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도 괜찮아 베를린』은 자유분방한 일러스트레이터 아방의 독일 여행기다. 아니, 체류기라고 해야 할까. 그녀는 카우치 여행으로 독일에 갔다. 현지에 거주하는 사람의 집에서 머무는 카우치 서핑. 비용 면에서는 부담이 없으나 생판 남의 집에서 머무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아방이 만난 사람은 대개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대학생, 디자이너, 사진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을 만나며 베를린의 삶과 예술을 접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행복을, 잘 어울려서 살아가기를 성찰해나갔다.
근황이 궁금합니다.
여전히 주말에는 수업하고 평일에는 그림을 그리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요즘엔 2015년 캘린더를 만들려고 준비 중이고, 새로운 책을 하나 기획하고 있어요.
책으로도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은 책 속 주인공(Min, Peter, Marco 등) 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음. 사실 책이 나온 후에는 모두에게 얘기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여행을 할 때부터 친구들에게 서울로 돌아가면 베를린 이야기를 책으로 쓸 거라고 이야기했었어요. 그래서 아드리앙이나 마르코는 가끔 메일을 주고 받을 때, 책 쓰는 작업은 잘 되어가냐고 묻기도 했고 스테판은 sns에 올라온 자기 얼굴 그림을 무척 마음에 들어하기도 했어요. 아마 소식을 듣거나 직접 본다면 좋아하겠죠. 축하도 해주고.
독일 베를린, 카우치 여행을 생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음, 책에도 쓰여있듯이 자극이 필요했습니다. 부딪치고 깨지며 부디 무사하지 않기를. 순탄히 흘러가는 그때의 일상에 금이 쫘악 가기를 바랬었어요. 그래서 덜컥 카우치서핑이라는 것으로 여행을 실험하고 싶었고 새로운 일상과 만나는 것에 도전하고 싶었어요.
아방님의 그림에는 원색 계열의 화려함이 있잖아요. 그런데 책에 실린 그림 중에서는 무채색 계열의 그림이 꽤 있었던 듯합니다. 베를린이라는 도시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사실 독일이나 베를린 하면 날씨부터 여러가지가 많은 사람들에게 무채색 또는 흐리고 무거운 느낌을 주나봐요. 저도 예전에 그랬고요. 그렇지만 이번 여행에서 느꼈던 베를린은 알록달록함에 가까워요. 생각지도 못했던 컬러들이 곳곳에 묻어있는 도시에요. 베를린드로잉이 제 다른 그림들에 비해 컬러풀하지 않은 그냥 그렇게 그렸기 때문이에요. 채색도구를 다양하게 쓰지 않고 펜과 연필을 주로 사용했고 멋진 작품을 그려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그 장소만의 생생하고 거친 장면을 빠른 드로잉으로 남기고 싶은 마음이 컸거든요. 사실 평소에 그런 드로잉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때까지 전시하기엔 좀 부족하다 생각했던 러프한 드로잉을 모아서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책으로 엮게 되었습니다.
어디서든 살아가다보면 즐겁다가도 또 버텨야 하는 일상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다들 그렇게 저렇게 견뎌내고 결국 비슷해지는 삶의 패턴이 뭐가 중요할까. 그것보다 자신의 행복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지 그 방법에 집중하며 이곳에서 살고 있는 민이 대견했고 응원해주고 싶었다. 나도 내가 진정 원하는 앞길이 무엇인지, 바쁘게 살던 내 일상이 진정 좋았던 것이니 작은 회의가 들어서 여행을 떠나온 것이니. 행복이라는 게 별 것 있나. (39쪽)
베를린에 머물며 행복에 관해 많이 생각하신 듯합니다. 베를린에 가기 전, 다녀온 뒤 행복에 관한 생각이 좀 바뀌었나요?
네. 행복에 관해서는 늘 생각하는 것 같아요. 베를린에서는 생각할 시간이 더 많아져서 좀 더 집중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고요. 내가 행복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뭘 해야 하나, 그런 것은 변함이 없어요. 다만 그것들을 해나가는 과정에 쉼표를 넣을 수 있는 여유와 융통성이 생겼어요. 그 전에는 시간에 좀 팍팍했었거든요. 지금도 많은 것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예전처럼 지칠 때까지 몰아가진 않아요. 여행을 가기 전에는 한 번에 두 세가지의 일을 하지 않으면 조바심을 느낄 정도로 강박적이었다면 지금은 조금 천천히, 꾸준히 페이스를 조절하면서
결국 생각했던 것을 해내면 된다는 생각으로 조금 바뀌었어요.
‘잘 머물며 잘 어울려’ 사는 게 목표가 되었다고 했는데, 베를린에서 잘 머물기 위해 필요한 게 있다면?
특별한 것은 없는 것 같아요. 워낙 개성있고 자유로운 도시여서요. 그래도 잘 어울리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면... 당연하겠지만 언어와 사교성이겠죠.
잘 어울려 살기 위해서는 상대방과 교감이 중요했을 텐데, 독일에서 만난 사람들은 어땠나요.
제가 만났던 호스트들 중에는 독일인도 있었고 이탈리아인, 프랑스인도 있었어요. 모두 베를린에 정착해 살고 있어서 베를리너의 감성을 많이 지녔어요. 다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저의 호스트가 되어준 여섯명의 남자들은 하나같이 긍정적이고 자기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었어요. 열정이 가득한 동시에 여유를 즐길 줄 아는
이들이기도 했고요.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Joe’였는데요. 살면서 잘 맞는 사람과만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습니다. 집을 나온 이후에 혹시 joe와는 어떤 연락이라도 주고 받았는지.
아니요. 사실 조는 정말 친절했지만 아직도 그때를 떠올리면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어져요. 조는 sns로 한두 번 연락을 해왔지만 제가 사용법에 서툴러서 본의 아니게 대답하지 못했어요. 그후로는 별다른 연락이 없었고 제가 먼저 연락해보고 싶지도 않아요. 흐흐흐.
베를린이 아름다운 건 ‘매일을 즐기겠다는 아름다운 이들이 있어서가 아닐까’라고 말했는데요. 서울은 그에 비해서 어떤가요?
서울과 베를린은 사회구조부터 많이 다르기 때문에 사람들의 생활패턴과 생각도 많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서울의 많은 젊은이들이, 매일을 즐기기에는 너무 시간과 돈이 빠듯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서울에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20%이상이 살고 있고 학비와 사교육비도 어마어마한데 취직문은 좁고 겨우 들어간 직장에서는 야근을 밥 먹듯이 하고 그렇게 번 돈으로는 괜찮은 집조차 구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니까요. 유럽의 다른 나라들도 물가가 높고 청년실업이 문제되는 건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하지만 독일의 경우에는 학비가 아주 싼데다 배움에 대한 제도가 잘 되어있는 편이어서 우리보다 조금 더 여유로운 마음가짐을 갖고 있는 것 같긴 해요. 그리고 어디까지나 제 생각이지만 땅이 넓고 그만큼 숲과 공원이 많은 것도 한 몫 하는 것 같아요.
다음 행선지로 염두에 둔 장소가 있다면?
책이 완성된지 얼마 되지 않아 베를린의 다음으로 확실히 정해둔 곳은 아직 없지만 유럽의 어느 작은 도시일 가능성이 커요. 제가 유럽의 감성을 좋아하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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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도 괜찮아 베를린아방 저 | 달
유쾌, 위트, 낭만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아방이 드로잉북을 들고, 낯선 남자들의 소파를 빌려 베를린으로 떠났다. 그리고 그곳의 이야기와 그림을 책으로 펴냈다. 관광 명소나 거창한 예술을 찾는 누구나 하는 평범한 여행이 아니다. 인연이 되어준 몇몇의 서퍼들에게 짜릿한 일상과 미쳐도 괜찮을 수 있는 법을 배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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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규(인문 PD)
티끌 모아 태산.
앙ㅋ
2015.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