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즘 선정 2000년대 베스트 앨범 20(가요)
악동에서 힙합계의 형님 대접을 받게 될 나이가 되었지만 디제이 디오씨(DJ DOC)는 다섯 번째 앨범에서도 독설의 끝을 보여주었다. 언제는 안 그랬냐는 듯, 이들의 눈에 벗어나는 대상이라면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국회의원, 방송국 PD가 속한 기득권은 물론, 경찰의 공권력까지 조준한 가감 없는 욕설과 비아냥이 뒤섞인 래핑은 거리낄 것이 없는 젊은 층의 욕구를 시원하게 뚫어 주었다. 리더 이하늘의 최고조 역량은 다양하면서도 짜임새 있는 17개의 트랙이 증명해 준다.
2010.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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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제이 디오씨(DJ DOC) - (2000년 5월)
악동에서 힙합계의 형님 대접을 받게 될 나이가 되었지만 디제이 디오씨(DJ DOC)는 다섯 번째 앨범에서도 독설의 끝을 보여주었다. 언제는 안 그랬냐는 듯, 이들의 눈에 벗어나는 대상이라면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국회의원, 방송국 PD가 속한 기득권은 물론, 경찰의 공권력까지 조준한 가감 없는 욕설과 비아냥이 뒤섞인 래핑은 거리낄 것이 없는 젊은 층의 욕구를 시원하게 뚫어 주었다. 리더 이하늘의 최고조 역량은 다양하면서도 짜임새 있는 17개의 트랙이 증명해 준다.
윤상 -(2000년 6월)
연도 숫자가 2000으로 바뀌어도 윤상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과거에 이루던 그만의 세계를 더욱 깊숙이 탐닉한다. 그것은 자칫 아집으로 틀어질 수 있는 위험에서 정통(正統)한 집념의 깃발을 펼쳤고, 휘황찬란한 ‘윤상표’ 음악을 펄럭였다. 클리세(Cliche: 진부한 표현) 안에서의 크리에이션(Creation: 창조)! 이것이 윤상이다.
롤러코스터 -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2000년 8월)
새천년 들어서도 여전한 상업적 댄스의 파괴력은 가요 시장을 부식해 들어갔고, 묵묵히 자리를 지켜오던 모던록 장르에도 존속의 위험을 경보한다. 그러나 롤러코스터는 난국에 신경 쓰기보다 음악에 주의를 기울였고, 언제나 그렇듯 주류 작용에 대한 비주류 반작용의 일상다반사를 일궈냈다.
서태지 - <울트라맨이야>(2000년 9월)
서태지가 아니라면, 그 막강 울트라맨이 발하는 브랜드 파워가 아니었다면, 이토록 무겁고 신랄한 곡들이 이 땅의 전파를 장악할 일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긴 공백을 깨버린 요란한 몸부림, 응축된 탱크 사운드는 아이돌 시장에 대한 경고는 물론, 굉음 록에 대한 대중의 시선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크라잉 넛 - <하수연가>(2001년 6월)
기타를 튕기며 종횡무진 소리를 지르던 네 명의 땅꼬마는 어느덧 인디신을 대표하는 얼굴이 되었다. <하수연가>는 사춘기의 크라잉넛을 ‘19금’ 앞에서도 당당한 성인으로 바꾸어 놓은 앨범이다. 「밤이 깊었네」로 안정감 있는 가사와 톤을 찾았고 스피드의 강박에서도 해방되어 절충의 영토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펑크 밴드들은 펑크만의 공식에 매달리지 않아도 되었다.
김두수 - <자유혼>(2002년 3월)
은둔과 방랑의 미학자, 언더그라운드 포크 음악인 김두수의 네 번째 앨범. 전설로만 떠돌던 이 유랑 가수가 은둔자의 옷을 벗고 대중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낸 역사적인 음반이다. 대한민국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그만의 명상적이고 사색적인 음악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자연과의 교감’을 주제로 자유와 평화를 찾아 떠나는 보헤미안의 삶을 노래하고 있다. 저항이 아닌 구도자적 태도로 아름다움과 예술을 표현하는 김두수 포크의 정점.
휘성 -(2002년 4월)
서태지와 신승훈이 극찬했다는 소문은 「안되나요」라는 실체로 우리 앞에 다가왔다. 굵은 선을 가진 목소리와 감각적으로 리듬을 타던 기교는 말로만 알앤비를 표방한 발라드 보컬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흑인의 것이었다. 휘성의 등장은 2000년대 들어 무차별적으로 쏟아져 나온 남성 알앤비 보컬의 포문을 열어 주었고, 그의 워너비들은 「안되나요」를 연습하며 희망의 여지를 이어갔다. 그 역시 이후에, 검은 목소리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던 자신감의 원천은 이 앨범의 성공에 비롯된 것일 테다.
박정현 -(2002년 6월)
감각적인 프로듀싱과 최고의 보컬이 일궈낸 가장 이상적인 조합. 건반의 연주로 시작해 점점 극적으로 치닫는 곡의 전개는 층층이 쌓은 코러스와 만나며 스케일의 확장을 정점으로 끌어올린다. 발라드의 전형적인 구성을 갖춘 「꿈에」와 「미장원에서」의 단 두 곡으로도 충분하다. 마치 폭발하듯 쏟아져 나오는 악기의 웅장함, 이 모든 걸 온전히 목소리 하나로 지배하는 표현력을 동반함으로써 ‘박정현’을 알앤비 최고의 디바 자리로 견인했다.
김광진 -(2002년 7월)
마치 ‘마법의 성’을 듣는 듯한 동화적 선율과 리듬마저도 스트링으로 조율하는 감각은 이렇듯 모던록을 최대 감성치로 끌어올렸다. 깔끔한 리듬 진행 속에서 그려낸 세련되고 캐치한 선율의 「동경 소녀」, 「유치원에 간 사나이」, 「비타민」은 지금껏 단순한 화성과 최소한의 편곡에서도 최고의 멜로디를 뽑아 낸 예의 그 유연한 감성 그대로였다. 삶의 단상을 떼어 낸 진솔한 가사와 동시에 대중적 선율 감각도 획득한 우리 시대 작가의 진정한 스토리-텔링 앨범.
불독맨션 -(2002년 9월)
곳곳에 터지는 브라스 편곡과 절로 어깨 들썩이게 하는 드럼 비트의 그루브는 ‘감상용 펑크(funk) 음악’을 가능하게 했다. ‘밴드’를 통해 획득한 질감 좋은 연주 덕에 당시 비주류의 주요 음악 코드로 부상한 ‘펑크’의 흐름 속에서도 가장 악센트 있는 선율을 남겼다. 아주 흥겹고 유쾌한 그들만의 파티를 알리는 「Funk」부터 스카 리듬을 차용한 「Stargirl 내 사랑을 받아다오!」까지 리듬의 확장을 통해 엮어간 음악적 상상력의 집합체이다.
언니네 이발관 - <꿈의 팝송>(2002년 10월)
<후일담>(1998)이후 4년 만에 컴백한 언니네 이발관에게 공백 기간에 대한 염려 따위는 없었다. 이석원(보컬), 이능룡(기타), 정무진(베이스), 데이트리퍼(객원 멤버)의 작가 군단은 밴드와 프로그래밍 사운드의 환상적 조화로 숨을 만들고 그들만의 호흡을 시범한다. 빠르게 뛰노는 건반의 춤사위 속에 속삭이는 음성은 꿈에 들었던 바로 그 팝송!
넬 -(2003년 6월)
‘넬’표 감성 모던록 시대의 시작. 4인조 록 밴드 넬의 통산 3번째 앨범이자 실질적인 메이저 데뷔 앨범이다. 멜랑콜리한 멜로디와 맑고 서정적인 기타 연주, 슬프고 절박한 가사 등 시대의 우울을 담아내면서 팬들의 여린 감수성을 사로잡았다. 넬 특유의 느낌이 살아있는 모던록 사운드는 향후 6~7년 동안 메인스트림 가요계에서 성공적으로 ‘Stay’했다. 여전히 가뭄이었던 모던록에 단비를 내린 작품이다.
다이나믹 듀오(Dynamic Duo) -(2004년 5월)
최자와 개코는 힙합 마니아의 예상까지 뒤엎으며 항상 기대 이상의 성과를 증명해 왔다. 씨비 매스(CB Mass)로 언더그라운드 힙합 뮤지션의 대중적인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 그 예다. 하지만, 떠들썩했던 해체 수순을 겪고 셋에서 둘로 축소된 다이나믹 듀오의 행보를 앞두고 대중은 또다시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음악이 고팠던 두 남자는 그 같은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음을 일깨우고 「Ring my bell」 한 곡으로 씨비 매스를 능가하는 호응을 얻어냈다.
서울 전자 음악단 - <볼륨을 높여라>(2004년 6월)
한국형 사이키델릭의 완결판. 재미를 추구하는 노래들이 판을 치는 현실에서 '록에 수절한' 서울 전자 음악단의 강성 사운드는 일종의 훈계다. 몽환적이고 강렬한 트리오의 록은 어지러운 세상을 닮았지만 '꿈에 들어와'에서 알 수 있듯 달콤하게 속삭이는 보컬은 복잡한 세상 속의 유일한 안식처이다. 데뷔 음반 <볼륨을 높여라>는 물론이고, 지난해 발표한 2집 역시 격정적인 록이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저절로 볼륨이 높아진다.
마이 앤트 메리 -(2004년 7월)
자신들의 음악을 ‘그저 팝’일 뿐이라고 겸손해 한 세 명의 남자는 이 앨범으로 국내 록의 감성 지수를 높은 곳까지 끌어올렸다. 쉽고 재미있고 듣기 편안한 음악이 결코 적당히 타협해 나오는 게 아니라는 것을 대중들이 먼저 알고 찾아낸 작품. 걸 그룹의 매끈한 다리와 보이 그룹의 탄탄한 가슴 근육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에너지가 여기엔 있다.
이장혁 - <1집>(2004년 7월)
생채기처럼 쓰리고 흉터처럼 선명하다. 체념과 절망으로 천공시킨 심장은 비참 정서의 꼭짓점을 향한다. 고집스레 담금질한 편곡은 기존의 포크에서 찾기 힘든, 감각적이고 심도 있는 사운드를 완성했다. 잔인한 말이지만 뮤지션의 고통은 감상자의 가장 큰 기쁨이 된다. 인디 음악계에 '이장혁'이라는 작가의 존재를 각인시킨 수작!
이소라 - <눈썹달>(2004년 12월)
뜨겁고 쓰리고 아프다. 사랑이 품은 어두운 맛을 이소라는 자신의 언어로 천천히 음미한다. 처음부터 완성된 노랫말에 감성을 입힌 여성 보컬리스트는 많았으나 그녀만큼 속내 깊숙한 곳까지 드러낸 사람은 없다. 사랑이라는 독을 소리에 녹여낸, 연애 초보에겐 위험할지도 모르는 눈물 작이다.
두 번째 달 - <2nd Moon>(2005년 2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되, 그 접근 방식은 몽환적이고 다채롭다. 피들, 아이리시 휘슬이 지배하는 낯선 사운드는 친근한 선율과 결합하여 의외로 익숙한 대중적 접근을 취한다. ‘에스닉 퓨전’이라는 다소 생소한 장르가 드라마, 광고 음악에서 러브콜을 받을 수 있었던 건 바로 이런 이유. 새로운 접근법에 대한 다양한 고민은 이처럼 질감 좋은 연주에서 찾을 수도 있음을 아주 명쾌하게 제시했다.
W(더블유) -(2005년 3월)
<안내섬광(眼內閃光)>(2001)을 통해 당시엔 낯선 일렉트로닉 음악을 전파하다 실패한 W(더블유)의 짜릿한 복수. 4년 후 열린 리턴 매치에서 파괴력 가득한 스트레이트 후크와 빈틈없는 몸놀림의 편곡을 선보이며 듣는 이의 귀를 황홀하게 터트려 줬다. 는 그 승리의 벨트다.
에픽 하이(Epik High) -(2007년 1월)
에픽 하이(Epik High)는 깊이 있는 고민과 재치를 겸비한 노랫말과 매끄러운 래핑, 헌칠한 비트로 마니아들을 사로잡았을 뿐만 아니라 댄스 음악의 포맷을 수용한 동적인 노래로 주류에서도 안정적인 위치를 유지할 수 있었다. 가장 대중적인 힙합 뮤지션으로 등극하는 순간에도 그들은 늘 음악가로서 실험과 변화를 빼놓지 않았다. 더블 앨범으로 구성해 식지 않는 창작 열기를 전면에 드러낸 에픽 하이의 네 번째 앨범은 힙합의 정통 문법과 트렌드를 결집한 음악, 상상력 충만한 표현이 돋보인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마니아와 대중을 포용한 힘은 여전했다. 음산함과 우울한 기운이 가득 채워져 있어서 한층 묵직하게 느껴지는 앨범이기도 하다.
악동에서 힙합계의 형님 대접을 받게 될 나이가 되었지만 디제이 디오씨(DJ DOC)는 다섯 번째 앨범에서도 독설의 끝을 보여주었다. 언제는 안 그랬냐는 듯, 이들의 눈에 벗어나는 대상이라면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국회의원, 방송국 PD가 속한 기득권은 물론, 경찰의 공권력까지 조준한 가감 없는 욕설과 비아냥이 뒤섞인 래핑은 거리낄 것이 없는 젊은 층의 욕구를 시원하게 뚫어 주었다. 리더 이하늘의 최고조 역량은 다양하면서도 짜임새 있는 17개의 트랙이 증명해 준다.
윤상 -
연도 숫자가 2000으로 바뀌어도 윤상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과거에 이루던 그만의 세계를 더욱 깊숙이 탐닉한다. 그것은 자칫 아집으로 틀어질 수 있는 위험에서 정통(正統)한 집념의 깃발을 펼쳤고, 휘황찬란한 ‘윤상표’ 음악을 펄럭였다. 클리세(Cliche: 진부한 표현) 안에서의 크리에이션(Creation: 창조)! 이것이 윤상이다.
롤러코스터 -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2000년 8월)
새천년 들어서도 여전한 상업적 댄스의 파괴력은 가요 시장을 부식해 들어갔고, 묵묵히 자리를 지켜오던 모던록 장르에도 존속의 위험을 경보한다. 그러나 롤러코스터는 난국에 신경 쓰기보다 음악에 주의를 기울였고, 언제나 그렇듯 주류 작용에 대한 비주류 반작용의 일상다반사를 일궈냈다.
서태지 - <울트라맨이야>(2000년 9월)
서태지가 아니라면, 그 막강 울트라맨이 발하는 브랜드 파워가 아니었다면, 이토록 무겁고 신랄한 곡들이 이 땅의 전파를 장악할 일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긴 공백을 깨버린 요란한 몸부림, 응축된 탱크 사운드는 아이돌 시장에 대한 경고는 물론, 굉음 록에 대한 대중의 시선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크라잉 넛 - <하수연가>(2001년 6월)
기타를 튕기며 종횡무진 소리를 지르던 네 명의 땅꼬마는 어느덧 인디신을 대표하는 얼굴이 되었다. <하수연가>는 사춘기의 크라잉넛을 ‘19금’ 앞에서도 당당한 성인으로 바꾸어 놓은 앨범이다. 「밤이 깊었네」로 안정감 있는 가사와 톤을 찾았고 스피드의 강박에서도 해방되어 절충의 영토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펑크 밴드들은 펑크만의 공식에 매달리지 않아도 되었다.
김두수 - <자유혼>(2002년 3월)
은둔과 방랑의 미학자, 언더그라운드 포크 음악인 김두수의 네 번째 앨범. 전설로만 떠돌던 이 유랑 가수가 은둔자의 옷을 벗고 대중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낸 역사적인 음반이다. 대한민국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그만의 명상적이고 사색적인 음악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자연과의 교감’을 주제로 자유와 평화를 찾아 떠나는 보헤미안의 삶을 노래하고 있다. 저항이 아닌 구도자적 태도로 아름다움과 예술을 표현하는 김두수 포크의 정점.
휘성 -
서태지와 신승훈이 극찬했다는 소문은 「안되나요」라는 실체로 우리 앞에 다가왔다. 굵은 선을 가진 목소리와 감각적으로 리듬을 타던 기교는 말로만 알앤비를 표방한 발라드 보컬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흑인의 것이었다. 휘성의 등장은 2000년대 들어 무차별적으로 쏟아져 나온 남성 알앤비 보컬의 포문을 열어 주었고, 그의 워너비들은 「안되나요」를 연습하며 희망의 여지를 이어갔다. 그 역시 이후에, 검은 목소리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던 자신감의 원천은 이 앨범의 성공에 비롯된 것일 테다.
박정현 -
감각적인 프로듀싱과 최고의 보컬이 일궈낸 가장 이상적인 조합. 건반의 연주로 시작해 점점 극적으로 치닫는 곡의 전개는 층층이 쌓은 코러스와 만나며 스케일의 확장을 정점으로 끌어올린다. 발라드의 전형적인 구성을 갖춘 「꿈에」와 「미장원에서」의 단 두 곡으로도 충분하다. 마치 폭발하듯 쏟아져 나오는 악기의 웅장함, 이 모든 걸 온전히 목소리 하나로 지배하는 표현력을 동반함으로써 ‘박정현’을 알앤비 최고의 디바 자리로 견인했다.
김광진 -
마치 ‘마법의 성’을 듣는 듯한 동화적 선율과 리듬마저도 스트링으로 조율하는 감각은 이렇듯 모던록을 최대 감성치로 끌어올렸다. 깔끔한 리듬 진행 속에서 그려낸 세련되고 캐치한 선율의 「동경 소녀」, 「유치원에 간 사나이」, 「비타민」은 지금껏 단순한 화성과 최소한의 편곡에서도 최고의 멜로디를 뽑아 낸 예의 그 유연한 감성 그대로였다. 삶의 단상을 떼어 낸 진솔한 가사와 동시에 대중적 선율 감각도 획득한 우리 시대 작가의 진정한 스토리-텔링 앨범.
불독맨션 -
곳곳에 터지는 브라스 편곡과 절로 어깨 들썩이게 하는 드럼 비트의 그루브는 ‘감상용 펑크(funk) 음악’을 가능하게 했다. ‘밴드’를 통해 획득한 질감 좋은 연주 덕에 당시 비주류의 주요 음악 코드로 부상한 ‘펑크’의 흐름 속에서도 가장 악센트 있는 선율을 남겼다. 아주 흥겹고 유쾌한 그들만의 파티를 알리는 「Funk」부터 스카 리듬을 차용한 「Stargirl 내 사랑을 받아다오!」까지 리듬의 확장을 통해 엮어간 음악적 상상력의 집합체이다.
언니네 이발관 - <꿈의 팝송>(2002년 10월)
<후일담>(1998)이후 4년 만에 컴백한 언니네 이발관에게 공백 기간에 대한 염려 따위는 없었다. 이석원(보컬), 이능룡(기타), 정무진(베이스), 데이트리퍼(객원 멤버)의 작가 군단은 밴드와 프로그래밍 사운드의 환상적 조화로 숨을 만들고 그들만의 호흡을 시범한다. 빠르게 뛰노는 건반의 춤사위 속에 속삭이는 음성은 꿈에 들었던 바로 그 팝송!
넬 -
‘넬’표 감성 모던록 시대의 시작. 4인조 록 밴드 넬의 통산 3번째 앨범이자 실질적인 메이저 데뷔 앨범이다. 멜랑콜리한 멜로디와 맑고 서정적인 기타 연주, 슬프고 절박한 가사 등 시대의 우울을 담아내면서 팬들의 여린 감수성을 사로잡았다. 넬 특유의 느낌이 살아있는 모던록 사운드는 향후 6~7년 동안 메인스트림 가요계에서 성공적으로 ‘Stay’했다. 여전히 가뭄이었던 모던록에 단비를 내린 작품이다.
다이나믹 듀오(Dynamic Duo) -
최자와 개코는 힙합 마니아의 예상까지 뒤엎으며 항상 기대 이상의 성과를 증명해 왔다. 씨비 매스(CB Mass)로 언더그라운드 힙합 뮤지션의 대중적인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 그 예다. 하지만, 떠들썩했던 해체 수순을 겪고 셋에서 둘로 축소된 다이나믹 듀오의 행보를 앞두고 대중은 또다시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음악이 고팠던 두 남자는 그 같은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음을 일깨우고 「Ring my bell」 한 곡으로 씨비 매스를 능가하는 호응을 얻어냈다.
서울 전자 음악단 - <볼륨을 높여라>(2004년 6월)
한국형 사이키델릭의 완결판. 재미를 추구하는 노래들이 판을 치는 현실에서 '록에 수절한' 서울 전자 음악단의 강성 사운드는 일종의 훈계다. 몽환적이고 강렬한 트리오의 록은 어지러운 세상을 닮았지만 '꿈에 들어와'에서 알 수 있듯 달콤하게 속삭이는 보컬은 복잡한 세상 속의 유일한 안식처이다. 데뷔 음반 <볼륨을 높여라>는 물론이고, 지난해 발표한 2집
마이 앤트 메리 -
자신들의 음악을 ‘그저 팝’일 뿐이라고 겸손해 한 세 명의 남자는 이 앨범으로 국내 록의 감성 지수를 높은 곳까지 끌어올렸다. 쉽고 재미있고 듣기 편안한 음악이 결코 적당히 타협해 나오는 게 아니라는 것을 대중들이 먼저 알고 찾아낸 작품. 걸 그룹의 매끈한 다리와 보이 그룹의 탄탄한 가슴 근육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에너지가 여기엔 있다.
이장혁 - <1집>(2004년 7월)
생채기처럼 쓰리고 흉터처럼 선명하다. 체념과 절망으로 천공시킨 심장은 비참 정서의 꼭짓점을 향한다. 고집스레 담금질한 편곡은 기존의 포크에서 찾기 힘든, 감각적이고 심도 있는 사운드를 완성했다. 잔인한 말이지만 뮤지션의 고통은 감상자의 가장 큰 기쁨이 된다. 인디 음악계에 '이장혁'이라는 작가의 존재를 각인시킨 수작!
이소라 - <눈썹달>(2004년 12월)
뜨겁고 쓰리고 아프다. 사랑이 품은 어두운 맛을 이소라는 자신의 언어로 천천히 음미한다. 처음부터 완성된 노랫말에 감성을 입힌 여성 보컬리스트는 많았으나 그녀만큼 속내 깊숙한 곳까지 드러낸 사람은 없다. 사랑이라는 독을 소리에 녹여낸, 연애 초보에겐 위험할지도 모르는 눈물 작이다.
두 번째 달 - <2nd Moon>(2005년 2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되, 그 접근 방식은 몽환적이고 다채롭다. 피들, 아이리시 휘슬이 지배하는 낯선 사운드는 친근한 선율과 결합하여 의외로 익숙한 대중적 접근을 취한다. ‘에스닉 퓨전’이라는 다소 생소한 장르가 드라마, 광고 음악에서 러브콜을 받을 수 있었던 건 바로 이런 이유. 새로운 접근법에 대한 다양한 고민은 이처럼 질감 좋은 연주에서 찾을 수도 있음을 아주 명쾌하게 제시했다.
W(더블유) -
<안내섬광(眼內閃光)>(2001)을 통해 당시엔 낯선 일렉트로닉 음악을 전파하다 실패한 W(더블유)의 짜릿한 복수. 4년 후 열린 리턴 매치에서 파괴력 가득한 스트레이트 후크와 빈틈없는 몸놀림의 편곡을 선보이며 듣는 이의 귀를 황홀하게 터트려 줬다.
에픽 하이(Epik High) -
에픽 하이(Epik High)는 깊이 있는 고민과 재치를 겸비한 노랫말과 매끄러운 래핑, 헌칠한 비트로 마니아들을 사로잡았을 뿐만 아니라 댄스 음악의 포맷을 수용한 동적인 노래로 주류에서도 안정적인 위치를 유지할 수 있었다. 가장 대중적인 힙합 뮤지션으로 등극하는 순간에도 그들은 늘 음악가로서 실험과 변화를 빼놓지 않았다. 더블 앨범으로 구성해 식지 않는 창작 열기를 전면에 드러낸 에픽 하이의 네 번째 앨범은 힙합의 정통 문법과 트렌드를 결집한 음악, 상상력 충만한 표현이 돋보인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마니아와 대중을 포용한 힘은 여전했다. 음산함과 우울한 기운이 가득 채워져 있어서 한층 묵직하게 느껴지는 앨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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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천사
2012.03.31
하이얀
2010.04.04
짝수와 홀수 앨범의 분위기가 확인히 다른게 독특하더군요
그런데 자우림 앨범은 순위권에 없어서 아쉽네요
무늬
2010.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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