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000’의 시대. 분위기에 휩쓸려 주식 투자를 시작한 후 하루 종일 증권사 애플리케이션을 들락날락하느라 일상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시도 때도 없이 호가창을 들여다보며 주가가 내리면 마음을 졸이고, 주가가 오르면 호들갑을 떠는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혹은 모두가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때, ‘나도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조급한 마음으로 확신 없이 이것저것 기웃거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토록 혼란스러운 시장 속에서 돈에 대한 가치관을 재정립하고, 금융 전반과 각종 투자상품에 대한 이해를 돕는 책이 발간되었다. 초보 투자자들의 시각에서 ‘돈’에 대한 모든 지식을 쉽고 친절하게 정리한 책, 『부의 도약』 박정선 작가를 만나봤다.
반갑습니다. 독자분들께 작가님의 간단한 소개와, 어떻게 『부의 도약』이라는 책을 쓰게 되셨는지 말씀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밀레니얼을 대상으로 한 금융 콘텐츠 미디어 ‘푼푼(PUNPUN)’의 편집장을 지낸 박정선이라고 합니다. 금융 콘텐츠 미디어를 직접 만들고 발행하기는 했지만, 사실 그 전까지만 해도 금융이나 경제와는 전혀 무관한 일들을 했어요. 패션지 피처 에디터부터 시작해서 커머스 스타트업, 유통 대기업, 종편 미디어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회사를 다녔습니다. (어찌 보면 투자보다는 쇼핑에 가까운 일을 더 많이 한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금융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금융과 경제에 대해 어렵게 생각하던 것들을 하나둘 정리하고 싶어졌습니다. 제 주변에는 여전히 그런 것들을 어려워하고 무관심한 이들이 많았거든요.
누구나 그렇듯 투자 초반이 순탄치만은 않았다고 들었어요. 그러던 와중에 본격적으로 돈 공부를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아무런 체계 없이 투자를 시작하다 보니 실패를 겪으면서도 쌓이는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아주 전형적인 개미 투자자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돈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게 된 건 아무래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부터입니다. 그 전까지는 정말 착실하게 돈을 모으면 집 한 채는 살 수 있을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1억 원을 모아놓고 보면 3~4억 원이 올라 있더군요. 언젠가부터 매일 퇴근하고 나서 부동산을 들어가서 보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살면서 처음으로 ‘이러다가 평생 집 한 칸도 못 마련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금융과 경제에 대해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돈 공부’라는 게 어떻게 보면 굉장히 추상적으로 느껴지기도 해요. 돈 공부라는 게 정확히 어떤 걸 뜻하는 건가요?
저도 그게 어려웠습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처음에는 무작정 재테크 책이나 주식 차트 책을 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나는 이렇게 성공했다’ 같은 팁들은 뭔가 단편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의 투자법이 먹혔던 시기와 지금의 상황은 또 다르기도 했고요.
그래서 근본부터 고민하고 싶었습니다. ‘나는 돈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같은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경제나 금융이 어려운 이유가 그저 어떤 용어를 몰라서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공부하면 할수록 그 각각의 용어들은 서로 어떤 상관관계로 이어져 있고 나름의 흐름이 있다는 게 보였습니다. 그 프레임워크를 파악하지 못하면 시장의 수많은 흐름들과 뉴스들의 행간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돈 공부는 스스로 돈에 대한 마음가짐을 정하고, 돈의 흐름을 보는 눈을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돈 공부를 하다 보면 눈에 보이는 것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투자를 하는 마음가짐도 조금씩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부자가 되는 데 ‘돈 공부’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우리는 항상 흔들립니다. 좋은 정보만 있으면, 정보를 많이 아는 사람과 친해지면 돈을 벌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그런 투자들은 결국에는 끊임없이 흔들리게 마련입니다. 항상 좋은 정보를 얻을 수도 없고, 설사 얻었다고 하더라도 애초에 스스로 그것을 보고 판단할 능력이 없다면 아무 짝에 쓸모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좋은 것이 좋은 것인지 알아채기 위해서라도 돈 공부는 꼭 필요합니다.
‘부자가 된다’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지만, 나의 부(富)가 조금씩 늘어난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항상막연하게 ‘돈을 많이 벌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자신이 부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가지 않으면, 결국 그 돈들에 짓눌릴 거라고 생각합니다. 100억 자산가가 되었다고 생각해보세요. 주식에 100억 원을 투자해두면 하루 만에 15억 원 정도가 날아갈 수 있습니다. 100억 원을 주식에 투자하려면 그 정도의 출렁임을 감당할 수 있는 멘탈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죠. 돈 공부는 결국 내가 모르는 것을 하나둘 알아가고, 그런 배움을 통해 투자에 임하는 마음 혹은 투자를 대한 멘탈을 강화시켜줍니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통해 실질적인 수익률을 이끌어내면서 동시에 내가 쌓은 부를 스스로 감당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흔히 말하는 ‘부자’와 평범한 ‘우리’의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리스크 관리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자들은 가진 것이 많지만 손실을 두려워하고, 우리는 가진 것도 없으면서 손실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100억 원이 있다고 치면 10%만 손실이 나도 10억 원이고, 10%만 수익이 나도 10억 원입니다. 그러니 그들은 적정한 수익률과 안정적인 자산운용을 추구하게 됩니다. 반면 우리는 자산이 적으니 아무래도 ‘큰 거 한 방’을 노리게 됩니다. 주식을 사도 ‘테마주’, ‘작전주’ 같은 것에 현혹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격적인 투자’라고 말하면서 리스크를 무시하며 요행을 바라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작가님이 투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그게 제일 중요합니다. 그걸 파악하지 못하면 돈을 잃는 것을 넘어 일상조차 잃게 됩니다. 리스크의 수준은 ‘1) 내가 투자한 금액의 크기’ ‘2) 내가 투자한 자산의 성격’에 따라 정해집니다. 100만 원 정도는 등락이 큰 테마주에 투자하거나 무심하게 생각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몇천만 원 정도 넣어두면 괜히 MTS를 드나들게 됩니다. 반면 몇천만 원을 투자했더라도 삼성전자 같은 우량주에 장기 투자를 하는 마음으로 한 것이라면 크게 흔들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 투자한 자금의 성격 혹은 전체 자산의 크기에 따라 그 정도는 다 다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투자한 자산이 너무 신경이 쓰여서 하루에도 몇 번씩 살펴봐야 하고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신경이 쓰인다면, 그 투자는 수익률이 높아도 어쩌면 실패한 투자일지도 모릅니다. 그럴 때는 마음이 안정될 수 있을 정도로 투자 규모를 줄이는 게 차라리 낫습니다.
마지막으로 혼란스러운 시장 속에서 이제 막 투자를 시작한 초보 투자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특히 요즘은 부동산과 주식 모두 급등하여, 모두가 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에 시달리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절대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조급함’이야말로 투자자의 적입니다. 꼭 오늘이 아니어도 기회는 있습니다. 모두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어느 날은 ‘이게 과연 가치 있는 것인가?’라는 의문을 자아내는 순간들이 오곤 합니다. 그리고 그런 의구심이 모여 자산 가격이 폭락했을 때가 때론 그 자산을 사기에 가장 좋은 시기이기도 합니다. 인생은 길고 주식 시장은 매일 열립니다. 시장에서 ‘존버’하려면 인생에서 ‘존버’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조급해하지 말고, 괜한 열패감이 사로잡히지도 마십시오. 긴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이럴 때일수록 긴 호흡으로 시장을 바라보시기를 바랍니다. 무엇보다도 건강하시고요!
*박정선 패션지 기자, 커머스 스타트업, 유통 회사, 미디어렙을 다니며 그저 열심히 직장생활을 했다. 그러다 ‘직장생활’에 대해 파헤쳐보고자 『희망퇴사』 라는 책을 한 권 썼다. 직장생활을 하며 주식, 펀드, ETF, 외국채 등등 투자도 열심히 했다. 직장생활도 투자도 그렇게 그저 열심히, 착실히 하다 보면 집 한 채 정도는 장만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런 바람은 보기 좋게 무너졌다. 그제서야 ‘자본주의’라는 녀석의 생리가, ‘돈’이라는 녀석의 본질이 궁금해졌다. 마흔 넘어 뒤늦게나마 시작한 돈 공부. 앎의 차이가 삶의 차이가 되지 않는 세상을 바라며, 그 공부 내용을 조금이라도 함께 나누고자 이 책을 썼다. 금융과 경제를 일반인의 시선으로 풀어내고자 금융 콘텐츠 미디어 푼푼의 편집장으로 활동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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