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고 미세먼지 수치가 ‘매우 나쁨’ 단계를 넘나들고, 아침마다 마스크를 꼭 챙기라는 기상캐스터의 당부를 들으며 출근해야 하는 대한민국. 폐렴과 감염성 질환, 협심증이나 뇌졸중 같은 심혈관 질환의 원인으로 꼽히는 미세먼지는 1급 발암물질이다. 그 심각성이 차차 알려지면서 공기청정기 판매가 급증했다.
그렇다면, 실내에 공기청정기만 들이면 건강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걸까? 먼지 및 각종 유해물질을 99.99%까지 걸러준다는 공기청정기 광고가 허위 및 과장으로 제제를 받는 뉴스를 보니, 완벽한 대안은 아닌 것 같다.
최근 식물 200그루를 키우며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미세먼지와 고군분투한 기록을 담은 책이 나왔다. 5월 말 방영된 JTBC 다큐플러스 <먼지를 삼킨 집>의 주인공이기도 한, 저자 모던마더 정재경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미세먼지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보니, 이제 많은 사람들이 무뎌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미세먼지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계기가 있으셨나요?
사실 저도 처음에는 시간이 지나면 인간의 유전자가 진화하거나 세포가 미세먼지에 대한 항체를 만들어 자연스럽게 면역력이 생기지 않을까 다소 안이하게 생각했어요. 하지만 미세먼지가 ‘보통’이라는 예보에 무심결 창문을 모두 열고 잠이 들었던 봄날, 숨이 턱 막혀서 잠에서 깼는데 정말 무섭더라고요. 또 미세먼지가 가득한 날 밖에서 뛰어놀다 들어온 아들이 새빨간 코피를 쏟아내고 기절하듯 잠이 드는 걸 보니, ‘뭔가 이상하다’ 느꼈지요. 엄마의 직감 같은 거예요. 그때부터 미세먼지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공부하며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미세먼지와의 전쟁, 작가님의 강력한 대비책이 ‘공기정화식물’이라고 들었습니다. 정말 식물만으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나요? 오히려 공기청정기 한 대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가 아닌가요?
이 문제에서 정답은 없다고 생각해요. 각 사람의 체질, 처한 환경이 모두 다르니까요. 친구 아이가 투병 중이라 공기정화식물을 권했더니, 항암 치료 중에는 식물, 반려동물, 수조 모두 금지사항이라고 하더라고요. 모든 사항을 고려하지 않고 권한 것 같아 너무 미안했어요. 그러니 자신이 처한 형편에 맞춰서 최선의 방법을 선택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저의 경우, 현관 앞에 공기청정기를 두어 외부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를 빠르게 제거하고, 인체에 필요한 산소와 음이온을 배출하는 식물들을 키워 균형을 잡는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어요. 외부 미세먼지 농도가 200㎍/㎥일 때도 실내 미세먼지 수치가 10㎍/㎥ 안팎인 걸 보면, 식물이 공기정화에 효과적인 것은 분명해요. 하지만 오염된 공기를 정화하는 데는 4~5시간 정도가 소요돼요. 또 공기청정기는 인체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거르지 못하고 산소와 음이온을 배출하지 못하니 그것만으로 부족하지요.
결론적으로,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되 식물과의 협공이 필요합니다. 식물은 지속적으로 산소와 음이온을 배출하고, 사람은 식물을 돌보며 심리적 안정을 얻을 수 있어요. 게다가 식물의 초록색을 보면 뇌 속 알파파가 올라가 기억력과 집중력도 강화된대요. 이처럼 식물은 몸과 마음과 생각을 건강하게 만든 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반려식물을 200그루나 키우시는데, 일반적인 가정에서 그 정도로 많은 식물을 키우는 건 무리일 것 같아요. 실제적으로 공기정화 효과를 보려면 식물을 얼마나 키워야 할까요?
저는 일터와 살림터가 함께 있는 공간에 살고 있고, 공간을 아름답게 연출하는 일을 하고 있어서 일반적인 가정보다 식물을 더 많이 키우고 있어요. 20~30평대 아파트라면 식물이 50~60그루만 있어도 확실히 다른 공기의 힘을 느낄 수 있어요. 작은 욕실에도 식물을 10그루 정도 배치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일단 시작해 보는 거예요!
인도의 환경운동가인 카말 미틀 박사님은 성인 어깨까지 오는 아레카야자 4그루, 허리까지 오는 산세비에리아 6그루, 그리고 곳곳에 스킨답서스를 두면 유리관 안에서도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국립농업특작과학원의 김광진 박사님도 30평대 거실을 기준으로 높이가 1m인 식물은 3.6개, 중간 크기 식물은 7.2개, 30cm 이하의 작은 식물은 10.8개가 적당하다고 하세요. 건국대 생명환경과학대학 손기철 박사님은 식물은 많을수록 좋다고 말씀하시는데, 저도 거기에 동의해요.
사람들이 흔히 자신을 ‘식물 킬러’ ‘연쇄 살초마’라고 부르며 화초 키우기를 두려워하는데요. 식물을 죽이지 않고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비결이 있을까요?
식물을 키우는 데 반드시 필요한 태도는 ‘적당히 무심하게’예요. 의외로, 지나친 애정표현이 원인이 되어 식물이 죽는 경우가 많아요. 물을 너무 자주 주거나 작은 화분에 비료를 너무 많이 주는 것이죠. 화분에 주는 물은 지나친 것보다 차라리 모자란 편이 더 나아요. ‘잎은 촉촉하게, 뿌리는 건조하게’를 주문처럼 외워두면 식물 관리에 많이 도움이 될 거예요.
식물의 수가 늘어나면, 관리는 물론이요 공간에 아름답게 배치하는 것도 새로운 고민거리가 될 것 같아요. 간단한 플랜테리어 Tip을 알려주세요.
식물들은 함께 모여 있는 것을 좋아해요. 따로따로 떼어놓으면 거슬거슬한 잎도 모아두면 반짝반짝해지는 걸 느낄 수 있거든요. 여러 개의 화분을 모아 화단을 만들면 보기에도 좋고, 생육에도, 식물 관리에도 좋습니다. 플랜테리어적으로 아름답게 배치고 싶다면, ‘통일, 비례, 균형, 대칭, 리듬감’의 요소를 기억하세요. 이것도 어렵다면, 대충 그린 삼각형의 꼭짓점에 화분을 놓는다 생각해보세요. 아름다워집니다.
반려식물을 키우게 되면서 깨끗한 공기 외에도 얻게 된 긍정적인 변화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처음엔 미세먼지 때문에 공기정화를 목적으로 식물을 들이기 시작했지만, 예전에 비해 공기청정기가 돌아가는 횟수가 급격이 줄고, 건강과 컨디션이 훨씬 좋아지는 걸 느끼니 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아이들이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기관들에는 사실 공기청정기마저 없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마음으로 직진하는 좋은 글이 필요하겠구나 생각했고, 카카오 브런치 플랫폼을 통해 글을 쓰면서 도전했어요.
식물을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안정되고 식물을 돌보며 내면이 치유되는 걸 느끼고 있어요. 200그루의 반려식물과 함께 살며, 분명 몸과 마음과 생각이 건강해졌습니다. 제가 식물을 돌본 게 아니라, 식물이 저를 돌본 건지도 모르겠어요.
이야기를 듣다 보니 지금 당장이라도 식물을 사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식물 키우기 초보라면, 어떤 식물부터 도전해보는 게 좋을까요?
정말 초보시라면요, 가장 키우기 쉬운 식물 스킨답서스, 스파티필룸, 홍콩야자를 추천해요. 공기정화 능력도 우수하고, 관리도 까다롭지 않은 데다, 쑥쑥 잘 자라서 키우는 재미와 공기정화의 실용성을 동시에 얻을 수 있어요. 지금부터 키우기 시작하면 공간에 완벽하게 적응해, 날씨가 추워져도 잘 견딜 거예요. 저와 함께, 지속 가능한 산소 탱크 만들기를 시작해보셨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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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이 숲이 된다면정재경 저 | 알에이치코리아(RHK)
미세먼지 수치가 높은 날엔 어김없이 코피를 쏟는 아들을 보며 미세먼지와의 전쟁을 선포한 평범한 엄마의 고군분투 기록이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