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어른’을 꿈꾸는 이들에게 전하는 어른의 태도를 만드는 단단하고 다정한 문장들을 담은 번역가 박산호의 에세이, 『어른의 문장들』이 출간됐다. 저자는 경험과 통찰을 바탕으로 ‘어른’이라는 주제를 다양한 시각에서 다루며, 우리가 흔히 겪는 삶의 문제들에 대한 성찰과 조언을 책 속에 담아 두었다.
저자의 문장들은 어른으로서의 삶과 그 속에서 느끼는 고민도 솔직하게 풀어낸다. 그 속에서도 고민에 길을 터주고, 삶의 태도를 단단하게 다져준 문장을 함께 생각한 박산호 저자는 번역가로, 부모로, 한 사람의 생활인으로서 지내오며 ‘어른’이라는 말의 진짜 의미를 되물어 왔다. 저자가 깨달은 '좋은 어른'은 결국 타인뿐만 아니라 나 스스로와 잘 지내는 법을 아는 사람이었다. 『어른의 문장들』은 그런 어른으로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삶의 자세와 기술을 전한다.
이 책에서 작가님은 진정한 어른이란 무엇인지 오래 생각해 왔다고 하셨는데요, ‘어른’이라는 키워드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으시다면요?
저는 이른바 K 장녀인데요. 어렸을 때부터 풍파가 많은 가정 환경에서 자라다 보니 ‘어른들’에 대해 실망할 일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주위 어른들이 미덥지 않았을 때, 어른들의 의지에 이끌려 아이의 인생이 통째로 흔들리는 일이 잦다 보니 이상적인 어른의 이미지를 만들어내서 그걸 마음속에 품고 살아왔던 것 같아요. 내가 커서 어른이 되면 그런 어른다운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거죠. 그런데 결혼해서 아이를 낳자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이제는 정말 빼도 박도 못하는 어른이 되었구나. 서른에 아이를 낳았지만 저는 여전히 제가 어른이란 실감이 들지 않았고, 더군다나 제가 어렸을 때부터 꿈꾸던 단단하고 책임감 있는 어른은 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어른이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된 것 같습니다.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어른’이란 어떤 사람인가요?
지금도 완벽하게 답을 찾은 건 아닌 것 같아요. 제가 『어른의 문장들』에도 썼지만 나이가 들었다고, 노인이 됐다고 해서 자신이 어른이라고 느끼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거든요. 그래도 지금까지 열심히 찾은 ‘좋은 어른’이란 먼저 자신의 결정과 자신의 인생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임을 진다는 건 시련이 닥쳤을 때 도망치지 않고, 남 탓하지 않고, 환경이나 주변 여건에 핑계를 대지 않고 그 힘듦과 어려움을 인식하고, 인정하고, 자기가 감당해야 할 몫으로 받아들이고 어떻게든 정직하게 해결하려고 하는 사람이 어른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나가는 과정에서 아이들과 청소년들을 보호하고 너그럽게 품어주는 사람이 또 어른이고요.
『어른의 문장들』 속에는 흔들리는 어른들의 마음을 밝혀주는 문장들이 많은데요, 책 속에서 작가님이 독자들에게 가장 전달하고 싶은 한 문장은 무엇일까요?
“길을 잃는 것이 어른이 되는 중요한 과정의 일부이다.” -모야 사너.
『어른 이후의 어른』에 나오는 문장인데요. 저는 이 문장이 참 의미심장하다고 생각해요. 어른은 어느 한순간 “이제 나도 어른이야!”라고 외칠 수 있는 완성형의 상태가 아니라 흔들리고 길을 잃으면서도 계속해서 올바른 방향, 자신이 가슴으로 수긍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사람이 어른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인생을 살아가자면 당연히 수도 없이 길을 잃게 됩니다. 한 번도 길을 잃지 않고 일직선으로 인생을 살아왔다는 사람을 저는 어른이라고 부르기 힘들더군요. 길을 잃었다가 찾는 과정이 우리가 인격적으로 성숙해지면서 또한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좌절하거나 흔들릴 때, 스스로 좋은 어른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어떻게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요?
전 그럴 때는 저보다 더 잘 살고 있는 선배들과 어른들을 찾아뵙곤 해요. 저보다 나이로나 경력으로나 인생 내공으로나 앞서가는 분들을 찾아가서 지금 내가 이런 문제를 겪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라고 조언을 청하죠. 여러 사람을 인터뷰하면서도 돌파구를 많이 발견했습니다. 좋은 어른을 주위에서 만날 수 없다면 책을 통해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다만 요즘 유행하는 힐링 에세이보다는 삶의 고난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고전 소설이나 철학 혹은 심리학책을 보시길 추천합니다.
번역가로, 에세이스트로 또 소설가로서 계속 ‘쓰는 사람’으로 살고 계시는데요, 작가님이 글을 쓰실 때마다 어떤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전달하려고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작년에 『긍정의 말들』이란 에세이를 썼는데요. 지금까지 제가 쓴 글들을 생각해 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자, 살아가자, 어떻게든 버티며 살아가자, 라는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전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왜 살다 보면 가끔 그냥 막 죽어버리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주위 사람의 위로나 격려도 귀에 안 들어오고. 그런데 신기하게 그럴 때 우연히 본 책의 한 줄이나 드라마 대사 한 줄이 우리를 살리게도 하잖아요. 저도 그렇게 독자들을 살리고 힘이 생기는 글을 쓰려고 합니다.
10년 전과 지금, 시간이 지나면서 ‘어른’이라는 키워드에 대해 작가님의 생각이 변화된 부분이 있으셨나요?
10년 전에는 제가 인생이 비교적 대체로 잘 풀리던 시기였습니다. 나름 인생 앞에서 겸손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면 아직 크나큰 시련을 접하지 못했던 거죠. 그만큼 인생에 대한 이해가 무르익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여러 가지 형태로 인생에서 바닥을 쳐보고, 가까운 지인들을 병이나 사고로 잃기도 하면서 어른이란 그렇게 비바람에 시달리면서 속이 단단해지는 나무 같은 존재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단순히 멋지고 현명해 보이는 말을 하는 현자 같은 사람이 어른이 아니라 그런 비바람을 견디고 난 후에 고통 속에서 길어 올린 통찰이 생기는 사람이 어른이 아닐까 싶어요.
끝으로, 이 책이 독자들에게 어떤 의미로 남길 바라시는지, 어떤 책으로 다가가기를 바라시는지 궁금합니다.
요즘 세상은 동안과 젊음을 영원히 찬미하는 동시에 타인의 귀감이 되어주고, 저렇게 멋지고 성숙하게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배우고 싶은 롤모델로서의 어른 선배를 바라는 마음도 커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의 아수라장에서 다 던져버리고 도망치고 싶을 때 이 책을 읽으며 어른은 어떤 사람인지, 나는 어떤 어른으로 나이 들고 싶은지 생각해 보기에 좋은 책이었으면 바랄 게 없겠습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어른의 문장들
출판사 | 샘터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