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택트의 시대를 열다, <골든핑거 기타페스티벌>
'골든핑거 기타페스티벌'은 기타만이 주인공이 되는, 온전한 기타의 사운드를 담아낸 축제로 올해 3회째 퍼포먼스를 이어가고 있다.
글ㆍ사진 이즘
2020.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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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산으로 더 이상 인산인해를 이룬 과거의 음악 페스티벌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이제는 새로운 플랫폼의 공연이 자리 잡고 있으며 온라인 비대면 온택트(On-tact) '골든핑거 기타페스티벌'도 이에 속한다. 9월 18일 느지막한 저녁, 평소라면 수많은 관객의 열기로 가득 차 있을 플랫폼창동61 레드박스의 드문 인적이 매우 낯설었다. 처음 마주한 온라인 콘서트의 현장은 드라이 리허설을 떠올릴 정도로 휑한 기운이 돌았으나 온라인 화면의 시청자들이 출연진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는 모습은 모두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일방향으로 방영되는 기존의 언택트(Un-tact) 공연과 달리 이들은 아티스트와 관객 간 소통이 가능한 화상 채팅 프로그램 'Zoom'을 통해 진행되었다. 스테이지와 함께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팬들의 모습이 동시에 송출된 덕분에 서로가 단조로움과 답답함에서 탈피할 수 있었다. 핸드폰 네온사인을 들고 응원하는 시청자, 부모님과 함께하는 아이부터 노란색의 드레스코드를 맞춰 입은 이들까지.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 무대를 즐길 준비가 돼 있었다.

'골든핑거 기타페스티벌'은 기타만이 주인공이 되는, 온전한 기타의 사운드를 담아낸 축제로 올해 3회째 퍼포먼스를 이어가고 있다.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기타리스트인 장호일(015B), 유병열(전 YB밴드, YBY그룹), 박창곤(이승철과 황제), 박영수(지하드), 조필성(예레미), 하세빈(네메시스)이 음악 평론가 임진모의 진행과 함께 한곳에 모여 또다시 레전드 무대를 선포했다.



엔니오 모리꼬네의 'Love affair'로 첫 무대를 장식한 하세빈은 기타를 마치 피아노처럼 다루어 멜로디에 집중할 수 있는 연주를 선보였다. 네미시스의 'Crescent moon', 'Emotions'로 예열 단계를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이어 장호일이 바통을 넘겨받았다. 'Surfing with the alien', 'Aneka'로 깊은 원숙미를 그렸고 015B의 대표곡 '아주 오래된 연인들'의 신나는 기타 연주로 모두가 하나가 되어 그 시절의 저력을 확인했다.

특유의 여유로움을 자랑하는 조필성은 'Sorry to say I love you'로 우리를 늦여름의 바닷가로 데려갔으며 한영애의 '누구 없소'로 즐거움을 더했다. 드라마틱한 속도를 자랑하는 박영수의 등장으로 분위기는 한층 무르익어 갔다. 특히 'Dragon of dreams'에서 악기와 합일된 아티스트의 모습은 멀리서 지켜보는 관객들도 빠져들도록 끌어당기는 힘 자체였다.



섬세함과 동시에 세찬 파동을 가진 유병열의 무대를 한 단어로 함축하자면 '힐링'이라 할 수 있겠다. 그만의 주법이 녹아든 'You raise me up'으로 모두 숨을 고르는 시간을 보내며 앞선 무대와 또 다른 인상을 받았다. 피날레를 장식한 박창곤은 'The winter', 'Beautiful world'의 굵직한 선율과 과감한 퍼포먼스로 전율을 심었다. 6인 6색의 다른 매력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잠시 잊혀진 록 스피릿을 깨우고, 록의 전성기를 수놓았던 때를 회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올해 2월에 열린 2회차 공연과 셋 리스트가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점과 합동 무대가 빠진 것은 아쉽지만, 변화한 환경에 맞춰 등장한 새로운 창구의 승리를 증명한다. 무대와 온라인 라이브를 둘 다 접한 입장으로서 생생한 현장감을 제대로 구현했다는 것이 이 공연의 핵심이라 확언한다. '한국 최초 Zoom을 통한 HD 화질 라이브'라는 문구가 곧 주최 측의 노력과 팬데믹 시대 속 비대면 문화의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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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