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강식당 3>의 한 장면
강호동은 의외로 자기 자신에 대한 평가가 제법 냉정한 사람이다. 그는 자신이 호오가 많이 갈리는 연예인이라는 것도 알고, 안 웃고 있으면 무서워 보이는 사람이라는 것도 안다. 2006년 MBC 라디오 <정선희의 정오의 희망곡>에 유재석과 함께 출연했을 당시 자신의 매력에 대해 “무서움 속의 귀여움”이라고 정의했던 그는, 사람들이 자신을 향해 가지는 상반된 인상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씨름선수로 6년, 연예계에서 26년을 활동한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면서, 아직도 사람들을 대할 때 어리숙한 척하며 스스로 “호동이”라 3인칭으로 부르는 이유도 사실 그 냉정한 자기 평가의 결과에 가깝다. 그 덩치에, 그 인상에, 그 경력이 상대에게 주는 압도적인 위압감을 알고 있기에, 자신이 먼저 쉴 틈없이 부산을 떨어 심적인 장벽을 허무는 길을 택하는 것이다. 다 큰 어른이 왜 저렇게 철없이 구는 건지 모르겠다며 부담을 느끼는 이들도 있지만, 그나마 그 애교와 재롱을 지우고 그저 눈앞에 70년생 남자 강호동이 서 있다고 생각해보라. 그때는 부담이 아니라 공포가 느껴질 것이다. 강호동의 터무니 없는 애교는 사실 정교하게 계산된 생존전략이다.
자기 자신에게 냉정한 사람들이 흔히 그렇듯, 강호동은 종종 자신에 대한 칭찬을 들으면 어떻게 반응하면 좋을지 알지 못해 헤맨다. tvN <강식당3>에서 자신의 20년 해바라기 팬이라는 중년 여성을 손님으로 만난 강호동은, 조건반사처럼 “아이고, 호동이가 뭐라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하긴,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프로그램을 찍는 도중에 병상에서 자신이 나오는 프로그램들을 보면서 힘을 내어 병마를 이겨냈다는 손님을 만나게 될 거라고. 앞에서는 “호동이 보이소. 호동이가 계속 기운 더 드릴게예.”라고 말하고는, 주방으로 돌아가 밀려오는 감정을 이기지 못해 소리 죽여 오열하게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뜻밖인 건 시청자도 매한가지였으리라. 2013년 MBC <무릎팍도사>가 종영할 때 故 김자옥 앞에서 찔끔찔끔 울었던 영상을 접한 적은 있어도, 저 덩치 크고 단단한 사내가 이처럼 본격적으로 우는 모습을 보게 될 거라고 상상해 볼 일은 없었을 테니까.
우리는 대부분 우리가 뿌려 놓은 씨앗이 어디에서 어떻게 자라나 열매를 맺는지 알지 못한다. 하루를 살아내는 것이 고단한 나머지, 살면서 주변에 뿌려 둔 선의와 악의가 각각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일일이 따라가 살펴보지 못 한 채 잠자리에 드는 날들이 대부분이다. 기껏 내어준 선량한 마음이 눈 앞에서 결과 맺지 못 한다는 사실에 낙담하는 날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과거를 잊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과거는 어느 모퉁이 어귀에서 우리와 마주칠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카메라 앞에서 크게 소리치고 천둥처럼 크게 웃고 온몸을 던져 뒹굴던 강호동이, 그 웃음의 씨앗이 자라 누군가가 병마를 이겨낼 힘이 되어주고 나아가 자신을 울게 만들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이승한(TV 칼럼니스트)
TV를 보고 글을 썼습니다. 한때 '땡땡'이란 이름으로 <채널예스>에서 첫 칼럼인 '땡땡의 요주의 인물'을 연재했고, <텐아시아>와 <한겨레>, <시사인> 등에 글을 썼습니다. 고향에 돌아오니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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