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누군가를 좋아하고 있나요? –뮤지컬 <사랑을 이루어 드립니다>
변화하고 변신하며 진짜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글ㆍ사진 임수빈
2017.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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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의 마법 같은 시간!

 

좋아하는 사람한테 말 한마디 걸어보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고, 그런 내 자신이 초라해 보여 좌절하고 포기하다가도 그 사람이 웃는 모습을 바라보며 모든 걸 잊게 되고.. 짝사랑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크게 공감할 것이다. 짝사랑은 아프고 힘들지만 행복하고 또 행복하지만 아프고 힘들다.

 

뮤지컬 <사랑을 이루어 드립니다>는 짝사랑을 하는 중인 사람들의 간절한 바람을 무대 위로 코믹하게 풀어낸 뮤지컬이다. 주인공 진성은 소심하고 자존감 낮고 존재감까지 없는, 말 그대로 내세울 것 하나 없는 평범남이다. 직장 동료 장미를 짝사랑 하고 있지만 말 한마디 붙여본 적 없고, 상사에게는 하루가 멀다 하고 구박을 받는다. 반면 같은 회사 동료이자 초등학교 동창인 성민은 여자들에게도 인기만점, 상사에게도 사랑 받는 엄친남의 표본이다. 진성을 늘 그런 성민을 부러워하기만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늘 그래왔듯 홀로 남아 야근을 하며 자신을 자책하던 진성에게 수상한(?) 문자 한통이 날아온다. 짝사랑중인 모든 이들을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 7일간 하루 한 번 자신이 원하는 남자가 되게 해주어 사랑을 이루어준다는 내용의 문자! 처음에는 스팸문자라 생각하던 진성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홀린 듯 상담전화를 걸고, 상담사 진희를 만나게 되며 인생에서 다시 없을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진성은 장미의 마음을 사로잡는 남자가 되기 위해 7일 동안 때론 지성미를 갖춘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때론 강인한 남성미를 가진 야쿠자로, 때론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한류스타로 변신한다. 그러나 2%, (아니 사실 더 심하게 많이) 부족한 변신으로 인해 장미의 마음을 사로 잡기는 매번 실패한다. 사실 진성은 장미가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어떤 사람인지조차 알지 못한다. 단 한번도 그녀에게 말을 걸어 본 적이 없으니까. 그런 상태에서 오직 자신의 상상에만 의존하여 이루어진 변신이 실패하고, 장미의 마음도 얻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진성은 7번의 변신이 끝나갈 때즈음에야 그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동안 자신이 바래왔던 건 ‘내’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 였음을. 단 한번도 진정한 자신과 마주한 적이 없었음을. 그리고 그동안 소심하고 찌질하기만 했던 지난 과거를 벗어 던지고 스스로 변화하고 변신하며 진짜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뮤지컬 <사랑을 이루어 드립니다>진성이 7일 동안 다양한 사람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피소드들은 충분히 코믹하고 유쾌하여 관객들의 웃음을 유발한다. 하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전달하지 못하는 과장된 유머 코드, 진부한 대사, 배우들의 다소 미흡한 연기력은 두고두고 아쉬움을 남긴다. 오랜 시간 공연되며 사랑 받은 작품이지만 <사랑을 이루어 드립니다>는 딱 그저 그런, 흔히 볼 수 있는 대학로 소극장 뮤지컬의 한계를 넘지는 못하다는 느낌을 준다.

 

늘 누군가를 부러워하고 자기 스스로를 낮추었던 진성이 이 7번의 마법 같은 경험을 통해 변신하고, 그 속에서 진짜 자기 자신과 마주하게 되는 스토리와 메시지 자체는 충분히 의미가 있지만, 그 메시지를 뒷받침 해주어야 할 부수적인 것들의 부재는 생각보다 치명적이다.

 

누군가를 짝사랑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 공감하며 볼 수 있는 뮤지컬 <사랑을 이루어 드립니다>는 오는 12월 31일까지 스카이씨어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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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빈

현실과 몽상 그 중간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