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지 “이별 앞에서 아파하는 당신에게”
여러 번의 이별을 한 후 스스로와의 관계로 무게 중심을 옮겨 가는 이야기를 해보자 싶었어요.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과거의 관계도 새롭게 보였고, 앞으로는 어떤 관계 속에서든 중심을 잡고 서 있고 싶다는 바람을 담게 되었습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0.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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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고한 만큼 지질해지고 열렬한 만큼 바스러지기 쉬운 사랑은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다. 사랑의 스펙트럼 안에서 우리가 겪게 되는 복잡다단한 감정의 변화를 예리한 시선으로 통찰하며 호평을 받은 『나는 너를 영원히 오해하기로 했다』에서 손민지 작가는 어떤 관계 속에서든 나답게, 튼튼하게 서 있기 위해 고민한다. 타인이 내 삶에 드나드는 동안에도 절대 변하지 않는 단 한 가지는, 나는 나를 떠나지 않는다는 사실뿐이니까. 혼자 있어도 행복할 줄 알아야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도 행복할 수 있다. 생명력을 잃은 관계에서 씩씩하게 빠져나올 용기, 다시 한번 사랑에 뛰어들 무모함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과의 관계가 좋을 때 비로소 생겨난다. 지금 사랑하고 있는, 한때 열렬히 사랑했던, 앞으로 사랑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나는 너를 영원히 오해하기로 했다』라는 제목이 인상 깊다는 독자들이 많습니다. 간단한 책 소개와 제목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이별 직후의 감정을 고백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서서히 완전한 혼자가 되어 가는 이야기입니다. 제목은 이별 후에 든 생각을 그대로 옮겼어요. 함께 하는 동안에는 서로를 이해하고 싶어서, 이해시키고 싶어서 무던히도 애쓰지만 헤어진 후에는 갑자기 그럴 필요가 없어지잖아요. 문득 미안한 마음도 들고 원망도 하고 여러 가지 감정이 드는데 연락해서 내 안에 남은 말들을 설명할 수도 없고요. 마찬가지로 상대방이 이별을 결정했다는 사실 외에 그 너머에 있는 상대방의 마음은 내 마음대로 추측해야 했어요. 그때 이별은 서로를 영원히 오해하기로 결정하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이상 어떤 설명도 덧붙일 수 없는 상태로 끝나는 것이었으니까요.

독립출판으로 먼저 세상에 나왔다가 이번에 정식으로 출간된 걸로 알고 있어요. 그 과정이 궁금합니다. 

이별 후 쌓인 말들을 정리해서 독립출판물로 만들었어요. 개인적인 이야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독립출판물의 특성상, 저와 비슷한 시간을 지나오신 분들이 읽고 서로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어요. 불안, 질투, 자기혐오처럼 숨기고 싶은 감정을 숨기지 않고 고백했는데, 감사하게도 그 부분을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셨어요.

처음 독립출판물로 나왔을 때가 2018년 1월이었는데, 1년도 더 지난 후 출판사로부터 정식 출간 제안을 받았어요.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저는 이미 그 책으로부터 많이 멀어져 있는 상태였어요. 이별의 상처는 모두 회복되었고, 더 이상 제가 할 말은 남아있지 않았어요. 그런데 단행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추가 집필을 해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사랑에 관해 더 이야기하는 것에 자신이 없었기에 방향을 잡느라 편집자님과 의논을 많이 했어요. 

제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지금 저의 상태에 대한 이야기였기에, 여러 번의 이별을 한 후 스스로와의 관계로 무게 중심을 옮겨 가는 이야기를 해보자 싶었어요.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과거의 관계도 새롭게 보였고, 앞으로는 어떤 관계 속에서든 중심을 잡고 서 있고 싶다는 바람을 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홀로서기 하는 내용으로 책의 뒷부분이 완성되었어요. 그 내용이 책의 2장에 실렸어요. 

그래서일까요. 1장을 읽고 2장으로 넘어가면서 작가의 입장과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마치 우리가 흔하게 겪는 이별의 극복 과정처럼요. 그 시간 동안 작가님의 마음에 어떤 변화가 있었던 걸까요?

지금껏 누군가와 헤어지면 당연히 다시 또 다른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지난 연애를 복기하며 다음에는 더 좋은 사람을 만나야지 하고 상상하는 일이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런 기대와 욕심을 멈추게 되었어요. 원래 의존적이고 외로움을 잘 못 견디는 편이라 사람들과의 관계에 매달렸는데 연애를 해도, 친구들을 만나도 내 외로움은 해결되지 않더라고요. 내 삶에 누군가가 늘 필요한 상태가 지속되는 것이 피로했어요. 타인이 어찌해주지 못하는 것을 바라는 게 스스로를 더 공허하게 만드니까 그럴 바엔 일단 혼자 잘 해보자 하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이 책은 이별 직후의 불안정하고 불완전한 감정에서 시작하지만 결국 혼자여도 괜찮은 삶을 긍정하며 끝나요. 사랑을 포기하는 것도, 불신하는 것도, 저버린 것도 아니죠. 오히려 사랑에 희망을 품었다고 보았는데요. ‘사랑’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맞아요. 사랑을 포기한 것도, 저버린 것도 아니에요. 그렇게 사랑으로부터 약간의 거리를 지키는 것이 제게 이롭다는 게 지금의 생각입니다. 사랑은 아름답지만 특정한 기대를 품는 순간, 늘 더 사랑받길 원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조금 편안하게 생각하고 싶어요. 혼자여도 괜찮고, 굳이 사랑받지 않아도 괜찮다고요. 특정인과의 사랑이 아니라도 동물에게 베푸는 사랑, 주변 사람들과 나누는 사소한 마음,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마음처럼 내 안에 있는 것을 나누는 것에서 사랑을 느끼려 하고 있습니다. 



“실연으로 아픈 이에게 필요한 바이블”, “다른 사람의 이야기인데 내 이야기 같아서 정말 이상한 글”이라는 독자평이 있을 정도로 많은 이들에게 깊은 공감을 받고 있어요. 이 정도면 평소에도 연애 상담을 많이 해주실 것 같은데요? 그 비결이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그동안 이것저것 재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감정을 쏟았어요. 친구들이 말리는 일을 기어코 하다가 상처도 받고, 스스로를 갉아 먹을 정도로 상대방에게 의존하거나 붙잡았던 적도 많은데 직접 다 해보고 나니 나름의 데이터가 쌓인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다양한 케이스에 감정이입을 잘하게 된 것 같습니다. 연애 상담을 하는 것도, 받는 것도 모두 좋아하는데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다 보면 나도 모르던 내 마음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사랑의 경험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그 기억은 지극히 주관적이라 생각해요. 작가님의 이토록 사적인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어떤 의미로 가닿길 바라시나요?

각자 사랑하는 방식이 다르고, 사랑에 대한 의미가 다르기 때문에 제 이야기가 각각 다르게 가닿을 것 같아요. 아주 다양한 상황에 놓인 분들이 읽으실 텐데 자기 자신과, 또는 타인과 조금은 더 잘 지내보고 싶다는 마음은 비슷할 거란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그런 마음에 조금이라도 응원이 된다면 기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사랑의 시작과 끝에서 불안함을 느끼고 있는 이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합니다.

사랑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것 같아요. 그러니 뭐든 마음 가는 대로 하셨으면 합니다. 관계에 실패했다 해도 스스로에 대해선 무언가를 분명 배우게 되니까요. 다만 사랑은 내가 행복하려고 하는 것이니까 아니다 싶으면 빠져나올 수 있는 용기도 함께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거창한 계획보다는 일상을 잘 지키는 것이 저의 계획이에요. 일단 현재 예정되어 있는 원고 작업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아요. 제 마음을 지키기 위해 지금처럼 꾸준히 달리기도 하고요. 캣맘 활동도 계속하며 작은 행복을 느끼며 지내고 싶습니다. 그 와중에 하고 싶은 말을 찾고, 쌓게 되길 바랍니다.



* 손민지

어떤 관계 속에서든 튼튼하게 서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 주로 쓰거나 달립니다. 독립출판물 『러닝일지 PACE』, 『떠나지도 머무르지도 못하고』 등을 만들었습니다.



나는 너를 영원히 오해하기로 했다
나는 너를 영원히 오해하기로 했다
손민지 저
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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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