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소설 대표 작가 5인 5색, 눈부신 순간을 담은 스포츠 앤솔러지!
필연적으로 방황하는 시기를 보내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달릴 수 있는 힘을 건네는 『달고나, 예리!』, 다섯 작가와 나눈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1.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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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탁경은, 주원규, 정명섭 / (아래) 임지형, 마윤제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 사계절 청소년문학상 수상 작가와 활발한 작품 활동으로 손에 꼽히는 청소년소설 대표 작가 다섯 명이 ‘스포츠’를 주제로 청소년소설 단편집 『달고나, 예리!』를 출간했다. 책에는 작가들이 저마다의 시선으로 담아낸 스키, 야구, 축구, 달리기, 수영 총 다섯 가지의 스포츠 이야기가 담겨 있다. 다섯 작품 중 표제작이 된 「달고나, 예리!」는 ‘달리는 고등학생 나예리’를 줄인 것이다.

숨이 차고 포기하고 싶어도 내일을 향해 달려야만 하는, 스포츠 같은 일상을 보내는 청소년들에게 다섯 명의 작가는 말한다.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잠깐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서 도전하면 된다고.

필연적으로 방황하는 시기를 보내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달릴 수 있는 힘을 건네는 『달고나, 예리!』, 다섯 작가와 나눈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달고나, 예리!』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개성 강한 다섯 작가님의 앤솔러지인 만큼 모두 어떻게 모이게 되신 건지, 또 어떤 계기로 ‘스포츠’ 주제의 앤솔러지를 쓰게 되신 건지 궁금해요.

탁경은 : 정명섭 작가님께서 먼저 제안을 해주셨어요. 주제가 ‘스포츠’라고 하셨을 때 살짝 망설였지만(솔직히 ‘스포츠’라는 주제에 자신이 없었거든요), 한번 부딪쳐보자는 생각으로 수락했어요. 역시나 주제 때문에 고생을 좀 했지만 완성된 책을 보니 뿌듯하네요. 멋진 작가님들과 함께할 수 있어 더 좋았고요.

주원규 : 처음엔 장난스럽게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모든 시작은 장난이나 호기심에서 시작되는 것 같아요. 스포츠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어요. 가뜩이나 팍팍한 성장 일기를 써 내려가는 청소년에게 스포츠도 장난처럼, 재밌는 호기심처럼 접근했으면 하는 마음이었어요. 그래서 평소 잘 알고 지내는, 하지만 각자 한 개성 하는 작가님들끼리 서로 좋아하는 스포츠를 소재로 단편 청소년소설을 쓰면 어떨까 하는 제안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정명섭 :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박은선 선수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이 직접적인 계기입니다. 차별을 받았지만 그걸 이겨내기 위해 싸우는 모습이 너무나 멋있어서 이야기로 만들어보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특별한서재에 앤솔러지를 제안하게 된 것이죠.

임지형 : 전 달리기를 좋아합니다. 특별한 일이 없을 땐 매일 달립니다. 계절에 상관없이 뛰어요. 그런 이야기를 SNS에 많이 올려서, 자극받고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도 했어요. 그 SNS를 통해 제가 늘 운동하는 것을 아는 정명섭 작가가 스포츠 앤솔러지를 해보는 건 어떠냐고 먼저 제안을 했죠. 전 고민하지 않고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언젠가는 쓸 생각이었는데, 이제 때가 됐나 보다 했어요.

첫 번째 이야기인 「스키를 타고 싶어」는 실패가 두려워 꿈을 포기한 아이의 이야기이지요. 많은 스포츠 종목 중 왜 스키를 주제로 하셨나요? 또, 소설을 집필하며 가장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탁경은 : 다른 작가님들이 일찍 종목을 정하신 것과 달리 저는 종목 선택에 애를 많이 먹었어요. 어떤 종목을 택하든 고생 좀 하겠구나, 싶었죠. 스노보드, 골프, 양궁, 레슬링, 복싱, 피구 등을 놓고 고민을 거듭하다가(종목이 진짜 다양하죠?) 스노보드로 결정했어요. 예전에 스노보드가 조금 나오는 단편 소설을 쓴 적이 있는데, 그걸 살려보면 어떨까 싶었던 거죠. 그렇게 마음먹고 스노보드 공부를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그럼 스키를 해볼까? 아주 즉흥적으로 종목을 스키로 바꾸고 자료 조사를 시작했어요. 스키에 대한 공부도 어렵긴 마찬가지였지만, 또 종목을 바꾸면 마감을 어길 것 같아 눈 꾹 감고 그냥 밀어붙였어요. 참고로 말씀드리면,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가 쓴 스노보드 소설을 읽고 큰 도움을 받았어요.

「마구」는 재능을 타고났지만 노력하지 않는 준빈과, 좋아하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않지만 묵묵히 노력하는 민호의 모습이 대비되어 흥미로웠습니다. 민호처럼 삶이 마음처럼 풀리지 않을 때, 노력한 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해 좌절했을 때, 우리는 어떤 자세로 그 시간을 이겨내야 할까요?

주원규 : 무언가가 마음대로 풀리지 않고, 노력한 만큼 성과를 얻지 못했다고 느낄 때, 그 목표와 성과가 어디서부터 왔는지 묻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혹시 주어진 목표가 사람들이 요구하는 기준에 의한 거라면, 그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박탈감 역시 온전히 내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것이기에 결국 정답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자신이 믿고 좋아하는 목표점을 설정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자신이 믿고 좋아하는 출발점에서 시작된 목표는 좌절이나 실패보다는 ‘괜찮아, 또 하면 되지’ 하는 위로의 말이 항상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걸 믿고 한 걸음씩 나아갈 때,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자유로움이 주어지고, 슬기롭게 어려운 시간을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나는 스트라이커!」는 외모도 성별도 그 무엇도 문제가 되지 않는 스포츠의 매력을 잘 보여준 작품인 것 같아요. ‘우리의 일상은 아직 차별로 가득하지만,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앞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가져야 할 것이 있다면요?

정명섭 : 피부색이나 종교, 성별에 따른 차별은 범죄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타인을 차별하고 증오할 준비를 항상 하고 있는지 모르니까요. 그러니까 남들이 나랑 다르다고 함부로 말하고, 정신적인 고통을 주는 일들이 굉장히 잘못된 일이라는 걸 인식하고 큰 처벌을 받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앤솔러지의 표제작이 된 「달고나, 예리!」를 읽으면, 덩달아 달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 같아요. 작가님께서는 달리기를 시작하며 힘든 시기를 극복하셨다고요. 아직 달리기의 매력을 모르는 분들에게, 「달고나, 예리!」가 전하는 달리기의 매력을 이야기해주세요.

임지형 : 달리기의 매력은 무엇보다 내 몸만 있으면 가능하다는 거예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무얼 하든 돈이 들지만, 달리기는 그럴 필요가 없어요. 신던 운동화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만큼 달릴 수 있어요. 물론 처음부터 내가 원하는 만큼 달릴 만한 체력이 있어야 가능하겠지만, 그것도 문제가 되지는 않아요. 조금씩 거리를 늘려가며 뛰다 보면 오히려 체력이 얼마나 좋아졌는지를 스스로 알 수 있거든요. 

달리기는 자신을 알 수 있는 정신적, 육체적 바로미터이고, 또 짧은 시간 동안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학업이나 여타 문제로 힘든 청소년들에게 어쩌면 가장 적합한 운동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LIFEGUARD」는 섬세하게 표현된 유지의 내면과 감정 묘사가 눈길을 사로잡는 작품이었습니다. 작가님이 「LIFEGUARD」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집필하면서 가장 신경 쓰신 부분이 있다면요?

마윤제 : 우리의 생각은 왜 전부 다른지, 그 다름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그 다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무얼 버리고 무얼 가지면 균형을 이룰 수 있는지를 생각하면서 글을 쓴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바쁘게 일상을 달리다가 잠시 지쳐 주저앉아 있는 『달고나, 예리!』 청소년 독자들에게 응원의 한마디를 부탁드립니다.

탁경은 : 코로나 때문에 친구들이 학교 운동장에서 뛰어 놀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한창 뛰어다니고 여러 운동을 하고 친구들과 몸을 맞대며 놀아야 할 시기에 그러지 못하니 얼마나 답답할까. 언제 나아질지 알 수 없으니 일단 어떻게든 일상에서 운동을 하고 몸을 쓸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확보하면 어떨까요?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거나 집 근처를 가볍게 달리면 정말 좋겠죠. 저도 집에서 요가 매트를 깔고 스트레칭이라도 틈틈이 하려고 노력하고 있거든요. 몸을 움직이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묵직했던 머리도 맑아지잖아요.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놀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 포기하지 말고 많이 걷고 운동했으면 좋겠어요.

주원규 : 스포츠는 정직합니다. 스포츠는 다른 사람과 경쟁하는 게 아니라 나 자신과 경쟁합니다. 누구보다도 자신에게 솔직한 스포츠를 닮은 정직한 피, 땀, 눈물이 스며든 『달고나, 예리』를 읽으며 힘든 시간, 잘 이겨냈으면 좋겠습니다. 홧팅!

정명섭 : 힘들죠? 요즘 학생들은 해야 할 게 너무 많고, 지켜야 할 것투성이고, 그러면서 공부도 계속 해야 합니다. 지켜볼 때마다 안쓰럽고 마음 아플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꿈을 꾸는 만큼 성장합니다. 힘들고 어렵더라도 부디 ‘시골 마녀’처럼 잘 이겨내기를 바랍니다.

임지형 : 세상을 위한 유익한 일이란 거대한 포부로 시작되지 않아요. 나를 먼저 사랑하는 일부터 시작돼요. 나를 사랑할 수 있어야 비로소 내 앞의 누군가를 제대로 사랑할 수 있으니까요. 나를 먼저 살피세요. 끊임없이 자신을 탐험하세요. 그리고 온전히 한 세계가 되세요.

마윤제 : 우리가 달리는 길은 결코 짧은 길이 아닙니다. 어쩌면 혼자서는 갈 수 없는 길이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친구들과 경쟁하는 게 아니라 함께 달려야 합니다. 그래야만 지치지 않고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습니다.




*탁경은

서울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다. 청소년소설 『싸이퍼』로 제14회 사계절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지은 책으로 『사랑에 빠질 때 나누는 말들』, 그리고 『러닝하이』 등이 있고, 함께 지은 책으로 『열다섯, 그럴 나이』, 『앙상블』, 『소녀를 위한 페미니즘』 등이 있다. 글쓰기를 더 즐기고 싶고, 글쓰기를 통해 더 괜찮은 인간이 되고 싶다.

*주원규

소설가이자 목사. 서울에서 태어나 2009년부터 소설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글쓰기를 시작했다. 2017년 tvN 드라마 [아르곤]을 집필했고, 2019년 『반인간선언』을 원작으로 한 OCN 오리지널 드라마 [모두의 거짓말]의 기획에 참여했다. JTBC, 연합뉴스, MBN 등에 패널로 출연해 세상과 이야기 사이의 교감에 힘써왔다. 현재는 소수가 모여 성서를 강독하는 종교 활동에 집중하고 있으며, 일상의 예술과 문화 발견을 탐색하는 공유문화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임지형

‘장르가 임지형’이란 말을 들을 만한 작품을 쓰기 위해 매일 읽고, 쓰고, 달리며 산다. 샤넬이 샤넬답게 살았기에 멋지고 아름다웠듯, 임지형도 임지형답게 살고 싶다. 가장 나다운 삶은 오래오래 좋은 향으로 남을 작품을 쓰는 거라 생각한다. 그것만이 오늘을 사는 힘이다. 지은 책으로는 『돌아온 유튜브 스타 금은동』, 『방과 후 슈퍼 초능력 클럽』, 『늙은 아이들』, 『가짜뉴스 방어 클럽』, 『나랑 딱 맞는 친구 찾아요』, 『요술 화장품』, 『우리반 코코샤넬』 등이 있다. [채널 동화처럼]과 [스쿨북스]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동화책을 소개하며 독자와 즐겁게 소통하고 있다. 2008년 무등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2009년 제1회 목포문학상을 수상했고, 2011년 광주문화재단과 2013년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창작 지원금을 받았다.

*마윤제

경상북도 봉화에서 태어났다. ‘Heaven, Mackenzie’라는 재즈바와 인테리어 사무실을 운영하다 문학동네로 등단했다. 2012년 ‘마윤제’란 필명으로 세 소년의 모험을 그린 장편소설 『검은 개들의 왕』을 발표했다. 제2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이듬해 아르코 문학상을 수상했다. 뒤이어 우연히 잡지 [GIO]에서 읽은 기사에 이끌려 3년 동안의 긴 작업 끝에 남미 최남단 파타고니아를 배경으로 전설로 전해져오는 바람의 남자 웨나를 찾아가는 한 목동의 장대한 이야기를 담은 『바람을 만드는 사람』을 출간했다. 이후 특별한 서재 출판사와 교보문고가 공동으로 주최한 특별 강연을 기반으로 『우리는 왜 책을 읽고 글을 쓰는가』를 펴냈다. 『8월의 태양』은 동해안의 한 항구도시에서 열리는 ‘뱃고놀이’ 축제를 배경으로 젊은 다섯 남녀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세 번째 장편소설이다.

*정명섭

서울에서 태어났다. 대기업 샐러리맨과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로 일했다. 파주 출판도시에서 일하던 중 소설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으며, 현재 전업 작가로 생활 중이다. 글은 남들이 볼 수 없는 은밀하거나 사라진 공간을 얘기할 때 빛이 난다고 믿는다. 역사, 추리, 종말, 좀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와 소재를 넘나들며 작품들을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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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