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이 함께 나눈 유쾌한 죽음 수다
내가 내 ‘죽음과 죽어감’을 고민하지 않으면, 내 가족들의 삶이 고통스러워져요. 가족의 죽음이나 죽어감에 닥쳐 되돌릴 수 없는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 압박감은 상상하기 어려울 거예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0.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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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에 생명을 불어넣는 ‘기계설계’ 분야에서 9년간 외래교수로 활동하던 저자는 ‘인간의 삶과 죽음의 설계’에 관심을 갖게 된 후로 교육학을 재전공하고, 현재까지 시민과 학생을 위한 죽음교육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저자이지만, 할머니의 치매 간병 중 휴가를 온 엄마와 특별한 대화를 나눈 것을 계기로 정작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의 삶을 완성하는 일에 무심했다는 생각에 『엄마는 죽을 때 무슨 색 옷을 입고 싶어?』 를 썼다. 


할머니의 치매가 악화된 것을 계기로 7남매는 혼자서도 잘 생활하시던 할머니를 24시간 돌아가며 간호하게 되었다. 90대 치매 노모를 간병하던 70대 엄마는 스트레스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40대 딸인 저자에게 탈출하듯 3박 4일간 휴가, 일명 ‘치매 간병 해방 여행’을 왔다. 엄마는 60대 막내의 통 큰 효도에서 시작된 7남매의 좌충우돌 치매 간병 에피소드를 며칠 사이 무용담처럼 풀어놓았다. 90대 할머니, 70대 엄마, 40대 딸까지 모녀 3대의 인생 결산 수다의 시작이었다. 


할머니의 치매 그리고 엄마의 할머니 간병 일화에 대해 들으면서 저자는 노년의 부모를 돌보는 데 어떤 준비와 노력이 필요한지는 물론, 좋은 죽음이란 무엇인지, 또 언젠가는 반드시 올 삶의 끝에 엄마가 바라는 당신의 마지막은 어떠한지 등에 관해 엄마와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이야기 나눈다. 작가가 들려주는 모녀 3대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부모는 물론, 자기 자신의 늙어감과 죽음을 들여다보게 한다. 누구나 어머니가 있고, 누구나 죽는다. 당신의 어머니도. 그토록 소중한 사람의 마지막은 오롯이 당신의 몫이기에, 이 책은 아주 많이 늦어버리기 전에 함께 이야기해보기를 다정하게 권한다.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컴퓨터응용 기계설계’라는 학과의 외래교수를 9년 정도 했습니다. 컴퓨터를 기반으로 기계나 생산설비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쉽게 말해 기계에 생명을 불어넣는 기술을 가르쳤지요. 그러던 중 기계가 아닌,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설계’야 말로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삶과 죽음’에 관한 여러 교육프로그램을 설계하고자 평생교육사가 되고 싶었어요. 다시 학생으로 돌아가 평생교육학을 전공하고, 직접 평생교육원을 운영하며 생애설계 및 웰다잉 분야의 강사들을 양성해 왔어요.


평생교육 분야에서 다룰 수 있는 주제는 죽음, 삶, 사람, 자연 등 무엇이든 될 수 있어요. 우리 주변에 항상 문제로 남아 있지만, 기존 교육의 틀 안에서는 시도해보지 않았던, 하지만 미래가치나 행복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면 어떤 주제든 연구하고 설계할 가치가 있습니다. 근래 가장 관심이 큰 주제는 좋은 죽음인데요, 우리나라도 일본이나 독일, 미국처럼 학교나 공공기관에서 ‘죽음준비교육’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저는 한국에 적합한 죽음준비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려는 여러 동료와 함께 열심히 걸어가고 있습니다.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엄마가 딸인 저희 집에 ‘치매 간병 해방 여행’을 오셨는데, 들고 오신 된장 보따리 속 된장 맛이 바뀐 것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한 시절, 된장은 그 가족의 안부이며 역사였잖아요. 40여 년간 먹어오던 할머니의 된장을 할머니의 치매로 더 이상 맛볼 수 없게 된 상황에서 평소에 느끼지 못한 다른 감정이 생겼어요. 그래서 ‘어! 할머니 된장이 아니네?’ 하는 질문으로 엄마와 3박 4일간 할머니 치매 간병 이야기가 시작되었어요. 할머니의 치매와 입원이 우리 가족에게 질문을 던진 거죠. 한 세대의 저묾을 지켜보면서 문득 우리 엄마는 어떻게 남은 삶을 완성하고 싶어 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제목이기도 한, ‘엄마는 죽을 때 무슨 색 옷을 입고 싶어?’라는 질문은, 보이는 것과 달리, 옷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포괄적인 질문입니다. 죽음 혹은 죽어감에 관한 생각을 묻는 다른 많은 질문으로 나아가게 하는 시작점에 놓일 만한 질문이자, 그 질문들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함축적이고 상징적인 질문이라고 할 수 있죠. 이 질문에서 장례식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데요, 생각해보면 생일파티를 해줄 때는 주인공의 취향을 고려하여 준비하잖아요. 장소나 초대할 친구들도 고심해서 정하고, 맞춤형 이벤트를 준비한다든가... 근데 장례는 다 똑같아요. 검은 상복을 입고 육개장을 먹으며 삼일장을 치르죠. 고인이 삶의 끝자락에서 어떤 것을 거부하고 싶어하고,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어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죠. 





엄마와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뒤 느꼈던 점이 있나요?


솔직히 저도 접근은 어려웠어요. 일단 제가 안 죽어봤잖아요. 누구를 대신해서 죽어 줄 수도 없는 거고요. 죽음이 무언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무엇을 기준 삼아 이야기해야 하는지 모르는 거죠. 그래도 명색이 좋은 죽음을 가르치는 사람인데 정작 소중한 사람들의 죽음에는 아마 많은 독자분들과 똑같이 불편해하고 애써 침묵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어느 날 할머니께서 다리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하신 일이 있었어요. 그 덕에 치매가 전보다 심해지셨고요. 할머니 덕분에 엄마와 저는 물론, 우리 가족은 노화, 치매, 죽음 등에 대해 깊은 속내를 터놓고 대화하게 되었어요. 불행 중 다행이랄까, 너무 감사한 일이죠. 


사실 ‘산소’ ‘봉안’ ‘부고’ ‘유골함’ ‘수의’ 등 단어를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은 거기서 연상되는 슬픔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 단어들을 품고 있는 제도나 관습 탓도 커요. 현재 널리 퍼져 있는 장례문화가 자신의 감정이나 상황과 맞지 않는데, 그걸 이야기하거나 함부로 바꾸기가 어려워요. 기존 문화로는 각자가 평소 갖고 있던 죽음에 대한 감정이나 집안마다 처한 제각각의 상황을 담아내기가 어렵죠. 제가 엄마와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이 어려운 단어들이 가벼워진 건 분명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죽음을 맞는 분의 의사라는 데는 누구도 반대하기 어려우니까요.


엄마가 3박 4일 동안 딸인 저에게 와서 들려준 무용담 같은 간병 에피소드들을, 저는 물론이고 주변에서 너무 재밌어했어요. 엄마도 당신 엄마의 치매는 처음이니까, 나이 칠십인데도 유치원생같이 허둥지둥하면서 시시때때로 터지는 문제의 대처법을 찾아내고, 할머니도 그 안에서 여러 불편함을 감수하며 적응해가시고 하는 것이, 웬만한 청춘성장드라마 못지않은 ‘노인성장드라마’를 보는 듯했다고나 할까요. 할머니의 칠남매가 좌충우돌하면서도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나라에서 보장하는 복지시스템이나 주변의 도움을 찾아내는 이야기는 한 편의 영화처럼 스릴도 있었어요. 이런 모든 이야기를 들으며 저는 제 부모의 마지막 그리고 저의 마지막에 관한 일들을 미리 배울 수 있었죠. 보고 들은 게 있으니, 저는 좀 덜 당황하고 좀 덜 후회하리라고 기대합니다. 


왜 삶 속에서 죽음을 고민해야 하나요?


죽음을 삶의 연속 선상에 있는 사건으로 보는 관점에 동의하는 입장입니다. 죽음을 삶과 분리된 것으로 볼 수 없는 거죠. 단적으로 말해서, 내가 내 ‘죽음과 죽어감’을 고민하지 않으면, 내 가족들의 삶이 고통스러워져요. 가족의 죽음이나 죽어감에 닥쳐 되돌릴 수 없는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 압박감은 상상하기 어려울 거예요. 게다가 죽음은 오롯이 혼자 겪어내야 하잖아요. 누구에게 대신해달라 할 수 없으니 우리는 각자의 죽음에 대해 고민하고 자신의 철학을 세워야 한다고 봐요. 그러면 좋겠어요.


책을 쓰면서 엄마들은 늘 자식 걱정한다는 말을 더욱 실감했어요. 당신의 그 날이 아들, 딸들에게 고통이 되거나 슬픔으로만 남지 않기를 바라는 엄마의 고민은 생각보다 깊고 길었더라고요. 엄마가 찾은 답은 행복한 장례식이었죠. 엄마는 그렇게 당신의 죽음마저도 우리에게 선물처럼 주고 싶은가 봐요. 저도 훗날 엄마가 그랬듯 그렇게 하고 싶어요.


죽음을 고민하는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 삶의 변화가 있다면?


죽음이 두려운 것은 누구도 겪어본 적 없는 상황에서 드는 여러 복잡한 감정 때문입니다. 내 삶이 끝난다는 상실감, 가족과의 이별에 따른 슬픔 등이죠. 그런데 다행히도(?) 내 삶의 마무리를 ‘상실’로 할 것인지, ‘완성’으로 할 것인지는 본인의 의지에 달렸습니다. 만약 내가 시간의 흐름에 휩쓸려 ‘당하게 되는 죽음’에 이르게 된다면 상실감이 매우 크겠죠. 하지만, 내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방향에서 ‘맞이하는 마지막’에 이르게 된다면 만족스러운 완성을 이루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제일 큰 변화는 삶의 가치를 되짚어보게 된다는 점이에요. 삶의 관점에서 삶은 살아가는 것이지만, 죽음의 관점에서 삶은 죽어가는 거잖아요. 죽어간다는 것은 지나온 것이 아닌, 앞으로 다가올 것에 집중하는 것이기도 하지요. 이렇게 살아온 날의 가치보다 살아갈 날의 가치에 더 주목한다고 할 수도 있겠지요? 앞으로 어떻게 살까? 앞으로 어떤 가치로 살까? 무엇으로 그 가치를 완성할까? 등을 물으면서요. 죽음이라고 할 때 상실감이나 막연한 두려움을 떠올리는 게 아니라, 일상을 살아낼 때만큼이나 열심히 준비하여 삶을 완성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면 정말 고마운 변화라고 하겠지요.





책을 쓰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책을 쓰기 시작하면서 엄마에게 좋은 죽음을 멋지게 선물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다 쓰지도 않았는데 뿌듯하고 스스로가 대견하고 효녀가 된 것 같고 그랬죠.(웃음) 실제로 책을 완성하기도 전인데, 나를 소개해야 하는 자리마다 ‘엄마에게 선물한 죽음’을 쓸 작가 신소린입니다.‘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글을 쓸수록 죽음은 떠나보내는 자가 준비하는 게 아니고, 떠나는 자가 당신의 삶을 완성하기 위해 준비하는 것이고, 보내는 자는 그 완성을 곁에서 응원하고 도와주는 거라는 깨달음은 참 여운이 길었어요.


또한 부끄럽지만, 이런 얘기를 한다고 해서 제가 평소 살가운 딸이거나 효녀인 것은 더더욱 아니에요. 그전에는 ‘엄마’라는 단어로 별로 눈물을 글썽여 본적이 많지 않아요. 근데, 이번 책을 쓰면서 너무 친해져서 ‘엄마~’하고 부르기만 해도 계속 눈물이 나요. 내 안에 엄마라는 사람의 인생이 깊숙이 들어온 것 같아요. 재미있게도 엄마의 죽음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었지만, 반대로 엄마의 삶을 돌아보게 되었어요. 엄마의 죽음에 대한 가치관을 알게 된 것이나 저 또한 엄마의 생각에 감화된 것이나 모두 저에게 선물로 돌아왔어요. 어떤 사람의 죽음에 관심을 가지면 그 사람을 더 깊이 사랑하게 된다는 것을 절감했어요.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이 책으로 정답을 제시한 것은 아니에요. 어떻게 한 사람의 삶의 완성에 정답이 있겠어요. 다만 수업에서 전달했던 다양한 이론가들의 딱딱한 이론보다 바로 제 경험을 이야기로 전달하고 싶었어요. 특히 제 어머니가 장기기증, 시신기증, 행복한 장례식 등의 이야기를 하셨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하나의 ‘이야기’예요. 각자 평생을 살아오며 쌓은 가치에 따라 희망하거나 생각하는 마지막 모습은 각기 다양한 게 당연하지 않겠어요? 여기서 변하지 않는 전제는, 죽음은 보내는 자가 아닌 떠나는 자기 자신의 삶을 완성하고자 하는 의향이 조명되어야 한다는 점이겠죠. 그분의 삶이 그분의 가치에 따라 완성되는 것이라면 그 어떤 모양이라도 좋을 거 같아요. 그럴 때야 비로소 당하는 죽음이 아닌 ‘맞이하는 죽음’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엄마는 죽을 때 무슨 색 옷을 입고 싶어?』 의 시작은 한 단어로 ‘관심’이었어요. 관심이 생기니 궁금해진 거죠. 너무 익숙해서 소중함을 잊었던 사람들에게 이제 고개를 돌려 따뜻한 시선을 줘보세요. 그리고 먼저 용기 내어 질문해보세요! 당신은 죽음을 어떤 색으로 채색하고 싶나요? 어떻게 삶을 완성하고 싶은가요? 그러면 그 대화 속에서, 제가 그랬듯, 외려 선물을 받게 되실 거예요! 부디, 제 책뿐만 아니라 여러분의 소중한 사람들에게도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엄마는 죽을 때 무슨 색 옷을 입고 싶어?
엄마는 죽을 때 무슨 색 옷을 입고 싶어?
신소린 저
해의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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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