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마음’으로 빛났던 어린 날의 여름
그렇게 서툴지만 나름의 고민과 아름다운 기억들을 이야기 안에 담아내고 싶었어요. 이야기 속 친구들도, 읽는 독자들도 그렇게 성장하면 좋겠어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19.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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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 열세 살 해원이와 친구들의 일상과 심리를 서정적으로 담아낸 이윤희 작가의 장편 만화  『열세 살의 여름』  이 출간되었다. 1998년 여름부터 중학교 입학을 앞둔 겨울에 이르기까지 교환 일기, 짝 바꾸기, 그림 전시회, 피구 게임, 우유 급식 등 학교에서 겪는 사소하지만 다양한 일과 빈집, 학원, 비디오 대여점 등 학교 밖에서 겪는 여러 사건들이 주인공 해원이의 일상을 촘촘히 채우며 실감 나게 펼쳐진다. 섬세한 심리 묘사와 화면 연출, 담백한 펜선과 매력적인 색감을 통해 설렘, 기쁨, 떨림 등 ‘좋아하는 마음’을 그려낸 이윤희 작가를 만나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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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해원이를 중심으로 달달한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는  『열세 살의 여름』 은 어린이 잡지  『고래가 그랬어』  에 연재된 작품입니다. 기간으로 하면 2년 반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작업해 온 이야기가 1년 후, 창비에서 한 권의 책으로 묶여 나왔습니다. 감회가 남다르실 거 같습니다. 기분이 어떠셨어요?


창비에서 출간 제안은 연재하던 중간에 받았어요. 당시엔 이야기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었는데 기다려 주셔서 감사했죠. 막상 자료를 모아 보니 많더라고요. 편집자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주변에서도 가독성이 좋아 금방 읽히더라는 말씀을 많이 해 주셔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열세 살의 여름』  과 딱 어울리는 계절 ‘여름’에 출간되어 독자들과 만난다고 하니 기분이 정말 좋습니다.

 

처음 읽으면서도 시대를 크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3화’에서 [미술관 옆 동물원] 포스터를 보고 ‘앗!' 했고,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토요 미스터리극장] 장면을 보고 ‘아~ 98년도 이야기구나.’ 하고 인지했습니다. 현재 어린이 독자들이 공감하는 현시대나 문화를 반영할 수도 있었을 텐데, 부모님 세대가 지나온 열세 살 시점으로 작업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처음 기획 당시에는 ‘요즘 아이들의 연애, 사랑 이야기를 해 봐야지’ 했어요. 그런데 제가 직접 경험할 수 없는 환경이기도 하고, 요즘 아이들이 어떤지, 무엇에 관심을 두고 커 가는지는 많은 연구가 필요하겠더라고요. 시대적 배경이나 학교생활이 구체적이지 않으면 완성도가 떨어지겠다는 판단이 섰어요. 그래서 제가 겪었던 90년대를 구현하게 되었어요. 제가 1998년에 열세 살이었거든요. 예전 이야기지만 시대나 문화가 달라도, 그 나이 때 가지고 있는 고유한 감수성은 분명 통할 거고, 공감을 얻어 내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 잡혔어요.

 

기억을 소환해 주는 장치가 많아서 너무 반가웠습니다. 19화에는 주전자에 담긴 물로 운동장에 피구 경기 판을 그리는 장면도 있고요. 작가님의 경험과 기억을 만화에 녹이신 걸까요?


떠올려 보면 그땐 시간이 참 느리게 흘러갔어요. 친구들이랑 어울려 지내는 시간이 참 좋았고, 소통하는 방식은 쪽지나 편지가 다였고요. 그런데 시간과 열정을 많이 쏟는 시간이 아깝지가 않았어요. 또 열세 살이면 부모의 시선보다 친구의 시선과 인정이 중요해지는 시기잖아요. 교환 일기, 짝 바꾸기, 우유에 초콜릿 가루 타 먹는 장면, 수돗가에서 주전자에 물 받아서 하는 체육 시간과 같은 소재들은 제 경험에서 나온 거예요. 정말 생생하게 기억이 다 나요.


어릴 때는 정말 작은 거라도 친구들과 주고받기를 많이 하잖아요. 저도 친구들과 아주 소소한 것들을 나누면서 자랐고요. 그것들은 친구에게 받는 순간 굉장한 의미가 되죠. 소중하고요. 만화에 그런 장면을 꼭 넣고 싶었어요. 진아가 해원이에게 선물한 물고기와 새의 작은 모형처럼요. 배경이나 사물 모양의 정교함에 신경을 많이 쓰며 작업을 했으니 책 읽으실 때 염두에 두시면 깨알 같은 재미가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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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하는 남자 주인공 선호도에 관련해서도 독자의 반응이 달랐을 거 같아요. 조용하고 묵묵한 산호와 짓궂지만 뒤에서 지켜보는 우진이. 해원이의 마음은 산호로 향했지만 혹시 작가님이 해원이었다면 마음의 방향이 어디로 향했을까요?


재미있던 일화를 소개하자면, 해원이와 산호를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꾸려가야 하는데 개인적으로 우진이에게 애정이 있던 거예요. 어느 순간 산호의 비중이 줄어드는 거죠. 애정을 품고 써 가는 캐릭터를 주변에서도 알아보신 거죠. 저도 모르는 사이에 우진을 신경 써서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가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산호를 끌어 올리는 과정이 있었죠.


우진이를 좋아하는 분들은 해원이와의 관계가 정리되지 않고 연재가 끝나서 아쉬웠다는 이야기를 전해 줬어요. 고백도 실패하고,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말이죠. 막상 어린 날을 떠올려 보면 대부분 이성 관계가 그렇게 정리되지 않고 끝난 마음들 투성이지 않았나 싶어요. 또 마음이라는 게 끊임없이 흔들리며 누구를 좋아하기도 했다가 그 마음이 사그라지기도 하고요. 작가로서는 그게 더 현실감이 있다고 여겨져요.

 

에필로그 「산호의 여름」을 보고서야 산호의 마음을 제대로 알 수 있었어요. 산호의 마음을 마지막 반전처럼 담아내신 이유가 무얼까요?


이야기 속에서 산호는 해원이의 친구 진아를 좋아했다는 오해를 받기도 하고, 말수가 많지도 않은 알 수 없는 친구에요. 그렇게 비밀스러운 친구로 남겨 두고자 했고, 마지막에 반전처럼 산호의 마음을 알 수 있게 그려 넣었죠. 그것 역시 산호의 또 다른 예측 가능한 모습이었다고 생각해요.

 

작업하시다 보면 등장하는 캐릭터 하나하나 공들여서 키우는 기분이 들겠다 싶어져요. 열세 살 친구들과 작별하시면서 그 아이들에게 어떤 바람을 담으셨나요?


한 캐릭터를 오랜 기간 그려본 건 처음 하다 보니 한 명 한 명 정이 많이 들더라고요. 주인공들에게 이입하고 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마음 한편에는 작업을 마치면서 아쉽기도 했어요. 이야기는 중학생으로 넘어가며 끝나요. 저 역시 중학생이 되면서는 잘 기억이 안 나요. 당시를 떠올려 보려고 하면 급변함 속에 마음이 우울하기도 했고, 복잡했던 듯해요. 친구들은 다 뿔뿔이 흩어지고 그랬거든요. 그렇지만 그런 것들이 아주 슬픈 것도 아니란 걸 알게 되잖아요. 서툴렀던 경험, 고백의 실패, 학년이 올라가면서 때론 이사하며 또 소원해지는 관계들. 정말 많잖아요. 그렇게 서툴지만 나름의 고민과 아름다운 기억들을 이야기 안에 담아내고 싶었어요. 이야기 속 친구들도, 읽는 독자들도 그렇게 성장하면 좋겠어요.

 

현재 작업하시고 계시거나 앞으로 계획하신 작품이 있으시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현재는 책에 들어가는 일러스트 작업을 몇 개 진행하고 있어요. 그간에는 일러스트를 하면서 만화를 그리고 했는데요, 올해까지는 이런 방식을 유지해야 할 거고 내년부터는 개인 작업을 늘려가야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해 오던 작품들이 어린 시절 이야기를 많이 담았더라고요. 성인을 주인공으로 하는 건 와닿지 않아서 좀 더 어린 시절 이야기, 10대 이야기를 꾸려 가지 않을까 싶네요.

 

 

 

* 이윤희


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하고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만화가로 활동하고 있다. 만화책 『안경을 쓴 가을』을 냈고, 『10대들을 위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집』 『두 배로 카메라』 등에 그림을 그렸다.

 

 


 

 

열세 살의 여름이윤희 글그림 | 창비
마음의 끌림, 떨림, 엇갈림 등 좋아하는 마음의 결을 다정하게 담아내어 지금의 어린이뿐 아니라 성인에게도 잔잔한 감동과 여운을 주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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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