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는 누가 만드는 것일까? 아마도 많은 이들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기업’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브랜드 X팩터』 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다르게 내놓는다. 브랜드를 둘러싼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기업이 만든 브랜드는 진정한 의미에서 브랜드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브랜드 전략 컨설턴트 1호인 박찬정은 이 책을 통해 ‘브랜드’라는 개념의 시작부터 현재까지를 꼼꼼하게 짚으며, 심층 기반에서부터 모든 것이 변화한 ‘딥체인지(deep change)’ 시대의 브랜드 전략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데이콤, 애경그룹, 월트디즈니, LG 등 유명 기업에서 오랫동안 마케팅 및 브랜드 전략을 컨설팅해온 박찬정 저자의 노하우를 들어 보자.
선생님이 생각하는 브랜드의 정의는 무엇인가요?
브랜드 정의는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라 다르게 정의되어 왔습니다. 1990년대 들어 미국 데이비드 아커 박사가 브랜드 개념을 세계적으로 알린 이후 브랜드1.0 시대가 되었지요. 브랜드1.0 시대에는 마케팅에서 브랜드로의 인식 변화와 함께 브랜드의 상징적인 이미지, 즉 새로운 비주얼 아이덴티티(Visual Identity)를 확립하는 시기였습니다. 따라서 ‘차별적인 CI’가 당시의 브랜드 정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21세기 들어 인터넷이라는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환경이 만들어지고 차별적인 비주얼 이미지만으로는 경쟁사와의 다름을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어려워졌습니다. 브랜드2.0 시대가 된 것이지요. 브랜드2.0 시대에는 좀 더 많은 브랜드 정보를 담을 수 있는 실제적인 아이덴티티(Verbal Identity)가 필요해졌습니다. 이 시기의 브랜드 정의는 ‘제품 이외에 브랜드 개성, 원산지 이미지, 정서적 편익, 조직 이미지 등 브랜드를 구성하는 총체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SNS의 출현과 무선통신의 발달로 브랜드 환경은 또 한 번의 커다란 변화를 맞게 됩니다. 이를 딥체인지(Deep Change)라고 하며, 브랜드3.0 시대가 되었습니다. 브랜드3.0 시대는 소비자의, 소비자에 의한, 소비자를 위한 시대가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브랜드 정의도 바뀌게 되는데 저는 ‘제품에 더해진 소비자가 인식하는 가치(Value) 혹은 의미(Meaning)’로 정의합니다. 브랜드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멋진 요소들을 가졌다 하더라도 소비자가 인정하지 않으면 브랜드 가치가 될 수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소비자가 인정하는 브랜드 가치가 없다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브랜드는 브랜드가 아니라 제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 소비자가 인식하는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브랜드 3.0 시대,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는 예전과 많이 달라졌습니다. '의미 있는 다수'로 변화한 소비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마케팅 실무 담당자가 유념해야 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이전의 마케팅 담당자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등의 브랜드 전략을 잘 수립하고 이를 광고나 홍보 등의 마케팅 수단을 통해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주된 업무였습니다. 즉 ‘브랜드-소비자 관계’를 전략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주된 업무였습니다. 하지만 ‘미미한 다수’에서 ‘의미 있는 다수’로 변한 브랜드3.0 시대의 일반 소비자 80%는 SNS와 무선통신 등을 이용해 서로 상호작용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정보를 생산하고 가공하고 또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들 의미 있는 다수는 더이상 기업에서 제공하는 브랜드 정보에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정보를 찾고 만들며 확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마케팅 담당자는 단순히 브랜드 전략과 광고 홍보 등을 잘하는 것에서 벗어나 소비자 상호작용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즉 담당하고 있는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소비자 관계’를 전략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브랜드3.0 시대의 마케팅 담당자가 해야 하는 핵심적인 역할임을 유념해야 합니다.
소니나 노키아처럼 과거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던 기업이나 브랜드가 지금은 명함도 제대로 못 내미는 일이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역으로 생각해봅시다. 국내 기업인 삼성이 글로벌 기업이 되고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소니나 노키아와 삼성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시장에서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유지하는 것의 본질은 시장에서의 ‘진화’에 있습니다. 소니와 노키아는 소위 잘나가던 시절 시장에서의 경쟁우위가 오래도록 지속될 것으로 판단하고 시장 진화에 소홀했습니다.
이는 국내 화장품 기업인 미샤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내 시장에서 중저가 화장품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형성해서 커다란 성공을 이루어낸 미샤는 10여 년이 흐른 지금 후발주자들에 밀려 업계에서 고전하고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경쟁우위가 유지될 것으로 잘못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연속적인 시장 진화를 알지 못한 결과입니다. 반대로 삼성의 경우, 휴대폰과 가전제품, 반도체 등에서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시장 진화를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새로운 진화를 이루어도 그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또 다른 진화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과거의 100년이 현재의 10년이라고 합니다. 경쟁우위가 지속되는 기간이 그만큼 짧아졌습니다. 따라서 시장에서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연속적인 진화가 필요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성공하는 브랜드가 갖추어야 할 필수 요소로 'X팩터'를 이야기하셨는데요, 'X팩터'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x팩터는 겉으로 명확히 드러나지는 않지만 성공에 필수적인 특별한 인자를 말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브랜드 성공을 위해 겉으로 드러난 요소들에 집중해서 분석해왔습니다. 그 결과 광고나 마케팅 그리고 홍보 등에 대한 노하우는 충분히 쌓여 있습니다. 하지만 딥체인지에 따른 변화된 시장 환경에서 지금까지의 방식만으로는 브랜드 성공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필수적인 성공 인자는 소비자에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소비자의 상호작용에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하였지만, 변화된 시장에서 소비자는 스스로 정보를 만들고 가공하며 확대 재생산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업 차원의 마케팅 활동보다 훨씬 강력한 도구가 되었습니다.
이제 기업은 광고나 마케팅보다 시장에서 새로운 진화 공간을 찾아 보다 매력 있고 가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에 주력해야 합니다. 그것이 x팩터의 출발입니다. 그래야 소비자들이 상호작용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는 상호작용을 통해 진화한 새로운 제품에 스스로 꼬리표를 달고 되먹임 현상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이러한 세 가지 인자 (시장 진화공간, 브랜드 꼬리표, 소비자되먹임)가 바로 브랜드 x팩터입니다. 브랜드 x팩터는 겉으로 드러난 광고나 마케팅 노력과 더불어 실질적인 소비자 관계를 형성하여 브랜드를 성공의 길로 이끄는 숨겨진 질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주목하고 있는 브랜드가 있으신가요? 어떤 점에서 주목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최근 주목하는 브랜드는 의류 브랜드 파타고니아입니다. 파타고니아는 의류 업계에서 ‘친환경 아웃도어 웨어’로서 진화 공간을 만들어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파타고니아는 페트병으로 폴리에스터를 만들고 유기농 목화로 면제품을 만들며 동물보호를 위해 유통과정을 추적할 수 있는 다운 제품을 만드는 등 단순히 기능성 아웃도어를 넘어 친환경의 가치를 실제적으로 구현하는 새로운 진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또한 창업자인 이본 쉬나드는 오피니언 리더들의 영향력보다 80%의 일반 소비자가 파타고니아를 만드는 실제 주인공들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브랜드 꼬리표나 소비자 되먹임은 만들어지지 않아 창발이라는 브랜드 진화까지는 도달하지 못하고 있어, 향후 파타고니아의 행보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는 중입니다.
공유오피스 브랜드 위워크도 관심 있는 브랜드 중 하나입니다. 기존 사무실 임대 시장의 질서를 깨고 공유오피스라는 새로운 진화 공간을 창출하여 주목받고 있는 브랜드이지요. 위워크 또한 업계의 새로운 진화를 이끌고 있으나 아직 소비자에 의한 브랜드 꼬리표까지는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에 많은 브랜드들이 기존 시장 질서를 깨고 새로운 진화공간을 만들어 시장 진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브랜드 x팩터 관점에서 바라보면 브랜드가 어떻게 소비자와 공명해 가는지 그리고 어떻게 성공에 이르는지 알 수 있어 흥미로울 것입니다.
최근 일부 기업들의 애국 마케팅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이러한 애국 마케팅도 브랜드 전략 중 하나가 될 수 있을까요? 애국심을 상술에 이용한다는 비판도 있는데, 위험 요소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애국 마케팅 자체가 나쁘다거나 잘못된 전략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애국 마케팅이 단기적인 제품 판매 증대나 전술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아쉬운 것이지요. 마케팅 근시안(Marketing Myopia)이라고 하지요? 먼 미래를 예상하지 못하고 바로 앞에 닥친 상황만 고려한 마케팅을 이르는 말입니다. 최근에 일본 제품 불매 캠페인(NONO JAPAN)과 더불어 애국 마케팅이 일부 브랜드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것이 매출 증대를 위한 마케팅 근시안적 접근이라면 이후에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것입니다. 하지만 만일 그 브랜드에 ‘애국’이 브랜드 가치를 형성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개념이라면 애국 마케팅은 훌륭한 브랜드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무엇을 하느냐 보다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브랜드 전략의 중심에는 소비자가 있습니다. 소비자가 인정하고 인식하는 브랜드 가치를 만들 수 있는지 여부가 좋은 브랜드 전략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고 브랜드 전략을 고민하는 마케터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시너지 효과(Synergy Effect)를 아시지요? 한 마리의 말은 4톤을 끌지만 두 마리가 힘을 합쳐 끌면 22톤을 끈다는 이론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 어떻게 접근했을까요? 총합 22톤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한 마리 말이 끌 수 있는 힘을 11톤으로 올리고자 노력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야 두 마리 합쳐 22톤이 되니까요. 이런 방식이 선형적인 접근법입니다. 1 1은 2의 논리입니다.
하지만 말씀 드린 대로 브랜드3.0 시대에는 소비자 상호작용이 핵심입니다. 상호작용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언제나 비선형적이지요. 1 1은 5도 되고 7도 되고 때로는 22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상호작용으로 인한 비선형적인 현상은 각각의 구성요소 자체의 값보다 이들이 합쳐져 만들어낸 값이 더 크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어야 비로소 알 수 있습니다. 즉 각각의 말이 끌 수 있는 8톤(4톤 4톤)보다 이들이 힘을 합쳐 만들어낸 14톤(22톤-8톤)이 비선형적 현상의 본질인 것입니다.
현상의 전체를 알기 위해서는 선형적, 비선형적 접근 모두 필요합니다. 게다가 소비자들의 상호작용에 의한 현상은 비선형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이제는 비선형의 개념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며 그래야 복잡한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만들어내는 이전과는 다른 현상들을 정확히 알 수 있고 또 대처할 수 있습니다.
동워싱턴대학 경영학 마케팅 전공. 미시건 주립대 광고학 석사. 서울여대 언론영상학과 겸임강사, 오리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략국, 애드벤처(현 JWT) 마케팅 전략국, Brand & Company 브랜드전략 이사를 거쳐, 현재 ㈜CNNB 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이사로 있다. 데이콤, 애경그룹, 폴로, KFC, 진도모피 등에서 마케팅과 광고전략을 담당했고, 월트디즈니, LG, 삼성전자, KT, 빙그레, 오로라(Aurora), 극지연구소 등에서 브랜드와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컨설팅했다. 특히, LG전자 플래트론 글로벌 브랜드 전략 컨설팅은『브랜드 리더십』의 저자이자 브랜드 전략 컨설팅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에릭 요컴스탈러(Erich Joachimsthaler) 박사와 함께 진행하기도 하였다. 최근 3년 동안 외부 학계 팀과 함께 복잡계-프랙탈 이론을 브랜드 경영 전략에 도입하여 새로운 전략 모델을 개발하는 연구에 전념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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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X팩터박찬정 저 | 아템포
기업이 내놓은 ‘제품’이 어떻게 소비자가 만든 ‘브랜드’가 될 수 있는지, 시장과 브랜드와 소비자가 이루는 상호작용의 복잡한 메커니즘을 밝히며 브랜드 X팩터 전략에 접근한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