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미니멀 사운드로의 집중, 아리아나 그란데의 Position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 <Positions>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영리하고 민첩하게 움직여온 아티스트다. 트레이드 마크였던 힘 있는 고음과 한 방을 노리는 선율 대신 스트리밍 시대 유행에 발맞춘 미니멀 사운드로의 집중을 견고히 다진다. (2021.01.20)


풋풋한 소녀를 거쳐 자신의 가치관을 당당히 말하는 주인공까지. 아리아나 그란데는 발매하는 앨범마다 고스란히 성숙의 발자국을 담아왔다. 그러나 마치 'thank you, next'를 14곡으로 늘려 매만진 듯, 전체적으로 디스코그래피를 그려봤을 때 이번 음반 <Positions>는 애매한 지점에서 익숙함의 질감만을 전한다. 물론 그 속을 파고들면 아티스트에게 일어난 커다란 변화를 캐치할 수 있다.

앨범 제목대로 그의 '위치'가 바뀌었다. 남성의 것과 같았던 머니/섹스 토크를 여성의 영역으로 가져온 <Dangerous Woman>, '7 rings' 그리고 'God is a woman'으로 새로운 시각을 펼쳐 놓은 <Sweetener> 속 주체성은 온데간데없다. 스스로를 바라보고 있던 시선이 상대에게 고정되면서 아티스트는 자연스레 자신의 자리를 내어준다. 'Positions'의 “너를 위해 내 모습을 바꾸고 싶어(Switchin' for the positions for you)”. 이 한 문장이 뒤바뀌어버린 자리를 입증하면서 누군가를 위해, 특히 성(性)적으로 자처하는 이미지를 단박에 그려지게 한다.

주춤한 가사와 달리 잘 세공된 보컬은 호재로 작용한다. 애인과의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서 얻은 몽글몽글한 감정을 목소리에 온전히 실었다. 흘러가는 물처럼 표현하는 창법의 다른 곡과 달리, 비트를 강조한 'Obvious'와 'Pov'는 감칠맛을 살려 쫀쫀함을 담은 흥미로운 구간이다. 도자 캣의 든든한 피처링으로 시너지를 만든 'Motive'와 알앤비 사운드 속 휘슬을 능수능란하게 해내는 'My hair'도 근사한 결과물이다. 따스한 사랑 아래 절제된 정서와 지루함을 덜어주는 스킬이 적절하게 버무려져 있다.

영리하고 민첩하게 움직여온 아티스트다. 트레이드 마크였던 힘 있는 고음과 한 방을 노리는 선율 대신 스트리밍 시대 유행에 발맞춘 미니멀 사운드로의 집중을 견고히 다진다. 듣고 즐기기에 무리는 없으나, 노랫말로 인해 앨범은 모호한 색깔을 띤다. '34 35'의 “난 이미 네 아내지만, 날 내연녀처럼 대해도 좋아(Even though I'm wifey, you can hit it like a side chick)”를 통해 아리아나가 '누군가의 여자'로 돌아섰음을 알 수 있다. 진솔함과 의존성,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기에 조금은 아쉬운 작품.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오늘의 책

20세기 가장 위대한 시인의 대표작

짐 자무시의 영화 〈패터슨〉이 오마주한 시집. 황유원 시인의 번역으로 국내 첫 완역 출간되었다. 미국 20세기 현대문학에 큰 획을 그은 비트 세대 문학 선구자,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의 스타일을 최대한 살려 번역되었다. 도시 패터슨의 역사를 토대로 한, 폭포를 닮은 대서사시.

본격적인 투자 필독서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 경제/재테크 최상위 채널의 투자 자료를 책으로 엮었다. 5명의 치과 전문의로 구성된 트레이딩 팀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 최신 기술적 분석 자료까지 폭넓게 다룬다. 차트를 모르는 초보부터 중상급 투자자 모두 만족할 기술적 분석의 바이블을 만나보자.

타인과 만나는 황홀한 순간

『보보스』, 『두 번째 산』 데이비드 브룩스 신간. 날카로운 시선과 따뜻한 심장으로 세계와 인간을 꿰뚫어본 데이비드 브룩스가 이번에 시선을 모은 주제는 '관계'다. 타인이라는 미지의 세계와 만나는 순간을 황홀하게 그려냈다. 고립의 시대가 잃어버린 미덕을 되찾아줄 역작.

시는 왜 자꾸 태어나는가

등단 20주년을 맞이한 박연준 시인의 신작 시집. 돌멩이, 새 등 작은 존재를 오래 바라보고, 그 속에서 진실을 찾아내는 시선으로 가득하다. 시인의 불협화음에 맞춰 시를 소리 내어 따라 읽어보자. 죽음과 생, 사랑과 이별 사이에서 우리를 기다린 또 하나의 시가 탄생하고 있을 테니.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