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을 보고 투덜투덜
2005.11.02

하지만 영화 홍보에서 천호진은 거의 완벽하게 무시되었습니다. 동성애 이슈가 관객들을 쫓아낼까봐 걱정했던 거죠. 가편집본을 본 시사회 관객들이 천호진의 키스신이 나오자 요란하게 웃어댄 것도 문제였을 겁니다. 그 결과 천호진의 동성애 라인은 아주 소극적으로 축소되었어요. 전 그 키스 장면이 잘려나간 건 별 유감이 없습니다. 저도 가편집본은 봤지만 지나치게 거칠었거든요. 하지만 천호진의 이야기가 원래 가능성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 건 여전히 유감스럽습니다. 천호진 자신도 아쉬워 할 거라고 생각해요.

이럴 때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우선 이게 연기 문제나 연출 문제는 아니라는 점을 밝혀두고 싶습니다. 천호진의 연기엔 전혀 문제가 없었어요. 그리고 전 남성 동성애와 관련된 장면이 나올 때마다 관객석에서 키득거리는 소리를 들은 경험이 굉장히 많습니다. 영화제나 예술영화 전문 극장에서는 조금 덜하지만 그래도 없지도 않습니다. 일반 극장에서는 노골적이고요. 따라서 이건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남성 동성애를 주류 영화의 소재로 삼을 때는 관객들의 웃음거리가 되는 걸 각오해야 한다는 거죠. 여자들의 경우는? 그건 좀 사정이 다른데, 그건 다음 기회에 다루기로 합시다.
문제는 다음과 같은 것입니다. 관객들의 반응이 두려워 주류 영화에서 진지한 특정 소재를 다루지 않는다면 그건 바보 같은 짓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작품의 질을 높이고 진실성을 담아도 관객들이 여전히 바보같이 킬킬거린다면 이걸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관객들의 바보스러움을 탓해야 합니까? 물론 그럴 수도 있습니다. 옛날 관객들의 순진무구하고 촌스러운 반응은 늘 다음 세대 관객들의 놀림감이 됩니다. <운명의 손>의 키스신에 기절초풍한 관객들을 우린 어떻게 기억하고 있나요?
하지만 예술작품은 기본적으로 동시대 관객들을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영화관이라는 공간은 소수의 관객들이 극장 물을 흐리기 딱 좋은 곳입니다. 기본 에티켓의 문제도 제대로 해결될 수 없는 곳인데, 이 정도 수준의 물 관리는 어림없죠.
언제나처럼 홈시어터는 좋은 대안입니다. 기술이 발전하면 영화관을 능가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죠. 하지만 뭔가 다른 방법이 있어야 할 것 같지 않습니까? 우린 우리와 같이 영화를 볼 관객들이 필요해요. 그렇다고 그들이 적정수준으로 진화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못할 짓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건 결국 아이디어의 문제입니다. 뭔가 좋은 방법이 있는데, 저나 여러분이 그걸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 거겠죠. 그리고 그건 누군가에 의해 발견되어야 합니다. 며칠 전 전 유럽 영화제에서 카를로스 사우라의 <이베리아>를 봤는데, 사방에서 관객들이 째려보는 동안에도 서로에게 중얼중얼 잡담을 늘어놓은 아저씨 한 쌍과 아줌마 한 쌍이 극장물을 완전히 망쳐놓고 있더군요. 분명 그들 때문에 감상의 방해를 받았을 수많은 관객들은 그 따위 감상을 위해 돈을 지불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눈치 없이 구는 아둔한 몇몇 관객들 때문에 우리들이 계속 이렇게 손해를 봐야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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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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