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지 않는 학생들, 도전하지 못하는 청년들… 한국의 젊음은 왜 좌절하고 있을까? 현실을 넘어설 사다리가 부러졌기 때문이고, 자칫 실패하더라도 추락하지 않게 해주는 튼튼한 사회 안전망이 없기 때문이다. 과연 그들에게 희망과 용기는 그저 먼 나라의 이야기일 뿐일까? 그들에게 삶과 쉼과 꿈을 되찾아 줄 수는 없을까?
『덴마크 행복교육』 은 덴마크에서 교육 개혁의 실마리를 찾는 책이다. 북유럽의 강소국, 덴마크. 관용과 협력의 바탕 위에서 개성과 자율이 넘치는 행복 교육의 숲을 키운 나라. 그곳 학생들은 저마다의 속도로, 지금의 행복을 유예하지 않으며, 친구들과 더불어 건강한 시민으로 자라난다. 우리도 그들처럼 행복한 교육의 숲을 키울 수 있을까? 공립학교와 대안학교 등에서 교육자의 길을 걸어온 정석원 저자는 ‘덴마크의 행복 교육’에서 한국교육의 길을 발견한다.
지금은 교단을 떠나 목회자로 활동하고 계시지요? 그럼에도 우리 교육문화를 돌아보는 책을 쓰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대학 졸업 후 거의 30년 동안 교육 현장에 있었습니다. 공교육과 대안 교육, 국내와 해외, 일반 교육과 종교 교육 등 다양한 현장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가르쳤습니다. 매번 현장의 특성이 다르고 교육 대상 연령도 달랐지만, 궁극적으로 추구해 온 것은 변화와 성숙이었습니다. 하지만 무엇을 위한 변화와 성숙이냐를 생각해야 했습니다. 당사자인 학생들이 교육받는 과정에서 행복해하지 않는다면, 변화와 성장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실제로 교육 현장에는 경쟁만 있고 학생들의 행복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실재할지 알 수 없는 ‘미래의 행복’을 위해 하루하루 견디며 고행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 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제도권 내에서 정해진 교육과정을 수행하는 교사로서 ‘행복 교육’을 추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제도권 밖에 있는 대안학교로 자리를 옮긴 뒤로는, 조금 더 아이들의 마음을 살피며 그들이 즐겁게 학교에 다닐 수 있는 여건들을 만들어 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곳 아이들 역시 학교 울타리 밖에서는 여전히 사회구조 속에서 경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다시 한계를 본 것이죠. 그 무렵 제 아들이 덴마크 ‘에프터스콜레’에 갔습니다. 중학교 졸업 후 1~2년간 관심 있는 분야를 익히면서 천천히 자기 정체성을 찾고 진로를 탐색할 수 있다는 것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마음껏 자신의 꿈을 찾아갈 수 있다는 것. 이것은 교육의 영역을 넘어, 사회가 제공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과도한 경쟁을 줄여 주고, 더불어 살아감의 가치를 가르치는 것이 참된 교육의 길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 겁니다. 교육의 문제는 단순히 교육의 영역을 넘어 사회와 문화, 정치의 영역에서 다루어야 합니다. 지금 한국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데 힘을 쏟고 있는 교육자, 정치인, 그리고 이 땅의 부모 등 기성세대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보다 더 행복하고 참된 인간으로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 다음 세대에 물려주자고 말이죠.
작가님께서 교사로 계셨을 때 우리 교육 현장의 풍경은 어땠는지, 당시 교육 현장 개선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하셨는지 듣고 싶습니다.
제도권 교육 현장을 떠난 지 10여 년이 되었으니 당시의 풍경이 지금과 많이 다를 것은 분명합니다. 교육의 방식이나 활용하는 교육 기자재 등 새로운 것이 많이 도입되었을 겁니다. 정부에서도 교육 분야에 이전보다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 접근법 그 자체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무엇을 왜 배워야 하는가에 대한 자각은 희박하고, 남보다 더 열심히 공부해서 앞서 나가야만 살아남는다는 생각이 여전히 교육 저변에 깔려있습니다. 얼마나 안타까운 일입니까? 이런 가치로는 우리 모두가 불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일선 학교에 교사로 있으면서 즐겁고 재미있는 학급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를 위해 레크리에이션 강사 연수에 참석하여, 한동안 수업에 레크리에이션을 활용하기도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참여하는 수업, 아이들이 직접 만들어 가는 수업을 추구했습니다. 아이들이 함께 조사하고 발표하는 형태의 수업이었습니다. 이는 지금은 많이 보편화된 수업 방식이지만, 당시 교실에서는 여전히 교사는 일방적으로 가르치고 학생들은 수동적으로 듣는 모습이 일반적이었습니다. 학기 말에는 학급 시장을 열기도 했습니다. 반 아이들은 떡볶이와 파전을 만들거나 안 쓰는 장난감이나 책 등을 가져와 전교생에게 판매했고, 그 수익금을 고아원에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정직성을 키우기 위해 무감독 시험을 치렀습니다. 시험 때마다 책상 사이에 가방을 올리는 풍경을 없앴습니다. 양심을 지키고 정직하게 살아가는 것, 남의 답을 훔쳐보고 싶은 유혹을 이기는 것이 바르게 사는 삶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학생들은 대개 잘 따라 주었지만 이따금 슬쩍 친구 것을 훔쳐보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채점하다 보면 다 드러나죠. 그러면 치팅(커닝)한 아이들이 정직을 회복할 기회를 줍니다. 채점한 시험지를 아이들에게 돌려주면서, 혹시 친구 것을 보고 썼다면 솔직히 고백하고 점수를 바로잡으라고 합니다. 그러면 몇몇 아이들이 나와서 솔직히 고백하고 진짜 자기 점수를 받아 갔습니다. 저는 그 아이들의 용기를 칭찬했죠. 정직하고, 서로 신뢰하는 학급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제목 ‘덴마크 행복교육'은 간결하면서도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강조하시고자 한 메시지는 무엇인지 간단히 설명해 주신다면요?
『덴마크 행복교육』 은 덴마크 교육을 찬양하는 책이 아닙니다. 우리 교육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 적절한 모델로 덴마크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덴마크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혹 덴마크란 나라에 대한 동경을 품을 수도 있겠습니다. 실제로 그런 이야기를 하는 이들로부터 전화를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동화 같은 덴마크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교육의 새 방향을 환기하고 싶었습니다. 밀려오는 파도와 싸우다가 방향을 잃어버린 우리 사회와 교육에, 이제는 키를 똑바로 잡아야만 할 때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 생태계를 강화해야 합니다. 교육의 기초가 되는 사회와 정치 영역, 그리고 교육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학교와 학부모 모두가 다 교육 생태계의 구성원입니다. 그 중 교육 정책 입안자와 일선 교육자들은 제 책의 1장을, 교육자들과 학부모들은 2장을, 마지막 3장은 학부모와 교육자, 정책 입안자들 모두가 주의 깊게 읽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교육의 제1 책임자는 부모이지만, 그에 앞서 국가가 수월한 교육의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교육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므로, 부모의 경제적 여건에 의해 그 기회가 좌우되지 않아야 합니다. 국가는 교육이 국민의 기본적 권리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부모와 국가의 역할에 대해 말씀해 주셨는데요, 조금 더 자세한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자녀 교육의 1차적 책임은 부모에게 있습니다. 한데 부모님들 대다수는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것으로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유치원에 보내면서 가졌던 교육 현장의 세세한 요소들에 대한 높은 관심도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떨어집니다. 자녀들을 이른바 ‘명문 학교’에 보내면 최고의 교육을 제공한 것인 양 착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자녀가 교육 현장에서 어떤 교육을 받는지에 대해 알기보다, 자녀 교육에 투입할 재력과 정보력에 더 목맬 수밖에 없습니다. 부모의 교육적 책임은 정보력과 재력으로써 자녀를 좋은 학교에 진학시키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자녀들이 어떤 가치를 배우는지,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살피는 것이 진짜 부모의 책임입니다.
국가는 부모가 자녀를 교육하는 데 장애를 겪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교육을 위한 재정적 뒷받침은 물론이거니와 제도적 뒷받침도 적극 해 주어야 합니다. 더 근본적인 것은, 상대적으로 덜 교육받은 사람들도 많이 배운 사람과 동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엘리트 교육을 받은 일부 사람들만 한껏 누리며 사는 사회라면, 교육은 더 이상 교육이 아니라 계층 상승을 위한 사다리가 될 뿐입니다. 교육의 병폐는 교육이 계층 상승의 사다리로만 기능하게 될 때 일어납니다. 덜 교육받더라도 행복한 삶을 사는 데 어려움이 없을 때, 교육은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희망과 행복의 사다리가 되어 줍니다. 교육 정책 한두 가지로 교육의 개혁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정부는 더 큰 틀에서 교육과 사회를 바라보고 정책을 만들어야 합니다.
아까 아드님이 덴마크 ‘에프터스콜레’에 다녔다고 하셨는데요. 그 학교에서의 생활은 어땠는지, 인상적인 경험은 어떤 것이 있는지, 개인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아들이 덴마크 에프터스콜레를 다녀온 후, 자기가 직접 한국에 에프터스콜레를 만들고 싶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자기 삶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말하더군요. 권위를 내려놓은 채 아이들과 함께 놀고 대화하고 생활하며, 언제든지 학생들을 가까이하는 그곳 교사들의 모습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고교를 마친 후 무턱대고 대학 진학을 하지는 않겠다고 말하더군요. 자기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도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덜컥 진학하는 건 옳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틀린 말이 아니기 때문에 반박할 수 없었지만, 저 역시 한국 사회에 발을 딛고 사는 부모로서 자녀의 미래에 대한 염려가 없지 않으니 마음이 시원하지는 않았습니다. (웃음) 하지만 아들의 그 뜻을 적극적으로 지지합니다. 자기 인생은 자기가 책임지는 것이니, 가급적 아이에게 진로 선택을 적극 맡기고 싶어요.
제 아들은 그곳에서 음악을 전공했는데, 특히 밴드 활동을 즐겨 했습니다. 이따금 많은 학생들이 모인 자리에서 곡을 연주하며 노래를 불렀는데, 그 무대가 크지도 않았고, 모든 밴드가 실력이 출중한 것도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학생들의 반응은 다들 좋았답니다. 잘하는 사람만 무대에 서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든 무대에 설 수 있는 분위기, 잘하는 사람만 박수를 받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박수를 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고 합니다. ‘경쟁’보다 ‘함께 함’, 그리고 ‘즐김’에 더 큰 가치를 두는 덴마크의 사회 분위기가 에프터스콜레에도 그대로 살아 있는 거겠죠.
지금은 목사로서 목회 일을 하고 계시는데요, 교사로서의 삶과 목회자로서의 삶을 비교해 보신다면 어떤 차이가 있는지, 어떤 점이 비슷한지 듣고 싶습니다.
종교는 ‘마루 종(宗)’에 ‘가르칠 교(敎)’, 즉 ‘가르침의 최고’ ‘최고의 가르침’이란 의미입니다. 그래서 교육과 종교는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그 목표는 변화와 성숙, 성장입니다. 그 목표점이 어디인지는 해석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종교와 교육 모두 이타적 사랑을 실현하는 사람으로 변화하도록 이끄는 것이죠. 자아실현은 결코 교육의 목표가 될 수 없습니다. 자아실현은 이기적 실현에 그칩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교육은 자아, 즉 내 안에서 그 변화의 힘을 이끌어내고자 합니다. 변화의 동기, 변화를 가져오는 동력도 자기 안에서 찾고자 하는 거죠. 인간은 본성적으로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이며, 상황에 따라 쉽게 변합니다. 그래서 실제적, 궁극적 변화와 성장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것이 인간의 한계입니다.
종교는 변화의 이유를 자아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초월적 존재에서 찾습니다. 변화를 가져오는 동력도 자기 안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초월적 존재에서 찾습니다. 초월적 존재로부터 오는 이유와 동력은 절대적입니다. 목표가 가변적이라면 그 지점에 도달하기 어렵지만, 변하지 않는 목표가 있으면 분명히 바라보며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것이 진정한 변화이고 성장입니다. 그리고 내 속에서 나오는 동력이 아니기 때문에 결코 이기적이지 않고, 이타적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땅의 학생들과 학부모, 교육계 종사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시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제 목소리를 냅시다. 교육자의 힘만으로는 교육이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합시다. 부모의 힘만으로는 내 자녀를 사회에 안착시킬 수 없음을 말합시다. 내 자녀를 교육하는 것은 내 집안을 일으키고 마는 일이 아닙니다. 다음 시대를 열어가는 일입니다. 단순히 부모의 책임으로 치부할 수 없습니다. 교사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은 학생 개인의 길을 제시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음 세대를 만들어나가는 일입니다. 다음 세대에 책임이 있는 모든 기성세대가 다 함께 참여해야 합니다. 자녀에게 구명조끼를 입혀 주는 것만으로 자녀가 험한 바다를 헤쳐 나올 수 있으리라 안심하면 안 됩니다. 폭풍우에도 끄떡없는, 모두 함께 안전하게 타고 갈 수 있는 큰 함선을 만들어야 합니다. 사회 구성원이 함께 숨 쉴 수 있는 공동체가 만들어지기를 소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정석원
공립학교와 대안학교에서 교육자로 경력을 다져 왔다. 젊은 시절 11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며, 주입식 교육을 극복하고 재미있는 교실을 만들고자 동료들과 함께 다양한 방법을 연구했다. 그 후 성남 분당의 기독교 대안학교에서 3년간 교장으로 사역했다. 그곳에서 교사와 부모들과 더불어 참교육의 길을 모색하며, 학생이 행복한 교육 현장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그간의 활동을 통해 정리해 본 우리 교육에 대한 고민과 해답, 그리고 자녀를 덴마크 에프터스콜레에 보낸 경험을 계기로 이 책을 쓰게 되었다. 덴마크 사회와 교육제도에 관한 연구가, 우리 교육 개혁의 물꼬를 트는 마중물이 되리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현재 목사로 사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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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행복교육정석원 저 | 뜨인돌
독특한 ‘행복 교육’ 시스템이 어떤 문화 배경에서 형성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사회 환경에서 그 체제가 유지되고 발달해 올 수 있었는지 확인한다. 해소되지 않고 있는 우리 교육 현장에서 개선하고 추구해 나아가야 할 교육적 과제들을 제시한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