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신과 의사의 즐거운 책 읽기 - 정신과 의사 하지현 씨
액면 그대로 보아도 정신과 의사 하지현 씨는 평범한 독자라고 말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정신과 의사’라는 다소 신비로운(?) 레테르가 그렇거니와 그 자신이 이미 두 권의 책을 낸 저자이기 때문.
2005.06.09


“전철 안에서 보고, 술 안마시는 날 밤에 보고, 주말에 보고…. 책을 빨리 보는 편이에요. 전체적인 책의 흐름을 보는 편이거든요. 이건 이런 책이구나, 하는 감을 읽는데 더 치중해요. 그래서 주인공 이름 같은 것은 잘 기억을 못해요.”

“동아일보에서 오랫동안 영화담당기자로 일한 김희경 씨가 그 동안 경험하고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헐리우드 영화의 흥행공식과 헐리우드 영화산업의 뒤안길을 우리 나라 기자의 시각에서 세세하게 분석한 책이에요. 몇 몇 외국책을 보고 자기식으로 풀어낸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친 취재와 리포트를 종합해 우리나라 대중문화에 영화가 위치하는 자리를 풀어낸 책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어요.”
정보와 재미라는 독서가 주는 두 마리의 효용 이외에도 ‘정신과 의사로서’ 하지현 씨는 독서를 통해 좀더 특별하게 취하는 것이 있다. 바로 행간으로 좀더 깊숙히 들어가서 “이 작가는 이런 사람이구나, 작가는 이런 마음으로 이 글을 쓰고 있구나… 하고 숨겨져 있는 것들을 보고 느끼는 것”. 하지현 씨는 작년 하반기에 나온 김형경의 『사람풍경』을 말한다.


“김용석 교수는 철학자에요. 이 세상을 철학자의 눈으로 바라보고 그것을 글로 풀어내는 분인데, 철학자와의 소통이 아니라 일반 대중과의 소통을 위한 글을 쓰죠. 제가 지향하는 바도 제가 전공한 영역에서 다른 영역에 접근하여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보고 그 생각을 대중과 소통하는 것이거든요. 『미녀와 야수 그리고 인간』은 디즈니 만화들을 철학적으로 바라본 책인데, 『전래동화 속의 비밀코드』를 쓸 수 있는 실마리가 되어 주기도 했어요.”
말 그대로 정신과 의사처럼 진지하게 얘기하다가도 순간 순간 키득대며 개구쟁이처럼 웃는 모습이 인상적인 하지현 씨가 존경하는 사람은 『타짜』와 『식객』의 작가 허영만 화백과 『마스터 키튼』의 우라사와 나오키!(장난스런 웃음과 썩 잘 어울리지 않는가?) 『아리랑』, 『혼불』 같은 책은 긴호흡이 싫어 읽지 않았지만 마치 연례행사처럼 이상문학상 수상집은 꼭 산다고.
소위 ‘그 바닥’에서는 누구를 쳐주나,라는 물음에 대답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독서를 하는 하지현 씨가 선호하는 ‘책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출판사 검색이다. 마치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노팅 힐>,<브리짓 존스의 일기>와 같은 영화를 만든 로맨틱 코미디 전문 영화제작사 ‘워킹 타이틀’의 이름을 보고 영화를 선택하는 것처럼, 궁리, 해나무처럼 일종의 ‘작가주의’ 출판사 이름으로 검색을 하여 묻혀있는 책을 발굴한다.
하지현 씨는 “책은 만원 안팎의 돈으로 살 수 있는 가장 효용가치가 높은 재화이다”라는 말을 좋아한다고 한다. 책에는 저자가 갖고 있는 지식의 상당부분을 가끔은 평생의 지식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하지현 씨는 책을 사는데 있어서 열 번 중 세 번 정도의 실수는 전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세 번 정도 실수할 것을 각오하고 책을 사면 훨씬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 그와 함께 정신과 의사의 입장에서의 책 읽기의 효용에 대한 말 역시 잊지 않는다.
“오늘 저녁에 뭘 읽을까,했을 때 딱 손에 잡히는 그 책에 대해 생각해봤음 해요. 내가 왜 오늘 그 책을 읽고 싶어하는가…. 그 책이 생각나는 이유는 자신이 풀지 못한 어떤 문제 때문일 가능성이 많거든요. 어느 순간 눈에 잡히는 그 책을 읽을 때 자신도 모르게 그 책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있을 거예요. 위안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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