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있고 착한 내가 귀엽다면, (여자)아이들 우기
스스로 변수가 되기를 거부하지 않는 에너제틱한 우기의 모습은 너무나 유쾌한 쾌감을 선사한다. 귀엽지만, 귀여운 게 다가 아니란 뜻이다.
글ㆍ사진 박희아
2020.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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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걸그룹 (여자)아이들의 멤버 우기는 리본 모양으로 묶은 헤어스타일을 하고 팬들 앞에 나타나 환호를 받았다. 귀여운 외모가 아니었다면 쉽게 소화하기 어려운 독특한 스타일링이라는 점 덕분에 SNS상에서도 화제가 됐다. (여자)아이들의 ‘Dumdi Dumdi(덤디덤디)’ 무대를 하면서도 동그란 눈을 빛내고, 살짝 튀어나온 입술을 모은 우기는 앙증맞다는 표현에 담긴 전형적인 이미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걸그룹 멤버 그 자체였다.

(여자)아이들이라는 팀의 이미지는 다른 걸그룹들에 비해 거칠고 강하다. 하지만 데뷔 시절부터 우기는 귀여운 외모로 눈에 띄었다. CLC 이후 처음 데뷔하는 큐브 엔터테인먼트의 신인 걸그룹 멤버라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주목할 만했지만, 그 관심 가운데에는 (여자)아이들이란 독특한 정체성을 지닌 걸그룹 안에서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살리는 우기가 있었다. 그러나 데뷔곡인 ‘LATATA’ 무대에서 그가 입을 떼는 순간 예상치 못하게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가 흘러나왔고, 이를 들은 사람들 대부분이 의외라며 실제 그의 성격을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이런 외모와 목소리의 간극처럼, 우기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귀여운 이미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자신의 쾌활한 성격을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을 통해 드러냈다.   

외모와 달리 애교를 부리는 데에 능하지 않고 수줍음을 타는 일 없이 매사에 동작이 크고 명랑한 20대 초반의 여성. 그는 “귀가 왜 이렇게 작냐”는 멤버들의 농담에 “똑똑해서 그런 것 같다”고 뻔뻔스런 얼굴로 응수하고, “콧속을 보여줄 수 있냐”는 말에는 “안 해!”라고 온몸을 움직이며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심지어 “우기야, 착한 걸 티를 내야 돼. 넌 너무 착한데 사람들이 몰라”라며 멤버에게 영상 메시지를 보내야 하는 상황에서 “저한테 해도 되는 거냐”고 묻고 스스로를 칭찬하기까지 한다. 이런 모습을 통틀어 ‘귀엽다’고 말할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우기는 지금 K팝 신에서 가장 귀엽다는 칭찬을 받는 외모를 가지고 가장 의외의 요소들을 많이 보여주며 귀엽다는 단어의 의미를 확장한 아이돌 그룹 멤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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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외모로 눈길을 끄는 우기는 (여자)아이들이 표방하는 자신감 있고 종종 터프하기까지 한 여성들의 이미지에서 가장 이질적인 존재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도리어 그 점에서 우기는 (여자)아이들이 기존의 걸그룹 시장에서 커다란 이미지 전복을 꾀할 수 있는 힘이 된다. 양갈래, 리본 모양 머리, 레이스가 달린 치마 등 전형적인 여성 아이돌의 매력 어필용 도구를 가지고 정작 “멋지지 않아요?”라고 입을 크게 벌리며 웃고, 멤버들은 그런 우기를 가리키며 “허세가 너무 심하다”고 놀리는 상황 자체만으로 대다수의 사람들이 걸그룹 멤버에게 기대하는 ‘귀엽다’의 정의는 깨진다.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에서 튀어나오는 변수, 그게 바로 우기가 (여자)아이돌에 존재하는 이유다. 게다가 스스로 변수가 되기를 거부하지 않는 에너제틱한 우기의 모습은 너무나 유쾌한 쾌감을 선사한다. 귀엽지만, 귀여운 게 다가 아니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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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아 #덤디덤디 #우기 #걸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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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아

전 웹진 IZE 취재팀장. 대중문화 및 대중음악 전문 저널리스트로, 각종 매거진, 네이버 VIBE, NOW 등에서 글을 쓰고 있다. KBS, TBS 등에서 한국의 음악, 드라마, 예능에 관해 설명하는 일을 했고, 아이돌 전문 기자로서 <아이돌 메이커(IDOL MAKER)>(미디어샘, 2017), <아이돌의 작업실(IDOL'S STUDIO)>(위즈덤하우스, 2018), <내 얼굴을 만져도 괜찮은 너에게 - 방용국 포토 에세이>(위즈덤하우스, 2019), <우리의 무대는 계속될 거야>(우주북스, 2020) 등을 출간했다. 사람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