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뮤지컬 <어린왕자>의 순수 배우 박정원
‘이런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나는 본연의 모습으로 살아보자’라는 생각을 합니다(웃음).
글ㆍ사진 윤하정
2019.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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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정원.jpg

 

 

낭독뮤지컬  <어린왕자> 가 재연을 앞두고 있습니다. 지난해 HJ컬쳐가 처음으로 선보인 ‘낭독뮤지컬’은 무대장치와 의상을 최소화하고 이야기와 음악에 집중한 새로운 형태의 공연인데요. 보여주는 뮤지컬보다는 들려주는 뮤지컬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내용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아도 학창시절 한 번쯤은 읽어봤을 <어린왕자> 를 들려준다고 하니 더욱 기대되는데요. 빠질 수 없는 질문은 ‘누가 어린왕자를 연기하느냐’겠죠. 절대 순수의 아이콘이지만 마냥 나이 어린 배우가 연기할 수만도 없는 어린왕자 역에 박정원 씨가 새로 이름을 올렸는데요.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박정원 씨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딱 들어맞는 건 아니죠(웃음)? 뮤지컬 <1446>으로 인연을 맺었는데, HJ컬쳐 작품이 워낙 좋잖아요.

 

최근 HJ컬쳐에 둥지를 튼 박정원 씨. 매니지먼트를 겸하는 공연 제작사의 작품에는 소속 배우들이 출연하는 경우가 많아 뮤지컬배우라면 소속사 결정에 신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HJ컬쳐와 박정원 씨의 교집합은 커 보이지 않았는데,  <어린왕자> 로 바로 일축하는군요.(웃음).  


많이 부담되더라고요. 소설로 너무 유명한 작품이잖아요. 어린왕자라고 해서 단순히 어리게만 표현하면 안 될 테고요. 중요한 건 어린 게 아니라 순수함을 표현하는 것이니까. 그런데 연출님이 배우들이 부담을 느끼기보다는 무대에서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그래야 원작이 주는 메시지를 정확히 전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다른 작품처럼 분석하려 하지 말고 나오는 대로 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저도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추려고 해요.

 

원작 소설은 읽어보셨죠?


네, 고등학교 때 처음 읽었던 것 같아요. 대본 보면서 원작도 다시 읽어봤는데, 제가 계산을 하고 있더라고요. ‘순수함이 정말 사라졌구나’ 싶었어요(웃음). 흔히 책을 읽을 때 본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고 하잖아요. 저는 지금 작품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자꾸 캐릭터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저는 어렸을 때 무척 지루하게 읽었는데 어른이 돼서는 마구 줄을 그으며 읽었습니다(웃음).


저도 줄이 그어져 있어요(웃음). 고등학교 때 어떤 정서와 감정으로 읽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냥 쑥쑥 읽혔던 것 같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자꾸 막히더라고요. 의문을 갖게 되고, 이유를 찾으려고 하고. 사실 개인적으로 ‘순진하지는 않아도 순수하게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데, 나도 순수함을 많이 잃었구나 생각했어요.

 

어떤 부분에서 순수함을 놓친 것 같나요?


어린왕자가 ‘꽃의 향기만 맡았어야 하는데 뭔가를 바랐던 것 같다’고 하는데 그 장면이 계속 걸리더라고요. 그 존재 자체가 나한테 큰 의미가 있는데, 의미를 억지로 부여한 것 같다고 할까. 생각해 보면 저도 무언가를 바라볼 때 그냥 그 자체를 보지 않고 계산하게 되고 이면을 보게 돼요. 사실 이번 작품 준비하면서 유치원에 한번 가보고 싶었거든요. 애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서. 그런데 제가 가는 순간 거기 물을 흐릴까봐. 이런 생각 하는 것도 순수하지 않은 거겠죠(웃음).

 

원작이 유명하지만 캐릭터 잡기는 굉장히 힘들 것 같습니다.


그래서 좀 걱정이 돼요. 원작 소설에 정답이 나와 있는 것 같지만 또 아니거든요.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계속 고민하면서도 어떤 틀에 갇히더라고요. 사람들이 원하는 정답에 맞춰야 할 것 같고. 그 틀에서 벗어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낭독뮤지컬이라서 관객들이 소설을 읽을 때처럼 스스로를 대입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해요. 배우들은 상대적으로 대사와 노래가 많은데, 그 대사를 어떻게 처리할지. 어린왕자가 순수한 호기심이 많아서 질문도 계속 던지거든요. 그걸 어떻게 처리할지, 그런 부분에서 극의 느낌이 많이 달라질 것 같아서 열심히 찾아가고 있어요.

 

어린왕자를 몇 살 정도로 설정하고 있나요? 행동이나 음색 등도 대략 맞춰야 하잖아요.


나이가 정확히 나오지는 않는데, 제 생각에는 16살 정도 같아요. 그래서 어린왕자가 갖고 있는 어린 느낌은 살리되, ‘어려서 순수한 게 아니고 순수해서 어려 보인다’는 느낌으로 접근하려고 해요. 노란 머리와 스카프가 잘 어울릴지도 고민인데, 최대한 자연스럽게 해봐야죠. 작품을 보면 아시겠지만 어린왕자의 금발에도 중요한 의미가 있거든요.

 

항상 실제 나이보다 10살 넘게 어린 역할만 맡는 것 같아요(웃음).


보통 10대죠. 최근 <붉은 정원>도 그렇고, <풍월주>도 나이가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어리고. 20대도 몇 번 안 해본 것 같아요. 그만 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감사하게도 다행인지 불행인 지 어린 이미지의 역할이 들어오니까(웃음). 주변에서는 복이라고 하세요.

 

작품할 때마다 현실에서 순수함이 조금은 퇴색된 나와 극 중 캐릭터가 부딪히겠네요(웃음). 실제 박정원 씨와 무대 위 이미지 사이 가장 큰 차이라면 어떤 건가요?


내가 10대를 연기하면 거짓말처럼 되겠다 싶기도 한데, 그게 또 배우의 몫이니까요. 무대 위에서는 순수하고 연약한 역할을 주로 연기하는데, 사실 저는 남자다운 편이에요. 그런데 어쩌면 그런 이미지의 인물들만 하니까 ‘나는 남성적인데’라는 생각을 더 하는 것일 수도 있어요. 그리고 10대 역할을 많이 하다 보니까 실제 성향도 바뀌는 면이 있더라고요. 없던 애교가 생기고, 과묵했는데 목소리 톤도 높아지고요. 그런 생각도 해봤어요. 이런 역할들만 해서 얼굴이 덜 늙나 보다, 쓰는 근육이 다르잖아요(웃음).

 


그런 차원에서 어린왕자 역이 얘기될 때도 놀라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박정원 씨가 크게 놀란 일은 따로 있다고 합니다.
아래 영상으로 직접 확인해 보시죠! 

 

 

 


앞으로 이미지 변신을 통해 참여하고 싶은 HJ컬쳐 작품과 캐릭터가 있다면요?


회사 공연을 다 보지는 않았는데, <리틀잭>이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해봤어요. 그런데 더 하고 싶은 건 <라흐마니노프>나 <빈센트 반 고흐>의 타이틀 롤이에요. 2인극에서 중심을 잡고 쭉 끌어가는 역할을 해보고 싶거든요. 물론 형들이 워낙 잘 다져놓으셔서 저는 아직 그 정도까지는 못할 것 같지만요.

 

소속사도 생기고 새로운 결의 작품도 참여하고 있는데, 마지막으로 바람을 들어볼까요?


개인적으로 힘든 일들이 있었는데, <어린 왕자>를 준비하면서 힐링이 되더라고요. 목표라기보다는 유쾌하게 살고 싶어요. 배우라는 직업이 참 좋지만 가끔 ‘관객들이 나를 봐준 건지, 그 인물을 봐준 건지... 나는 과연 뭘까?’ 생각할 때가 있거든요. 연연하지 않고 즐겁게 살면 좋잖아요. ‘이런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나는 본연의 모습으로 살아보자’라는 생각을 합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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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