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결성된 모던록밴드 브로콜리너마저는 2007년 EP앨범 [앵콜요청금지]를 통해 대중에게 알려졌으며, 정규 앨범 <보편적인 노래>를 통해 청춘의 감수성을 대표하는 밴드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덕원(보컬/베이스), 류지(보컬/드럼), 잔디(건반)으로 구성 된 브로콜리너마저는 첫번째 정규 앨범의 ‘보편적인 노래’와 2집 타이틀곡 ‘졸업’이 함께 한국대중음악상을 수상하며 한국 밴드씬에 굵직한 발자취를 남겼다. 이후, 9년만에 세 번째 정규앨범 <속물들>을 발매하며 팬들과 함께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이며 더욱 어른스러운 메시지를 전달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 공연장에서의 공연이 어렵게 된 후로는 온라인 환경에 적응하여 “랜선 라이브”를 정기적으로 진행하며 시대의 흐름에 맞춰나가는 밴드로 거듭나고 있다. 하지만 브로콜리너마저는 이번 ‘이른열대야’를 대면으로 진행한다. ‘이른 열대야’는 2011년에 시작된 브로콜리너마저의 장기공연으로 올해, 10주년을 맞는다. 작년 새로이 개관한 노들섬 라이브하우스에서 7/3-19일까지 진행되는, 이제는 명실상부하게 브로콜리너마저의 대표 공연으로 자리잡은 ‘이른 열대야’를 채널예스에서 미리 만나 보았다.
‘이른 열대야’ 공연이 올해 10주년이라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10주년’이라는 말을 앞에 붙이게 되면 어쩐지 처음 시작할 때의 생각도 많이 날 것 같아요. ‘이른 열대야’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2집을 발매하고 나서 한창 공연을 많이 하고 싶었던 시기였습니다. 의욕에 가득 차 있었죠. 그때 당시 KT&G 상상마당 음향감독님으로 계셨던 분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장기 대관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흥미로웠습니다. 나름 공연 비수기라고 할 수 있었던 여름날, 기존 대관이 있는 날짜를 피해서 공연장을 한 달 내내 대관하기로 하고 공연을 준비했습니다. 여름밤의 공연이라 ‘열대야’ 라는 단어를 넣고 싶었는데, 그것만으로는 뭔가 색깔이 부족하지 않은가 고민하던 중 공연 포스터와 외벽 장식을 맡아준 디자이너 인희씨의 제안으로 ‘이른 열대야’ 가 탄생하게 됩니다.
일종의 틈새전략이었네요.
그 당시 여름 공연의 대세는 대형 락페스티벌이었고, 상대적으로 여름 시즌은 밴드 공연의 비수기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마침 전 해에 지산 락페스티벌에서 서브 스테이지 헤드라이너를 맡아서 발매 전인 ‘졸업’ 을 연주하면서 즐거운 경험을 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우리만이 할 수 있는 공연을 해 보자-라는 생각이었죠.
한 공연장에서 장기공연을 준비할 때에는 다른 공연들과 비교해서 좀 더 신경쓰는 부분이 있을까요?
셋리스트를 다양하게 준비하면 준비가 부족할 것 같고, 너무 같으면 장기공연을 하는 데 재미가 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죠. 매년 조금씩 방향이 달랐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무대 장치가 많을수록 공연곡 변경을 하는데 더 많은 노력이 들어가기 때문에, 극장 공연보다는 라이브 하우스에서 했던 공연이 즉흥적인 면이 더 많았습니다.
공연 셋리스트를 요일에 따라 다르게 하기도 했다고 들었어요.
요일별로 약간씩의 차이를 두기도 했었고요, 주차 별로 차이를 두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 말고도 실제 공연의 결과에 따라 셋리스트나 구성을 중간에 수정해 가면서 완성도를 높이려고 했어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기획을 이렇게 긴 시간 이어오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그만큼 지속하고 싶은 이유를 주는 순간들도 있었을 것 같고요. 멤버들 각자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있나요?
덕원 몇 주가 이어지는 공연을 하다 보면 매일매일 공연장에 도착하는 순간이 일상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는데요, 그런 일상의 순간이 막이 오르면서 특별한 공간으로 변하는 게 참 좋았습니다. 지치고 힘들 때, 그럴 순간에는 힘이 났었죠. 여름이 좋은 점도 있지만 냉방 등으로 목관리가 어려운 상황도 많았는데, 자주 가는 병원에서 친절한 선생님께서 잘 치료해 주시고 있어서 걱정은 덜 한 편이에요.
류지 공연을 준비하면서 대기실에서 보낸 시간들이 기억에 남아요. 장기공연을 하다 보면 지칠 수 있는데 대기실에서 덕원오빠가 내려준 커피를 마신다거나 멤버들과 함께 스트레칭을 하기도 하고 어깨를 마사지 해주며 서로를 응원해준 것이 작은 즐거움이지만 공연을 잘 이어나갈 수 있게 해주는 일들이에요. 그리고 야외 앵콜 때의 덥고 습한 공기와 관객들분의 얼굴들을 가까운 거리로 만날 때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느껴요.
잔디 10년간 7시리즈의 이른열대야를 치르며, 공연 중에 두 분이 쓰러진 적이 있어요. 아마 2011년과 2019년이었을 거에요. 올해는 정말 건강히, 무사히 공연이 진행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야외에서 이루어지는 앵콜이 기억이 많이 남아요. 상상마당, 웨스트브릿지, CKL 스테이지 등 다양한 장소에서 이루어진 앵콜무대는 매번 남달랐던 것 같습니다.
말씀하셨듯, 공연 후기들을 보면 ‘이른 열대야’는 앵콜을 잊을 수 없다는 이야기가 많더라고요.
야외에서 이뤄지는 앵콜은 정말 특별한 경험이에요. 처음 상상마당 주차장에서 했었던 때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새롭고 놀라운 순간이 만들어집니다. 우리의 노래를 들어주는 사람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자리죠.
처음 야외 앵콜을 하자고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누구였어요?
덕원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지만 저였어요. (웃음) 그때만 해도 정말 공연과 기획에 대해서 아이디어를 많이 내고 어떻게든 해내려고 했던 기억이 있어요. 지금의 한 20배 이상은 이런 저런 생각들을 쏟아내었는데, 생각만으로는 좀 어설픈 면도 있지만, 그것들이 실제로 만들어지는 과정은 기적 같은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야외에서 하는 앵콜도 재미있지만, 매년 ‘이른 열대야’에서 선보이는 MD, 자체 기획 상품이나 소소한 이벤트들도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 같아요.
멤버들 모두 공연 가면 무언가를 사오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공연에서 뭔가를 만들고 싶은 마음도 커요. 하지만 적절한 선을 찾는 것이 쉽지는 않아서 매번 고민을 하죠. 초기에는 뭔가를 만드는 일이 생각보다 부담이 크기도 했어요. 선택지는 많지만 최고의 만족도를 얻기는 여전히 힘든 것 같습니다.
MD를 제작하는 게 멤버들이 직접 갖고 싶어서라는 소문이 있던데 사실인가요.
일단 우리가 직접 써도 다 쓸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을 가지고 만들고자 하는 편이에요. 기념하려는 생각만으로 보관하기에는 방은 좁고 필요한 물건들도 많으니까요.
올해도 준비 중이신가요?
올해 MD로 ‘컵’을 준비했습니다. 원래 생각했던 기획보다도 더 멋지게 만들어지게 된 것 같아요. 음료 위로 떠오른 거리두기의 망점들이 포근한 구름을 그려내고 있고, 그 위로 밴드 로고가 떠 있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올 여름을 기억할 최고의 아이템이라고 생각해요- 노력해주신 디자이너분들과 제작업체에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수량이 많지는 않지만, 다들 즐겨주시면 좋겠어요.
기대가 되네요. 그리고 이번에는 지난 공연들과 다르게 ‘좀 더 이른 열대야’라는 이름으로 공연장이 있는 노들섬에서 사전 이벤트를 진행하셨더라고요. ‘좀 더 이른 열대야’는 어떤 공연인가요?
올해로 이른열대야 10주년을 맞게 되었어요. 이를 기념하고 브로콜리너마저를 좋아해주시는 분들과 시간을 나누고 싶어서, 노들섬에서의 공연을 준비하는 초기부터 생각했던 기획입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른열대야 공연 후에 매번 싸인회를 하였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체력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되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노들섬의 아름다운 공간에서 관객분들과 만나고 이야기도 나누고 작은 공연도 준비하려는 계획을 세웠지요.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당초 기획을 조금 변경하여, 온라인 라이브와 철저히 방역된 상태로 청중을 소수만 모시는 공개방송 형식으로 꾸려지게 되었어요.
오랜만에 관객들과 한 공간에서 공연을 하게 되었는데, 어떠셨나요?
앞에 소리내어 웃고 눈을 빛내며 음악을 들어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게 새삼스레 신기하고 기뻤어요. 정말로. 놀라울 정도로요. 마스크가 가릴 수 없는, 감정이 전달되어서 참 벅찼기도 했고요.
브로콜리너마저도 2020년 초반 계획했던 공연들이 취소된 걸로 알고 있어요.
네, 올 상반기는 ‘B-side’ 시리즈를 이어가면서 공연과 음원을 선보이려고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당혹스러운 시간을 보냈어요.
오프라인 공연들이 취소되면서 유튜브 채널을 통해 라이브 공연을 진행하셨죠? 최근에는 ‘격리기간의 우리들’이라는 타이틀로 시인분들과 함께하는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는데요.
공연만으로 시간을 만들어가기 보다는 다른 창작자들과 함께 폭넓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어떻게 보면 이 격리기간을 극복하고 고립되어 있지 않기 위한 노력이었다고 할까요. 저희로서도 연대와 소통에 대한 많은 생각을 했던, 그러한 시간이었습니다.
온라인 공연을 준비할 때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실제 공연을 준비하는 것 이상의 긴장감이 있었어요. 일단 연주를 하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전달되고 무사히 전송이 될까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막상 이야기를 나눌 때는 그 순간순간의 상황이 많이 영향을 미쳤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오프라인 공연에 대한 부담이 클 것 같은데, 진행을 결정하게 된 이유와 어떻게 준비를 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이제 앞으로 우리의 삶이 이전과는 다를 거라는 이야기들이 들려옵니다. 그렇게 체감하고 있기도 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무대에서 직접 음악을 들려드리는 공연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서 100퍼센트 확신할 수는 없어요. 다만, 가능한 선에서 최선의 노력을 하면서 어떻게 그 시간들을 맞이할까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공연장의 좌석을 거리를 두어 배치하고, 문진과 소독을 강화하는 한편, 동선을 잘 고려해 한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한 번에 모이지 않도록 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현장에 직접 의료인을 배치하여, 방역을 철저히 진행하려고 합니다.
올해 ‘이른 열대야’를 함께 할 관객들에게 관람 포인트를 살짝 알려주신다면?
언제나 그렇듯 공식적인 절차가 되어버린 야외 앵콜에 힘을 주게 될 것 같아요. 마침 공연을 하게 된 노들섬에 다양하고 멋진 장소들이 많거든요. 또 새 앨범에 들어가게 될 신곡들을 처음으로 연주하는 자리가 될 것 같아요. 공연에서 처음 신곡을 발표할 때는 떨리고 잘 전달될지 항상 걱정도 되지만, 들어주시는 분들이 느껴주시는 것 같아요.
'코로나 19' 시대를 지나는 많은 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공연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예술인들에게도 버티기 쉽지 않은 시기인 것 같아요. 격리시대의 브로콜리너마저에게 공연은 어떤 의미인가요?
음악을 청자들에게 전달하는 행위로서 음반 작업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저희에게는 의미 있는 것이 공연인 것 같아요. 하지만 그만큼 어렵기도 하고 고민도 많이 되는 일인데, 격리기간이 길어진다는 것은 더욱 쉽지 않은 일이지요. 이번에 ‘격리기간의 우리들’ 온라인 라이브를 하면서 느꼈던 가장 큰 지점은 이런 상황을 각각 이겨내려고 노력하기보다는 함께 연대하고 방법을 나누어 보는 것이 큰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 ‘이른 열대야’ 를 최선을 다해 진행하려고 하는 것도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
<브로콜리너마저 여름 장기공연 ‘이른 열대야’ - 2020> 예매하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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