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정의는 무엇입니까
법원을 배경으로 한 무대, 막이 오르고 한 남자가 조용히 어둠 속에서 노래를 시작한다. 정의에 대한 가사로 가득한 노래를 부르는 남자 뒤로 가면을 쓴 남자 세 명이 노래를 함께 부르며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정의란 무엇인지 객석을 향해 끝 없이 외치는 남자를 보며, 관객들 또한 숨죽여 작품에 몰입하게 된다.
뮤지컬 <블랙 슈트> 는 법원을 배경으로 변호사, 검사, 세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정의’에 대해 이야기는 법정 드라마다. 작품의 축을 형성해 가는 인물은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대형 로펌 대표이자 변호사인 최광열, 법 앞에선 모두가 평등하다고 믿으며 법에 의한 정의 실현을 꿈꾸는 검사 차민혁, 따뜻함으로 정의 구현을 꿈꾸는 사람 냄새 나는 변호가 김한수 세 사람이다.
작품은 고등학교 동창인 차민혁과 김한수 세 사람의 학창 시절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함께 법조인의 꿈을 키우며 학창시절에도 모의 재판을 즐기던 두 사람은, 어린 시절 꿈 꾼대로 각각 변호사와 검사가 되어 서로를 응원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한수의 롤모델 이었던 변호사 최광열이 한수 앞에 나타나고, 최광열의 스카우트 제안에 한수는 그의 로펌으로 들어간다. 최광열의 로펌에 들어 간 한수는, 다양한 사건을 맡으며 승승장구한다. 하지만 그 속에서 그는 고등학생 시절 꿈꾸던 따뜻한 변호사와는 다소 다른 모습으로 조금씩 달라진다.
뺑소니 살인 사건, 강도 사건, 강간 사건 등 흉악범들의 변호사와 그 사건의 담당 검사로 만나게되는 한수와 민혁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가치관으로 대립하게 되면서 갈등이 더욱 커져간다. 한수가 변해가는 모습의 원인에 최광열이 있다고 믿게 된 민혁은, 두 사람의 관계에 주목하게 되고 그러던 중 한수에게 생겨나는 의문스러운 일의 중심에 최광열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뮤지컬 <블랙슈트> 의 진짜 이야기는 김한수가 최광열의 로펌에 들어가게 되고, 재판을 맡게 된 이후 의문의 사건들이 생기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작품은 그 속에서 각기 다른 가치관을 가진 세 사람 각각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선과 악, 흑과 백 사이에 대해 이야기 한다. 작품은 정답이나 해결책을 관객에게 제시한다기 보다 관객도 함께 생각하게 만드는 끝없는 질문을 던진다.
초연이다 보니 그 과정이 다소 매끄럽지 못하고, 인물의 감정선도 다소 생략된 부분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정의 구현을 꿈꾸던 따뜻한 한수가 최광열을 만나 명예와 승리를 위해 변해가는 모습은 다소 갑작스럽다. 최광열이 왜 김한수를 선택했는지, 왜 그가 이 사건 속에 들어오게 된 건지 그 부분에 대한 정확한 설명도 부족하다. 스토리 라인이나 캐릭터의 개연성을 좀 더 다듬는다면 재연 때는 작품이 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보다 밀도 있게 다가오리라 생각된다.
작품이 주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작품이 끝나고 공연장을 나오는 발걸음 또한 무겁다. 누가 누구를 죄인이라 말할 수 있고, 누가 누구를 탓할 수 있는가. 우리가 옳다고 믿는 정의는 과연 옳은 것인가. 뮤지컬 <블랙슈트> 는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 볼 수 있는 문제를 통해 삶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심도 있는 문제를 던지는 작품이다. 오는 10월 13일까지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공연된다.
임수빈
현실과 몽상 그 중간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