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을 왜 아버지라 부르죠? ‘어버이’도 좋은데…” - 『껍데기는 가라』 함세웅․손석춘
지난 9월19일, 안철수 후보가 대선에 나설 것을 선언한 날, 서울 마포구 가톨릭청년회관에서 함세웅 신부와 손석춘 교수와 독자들과 함께 했다. 『껍데기는 가라』 출간기념, 토크콘서트의 현장. 지난 8월28일, 은퇴 미사를 치르고 현장 사목으로 “껍데기는 가라”는 원로의 외침을 전하고 있는 함 신부와 손 교수가 이야기를 나눴다.
글ㆍ사진 김이준수
2012.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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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엽 시인, “껍데기는 가라”고 외쳤다. 쇠붙이도 가라고 덧붙였다. 독재와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시절, 그의 외침은 단호했다. 허위의 것을 떨쳐버리는 것, 그것이 인민이 원하는 세상을 가져다줄 것임을 확언했다. 껍데기는 거짓과 위선, 불의, 독재 등 공동체를 위협하는 모든 것이었다. 그것은 시인의 입으로 발화된 화합과 평화를 열망하는 1960년대 인민들의 목소리였다.

2012년, 다시 “껍데기는 가라”는 외침이 터져 나온다. 한층 더 두터워진 껍데기로 무장한 세력들의 창궐 때문이다. 삼성으로 대변되는 몰지각하고 몰염치한 자본권력과 독재와 비민주의 아이콘이 효녀가 되고 싶은 딸의 몸을 빌어 복권을 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껍데기는 가라는 외침은 묻는다. 지금-여기의 정치란 무엇인가. 우리는 올 겨울,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1974년 정의구현사제단을 만들어 독재와 경제 권력에 맞서 싸웠으며, 현재진행형의 싸움을 여전히 하고 있는 함세웅 신부. 함 신부가 손석춘 교수와 함께 1967년의 詩 “껍데기는 가라”는 외침이 지금도 유효한 까닭을 증언한다. 수구와 비열한 세력의 창궐에 일침을 가하는 대화집, 『껍데기는 가라』(함세웅ㆍ손석춘 지음|알마 펴냄)가 그것이다.

그리고 지난 9월19일, 안철수 후보가 대선에 나설 것을 선언한 날, 서울 마포구 가톨릭청년회관에서 함세웅 신부와 손석춘 교수와 독자들과 함께 했다. 『껍데기는 가라』 출간기념, 토크콘서트의 현장. 지난 8월28일, 은퇴 미사를 치르고 현장 사목으로 “껍데기는 가라”는 원로의 외침을 전하고 있는 함 신부와 손 교수가 이야기를 나눴다.




근황부터 여쭙겠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은퇴하면 신학교에서 공동 생활하거나 교구에서 마련한 숙소에서 지내는 경우도 있어요. 친구 몇 분이 신학교에 있어서 오라고 했는데, 안 갔어요. 상도동 교구가 마련한 숙소가 있는데, 거기서 지냅니다. 여행을 간 것 같아요. 나무도 있고, 기쁘게 잘 지내고 있어요.

정의구현은 계속 해야 하지 않나요?

문정현 신부가 강정마을에서 해군기지 철퇴를 위해 애쓰고 있는데, 미사 때마다 내가 올 거라고 공지해요. (웃음) 그저께 신부들과 회합을 했어요. 올해가 유신정변 40년이 된 해인데, 10월 중 민주화 운동을 했던 분들이 유신정변에 대한 역사적 정의를 위해 박근혜 후보에게 꾸짖음을 할 계획이에요. 그 시대를 살았던 우리들이 각론을 하라고 해서 준비하고 있어요.

책에 가톨릭을 마피아라고 말씀하셨는데, (웃음) 가톨릭 내부에서 문제제기는 없었나요?

하도 넓고 커서 이런 것에 관심도 없어요. (웃음) 중세를 보면, 가톨릭이 가장 나쁜 짓을 많이 했고, 마피아라고 해도 그런가보다 하고 끄덕도 하지 않아요. 내 발언 정도는 2천년동안 많은 분이 말씀한 것이라 그런가보다 하는 거죠. 가톨릭의 가장 큰 무기는 묵비권이에요. 어려운 얘기를 들으면 가만있어요. 사실이라고 인정하는 거죠. (웃음)




“로마 가톨릭이야말로 바티칸에서 2,000년 동안 지배한 국제 마피아의 원조인 셈입니다.… 많은 이들이 바티칸을 마피아라고 꾸짖는 것은 하느님나라의 본질을 잊고 권력과 돈과 명예의 노예가 된 부끄러운 점을 고백한 겁니다.”(pp.43~44)



금송아지 이야기를 강조하셨습니다. 금송아지와 관련, 김인국 신부와 함께 2007년 삼성의 비자금 문제를 제기했는데, 삼성의 반응은 없었나요?

삼성에서 교구나 아는 분을 통해서 협조를 요청하면 응할 수 있다는 소식을 전해주긴 했는데, 잘못 응답하면 체할 수 있잖아요. 속죄의 봉헌이면 받을 수 있으나 흥정은 하지 않겠다고 아는 분을 통해 말씀 드렸어요. 실은 거북한 일도 많이 있었습니다. 한 번은 어느 날, 아침 6시 미사에 낯선 분들이 오셨어요. 미사가 끝나고 두 분이 만나자고 해서 명함을 받으니 삼성 계열사 사장들이더라고요. 가톨릭 신자인데, 김용철 변호사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기에 약간 그분들을 꾸짖었습니다. 그분들, 사장이긴 하지만 힘이 있겠어요? 당신을 보낸 사람을 데려오면 얘기하겠다. 그렇게 보낸 일이 있었죠. 이후 간접적으로 (우리 일을) 만류하는 소식을 듣기도 했어요. 그럼에도 한결같이 우리 주장을 펼쳐왔습니다.




“‘당신하고 내가 무슨 얘기를 하냐? 당신들도 신자라니까 일단 아침미사 후에 만나긴 했는데 당신들을 보낸 사람을 데리고 와라.’ 그리고 “내가 당신들 인격을 위해서 당신들 이름은 공표하지 않겠지만, 어느 시대에 신자라는 사람들이 이런 짓을 하냐! 가라!” 그러고 야단을 쳐서 보냈어요.”(p.16)






유신 체제 선포 40년을 맞아 운동을 하기로 한 날이 10월 22일이라고 하셨나요?

민청련(민주화운동청년연합)사건 주역, 억울하게 옥고를 치른 분들이 여러 단체와 함께 한 달 전부터 조직을 꾸렸어요. 10월22일 월요일, 유신정변 40년을 맞아 유신 독재 체제를 꾸짖는 정의구현사제단의 미사와 함께 시국선언을 할 예정입니다.

책에 박근혜는 유신시대의 2인자였다고 하셨습니다. 그 대목과 관련해 반향이 있었습니까?

박근혜 후보. 사실 대통령 후보로 나오면 안 됩니다. 역사적으로 자명한데, 역사적으로도 부끄러워요. 공범자는 조중동이고요. 거짓 언론과 방송이 이렇게 만든 거예요. 조중동과 새누리당, 친일과 반민주 세력이 공범자입니다.




“박근혜는 육영수 여사가 사망한 후 5년 동안 이른바 대통령 부인(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대신 했을 때, 새마음인가 무슨 구국여성단체 대표를 했습니다. 그때 사실은 제2인자 역할을 했거든요.… 그 5년은 사실 독재자로서 같이 권력을 누린 셈이죠. 아니, 그는 박정희 독재자와 공범자입니다.”(p.66)



(박근혜 측근의 비리가) 지금 얼마나 터져 나와요. 친일파-친독재(반민주)-전두환에서 이어지는 게 박근혜입니다. 언론이 이런 얘길 안 해요. 이 사람들, 과거를 얘기하지 말자고 합니다. 독일이 지금도 속죄하는 이유가 뭐겠어요. 일본에 속죄하라 요구하면서 과거를 왜 이야기하느냐는 모순이 어딨어요? 박근혜는 74년 육영수 여사가 떠난 뒤 5년 동안 2인자 역할을 했어요. 당시 대통령과 똑같은 대우를 받았어요. 나는 (대선을) 염려하지 않는 게, 자기 정체가 드러나게 돼 있어요. 그러면 어떻게 박근혜가 될 수 있겠어요.





“(박근혜 당신이) 전 안 될 거라고 보는데요. 왜 안 될 거라고 보냐면, 우선 그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잖아요? 박근혜에 대해서 잘 몰랐던 이들도 요새 사당화란 말도 나오고, 아버지인 독재자의 독선 같은 그런 것도 그대로 나오거든요. 그러니까 저절로 놔두면 되고 또 그 안에 자중지란도 나고 그럴 거 같은 생각이 드네요.”(p.67)



박근혜의 문제점은 한둘이 아닙니다. 김재규 증언에 의하면, 20대의 박근혜가 지역 순시를 갈 때, 연세 많은 어르신들도 박근혜에 큰절을 하면 자연스럽게 이를 받곤 했대요. 저는 작년에 박근혜가 대통령이 돼선 안 되는 이유를 쓴 『박근혜의 거울』을 냈는데, 박근혜에 대해선 가엾다는 정서가 있어요. 1979년 10.26으로 청와대에서 나와 눈물로 세월을 보냈다는 거죠. 조선일보에선 국회의원으로 당선될 때까지 ‘잃어버린 18년’이라고 얘기합니다. 그런데 그 시절, 박근혜는 젊은 나이에 대학 이사장을 하고, 천문학적 금액을 가진 육영재단과 정수장학회 이사장으로 호위호식했어요. 그게 잃어버린 18년인가요? 권력을 잃은 18년이죠. 다행히 10월 유신 40년을 맞아 운동을 펼치신다니 거기에 대한 심판은 있으리라고 봅니다. 민주진영 후보가 중요한데, 신부님도 역할을 하셔야 하지 않나요?

민주화에 뜻을 가진 분들은 후보자가 정의롭지 않고 매력이 없으면 안 갑니다. 매력 있는 후보를 위해선 안철수-문재인 후보가 뜻을 같이 해야 합니다. 그러면 민주진보진영 후보가 대통령이 되고, 이런 내용을 원로들께서 말씀하셨어요. 이번 선거가 젊은이들의 열망을 충족시키고 축제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뜻을 모아 그분들이 단일화를 하도록 압박을 가해서 단일후보로 만드는 게 우리의 일인 것 같아요.




앞서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문재인 후보나 안철수 후보가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할까요? 우리는 어떤 식으로 나서야 할까요?

누가 대통령이 되든, 완벽한 분은 없을 테고. 김대중 대통령의 잘한 점은 이어받고 미흡한 점은 보완하고, 노무현 대통령의 진정성은 아는데, 심도 깊지 못한 정책은 문재인 후보가 더 잘 알 테니 그걸 보완하면 좋겠어요. 두 전직 대통령을 합한, 문재인 안철수 두 분이 합쳐 창조적인 가치를 이루면 친일잔재 친독재 반민주 반통일을 극복할 수 있는 아름다운 가치를 만들고 그런 분을 대통령으로 만들 수 있을 거예요. 그건 국민 모두의 몫이에요.

차기 대통령이 가장 역점을 둬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문재인 후보 주제, 훌륭합니다. 사람이 먼저다. 구호로만 그치지 않고 감동을 주는 내용이었으면 좋겠어요. 경선을 이긴 뒤 현충원에 가서 사병들 묘소를 방문했던 모습에서 변화되는 상징을 읽었습니다. 또 최근 나는 젊은이들의 아픈 생활을 읽고 가슴이 아팠어요. 용광로에서 일하던 청년이 용광로에 빠져 죽었다는 소식이었어요. 뼛조각 몇 개를 건져다 장래를 치렀는데, 그 후보들이 젊은이의 아픈 삶을 알고 그것을 개선해야 합니다. 자본이 인간을 노예로 전락시킨 시대를 바꾸고, 민족의 화합을 실현하는 대통령이면 좋겠습니다.

주님의 뜻과 정치와의 연결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서도 한 말씀 해주시죠.

정치와 종교를 구분해야 한다고 말씀하는 분들이 정치적이에요. (웃음) 성경에서 두 가지 깨달은 게 있어요. 우선, 하느님이 누구냐는 질문. 유신 때 깨달았는데, 하느님은 핍박받는 노예의 울부짖음을 듣고 가슴 아파하신 분입니다. 곧 하느님은 존재론적으로 정치적인 분이에요. 인간이 자유를 찾도록 배려하신 분이고요. 이 부분을 깨닫지 못했다면 그 신관은 우상숭배입니다.

둘째, 예수님은 누구신가. 어렸을 때, 내 죄가 뭐 그리 커서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나는 의문이 있었어요. 신학을 배우면서 깨달은 건, 예수님을 죽인 사람은 하느님을 가장 잘 믿는 사람, 즉 하느님 이름으로 하느님 아들을 죽였습니다. 이보다 정치적인 사건이 있나요? 예수님은 정치범입니다. 타살당한 30대 청년 예수를 읽어야 하는데, 많은 성직자들이 얘기를 안 해요.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교화하면 교회가 존재할 수 없거든요. 그래서 (교회는) 우민정책을 씁니다. 근원적인 메시지를 피해가는 것이 아쉬워요.


함 신부님은 또 여성신학을 소개한 분입니다. 여성신학을 어떻게 소개하게 됐고, 지금 시대에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1989년에 신학교 전임교수로 발령을 받았어요. 김수환 추기경과 갈등도 있었고. 가톨릭에 그런 인사가 없는데, 세 분이 나를 부르더니 원하는 데 어디든 다 가라고 그러는 거예요. 평화방송에도 내분이 있어서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나도 갈등이 많았는데, 미국에 가서 해방신학을 공부하러 갔습니다.

그런데 한국 수녀들이 여성신학을 공부하러 왔는데, 여성신학은 또 뭐야 이렇게 생각했었어요. 두 달 정도 그렇게 지내다가 책을 선물 받았어요. 여성 신학자의 책이었다. 엘리자베스 슈슬러 피오렌자(Elisabeth Schussler Fiorenza)의 『In Memory of Her』서문을 보면서 감동을 받았어요. 어떤 성경 강의에서도 몰랐던 내용에 매력을 느끼고, 여성신학과를 만들어서 세미나를 했습니다. 전인신학이라고 강조하면서 공부를 함께 했죠. 그러면서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사회를 여성에 대한 인격적 확인을 하고 여성 사제가 나와야 아름답고 평등한 교회공동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런데도 내가 남자고 사제니까, 이론적으로는 아는데, 실제적으로 못하는 거예요. 여성 신학에서는 남자란 이유로 여성을 경시하면 하느님 앞에서 죄악이라고 깨닫는 것이 회개입니다. 남자 신자들은 회개해야 합니다. 그래서 나도 지금 여전히 회개중입니다. (웃음)


하느님을 남성으로 상정한 것도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요한복음에 아버지라는 용어가 너무 많이 나와요.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면 아버지 연장선상에서 생각하거든요. 하느님의 어머니적 특성을 놓치는 거죠. ‘어버이 하느님’이 좋은데, 어버이를 김일성에게 뺏긴 거죠. (웃음) 가톨릭이 여성을 제일 경시하는 마지막 집단이에요. 아직 여성 사제가 없는데, 여성 사제가 나오면 가톨릭이 새로 태어나는 거예요.




“(『하느님의 백한 번째 이름』이라는 번역서는) ‘하느님을 왜 꼭 아버지라고만 불러야 하나? 하느님은 어머니이시기도 하다’라는 주장과 함께 가부장적?남성적?지배적 신관을 넘어 여성적?보편적?포용적 신관을 제시한 훌륭한 저서예요. 여성신학자들에게는 교회의 가부장적인 문화와 제도가 적입니다. 특히 여성을 배제한 가톨릭의 제도가 근원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요.”(p.72)

Q&A


질문

신자로서 정의구현사제단에게 사회적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헌데 어떤 신자는 사제단의 정치적 참여나 추기경과의 4대강 이견 등에 대해 불안을 느끼기도 하는데,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말씀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답변

1987년 이후 사회가 다양화된 뒤 한국 정부와 바티칸 간의 외교가 이뤄지면서, 바티칸에서 정의구현사제단에 대한 공식적인 견제가 나옵니다. 주교들이 사제단을 핍박한 거죠. 나는 핍박의 대상이 아니라 나에겐 얘기 못했지만 젊은 사제들은 활동을 제대로 못했어요.

2년 전 정진석 교구장을 물러나라고 한 것은 신학적으로 타당한데도, 언론이 실어주질 않았어요. 4대강이 잘못됐다고 주교회에서 공언했어요. 지역주교는 이를 따라야 합니다. 당시 정진석 서울교구장은 따르지 않았어요. 주교회 결정을 따르지 않은 교구장은 물러나야 합니다. 그런데 추기경이라는 이유로, 젊은 주교들이 말을 못해서 20여명 사제가 나서서 주교회의 공식결정을 따르지 않고 성서의 가르침을 왜곡한 서울 교구장이 물러나야 한다고 신학적으로 주장한 겁니다. 그런 면에서 불안해 할 이유는 없어요. 나는 복음을 볼 때마다 불안해요. 평화가 아닌 칼을 주러 왔다고 하잖아요. 그런 불안은 충분히 극복 가능할 겁니다.




“정진석 교구장, 그분은 서울교구와 한국교회를 병들게 한 분 이에요. 성경이 우리의 길잡이인데 성경은 제쳐놓고 교회법 좀 공부했다고 온통 법으로만 이야기하는 거예요. 옛날 예수님께서는 율법학자들을 무섭게 꾸짖으셨잖아요.”(p.23)
혈연 세습도 문제지만 가톨릭의 밀실 세습도 혈연 세습과 같다고 봅니다. 비슷한 사람만 주교로 만드는 거죠. 돈으로 흥정해서 주교를 만듭니다. 중세와 똑같아요. 이런 면에서 교회가 근원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교회도, 사제도, 교구도 반성하자고 얘기합니다만, 참 어려워요. 한 교구에 100명의 사제가 있다면 99명이 반대하고 1명만 찬성해도 주교가 독재체제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교구 제도를 평등한 제도로 바꿔야 하는데, 이게 참 어렵습니다. 신자들이 깨어나야 합니다. 한국만 불교, 개신교, 가톨릭의 ‘종교업’이 잘 돼요. (웃음)

질문

소시민으로서 소신껏 행동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팁이 주셨으면 합니다.

답변

힘 다 갖고 있는데, 뭘 (웃음) 어느 공동체건 불합리한 것이 있습니다. 예수님 십자가를 예로 들면, 십자가의 교훈이 두 개 있습니다. 하나는 정치적 교훈. 나 억울하게 죽었다. 나 같이 억울하게 죽는 사람이 없도록 하라는 사회적 메시지가 있어요. 그런데 신부와 목사가 이런 이야길 안 해요. 두 번째 개인적인 교훈. 개인적인 어려움이 각자 있는데, 십자가에 박힌 예수님과 대화하면, ‘너 나보다 더 억울해?’ 그럽니다. 예수의 십자가 앞에서 우리는 다 항복합니다. 넌 살아 있잖아, 난 죽었어. 자신이 긍지를 가지면 좋을 것 같아요.

질문

책에 언급한 김재규에 대한 재평가 이야기를 좀 더 듣고 싶습니다.

답변

김재규에 대한 세간의 오해가 있어요. 그는 79년 부마항쟁 때 현장시찰을 하고, 민심이 떠났고, 박정희 유신독재가 끝나야 한다고 확신합니다. 시찰을 다녀와서 박정희에게 유화정책을 써야한다고 보고했는데, 차지철이 캄보디아 얘길 하면서 쓸어버리라고 하고 박정희도 무슨 일이 있으면 발포명령을 내리겠다고 한 거예요. 김재규는 한 사람 때문에 국민 모두가 당하고 있다며, 제거하겠다고 확신을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김재규 부장을 살리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실책이며, 당대 우리 시대의 한계였다고 생각합니다. 김재규 부장을 저는 개인적 은인뿐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의 은인이라고 생각해요. 그분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박정희 유신독재를 끝낼 수 있었겠습니까?”(p.60)
나는 그 부분을 고민하면서 묵상했습니다. 독재정권에서 핍박 받고, 항거한 분들이 민주화운동자로 인정받는데요. 유신의 핵을 깨부쉈다면, 그보다 더한 민주주의자가 있나요? 그런 측면에서 김재규는 목숨을 걸고 나선 겁니다. 백기완 선생이 김재규 때문에 민주화가 늦어졌다고 해서 논쟁도 펼쳤는데, 김재규가 박정희를 제거 안 했으면 지금도 박정희 독재일 수 있어요. 국민의 힘으로 박정희를 몰아낼 수 있었다는 건 유아적인 생각이에요. 한 국민으로서 신앙인으로서 김재규는 안중근 의사와 비할 수 있는 의인이라고 생각합니다.




“10월26일은 또 안중근 의사 의거일 아닙니까. 저는 강신옥 변호사님과 함께 김재규 부장의 행업을 안중근 의사 의거의 빛 속에서 재해석합니다. 생각해보세요. 1909년 10월26일 안중근 의사가 침략자 이등박문을 하얼빈에서 사살했어요. 그런데 그로부터 만 70년인 1979년 10월26일, 바로 같은 날에 김재규 부장이 유신독재 박정희를 제거했어요. 70년, 70은 성서에서 완성과 완결의 숫자입니다. 저는 이 점이 신학적으로 매우 뜻있다고 생각하며 묵상하고 있습니다.”(pp.6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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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는 가라 함세웅,손석춘 공저 | 알마
알마출판사의 인문학 저널 ‘이슈북’의 첫 번째 책은 정의구현사제단의 함세웅 신부와 진보 논객 손석춘 기자의 대담을 담고 있다. 함세웅 신부는 ‘삼성’과 ‘이명박’정권, ‘박정희’와 ‘박근혜’, 그리고 역대 대통령까지 정치에 대해 논한다. 그것은 곧, ‘우리 시대 정치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오늘날 필연적으로 가지게 되는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1974년 정의구현사제단을 창립해 독재와 경제권력에 맞서 싸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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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세웅 #손석춘 #껍데기는 가라 #신동엽
2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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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냥

2012.10.11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는 취재글이네요. 이런 의견을 윗분들이 자주자주 개진해주시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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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h27zz

2012.10.08

기독교 신자로서.. 많은 부분을 공감합니다. 분명 예수님께서는 억울한 자들을 보살피라고 하셨죠.. 그런데.. 즉 억울한 자들이란 부당한 권력으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우리나라는 너무 개인 성품의 성화만을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흐음.. 공동체성의 회복과 사회연대도 제가 보기엔 성경의 가르침 인것 같은데.. 전 뭐 그냥 평신도니까 잘 모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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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준수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를 내리는 남자.

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