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수 필요 없어요! ‘요즘 애들’이 똑똑합니다
MZ세대 특유의 섬세하고 예민한 감각으로, 조용하고 우아한 주류로의 전환을 외치는 『자본주의 키즈의 반자본주의적 분투기』의 이혜미 작가를 만나보자.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1.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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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기자이자, MBTI는 확신의 ENTJ. 쪽방촌 탐사보도 취재기를 다룬 저서 『착취도시, 서울』의 이혜미 작가가 이번에는 ‘요즘 애들’의 돈과 인생 이야기로 돌아왔다. 이십 대 시절부터 서른이 넘은 현재 자신의 발자취를 통해, 새벽에 명상하고 아침에는 주식 투자하는 MZ세대들의 삶을 조명한다. 또 요즘 애들답게 ‘어른답지 않은 어른’에 응수하고, 삶의 궤적에서 부딪히게 되는 성차별에 대해 할 말은 하는 저자의 솔직함은 독자에게 통쾌함을 안겨주기도 한다. MZ세대 특유의 섬세하고 예민한 감각으로, 조용하고 우아한 주류로의 전환을 외치는 『자본주의 키즈의 반자본주의적 분투기』의 이혜미 작가를 만나보자.



이번 책은 MZ세대 관점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 매우 유익했습니다. 특별히 책을 쓰게 된 이유가 있나요?

이 책을 쓴 이유는 단 하나예요. “요즘 애들 왜 그래?”라는 기성세대의 무심한 질문에 반격하고 싶었어요. 세대론에 동의하지 않는 저는 MZ세대를 대표하지도 않고, MZ세대 대변인을 자처하는 시도가 가능하지도 않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어요. 온갖 공론장이, 충분한 발화 권력을 얻지 못한, 사회적·경제적 지위를 획득하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를 소거하고 왜곡하는 상황 속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이 차곡차곡 자신의 이야기를 내어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책을 읽다보면 치열하게 살아온 20대의 흔적이 느껴집니다. 20대로 돌아간다면 ‘꼭 이것만은 하고 싶다’는 것이 있으신지요.

저는 30대가 되고 나서 항상 “나는 절대 20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요. 책 곳곳에 설명하고 있지만, 제 20대는 정말 너무 힘들었거든요. 가난해서 힘들었고, 부유해서 힘들었고, 늘 거절당해서 힘들었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30대가 되니 많은 상황이 바뀌었어요. 외부 조건이 바뀐 것이 가장 큰 이유임을 부정할 순 없어요.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삶을 바라보는 태도가 바뀐 게 주효했어요. 지금의 틀 안에서 객관적으로 나의 삶을 진단하고 주체적으로 살기 위한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게 됐죠. 그런데 또 이렇게 편안한 30대를 만들어준 것은 20대의 좌충우돌과 우왕좌왕했던 ‘나’더라고요.

양극화와 무한경쟁 사회 속에서, ‘마음챙김’이나 재테크에 참여할 여유조차 없을 정도로 무기력한 청년들도 존재하는데 이들을 어떻게 바라보시는지요.

이 친구들에게 ‘더 열심히 노력해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근면성실하게 생활해라’ ‘될 때까지 해봤어?’ 이런 말을 어떻게 할 수 있겠어요. 지금이 산업화 시대라면 몰라도 말이에요. 각자가 자신의 자리에서 충실히 지내면 ‘삶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계속 줄 수 있는 세상이 되어야겠죠. 요즘 불평등은 상위 20퍼센트와 하위 80퍼센트의 구조로 이뤄졌다고 하잖아요. 저는 태생적으로는 80퍼센트에 속했지만, 개인적인 노력과 타고난 운 덕에 그래도 ‘더 나은 내일’을 꿈꿀 수 있는 지대에 안착했다고 생각해요.

책에도 소개된 내용입니다만, 작가님께서 돈쭐내주신 경험이 있으신지요. 있다면 이유가 궁금합니다.

저는 오히려 잘한 것을 더 독려하기 위해 ‘돈쭐’내기보다, 사람들의 시선이 잘 닿지 않는 곳에 후원금을 내며 ‘자본주의적 연대’를 실천하려는 편인 것 같아요. 저는 독립 언론, 동물권 단체, 여성 인권 행동, 장애 대안 언론 등에 후원금을 꼬박꼬박 내고 있고 간혹 목돈이 생길 때 반빈곤 운동 단체에 기부하곤 해요. 

넷플릭스를 즐겨 보신다고 했는데 추천하고 싶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프로그램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요즘 넷플릭스보다는 유튜브를 즐겨 봐요. ‘실패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어쩐지 넷플릭스 정주행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것이 늘 부담이더라고요. 그렇지만 미국 드라마 시리즈 「더 볼드 타입」을 추천합니다. 뉴욕 소재 패션 매거진에서 일하는 밀레니얼 여성 세 명이 주인공이라, 얼핏 「섹스 앤 더 시티」를 떠올릴 법한 장르예요. 하지만 에피소드마다 동성애, 여성의 정치 참여, 인종차별, 자기 몸 긍정주의, 총기 규제, 미투운동 등 첨예한 이슈를 자연스럽게 녹였답니다. 무작정 가르치려 들지 않으면서도, 무해한 메시지를 발신하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세상을 더 좋게 만드는 콘텐츠의 힘을 느꼈어요.

본문에도 몇몇 일화가 소개되었지만, 성별을 이유로 차별받거나 타의에 의해 의지가 꺾일 때, 좌절하지 않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어떤 것이었는지요.

저는 2014년 엠마 왓슨의 UN 연설을 참 좋아해요.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내가 아니면 누가? 지금 아니면 언제?(If not me, who? If not now, when?)”라고 묻는 장면이 늘 머릿속에 생생해요. ‘내가 아니면 누가, 지금 아니면 언제’ 세상을 바꾸고 세상이 바뀌냐는 거죠. 

포기하고 싶을 때도 물론 많아요. 특히 요즘처럼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가 심할 때는, 얼굴과 이름을 모두 밝히고 페미니스트임을 선언하는 것, 그리고 젠더 뉴스레터를 기획해 대중 앞에 내보이는 것 자체가 무척 큰 용기를 필요로 해요. 종종 댓글 테러를 당하기도 하고, 이메일로 욕설이 쏟아지기도 하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저는 이런 것을 보면 더 화력이 충전돼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잘하고 있구나, 안도감도 들고요? (웃음)



인생의 선배이자 언니로서, 사회초년생 여성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같은 고민을 했던 수많은 여성과 연결되어 있어요. 만일 같은 시행착오를 겪어본 사람의 조언(정답은 될 수 없지만)이 필요하다면 제게 연락하세요.

herstory@hankookilbo.com




*이혜미

한국일보 기자. 1989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연세대에서 중어중문학과 정치외교학을 전공했다. MBTI는 확신의 ENTJ. 글 쓰는 것을 업으로 둔 덕에 여러 책의 저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쪽방촌 탐사 보도 취재기를 다룬 첫 단독 저서 『착취도시, 서울』을 썼고 일본과 타이완에 판권이 수출됐다. 동료 기자들과 함께 쓴 공저로는 『덜미, 완전범죄는 없다 2』 『디어 마더』가 있다.
기자로 활동하면서 ‘올해의 여기자상’과 ‘최은희 여기자상’ ‘이달의 기자상’ ‘올해의 데이터 기반 탐사보도상’ ‘한국온라인저널리즘어워드 대상’ 등을 받았다. 2021년부터 젠더 뉴스레터 ‘허스토리’를 만들어 발송하고 있다. 어떤 저항에 맞닥뜨리더라도, 누군가 꼭 해야 하는 말을 하는 것이 기자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혼란한 세상에 화두를 던지는 글을 남긴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자본주의 키즈의 반자본주의적 분투기
자본주의 키즈의 반자본주의적 분투기
이혜미 저
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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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