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코틀러, 허마원 카타자야, 후이 덴 후안 저자
‘현대 마케팅의 아버지’로 불리는 필립 코틀러의 신간이 3년 만에 출간됐다. 2017년에 출간한 『마켓 4.0』 이 마케팅의 이론 편이었다면, 『아시아 마켓 4.0』 은 실전편이라고 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은 기업들이 현장에서 각각 어떻게 분투하고 있는지, 어떠한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구현하고 있는지 면밀히 살펴볼 수 있다.
마케팅 학계를 선도하는 세계적 연구자 필립 코틀러는 현대 디지털 시대에 강력한 마켓으로 떠오른 아시아에 주목했다. 서양의 초강대국은 여전히 강력하지만 신흥 시장의 혁신은 무시할 수 없다. 전 세계가 아시아 신흥시장에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규모와 가치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아시아는 인구와 구매력 또한 높은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글로벌 시장이 대혼란에 휩싸였다. 아시아 증시가 크게 폭락하고 유럽과 미국 증시도 대폭락장이 연출돼 많은 사람이 심각한 경제 악화를 예상하고 있다. 경제적 여파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기업이 추구해야 할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핵심 가치를 지키는 것이다.
『아시아 마켓 4.0』 에서 아시아 18개국 기업 36개의 성공 사례를 분석한 필립 코틀러와 허마원 카타자야, 후이 덴 후안에게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하게 연결된 디지털 시대에 기업이 나아가야 할 마케팅의 방향성과 한국 기업의 잠재 가능성에 관해 물었다.
시대가 변화하고 기술이 발달하면서 마케팅 접근법도 달라졌습니다. 특히 소비자를 바라보는 관점이 크게 변했는데요, 이전에는 소비자를 단순히 제품 구매자로서 바라보았다면 최근에는 제품은 물론 기업의 가치와 서비스를 소비하는 주체로 떠올랐습니다. 마케팅 시장에서는 기업 가치를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까요?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가치는 매우 중요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이제 고객을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가치 요구자(Value demander)’로 보아야 합니다. 소비자는 기업이 생산할 수 있는 최대의 가치를 얻고 싶어 합니다. 그것을 얻지 못하면 경쟁사 제품을 선택하겠지요. 경쟁사 역시 마찬가지로 또 다른 가치 제공자입니다. 마케팅에서 가치는 매우 중요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브랜드’를 가치 표식자(value indicator), ‘서비스’를 가치 증강자(value enhancer), ‘프로세스’를 가치 조력자(value enabler)로 여겨야 한다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소비자의 니즈와 트렌드를 세심하게 살펴 기업만의 가치를 끌어내야 한다는 것인가요?
그렇습니다. 오늘날 고객은 소비자인 동시에 생산 파트너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일부 기업에서는 제품 개발의 여러 단계에 고객이 활발히 참여할 기회를 열심히 제공합니다. 즉, 최종 생산품은 사실상 기업과 고객이 협업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는 만일 기업이 이러한 공동 생산의 과정을 잘 시행한다면 생산 제품의 가치가 훨씬 커진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아시아 마켓 4.0』 에서 ‘소비자는 더 이상 왕이 아니다’라는 문장이 떠오르는데요, 마켓 4.0 시대의 고객은 기업의 파트너라고 이해할 수 있겠네요.
물론이죠. 세상이 연결된 수평화의 시대에서 가치의 핵심인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더 깊이, 더 의미 있게 다가가게 되었습니다. 브랜드에서는 M2M(machine-to-machine) 연결을 예외로 한 인간적(human-to-human) 교류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는 브랜드를 캐릭터라고도 부릅니다.
가치를 이루는 다른 두 요소인 서비스와 프로세스도 변했습니다. 서비스는 ‘케어(care)’로 재정의되고 프로세스는 ‘협력(collaboration)’으로 바뀌었습니다. 서비스를 케어로 보는 개념에서는 소비자를 소비자가 아닌 친구로 여깁니다. 프로세스 협력의 경우 통합 생산 일정을 세운다든가 협업하여 제품을 개발하는 등 상호성을 지닌 프로세스가 매우 많습니다. 프로세스 협력이 이뤄지면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하는 것보다 훨씬 생산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으며, 진행 과정 역시 활발하게 이뤄지겠지요.
고객과 협업하며 가치를 끌어내는 마케팅 접근법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기업의 사례를 알 수 있을까요? 『아시아 마켓 4.0』 에서는 센추리퍼시픽푸드를 비롯한 다양한 기업을 소개했는데요, 책에 실린 기업 외에 다른 예가 있을까요?
인도의 힌두스탄 유니레버(Hindustan Unilever, HLL)를 들 수 있습니다. 힌두스탄 유니레버는 ‘프로젝트 샥티’라는 전략 프로그램을 이용해 지역 공동체와 협력하며 농촌 시장으로 사업을 성공적으로 확대했습니다.
인도인의 약 67%가 시골 마을에 삽니다. 문제는 ‘50만 개에 이르는 시골 마을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였습니다. 도시보다 인구도 훨씬 적은 데다 아주 외딴 곳에 있으니까요. 수백만의 잠재 고객이 있지만 소매 유통망은 빈약하고, 광고를 하기도 어려운 데다 도로와 교통 상황도 좋지 않지요. 힌두스탄 유니레버가 프로젝트 샥티라는 해결책을 처음 적용한 곳은 인도 남부에 있는 안드라프라데시 주였습니다. 사업 목표는 미개척 시에 진출하고, 지역의 인플루언서를 활용해 브랜드를 강화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인도 전역에서 많이 생겨나던 여성 자립 모임에 다가가는 전략을 사용했습니다. 이런 여성 자립 모임은 대개 양심 없는 사채업자가 부과하는 과도한 이자를 피해 돈을 절약하고, 여성들끼리 서로 경제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습니다.
프로젝트 샥티를 통해 힌두스탄 레버와 시골 지방의 공동체 모두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후에 이 프로젝트는 지역별 상황에 맞추어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파키스탄, 베트남 등 다른 신흥시장에도 도입되었습니다.
『아시아 마켓 4.0』 에서는 18개국 36개 아시아 기업의 마케팅 성공 사례가 소개되어 있는데요, 한국은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가 있습니다. 두 기업의 특징을 간단히 설명해 주세요.
삼성전자는 글로리컬라이제이션(Glorecalization) 마인드세트를 통해 아시아 기업으로써 글로벌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했습니다. 삼성은 첫째, 협력과 혁신이라는 일관된 글로벌 가치를 지킵니다. 둘째, 지역 전략으로 아시아와 아세안 시장에서 시장을 선도하는 제품을 출시합니다. 셋째, 삼성은 마케팅 전술(특히 홍보와 유통 채널 측면에서)을 실행할 때 현지 상황을 고려합니다.
현대자동차는 제품 개발 등의 부분에서 자원과 역량을 늘리고, 활용하는 데 아주 뛰어난 기업입니다. 현대는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를 통해 외부와 협력하는 방법을 택했죠. 현대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힘을 믿습니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기업은 제품 개발에 도움이 되는 좋은 아이디어를 더욱 쉽게 얻을 수 있지요. 현대자동차그룹은 전 세계 다섯 곳에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를 세웠습니다. 그중 베이징, 베를린, 실리콘밸리, 텔아비브에 해외 센터가 있습니다. 현대는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를 통해 뛰어난 아이디어를 얻고, 기술자, 스타트업, 기업가, 학자, 연구자가 모여 기술 개발에 협력합니다. 5개 이노베이션 센터를 통해 역동적인 소비자의 니즈를 만족시킬 뿐 아니라 미래 소비자의 니즈까지 만족시키는 돌파구 제품을 만들고 싶어 합니다.
한국 기업을 비롯한 아시아 기업이 지역 시장을 벗어나 사업을 확장하고 나아가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어떤 차별화를 가져야 할까요?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로 사업을 확대하려는 아시아 기업은 우리가 글로리컬라이제이션이라 부르는 ‘3C 공식’을 사용해야 합니다. 3C 공식에서 첫 번째 C는 일관된 글로벌 가치(Consistent Global Value)입니다. 기업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가치는 브랜드, 서비스, 프로세스라는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세 가지 요소를 개발하는 데 큰 비용이 들어가므로 마케터가 이 요소들을 표준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브랜드를 캐릭터로 변화시킬 수 있고, 그러면 소비자는 캐릭터를 보고 같은 내용을 연상하고, 같이 인식하며, 같은 이미지를 떠올립니다.
글로리컬라이제이션 공식의 두 번째 C는 통합된 지역 전략(Coordinated Regional Strategy)입니다. 아시아 시장이 사회문화적으로 다양성을 지니고 있지만 거기에는 3개의 커뮤니티(하위문화)가 있고, 이 하위문화가 아시아 시장의 역학관계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바로 청년, 여성, 네티즌 문화입니다. 이 문화는 시장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기업은 잘 통합된 지역 전략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세 번째 C는 맞춤형 현지 전술(Customized Local Tactic)입니다. 전술은 차별화, 마케팅 믹스, 그리고 영업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차별화는 우리가 경쟁사와 어떻게 다른가 하는 문제이고, 현지 수준에 따라 맞춤형으로 정해야 합니다. 이에 따라 마케팅 믹스와 영업 기술도 현지 조건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죠.
현재 한국 기업은 글로벌 마켓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지 궁금합니다. 또한 앞으로 더 많은 기업이 글로벌 마켓에 진출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한국 기업을 포함한 아시아국가의 여러 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시장은 중국과 아세안입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일부 한국 기업은 이 시장을 얻기 위해 많은 자원과 노력을 쏟고 있지요. 중국 시장과 아세안 시장의 규모와 성장률을 생각할 때 이러한 상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습니다. 다만 이 시장에는 현지 기업과 다국적 기업을 포함해 여러 경쟁사가 진출해 있어 경쟁이 비교적 치열하다는 것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 기업에게 핵심 글로벌 시장이 될 수 있는 곳은 중국을 제외하면 미국 시장과 유럽 시장입니다. 상대적으로 인구가 많을 뿐 아니라, 이 지역 소비자들은 구매력이 높죠. 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당연히 가능한 한 최고의 가치를 소비자에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국 기업에게는 부족함이 없는 부분이죠. 그러므로 한국 기업은 미국 시장과 유럽 시장에서도 강력한 성장 잠재력을 지녔다고 생각합니다.
*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
노스웨스턴대학교 켈로그경영대학원 석좌교수로, ‘현대 마케팅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세계적인 마케팅 대가다. 시카고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 MIT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외에도 해외 여러 대학에서 22개의 명예학위를 받았다. 70권이 넘는 책과 150개 이상의 논문을 썼으며 IBM, 제너럴일렉트릭, 소니, AT&T, 뱅크오브아메리카, 모토로라, 포드 등의 기업에서 컨설턴트를 맡았다. 〈파이낸셜타임스〉에서 세계 10대 경영사상가로 선정된 것은 물론, 그의 책 《마케팅 관리론Marketing Management》은 ‘역대 최고 경영서 50’에 꼽히기도 했다.
* 허마원 카타자야(Hermawan Kartajaya)
컨설팅, 시장조사, 교육, 미디어 등에서 종합 마케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도네시아 회사 마크플러스의 창립자이자 회장이다. 인도네시아 공립대학교 ITS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 아시아마케팅연합을 창립했으며, 아시아중소기업위원회 회장이다. 영국의 차터드마케팅연구소CIM 선정 ‘마케팅의 미래에 영향을 준 50인의 구루’에 이름을 올렸으며, 범태평양 국제경영학회에서 유수글로벌리더십상을 받았다.
* 후이 덴 후안(Hooi Den Huan)
난양기술대학교 경영대학원 부교수이며, 아시아마케팅연합의 관리자이자 아시아중소기업위원회의 고문을 맡고 있다. 중국 국제무역촉진위원회 상업지점의 명예 컨설턴트이자 인도의 영자신문 〈타임스오브인디아〉의 글로벌대학평가기관인 타임스고등교육과 반둥공과대학교 경영대학원의 자문위원회 위원이기도 하다. 영국 브래드퍼드대학교에서 학사학위, 맨체스터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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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마켓 4.0 필립 코틀러, 허마원 카타자야, 후이 덴 후안 저/도지영 역 | 21세기북스
인간성과 기술이 융합하는 마켓 5.0 시대를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마켓 4.0 체계를 완벽히 이해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발굴해 실제 현장에서 활용해야 한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