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합니다, 동네 바보형이라는 말』과 『다르지만 다르지 않습니다』를 쓴 류승연 작가가 이번에는 배려에 대한 문장을 모으고 단상을 붙여 ‘친절과 다른 배려’에 대해 이야기한다. 배려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 본 사람이라면 아마 배려가 그다지 쉽지 않은 일임을 알고 있을 것이다. 『배려의 말들』은 배려가 필요한 여러 가지 상황을 우리 앞에 가져다 놓는다. 구체적인 상황을 제시하면서 타인의 입장에 서 보는 것이란 무엇이며, 선하지만 배려 없는 행동, 단호하지만 충분히 배려한 말이 무엇인지 조목조목 짚어 생각할 기회를 마련해 준다.
처음 ‘배려’라는 주제를 받아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이 드셨는지 궁금합니다. 『배려의 말들』은 어떻게 기획된 책인가요?
“배려? 오호~ 딱 내가 쓸 책이네~”라고 생각했어요. (웃음) 평소 저는 배려가 몸에 익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았거든요. 쓸 말도 많고 쉽게 쓰겠다고 자신했다가 아주 고생했어요. 배려에 대한 단상을 하나씩 정리하며 그동안 내가 배려라고 생각한 것들이 사실은 나 좋자고 행한 일방적 친절이라는 것을 알게 됐거든요. 배려의 본질부터 다시 정리하고 하나씩 생각해 나가다 보니 배려의 대상도 확장되고 존중과 태도에 관한 이야기로도 폭이 넓어지더라구요. 이 책의 기획은 편집자인 사공영 씨가 저를 처음 만난 날 염두에 뒀다고 합니다. 그때 저는 강연을 하고 사공영 씨는 제 강연을 듣고 있었는데요, 그날 제가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스무 살의 나에게도 알려주고 싶다”고 그랬다네요.
이번 책은 전작과는 조금 다르면서 어느 면에서는 비슷하기도 합니다. 어떤 점이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요? 집필 소감을 간략히 말씀해 주세요.
전작과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면 아마 장애에 관한 에피소드가 많이 보이기 때문일 거예요. 이 부분은 어쩔 수 없는 게 장애인과 노인, 여성 등 통상 사회적 약자라 불리는 이들이 사회적 강자로 지칭된 이들보다 배려받고 배려하는 상황에 더 많이 노출되곤 하거든요.
다만 이 경우 상대가 약자라는 생각에 ‘나’ 중심의 배려를 하게 되면 그때부턴 배려가 아닌 실수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나는 배려한 건데 상대가 갑자기 기분 상해하면 배려한 나는 억울하고 괘씸하기도 하잖아요. 이런 부분에 대한 제 경험을 나누며 모두가 함께 생각해 보길 바랐어요.
전작들과는 그 결이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해요. 전작들에선 장애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정체성으로 발달장애인과 함께 하는 삶이란 어떤 것인가를 알리는 데 초점을 맞췄지요. 이번 책에서는 ‘엄마’가 아닌 ‘나’로서, 제 자신의 이야기를 합니다. 이 차이는 아주 커요. ‘엄마’만이 아닌 류승연이라는 ‘나’ 자신으로서 비로소 서게 되었다는 느낌일까요?
엄마의 정체성을 벗어나 나라는 한 사람으로 서게 되니 배려의 대상과 범위는 이만큼이나 확대되더라구요. 그만큼 어렵고 험난했으나 의미 있고 값진 집필의 시간이었습니다.
『배려의 말들』은 유유의 ‘문장’ 시리즈 중 한 권입니다. 좋은 글귀를 찾을 때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왜 없었겠습니까. 초반에는 제 단상을 쓰는 것보다도 좋은 글귀를 찾는 게 더 힘들어서 헤맸어요. 제 주변 사람들에게 들은 좋은 글귀를 잔뜩 붙였다가 편집 과정에서 퇴짜를 당하기도 하고. (웃음) 알고 보니 유유의 문장 시리즈는 오랫동안 유지해 온 형식이 있더라구요. 책을 펼쳤을 때 왼쪽은 ‘권위’를 담당하는 좋은 글귀, 오른쪽은 그 글귀를 뒷받침하는 작가의 단상. 제 주변 사람들은 저만 아니까 그 말에 독자들을 설득할 만큼의 어떤 ‘권위’가 있다고 하기는 어렵죠. 그래서 퇴고하면서 왼쪽 페이지에 썼던 ‘그 사람들의 말들’을 오른쪽 페이지로 가져와서 ‘그들을 만나서 깨닫게 된 내용’, 단상으로 풀어냈어요. 좋은 글귀는 다른 책에서 찾아 대체해야 했으니 작업이 꽤 오래 걸렸고 힘들었어요. 아,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었던, 저만 아는 제 주변 사람 몇몇의 좋은 글귀는 무사히 책 안에 담았습니다.
사람들을 잘 배려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올바른 배려를 잘하는 사람들은 타인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충분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배려는 관심부터 시작되거든요. 내 앞에 선 상대, 그 존재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배려도 하게 되죠. 하지만 관심만 갖고 배려를 했을 땐 자칫 상대의 당황스러운 반응과 마주할 수도 있어요. 관심을 갖는 건 ‘나’죠. 나에게 주체성이 있어요. 그러다보니 배려를 해도 나 중심의 배려를 하게 됩니다. 정작 배려를 받는 건 상대인데 말이죠. 그래서 하나 더 필요한 게 상대에 대한 이해입니다. 내 관심과 상대에 대한 이해가 적절히 조화를 이룬 사람들이 올바른 배려를 잘하는 것 같아요.
어떤 사람들에게 책을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이 책을 꼭 추천하고 싶은, 또는 읽게 하고 싶은 특정 대상이 있다면요?
지금 누군가의 배려가 절실한 사람들이요. 이 말이 가장 먼저 떠올라요.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고, 잘하는 것도 없는 것 같고, 삶이 지치고 허무한 사람들. 타인의 관심과 배려가 누구보다 절실한 사람들에게 먼저 이 책을 추천하고 싶어요.
왜냐면 배려는요, 타인을 향한 것만이 아니거든요. 나조차 나를 배려하지 않으면서 타인만 배려하려 할 때 우리는 너무 슬퍼지잖아요. 그래서 이 책엔 자신에 대한 배려에도 큰 비중을 뒀어요. 나에게 있는 것이어야 남에게도 줄 수 있거든요. 그것이 사랑이든, 존중이든, 배려든.
그 다음으로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가 읽었으면 좋겠어요. 욕심이 너무 큰가요? (웃음)
왜냐면 우리 모두 할 수만 있다면 누구나 서로를 배려하며 살고 싶잖아요. “난 배려를 생각하면 두드러기가 솟아. 그런 건 멍멍이나 줘버렷” 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잖아요.
그런데 알고 보면 친절과 배려는 다르다는 거죠. 배려도 ‘알아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많은 이들 마음에 이 책이 가 닿았으면 좋겠어요. 배려 있는 사회, 지금은 이상적으로만 보이는 그런 사회로 나아가는 게 결코 허황된 꿈만은 아니거든요. 한 20년, 길어도 30년이면 도달할 수 있다고 전 믿어요. 모두가 하나의 같은 꿈을 꾸면 말이죠.
스스로를 “질문하는 사람”이라고 하셨고, “여전히 배우는 중”이라고 하셨어요. 이 책을 쓰시며 ‘배려’에 대해 새로 배운 것이 있으신가요? 앞으로 더 배우고 싶은 ‘배려’가 있다면요?
이 책을 쓰면서 새롭게 배웠다기보다는 그동안 제 삶에서 배운 것들을 차분히 되돌아보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말하고 싶어요. 이 과정이 없었다면 제가 배려에 대해 이만큼이나 많이 배우고 느끼고 깨닫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거예요.
집필 과정을 통해 제 전 생애를 되돌아보면서 제가 정말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많은 걸 배웠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관계 맺었던 모든 이들이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큰 배움을 주었더라구요. 흔히 아이들이 자랄 때 부모가 생고생하며 키워도 아이들은 혼자 잘 큰 줄 아는데 어른도 마찬가지인 듯해요. 저도 이 과정이 없었다면 이렇게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지금의 제가 있다는 것을 미처 인식하지 못했을 수도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참 고맙고 의미 있는 ‘배려의 말들’입니다.
앞으로 더 배우고 싶은 배려가 있다면 권력 관계 안에서의 배려를 배우고 싶어요. 분명 구조화된 권력 안에서의 배려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일상의 배려와는 또 다를 거예요. 이 부분은 제가 아직 배움이 짧기 때문에 살면서 더 배워 가고 싶은 부분입니다.
만약 또 문장 시리즈를 쓴다면, 어떤 ‘단어’로 쓰고 싶으신가요?
또 써요?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 부은 책이라 다음에 한 번 더 이 작업을 하게 되면 아주 그냥 폭삭 늙을 듯요. (웃음) 그럼에도 생각을 해 본다면…… ‘위로의 말들’을 써 보고 싶어요. 저 또한 위로가 절실한 어느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하지만 혼자서 버텨 내야 했던 그 시간이 죽을 만큼 힘들었기 때문에, 만약 지금 이 시간 위로가 절실한 누군가가 있다면 저처럼 혼자서 그 시간을 버티지 않아도 되게, 한 줄기 위로를 전할 수 있는 그런 책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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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