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면 이탈리아』는 수많은 키워드 중에서도 ‘로맨틱’을 주제로, 느릿느릿 바라보고 섬세하게 스케치한 이탈리아 여행 에세이다. 10여 년 내공의 여행작가 최미선과 사진작가 신석교 커플이 북부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에서부터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 1위’로 꼽은 중부 해안마을 포지타노에 이르기까지, 8개 도시가 품고 있는 로맨틱 러브 스토리와 그림 같은 경치를 꼼꼼하게 담아냈다. 뿐만 아니라 르네상스의 발상지인 피렌체와 2000년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고대 도시 로마에서 만난 찬란한 예술사의 흥미로운 뒷이야기, 그리고 예술가들의 삶과 그들의 러브 스토리까지 곁들여 지적인 사유 여행의 재미를 더했다.
사랑과 낭만을 주제로 떠난 이탈리아
유럽의 수많은 나라 중 이탈리아로 떠나신 이유가 궁금해요.
15년 전에 이탈리아를 다녀온 적이 있어요. 여행사 패키기 상품이어서 명소마다 들러 인증 샷만 남기고 허겁지겁 옮겨 다니는 그런 여행이었어요. 엄청 많은 걸 봤는데 제대로 남은 기억이 없다 보니 언젠가는 다시 와서 좀 천천히 깊이 있게 둘러보자 싶었죠. 그러던 차에 우연히 본 <투스카니의 태양>이라는 영화 한 편이 이탈리아 여행에 불을 지폈어요. 영화의 무대가 된 이탈리아의 전원 풍경도 너무나 아름다웠고,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러 갔던 아말피 해안 풍경은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눈에 계속 아른거렸어요. 그래서 과감히 배낭을 꾸렸죠. 영화의 영향 덕에 우리 여행도 ‘사랑과 낭만’을 주제로 하자 싶었어요. 마침 여행 기간에 결혼기념일도 끼어 있으니 기왕이면 로맨틱 스토리의 배경이 되는 달콤한 곳들을 둘러보자 싶었던 거죠.
책 출간과 비슷한 시기에 이탈리아 관련 TV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그곳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졌어요. 유럽의 많은 곳을 다니셨는데, 이탈리아만의 매력을 알려주세요.
이탈리아 하면 일단은 풍부한 유적지와 문화유산, 예술작품이 떠오를 만큼 예술적인 향기가 강한 곳이잖아요? 제가 볼 때는 그에 못지않게 아름다운 전원과 낭만적인 사람들도 매력적인 나라 같아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이 초스피드의 세상에서 2000년 전의 얼굴을 간직하고 있는 로마에서는 고대 유적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고, 물의 도시 베네치아에서는 미로처럼 얽힌 수로와 골목 때문에 길을 잃을 때마다 오히려 그 도시의 진정한 속살을 들여다보는 묘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어요. 길을 잃는 게 오히려 반갑고 흥미롭다니. 재미있지 않나요?
반면 세계 모든 연인들이 꼭 가보고 싶어 하는 로맨틱한 도시 피렌체에서는 단테와 베아트리체의 사랑, 미켈란젤로의 열정, 르네상스의 발상지다운 풍부한 예술세계를 만끽할 수 있어요. 아레초, 베로나, 포지타노 해안 등 평범한 이탈리아인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소도시 여행도 너무나 매력적이고요.
이번 책 역시 인생 파트너, 신석교 사진작가님의 사진이 돋보여요. 특히나 연인들의 아름다운 모습이 책 속에 가득한데요. 혹시 사진을 찍으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으셨나요?
여행 일정 중 소렌토에 도착한 날이 우리의 결혼기념일이었어요. 원래는 도착하자마자 숙소에 배낭을 내려놓고 느긋하게 돌아볼 계획이었는데, 아기자기한 골목길하며 혼을 쏙 빼놓은 바다 경치에 빠져 배낭을 메고 계속 돌아다닌 거예요. 한참을 그렇게 다니다 골목 모퉁이에 있는 레스토랑 노천 테이블에 앉아서 늦은 점심을 먹는데 저 앞쪽에 갓 결혼한 신랑 신부가 친구들에 둘러싸여 사진을 찍고 있더라고요. 그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여서 내심 ‘이쪽으로 와라~ 이쪽으로 와라~’ 텔레파시를 보내니 거짓말처럼 우리 쪽으로 방향을 틀어 걸어오지 뭐예요? 사진작가인 남편이 둘의 낭만적인 사진을 찍고 싶었는지, 신부를 향해 신랑에게 키스하라는 사인을 보냈더니 신부가 갑자기 내게 와서 볼에 키스를 했어요. 남편의 사인을 오해한 모양이에요. 제가 신부한테 “우리도 오늘이 결혼기념일이야.”라고 말하니까 신부가 남편에게도 ‘찐한’ 볼 키스를 해주고 가더라고요. 결혼기념일에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얼굴을 한 신부의 키스를 선물로 받은 기억이 지금도 생생해요.
8개의 도시 중 사랑을 막 시작한 사람과 가면 좋을 도시를 꼽아주신다면?
이탈리아는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사랑에 어울리는 로맨틱한 분위기가 깔려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굳이 꼽자면 로미오와 줄리엣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품은 베로나를 추천하고 싶어요. 관광객으로 북적대는 대도시의 번잡함 없이 호젓하면서도 낭만적인 이탈리아 골목길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야트막한 언덕에 올라 바라보는 베로나의 야경이 아주 아주 로맨틱하거든요. 한여름의 오페라 공연으로 유명한 아레나는 로마 못지않은 고대 유적으로 유명하고, 베로나 시내에는 깔끔하고 세련된 명품 거리도 있어서 현대와 고전의 장점이 아주 잘 어우러진 도시예요.
‘고독하지 않게, 이기적이지 않게 사랑하기’란 말이 참 인상 깊었어요.
흔히들 ‘기브 앤 테이크’는 너무 계산적이고 정 없는 말이라고 하는데, 저는 오히려 사랑할 때 꼭 필요한 원칙이 ‘기브 앤 테이크’인 것 같아요.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는 사랑은 고독하고, 받으려고만 하는 사랑은 너무나 이기적이에요. 고독한 사랑, 이기적인 사랑은 온전한 사랑이라고 볼 수 없죠. 적어도 받은 만큼, 되도록이면 받은 것보다 더 많이 돌려주려고 노력할 때 사랑이 오래 지속되고 점점 더 두터워지는 것 아닌가 싶은 거죠.
하지만 주는 것과 받는 것을 공정하게 유지한다는 게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닌 것 같아요. 또 그것을 너무 신경 쓰면 그야말로 계산적으로 빠지기 쉽고요. 돌이켜보면 우리 부부도 결혼 초반엔 고독한 사랑, 이기적인 사랑으로 지지리도 많이 싸웠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니 둥글둥글해지고 무뎌지면서 이젠 그다지 싸울 일도 없어요. 오히려 흰머리가 하나 둘 늘어가는 남편의 뒷모습을 보면 짠한 마음이 먼저 들어요. 청춘의 사랑이 한차례 소낙비처럼 흠뻑 젖는 사랑이라면 중년 부부의 사랑은 가랑비처럼 솔솔 파고드는 사랑인 것 같아요. 그 편하고 은근한 사랑이 오래 지속되길 바랄 따름이에요.
10여 년을 여행작가로 살아오셨으니 떠남과 돌아옴에 대한 철학이 생기셨을 것 같아요.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올 때마다 내뱉게 되는 첫마디가 “역시 내 집이 최고야”예요. 여행을 떠나봐야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일상의 소중함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설렘을 안고 떠난 여행 끝에 다시 마주한 일상은 분명 그 전의 일상과는 다른 의미로 다가오거든요. 멕시코 출신의 여성화가 프리다 칼로는 자신의 마지막 여행 중 “이 여행이 너무 행복해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저는 떠날 때 느끼는 행복보다 돌아와서 느끼는 행복이 늘 더 커요. 그리고 여행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아주 큰 행복이고요.
앞으로의 계획을 알려주세요.
여행에 관해서는 아직도 배가 고프고, 늘 목이 말라요. 그 목마름 때문에 올해도 우리 부부는 배낭을 꾸리고 있답니다. 이번엔 프랑스 파리만 집중적으로 둘러보는 여행이에요. 파리 역시 오래전에 여행한 곳이지만, 역시 조금은 성급하게 둘러본 게 아닌가 싶어 아쉬웠거든요. 이번에는 파리 근교까지 아우르며 좀 더 천천히 느긋하게 둘러볼 참이에요. 수많은 영화와 소설, 그림, 사진의 무대이자 배경이 된 도시인 만큼 이탈리아와는 또 다른 파리의 사랑을 가슴에 담아와 『사랑한다면 파리』를 출간할 계획이에요. 출발을 한 달여 앞둔 요즘은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매일 가슴이 두근거려요. 아무리 반복해도 닳지 않는 설렘과 흥분이라니. 여행은 열애와 비슷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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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면 이탈리아최미선 저/신석교 사진 | 북로그컴퍼니
≪사랑한다면 이탈리아≫는 수많은 키워드 중에서도 ‘로맨틱’을 주제로, 느릿느릿 바라보고 섬세하게 스케치한 이탈리아 여행 에세이다. 10여 년 내공의 여행작가 최미선과 사진작가 신석교 커플이 북부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에서부터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 1위’로 꼽은 중부 해안마을 포지타노에 이르기까지, 8개 도시가 품고 있는 로맨틱 러브 스토리와 그림 같은 경치를 꼼꼼하게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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