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과 마트에서 와인을 손쉽게 구할 수 있고 분위기 있는 자리에선 와인 한 잔 정도 마시는 분위기지만, 막상 와인에 대해서는 누구도 자신 있게 말하길 꺼린다. 하늘의 별만큼 많다는 와인들 중에서 어떤 와인을 골라야 할지 알 수 없고, 라벨도 어려워 보이고 지켜야 할 매너를 따로 알아야 할 것만 같다. 그만큼 와인은 여전히 낯선 존재다.
와인을 좋아하지만 잘 알지는 못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와인을 골라야 할지 몰라 와인코너 앞에서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와인이 어렵게만 느껴져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사람들에게……
메리어트 호텔에서 음료를 총괄하는 수석 소믈리에이자 ‘BLT 스테이크’의 책임자인 정하봉 소믈리에가 현실감 있는 와인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먼저, 소믈리에라는 직업이 굉장히 생소할 수도 있는데, 어떻게 이 직업을 가지게 된 건지 궁금해요.
학부시절 호텔 경영을 전공하고 다양한 음료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졸업 하기 전에 레스토랑 현장에서 인턴쉽 과정을 경험한 것이 큰 계기였어요. 저의 외향적이고 활동적인 성격이 사람을 마주하는 호텔 근무와 잘 맞겠다는 판단을 그 때 하게 됐죠.
졸업 하는 해에 바로 메리어트 호텔 식ㆍ음료부에 입사하여 연회장, 룸 서비스, 뷔페식당에 이어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양식당에서 국내 처음으로 메리어트 호텔에서 ‘소믈리에(Sommelier)’일을 맡게 되었어요. 그 당시만 해도 호텔에서 소믈리에란 타이틀이 만들어지지 않았거든요. 2000년부터 폭발적으로 호텔 음료 매출에서 와인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게 되었고, 때마침 지속적으로 와인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저에게 기회가 주어졌어요. WSA 와인 아카데미에서 와인 교육 과정을 이수하고 프랑스, 이태리, 스페인, 독일, 미국, 호주. 칠레, 아르헨티나 와인 현지를 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매년 다양한 와인산지를 방문하고 공부해 나갈수 있었어요. 3년에 한번씩 열리는 세계 소믈리에 대회에 2010년 최초의 한국 국가대표로 선발되어 ‘국가대표 소믈리에’라는 칭호를 얻게 되었죠.
‘소믈리에'로서의 삶에서 성취감을 느끼는 순간도 남다를 것 같아요.
레스토랑의 어원처럼 찾아오시는 분들에게 기운을 북돋아 준다고 느낄 때 가장 기뻐요. 주방에서 준비해주는 최고의 푸드와 와인을 심사숙고하며 매칭하고, 그 결정으로 그날의 식사와 미팅이 좋은 비즈니스로 마무리 되었을 때 너무 뿌듯합니다. 중요한 비즈니스 미팅을 앞두고 저를 믿고 찾아주시는 손님들께 항상 감사하고, 그 손님을 통해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마음을 받을 때는 더 없는 성취감을 느끼게 되요.
첫 책인 『삶에는 와인이 필요하다』 를 출간하셨어요. 와인 상식뿐만 아니라, 와인에 대한 역사, 철학, 예술 등 인문학과 결합한 흥미로운 이야기까지 굉장히 폭넓은 주제를 다루셨는데, 이 책이 독자들에게 어떤 책이 되길 바라시나요?
‘먹는다’는 동사는 꾸준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적어도 하루에 두, 세 번 이상은 고민하고 이루어져야 하는 행동이잖아요. 어쩌면 인류의 탄생부터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에너지를 섭취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고 생각해요. 더불어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온 유일한 음료가 와인이 아닐까 싶어요. 그만큼 오랜 시간 우리 가까이에 있었던 음료이기 때문에 다양한 종류와 지역, 스타일이 있고, 풍부한 스토리가 함께 공존하고 있어요. 책의 제목처럼 누구나 고민하는 ‘맛있는 음식과 어울리는 음료’를 선택하는데 있어 와인을 안다는 것은 삶을 풍요롭게 살아갈수 있는 또하나의 열쇠를 가지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이 책을 통해 와인에 대한 기준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더불어 현재 실생활에서도 바로 도움을 받을수 있는 여러 팁들도 포함되어 있어 앞으로 와인과 함께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는데 좋은 지침서가 되었으면 합니다.
와인의 대중화를 위해, 와인 페어링 행사인 ‘와인디너’, 와인 클래스 ‘와이낮술’ 등의 강연을 비롯, <마리텔> <인생술집> 등 방송 활동도 활발히 하시는데, 와인과 관련해서 준비하고 있거나, 도전해보고 싶은 활동이 있나요?
와인은 인문학이고 인문학은 바로 우리가 자기 삶의 주체가 되어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제시해줄 수 있다고 믿고 있어요. 아마도 저는 평생 와인 산업에 종사할거예요. 그렇기에 와인을 통해 인류의 역사와 문학, 철학을 조금더 쉽고 감성적으로 다가갈수 있는 매개체로 변신시키고 싶은 욕심이 있죠. ‘와인과 인문학’이 어우러진 강연을 꾸준하게 진행하여 균형적인 삶을 살아갈수 있도록 제시하고 싶어요. 와인에서 중요한 ‘균형감’은 요즘 우리 사회의 화두인 ‘워라벨’과도 연결되어 있잖아요.
와인을 인생의 지표로 삼아 이제까지 대형차 한 대 값의 와인을 마셨다고 하셨어요. 지금까지 마셨던 와인 중 ‘인생 와인’으로 꼽는 것은 무엇인가요? 더불어 소믈리에님이 생각하는 좋은 와인의 정의는 무엇인가요? 그에 관한 이야기도 궁금해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와인(Good Wine)' 은 언제, 어디서, 누구랑 마셔도 그 와인을 함께 나누면서 서로 소통을 통해 풍성해질 수 있는 와인이에요.
2010년 만났던 ‘도멘 앙리 자이에 크로파랑투(Domaine Henri Jayer, Vosne-Romanee Cros-Parantoux 2000)’가 떠오르네요. 많은 이야기가 필요하지 않은 와인이에요. 이 와인을 맛보는 순간, 와인에서 이렇게 다채로우면서도 매력적인 향이 과하지 않으면서 지속적이게 날수 있을까 싶어 놀라웠어요. 목 넘김 이후에 느껴지는 균형 잡힌 절제미와 살며시 뒤에서 올라오는 화려함에 만든 이의 철학이 느껴지는 와인이었어요. 와인이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하늘의 허락과 땅의 축복 더불어 와인을 만드는 사람이 혼연일체가 되어 와인을 마시는 행위가 예술(Art)적이라고 느끼게 해준 인생 최고의 와인 중에 하나예요.
그 많은 와인 지식은 어디서, 어떻게 얻으세요?
2005년 메리어트 호텔에서 정식으로 ‘소믈리에(Sommelier) 란 타이틀을 받은 뒤부터 ‘와인’ 이라는 키워드가 들어간 출간되는 모든 책은 직접 구매하고 있어요. 지난 달 부로, 약 180권 정도가 된 것 같네요. 와인 업계의 트렌드를 알기 위해서 미국에서 발행되는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와 영국에서 발행되는 디캔터(Decanter) 같은 매거진을 정기 구독하면서 다양한 칼럼과 새로운 와인 소개들을 스크랩 하고 있어요. 더불어 국내에서 진행되는 호주, 오리건, 워싱턴, 뉴질랜드, 칠레 마스터 클래스는 가능하면 스케줄을 조정하며 참석하고 있고요. 다양한 와인 서적을 통해 이론을 탄탄히 하고, 와인 테이스팅 클래스를 꾸준하게 참석하여 깊이 있는 와인지식을 갖추어 나가고 있습니다.
‘다 몰라도, 이것 하나만은 알고 마셔야 한다!’ 는 와인 이야기 혹은 와인 상식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와인의 맛을 결정하는 가장 커다란 요소를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바로 포도의 품종이에요. 예를 들어 남성적인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은 껍질이 두껍고 색깔이 진한데, 입안에서 머물면 묵직하면서도 긴 여운을 남기는 것이 특징이고,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품종 중 하나죠. 그런데 같은 까베르네 소비뇽 품종이어도 프랑스 보르도(Bordeaux) 지역에서 재배되는 것과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Napa Valley) 지역에서 재배되는 것은 조금 다른 스타일로 다가올 수 있어요. 이와 같이 와인이 만들어진 주 품종의 특징과, 어느 나라에서 생산되었는지 지역에 관한 관심을 가지면 와인을 이해하는 첫 단추를 끼울 수 있습니다.
끝으로, 와인을 좋아하지만 잘 알지 못한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혹은 와인을 사랑하지만 더 알고 싶어하는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까요?
그림을 좋아해서, 쉬는 날에는 가끔 미술관에 들려 그림 앞에서 한참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어느 날, 한참을 우두커니 서서 그림을 보고 있는 저에게 지나가는 도슨트 한 분이 그림에 대한 설명을 좀 해드릴까요? 라고 물어보시더라구요. 주저 없이, 부탁 드린다고 하니, “이 그림은 19세기 후반 인상주의 작가의 그림으로, 시간과 계절에 따른 사물의 표현을 작가의 주관적인 느낌으로 거친 붓 터치로 마감된 그림입니다” 하며 짧고 강렬한 설명을 전달해주었어요. 10분 이상을 서 있어도 알지 못했던 그림에 담겨있는 의미를 조금은 확장돼서 알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죠. ‘소믈리에(Sommelier)’란 직업도 그와 같다고 생각해요. 와인을 한잔 머금고 있는 손님에게 다가가 와인의 맛은 어떠신가요? 라고 묻는다면 단순하게 “와인이 참 맛있네요”란 답변이 돌아올 수 있겠죠. 그 손님에게, “고객님 이 와인은 프랑스 보르도(Bordeaux) 지역의 와인으로 5가지의 품종이 블렌딩 되어 있으며, 남성적이면서도 목 넘김 이후에는 부드럽고 우아한 피니쉬가 일품이어서 전 세계 와인의 기준점이 되고 있는 와인입니다.”라고 안내해 주는 사람이 바로 소믈리에예요. 미술관의 도슨트와 같죠.
‘소믈리에’라는 이름으로 낸 이 책을 친구처럼 가까이 하면, 어렵고 다양한 와인의 세계에 좀 더 빠르고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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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는 와인이 필요하다정하봉 저 | arte(아르테)
시음 행사 참가하는 법 등 실생활에서 직접 활용 가능한 정보를 통해서, 나만의 와인을 찾을 때까지 국가대표 소믈리에가 쉽고 재미있게 와인의 세계로 안내한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