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7월 애플에서 매년 개최하는 세계개발자회의에 한 노년의 일본인 여성이 등장해 시선을 끌었다. 애플의 팀 쿡 CEO가 직접 인터뷰에 나서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이 여성의 이름은 와카미야 마사코. 당시 만 82세였던 그녀는 ‘세계 최고령 앱 개발자’이자 ‘노인들의 스티브 잡스’로 세상에 소개된다. ‘마짱’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그녀는 ‘노인들도 즐길 수 있는 스마트폰 게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런 걸 대신 만들어줄 사람이 없으니 자신이 해보자 마음먹었다. 그리고 6개월간 코딩을 공부하며 노인들을 위한 스마트폰 게임 앱 ‘히나단’을 출시했다.
환갑에 처음으로 컴퓨터를 구입할 정도로 컴퓨터와 무관한 삶을 살았던 저자는 디지털 기술이 은퇴 이후 자신의 삶에 날개를 달아주었다고 말한다. 『나이 들수록 인생이 점점 재밌어지네요』 는 아이패드로 고전악기 연주를 배우고, 엑셀로 자신만의 액세서리를 디자인하고, 페이스북으로 친구를 사귀고, 구글 번역기를 들고 자유여행을 떠나는 등 우리가 상상하는 노년의 삶과는 많이 다르게 사는 저자의 인생철학을 담아냈다.
구글 번역기를 개인 통역사처럼 이용하신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는데요. 통역상의 오류로 인해 겪은 재미있는 경험 혹은 곤란했던 경험이 있으면 들려주세요.
곤란한 상황조차 즐기는 성격이어서 힘들었던 기억은 별로 없습니다. 아, 프랑스에 갔을 때 아침에 외출하기 전에 조식을 먹고 싶어서 룸서비스를 부탁했는데, 뜻이 단번에 전해지지 않아서 불어와 영어와 일본어를 섞어가면서 필사적으로 주문했던 기억이 나네요.
1년에 한 번씩 자유여행으로 해외여행을 다니고 계신데요. 그동안 어느 나라를 다니셨나요? 다시 한 번 가봐야지 싶은 나라가 있으신지, 올해는 어느 나라로 여행할 계획을 세우셨는지 궁금합니다.
그동안 50개국 이상 가봤어요. 유럽은 대부분 다녀온 것 같아요.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은 남미 쪽과 북극과 남극 정도네요. 아프리카에도 갔었어요. 한 번 더 가보고 싶은 나라는 뉴질랜드와 아일랜드예요. 작은 나라를 좋아하거든요. 2018년에는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에 갔습니다. 올해는 시간이 된다면 발트3국에 갔으면 하고 있어요. 에스토니아와 리투아니아요. 라트비아에는 갔었어요. 올해는 강연이 있어서 시애틀에 갈 예정입니다.
책에 야간대학을 다니던 시절에 마음의 병을 앓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요즘 병으로 치면 우울증 같은 것이었나요? 그 당시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들려주세요.
우울증이라고 할 수는 없을 거예요. 제가 은행에 입사한 당시는 주판 실력이 필요한 시대였는데 저는 상업계 고등학교를 나오지 않아서 주판을 놓을 수가 없었고 은행 업무에 지장이 있었어요. 그래서 적응을 잘 못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건강을 회복하고 포기하지 않고 근무를 계속했더니 기계를 쓰는 시대가 되었고 저는 주판 때문에 생기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정말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하고 싶네요. 은행의 자회사에 근무할 때 이야기인데, 의욕 넘치는 한 부하직원이 있었어요. 출세하고 싶으니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회사로 전직하고 싶다더군요. 저는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그쪽에서 활약하라고 흔쾌히 사표를 처리했지요. 나중에 본사 상사에게 설교를 들었어요. 우수한 인재는 붙잡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요. 하지만 저는 부하직원의 인생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한 회사의 사장이 되었고 지금은 저를 지지해주는 든든한 지원군입니다. 사람의 인연이란 참 신기해요.
이번 책을 보면 작가님은 호기심이 참 많은 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보통 나이 들수록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해지는데요. 작가님이 생각하기에 80대의 나이에도 첨단기술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호기심을 잃지 않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저는 80세가 넘었고 혼자 살지만, 집에 있는 일이 거의 없어요. 항상 무엇인가 일이 있지요. 일이 있어서 조금 멀리 외출했을 때는 갔던 길 그대로 돌아오는 게 아니라 다른 코스를 찾아서 오는 편입니다. 모처럼 외출했는데 똑같은 길로 오면 아깝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리고 어쩐 일인지 하고 싶은 일이 계속 생겨나요. 하지만 모든 걸 다 잘하지는 못해요. 그래서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지요. 제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주변 사람들이 애를 많이 써줍니다. 여기저기서 저를 불러주는 일도 그저 지나가는 한때일 줄 알았는데 점점 일이 커져가고 있어요. 너무나도 신기합니다. 저는 참 운이 좋은 것 같아요.
‘세계 최고령 앱 개발자’, ‘노인들의 스티브 잡스’, ‘100세 시대 롤모델’ 등 작가님을 표현하는 말이 다양한데요. 가장 마음에 드는 별명이 있나요? 사람들이 작가님을 어떻게 기억해주길 바라시나요?
‘마짱’이라고 불리고 싶어요. 말씀하신 세 가지 표현은 너무나도 과분하네요.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저는 전문 프로그래머가 아닙니다.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하다 보니 여러 가지 일을 하게 되었어요. 그 과정에서 과분한 별명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저는 ‘마짱’이라고 불리는 게 제일 좋습니다.
요즘 정년퇴직 나이를 65세나 70세로 연장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폭넓은 인생을 살았으면 해요. 은행원이었다면 전혀 다른 분야로 넘어가 농부가 되는 것도 좋겠지요. 한 번뿐인 인생, 단 하나만의 삶으로 끝나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생 이모작이라는 말도 있듯이 정년퇴직 후는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해보셨으면 합니다.
단, 정년퇴직 연령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어요. 길게 일하고 싶은 사람은 길게 일하고, 빨리 퇴직하고 싶은 사람은 빨리 퇴직해서 다른 길을 걸어가면 되겠지요.
인공지능 시대가 되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길 거라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창조 영역의 일은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아주 인간적인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창조적인 사람이고 싶어요. 옛날부터 사라지는 직업이 있고 새로 생겨나는 직업이 있었지만, 한순간에 세상이 탈바꿈된 적은 없습니다. 한순간이 아니라 서서히 준비 기간을 거쳐서 변해갑니다. 또한 인간은 뭐든 재미있는 일, 기분 좋은 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을 끊임없이 모색하는 존재입니다. 따라서 그걸 실현하기 위한 직업이 항상 생겨나지요.
가끔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에 가면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인공지능과의 공존으로 인생은 더욱 재미있어집니다.” 앞으로는 인공지능과 인간이 이인삼각(二人三脚)으로 살아가야 하는 시대가 온다고요. 그때 인간은 컴퓨터가 할 수 없는 일, 어려운 일을 맡을 겁니다. 예를 들면 창조적인 일이지요.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아이디어나 생각,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일을 판단하는 일 같은 거요. 그러기 위해서는 ‘인간력’이 필요합니다. 책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인간력을 키우려면 다양한 사람과 친구가 되고 사귀어야 합니다. 역사 속의 인물이나 외국 사람에 대해서는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그림을 보며 알아가면 됩니다. 자연과도 친하게 지내면서 생생한 체험을 하면 좋겠지요. 나만의 세계를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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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수록 인생이 점점 재밌어지네요와카미야 마사코 저/양은심 역 | 가나출판사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구글 번역기 도움을 받아 해외여행을 가고, 앱 개발에 도전하고, 다양한 나이의 사람들과 교류하는 그녀의 모습은 호기심을 간직한 노후의 삶이 얼마나 풍요로울 수 있는지 보여준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