연 대표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요. 

‘너의 갈 길을 가라, 남이야 뭐라든’.




*성호철

1974년 제주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 시절엔 시인(詩人)을 지망했고 고려대 국문과에 들어갔다. 한때 열병처럼 일본 소설앓이를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노르웨이의 숲〉원서를 열 번 넘게 완독했다. 도쿄에 넘어가 와세다대에서 일본 근대문학을 공부했다. 일본에 대한 열정이 식었고, 한두 해 만에 포기하고 돌아와 서울에서 기자(記者)가 되었다. 10여 년간 테크놀로지와 미디어를 취재했다.《소통하는 문화권력 TW세대》(저서),《손에 잡히는 유비쿼터스》(번역서) 등 몇 권을 쓰거나 번역했다. 도쿄 탈피에서 15년이 지난 2014년, 다시 도쿄에 갔다. 게이오대학 방문연구원으로 1년간 머물렀다. 다시 일본 열병이 들었다. 마흔이 넘어 든 열병은 열감(熱感)에 잠 못 들어 하루키를 집어 드는 스무 살 청년 때와 달랐다. 끊이지 않는 미열(微熱)의 밤엔 야마모토 시치헤이의 일본론인《공기의 연구》를 읽었다. 세상이 모두 아는 일본을 나만 모르는 것인 양 닥치는 대로 읽고, 눈이 충혈되도록 고민하고, 다음날 일본인 지인을 만나 물어볼 질문을 생각하며 설렜다.


*임경업

1989년 광명에서 출생했고 2014년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같은 해 조선일보에 입사해 비트코인, 블록체인, 공유경제, 메타버스, NFT, 타다 등 주로 복잡한 테크 화두를 현장 취재했다. 오랫동안 테크취재팀 막내 기자로 있으면서 토스 이승건, 마켓컬리 김슬아, 펄어비스 김대일, 직방 안성우, 오늘의집 이승재 등 스타트업 창업가를 취재했다.



창업가의 답
창업가의 답
성호철,임경업 공저
포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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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