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련함과 성실의 합작, 태연의 What Do I Call You
시린 코끝을 간지럽히는 햇살이 닿는 곳에서 단숨에 써 내려간 일기장을 읊는 듯한 앨범은 '이만큼만 해도 문제없는' 태연을 담았다. 한 마디로 많은 것을 덜어낸 모습이다.
글ㆍ사진 이즘
2021.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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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곡이라는 단출한 구성에도 뚜렷한 변화를 챙긴다. 가 쨍한 스포트라이트 아래 화려한 아티스트를 끌어내 '내가 이만큼 할 수 있다'를 노래했다면, 는 이와 대척점에 서 있다. 시린 코끝을 간지럽히는 햇살이 닿는 곳에서 단숨에 써 내려간 일기장을 읊는 듯한 앨범은 '이만큼만 해도 문제없는' 태연을 담았다. 한 마디로 많은 것을 덜어낸 모습이다.

하나는 짙게 물들인 감정선을 배제한 것이겠다. 섬세한 표현이 응축을 거쳐 적당한 타이밍에 파열을 일으킨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선공개 곡 'Happy'를 원류 삼아 키워드를 단조로움으로 잡는다. 뭉근하게 우려낸 타이틀 'What do I call you'는 달콤쌉쌀한 목소리 질감과 변주를 절제한 미니멀 비트의 조응이 탁월하다. 담담한 온도로 일관되나 타고난 음색이 견인하는 흡인력은 그의 기량을 다시금 입증하는 요소다.

전반적인 흐름, 특히 어쿠스틱 기타의 차분함이 공존하는 'Galaxy'에서 특유의 비장감과 웅장한 스케일을 벗어 던지고 보컬 그 자체에 충실하고자 하는 모습이 감지된다. 즉, SM이라는 거대한 프로모션에서 '어느 정도' 멀어진 상황. 데커레이션을 뺀 채 유려하게 타고 넘나드는 가창은 곧 아티스트의 지지대로 자리 잡는다. 이때 조곤조곤한 무드를 깨면서 공기를 환기하는 역할 '들불'을 중반부에 배치하면서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것 역시 만족스러운 점이다.

다만 숨 고르기 단계로의 정착은 필연적으로 팝 스타의 현 행보와 겹쳐지게 된다. 컨셉트 면에서는 테일러 스위프트, 음악적으로는 아리아나 그란데의 그늘이 드리울 때가 있다. 일례로 후렴구의 팔세토가 돋보이는 'To the moon'은 아리아나 그란데의 의 잔향이 훅 들어오는 구간이다. 레퍼런스에 갇힌 정도는 아니나 '태연'이라는 브랜드가 갖는 기대치가 높기에 아쉬움도 동반한다.

안주하기보다 매번 다채로운 페르소나를 담으려 고민하는 모습이 여실히 드러난다. 꾸밈과 과잉 없는 '덜어내기' 방식에도 감정표현의 영역은 더 넓어진 는 노련함과 성실의 합작이다. 이제는 어떤 장르를 시도하더라도 무리 없이 자신의 이름을 새긴 깃대를 세운다. 다 제치고, 매서운 바람의 계절에 따스한 숨결을 불어 넣는 목소리가 깊이 가닿는 것만으로도 앨범은 생생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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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