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통신 나우누리 아이디 밤삼킨별을 필명으로, 현재 전 세계를 다니는 여행사진 작가이자 따뜻한 손글씨로 감성을 나누는 캘리그라퍼. 월드비전과 아름다운가게, 굿네이버스와 함께한 재능기부자이며, 캐논, 니콘 등에서 감성 사진에 대해 강의했다. 하는 일이 많아 보여도 결국 ‘밤삼킨별’이라는 필명이 다 아우르고 있다. 2004년부터 잡지 〈PAPER〉에서 ‘앳 코너’로 연재된 글을 묶어 재구성한 『난 잘 지내고 있어요』 는 제목처럼 독자들에게 ‘난 잘 지내고 있다고’, ‘당신은 잘 지내냐고’ 안부를 묻는 편지이자, 고백이다.
‘밤삼킨별’의 의미가 궁금합니다. 물론 작가님의 오랜 독자들은 알고 있지만요.
20살 나우누리 PC 통신 아이디였습니다. 지금은 서울에 있지만 95년 당시에는 캠퍼스가 용인에 있었습니다. 인천 송도에서 용인까지 거의 3시간에 걸쳐 통학을 했었는데 거의 막차를 타고 정류장에 내려 집으로 걸어오곤 했었는데요. 어느 날 그렇게 내려 올려다본 하늘에 유난히 반짝이는 별을 보는데 그 점처럼 작은 별이 모든 밤을 삼킨 듯 느껴져 밤삼킨별, 같았거든요.
『난 잘 지내고 있어요』 라는 제목은 어떻게 나왔나요?
저는 지금 보호병동에 있습니다. 보호병동에서는 핸드폰을 쓸 수도 없고, 노트북도 쓸 수가 없지요. 이 인터뷰 질문은 편집자가 책이 나왔다며 엊그제 일반병동으로 잠시 옮겼을 때 병원으로 책을 가져다주며 알려준 질문입니다. 연필이나 펜 반입도 안 되는데요, 간호사가 옆에 계신 동안 연필을 쥐고 적고 있지요. 아마 이렇게 적어서 간호사가 밖에 있는 보호자에게 이 종이를 주면 보호자가 타이핑을 해줄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지내는 것을 누군가에게 말할 자신이 없습니다. 다 설명해야하니까요. 해서 누군가들이 잘 지내?라고 묻는다면 아이러니 하게도 잘 지낸다고 합니다. 그래야 상대방이 잘 지낼 테고, 나는 더 이상 나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그래서 잘 지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비단 저만 그러겠어요. 잘 지내지 못하는 이들이요. 잘 지내고 있다,라는 거짓말이 벌어주는 시간 동안 추스르고 있는 당신들이요. 힘내라는 말을 들어도 더 낼 힘이 더 이상 없고 잘될 거라는 격려의 맛이 쓴 당신들이요. 하지만 난 잘 지내고 있다 말하며 소중한 이들을 지켜가는 나와 당신들에게 전하는 안부입니다.
전작들이 꽤 되는데 이번 책에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그동안 늘 힘들었던 것들이 켜켜이 쌓여 하나의 큰 폭발이 되어 모든 것이 무너진 가을이었습니다. 지킬 것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더 이상 잃으면 안 되는 소중한 것을 지키려 그제서야 안간힘을 썼으나 힘을 쓸수록 더 엉망이 된 가을. 제가 긴 마취가 되어 깨어나지 못하는 동안 출판사와 편집자가 그동안에 있었던 긴 시간 동안 연재된 글과 사진들로 저를 소생시킨 책입니다. 책이 만들어지는 줄도 모르고 있다가, 출판사에서 살으셔야죠,라며 밤삼킨별을 소생시켜준 책이었습니다. 20대 30대 40대 저의 지난 계절을 담은 책입니다. 제가 낳았으나 돌보지 못한 아이가 누군가에게 잘 보호받고 잘 자라서 ‘엄마’ 하고 다가와 안긴 책입니다.
잡지
이 책을 이 가을이 아니라 3년 후쯤 가을, 작년쯤 가을에 냈었다면, 나는 이 책을 정유희 언니에게 자랑하고 고맙다고 꽃을 선물했을 겁니다. 미니홈피를 하던 시절, 페이퍼의 독자였던 그 시절에 유희 언니가 미니홈피 쪽지로 안부를 건네며 시작된 언니와의 인연으로 사랑하던 잡지 페이퍼에 사진과 손글씨가 담긴 엽서를 연재하기 시작했으니까요. 그제 편집자님이 가져다준 책, 한 권은 유희 언니에게 주려고 서랍에 넣어두었습니다. 이 책은 그런 책입니다. 제일 고마운 사람에게 제일 미안한 시절에, 전해야 할 마음을 전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가득한 책입니다. 정유희 언니를 비롯하여 페이퍼 식구 분들에게 감사하고, 독자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작가, 캘리그라퍼, 세계여행 사진 작가… 현재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영감은 어디에서 얻으시나요?
평범한 직장인이어서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두 딸을 키우는 엄마여서 가능했습니다. 첫사랑과 결혼한 여자였어서 가능했습니다. 그것이 전부였던 시절이어서 가능했습니다. 평범함과 사소함이 얼마나 큰 위대함이고 소중함인지 잃고 나니 알게 되었습니다. 사소함을 지킬 수 있는 시절, 일상을 돌보며 얻었던 감성들이 그리워요.
책이 겨울이라는 계절과 정말 잘 어울립니다. 겨울이 특별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겨울이 숨기고 있는 다음 계절을 기다리는 것과, 겨울이 지나가는 것을 느끼는 것을 좋아합니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이 사는 산을 바라보는 것, 짚으로 둘러진 나무 둘레에 숨어 있는 벌레들을 생각하는 것, 얼은 논바닥에 엎드려 바닥에 잘려진 벼의 끝을 바라보는 것, 눈이 햇살에 녹아 땅이 질척거리는 것, 꽃샘바람이 부는 것... 견디는 이유가 이렇게 가득하여, 기다리면 봄이 온다는 계절의 약속입니다.
엽서 같은 뒤표지로 유명했던, 그 시절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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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잘 지내고 있어요밤삼킨별 저 | MY
여자로서 사랑을 느꼈던 틀림없던 감정, 설명할 수 없어 ‘그저 잘 지낸다고 말한다’는 잘 지내지 못하는 표현이 담긴 글을 담았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