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사이트에 ‘4차 산업혁명’을 검색하면 ‘직업’이 연관검색어로 떠오르고, ‘20년 안에 로봇으로 대체될 직업’이라는 제목의 자료가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올 만큼 시대 격변을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진로를 정하고 인생의 목표를 정할 시기와 맞물리는 십대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닐 테다. 인간의 역할이 축소되고 인공지능과 첨단 기술의 입지가 나날이 늘어가는 현재, 우리는 어떤 자세로 미래를 맞이해야 할까?
지금 이 순간도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을 걱정하는 청소년들을 위해 임재성 작가와 ‘4차 산업혁명을 이길 수 있는 능력’과 그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미래 시대에 뒤처지지 않고 나아갈 힌트를 얻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짧고도 알찬 대화에 귀를 기울여 보자.
『십대, 4차 산업혁명을 이길 능력』을 집필하실 때, 미래를 불안해하는 수많은 청소년과 직접 만나고 소통하셨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을 것 같아요. 이 책을 쓰게 된 계기 같은 것이 있으셨나요?
지금까지 제가 집필한 저서가 20권인데 그중 8권이 청소년 대상의 책입니다. 그만큼 청소년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한 해 동안 도서관과 학교 강의도 많아 참 많은 청소년들을 만납니다. 글쓰기로 인생을 설계해 책으로 엮어내는 작업을 진행한 것은 10년도 넘었죠. 그동안 많은 학생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어떤 꿈을 품고 어떻게 성장했는지 살피고,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중학생 때 품었던 꿈이 고등학생 때는 완전히 다른 계열이나 분야로 바뀐 경우도 숱하게 봤습니다. 대학에 진학해서도 대2병에 걸려 힘들어하는 청년들도 해가 갈수록 많아지는 것을 경험하고 있죠.
진로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하고 싶어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시대가 바뀌었으니 그에 걸맞은 직업을 선택하거나 부모님이 선택해준 것을 따르는 학생들도 어려움에 처하게 되면 포기하기 일쑤였죠. 그래서 이 책을 집필하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어떤 시대가 다가와도 그 시대를 이기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향으로 씩씩하게 걸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지금까지 만난 청소년들에게서 해답을 찾아 집필한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과 고사성어, 겉으로 봤을 때는 미래와 과거, 극과 극의 느낌이라서 참 신선했는데요. 4차 산업혁명을 이길 능력을 설명하기 위해 고사성어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고사성어(故事成語)는 옛날에 있었던 이야기를 한자성어로 축약해놓은 글귀입니다. 대부분이 중국의 고사에서 유래했죠. 인간 삶의 근원이 되는 상황이나 심리를 선인들의 사건에서 교훈을 얻어 한자로 표현한 것입니다.
고사성어는 옛날이야기입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고 있는데 고리타분하게 옛날이야기가 무슨 소용이냐며 반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이야기를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세상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를 배우고 인식했습니다. 이야기가 자신과 세상을 이해하는 유용한 도구였죠. 키에르 케고르는 “인생은 오직 뒤를 돌아보아야만 이해된다”라고 했죠. 우리는 지나온 이야기로 오늘의 삶을 이해하고 살아갈 미래도 유추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해하고 준비하는 데 고사성어를 도구로 선택했습니다.
특히 이야기는 잘 잊히지 않습니다. 흥미진진한 옛날이야기는 더 오랫동안 기억 속에 머물고 그것을 토대로 4차 산업혁명을 이기는 능력을 풀어내면 청소년들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한 것입니다.
고사에 얽힌 이야기를 먼저 접하고 글을 읽으니 인문학적인 느낌도 들어 흥미롭더라고요. 작가님께서는 이 책을 집필하실 때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집필하셨는지 궁금해요.
요즘 학생들은 해야 할 일이 참 많습니다. 학교 공부, 수행평가, 봉사 활동, 독서 등등. 거기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기는 능력도 갖춰야 합니다. 학교에서는 4차 산업혁명을 이기는 능력을 균형감 있게 갖추도록 가르칠 준비가 아직 덜 된 것 같습니다. 각자 청소년들이 나름의 신념과 계획을 세워 노력해야 희망을 노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습니다. 해야 할 일이 태산같이 많은데 또 4차 산업혁명을 이기는 능력을 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잖아요. 풍전등화 같은 현실이지만 청소년들은 그 위기감을 피부로 느끼지 못합니다. 지금 4차 산업혁명을 이기는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아도 학교 성적에는 크게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죠. 교과서 중심으로 공부해도 얼마든지 좋은 성적을 얻고 명문대에 입학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점차 시간이 흐르면 4차 산업혁명을 이기는 능력을 준비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됩니다. 앞으로는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인공지능을 이길 수 없기 때문입니다. 현재에는 꼭 필요성이 보이지 않더라도 최소한 4차 산업혁명을 이기는 다섯 가지 능력 정도는 갖추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고사성어라는 이야기 속에서 미래를 위해 준비해야 하는 능력을 연결시키는 데 신경 썼습니다. 그래야 잊히지 않고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필요성을 느껴야 바쁜 시간을 쪼개서라도 4차 산업혁명을 이기는 능력을 갖추도록 힘쓸 테니까요.
이 책에서 말하는 다섯 가지 능력은 ‘질문의 힘, 생각의 힘, 쓰기의 힘, 창조의 힘, 태도의 힘’이었지요. 이 중 청소년들이 가장 먼저 갖추어야 하는 것은 어떤 능력일까요?
가장 먼저 갖추어야 할 능력을 족집게로 뽑아내듯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다섯 가지 능력은 상호 보완관계 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생각하는 힘이 생기고, 생각하는 힘이 있어야 잘 쓸 수 있습니다. 또한 창의력도 갖출 수 있게 되죠. 이런 모든 요소들은 평소 삶의 태도에 의해 결정되니까요.
그럼에도 한 가지를 선택하라고 강요한다면 저는 ‘질문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질문은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것들에 대한 호기심이며 관심입니다. 관심이 있어야 의문이 생기고 의문이 있어야 그것을 해결할 질문도 던질 수 있습니다.
책을 읽어도 텍스트 너머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필요합니다. ‘작가는 어떤 의도로 이런 글을 썼을까?’라는 호기심이 있으면 그 점을 알기 위해 질문을 던지며 책을 읽을 것입니다. 그러면 텍스트 속에 담긴 메시지도 읽어낼 수 있게 되죠. 그렇게 찾아낸 메시지를 자신의 언어로 풀어내면 쓰기의 능력도 향상됩니다.
그래서 저는 자기 삶과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친구, 세상, 자연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이 먼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관심을 증폭시킬 수 있는 장치가 바로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실리콘밸리에서 오히려 철학과 토론, 독서와 글쓰기 교육을 한다는 이야기가 굉장히 놀랍더라고요. 작가님께서는 우리나라의 교육 중 어떤 부분에 가장 변화가 시급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단순 암기식 입시 교육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누군가 배설해놓은 지식을 암기해 똑같이 답을 적어내는 방식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의미가 없거든요. 열심히 답을 외워 적는 방식으로는 인공지능과 겨뤄서 승리할 수 없습니다. 암기로는 인공지능이 1등이니까요.
입시 교육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얻으려면 교과서 중심으로 공부할 수밖에 없습니다. 교과서는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학습 도구일 수 있으나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키우기는 어렵습니다.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은 단순 암기식이 아니라 호기심, 의문, 질문, 비판적 사고, 색다른 관점으로 읽고, 보고, 느끼고, 실천해야 형성됩니다. 부분이 아니라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도 필요하죠. 그런데 입시 교육으로는 위와 같은 능력을 품기가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입시 교육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십대들이 미래를 헤쳐나갈 때 반드시 가슴 속에 품고 있으면 좋을 고사성어를 단 한 가지만 고른다면 어떤 것을 고르시겠어요?
하하하. 또 한 가지를 골라야 하는군요. 그렇다면 저는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를 고를 것 같습니다. 살아가야 할 세상에 대한 예측도 필요하고 무엇보다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의미 있는 내일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지 못하고, 살아갈 미래에 대해 의미 있는 추론을 할 수 없다면 백 번을 싸워도 위태롭게 될 것입니다.
많은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에 빠져 있는 게 현실입니다. 언택트 시대에 학교 공부도 스마트폰이면 해결됩니다. 음식을 시켜 먹을 때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주문도 결재도 가능합니다. 친구들과 소통도 스마트폰으로 합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성찰할 시간이 없습니다. 하루가 정말 바쁘게 흘러가지만 정작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모릅니다. 존재 이유를 모르는 것이죠. 존재 이유를 모르다 보니 무엇을 위해 살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답을 내리기도 힘들죠.
그래서 저는 가장 먼저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고사성어로 자신을 들여다보고 살아갈 세상도 자세히 살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4차 산업혁명이라는 불안한 시대도 넉넉히 이겨낼 수 있을 테니까요.
마지막으로 『십대, 4차 산업혁명을 이길 능력』을 읽는 십대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세요.
오늘 우리 사회를 보면 위기의식을 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야말로 위기입니다. 자연과 생태계를 소중하게 가꾸지 못한 것이 부메랑이 돼 팬데믹 현상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학교도 마음 놓고 다니지 못한 현실이 되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일자리마저 줄어들어 어떤 직업을 선택하고 준비해야 할지 암담합니다.
어느 시대나 위기는 존재했습니다. 위기가 아닌 시대는 없었죠. 위기의 시대에 보란 듯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낸 사람들도 각 시대마다 존재했습니다. 위기를 극복한 사람들은 대부분 현실을 자각하고 나아갈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한 사람들이었습니다. 현재와 미래에 필요한 능력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해 그 능력을 장착한 사람들이었죠. 시대를 이기는 능력이 준비된 사람들은 모두가 위기라고 불안해할 때 희망을 품고 콧노래를 부르며 나아갔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십대 독자들에게 위기의 시대라고 두려워하지 말고 미래에 필요한 능력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지금부터 준비해 나아가라는 말을 전해주고 싶습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다섯 가지 능력만 제대로 장착하면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여러분의 즐거운 놀이터이자 행복한 일터가 될 테니까요.
*임재성 ‘삶의 주인’이 되고자 포스코에 사표를 던지고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청소년 교육 문제에 관심이 많아 사사청소년문화원에서 독서, 논술 교재를 집필했고 한결교육문화원을 설립해서 직접 독서, 논술을 지도했다. 폭넓은 독서 이력을 바탕으로 자서전을 비롯해 책 쓰기 강연을 해왔다. 8년 동안 16권의 책을 썼다. 인생의 갈림길에서 방황하는 사람들이 삶의 의미를 찾도록 돕는 것이 삶의 이유다. 저서로는 『태도의 힘』, 『질문하는 독서법』, 『진짜 공신들이 쓰는 미래 자서전』, 『더 넓고 더 깊게 십진 분류 독서법』, 『네가 진짜로 원하는 인생을 살아』, 『청소년을 위한 인성 인문학』, 『영화로 진로를 디자인하라』, 『지금 내게 탈무드가 필요한 이유』, 『천재보다 꿈꾸는 청소년이 성공한다』, 『생산적 글쓰기』, 『한비자의 인생 수업』 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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