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교육의 시작, ‘표현’ 아닌 ‘존중’
어린이든 어른이든, 감정을 '잘 다뤄야 하는 것'으로 여기기보다 ‘감정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천천히 익혀갈 수 있도록, 그 여정을 돕는 콘텐츠를 계속해서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글 : 출판사 제공 사진 : 출판사 제공
2025.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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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감정은 소중해!』는 어린이들이 감정을 보다 건강하게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마음 챙김 안내서입니다. 감정을 주제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온 '물보라' 작가님께, 이번 책과 관련된 이야기 그리고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모든 감정은 소중해!』는 어떻게 기획하게 되셨나요? 이 책을 쓰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다면 알려주세요.

어릴 적 저는 자주 이런 말을 들으며 자랐어요. “넌 참 예민하구나.” “감수성이 풍부하네.” 처음엔 그 말들이 특별하게 느껴졌지만, 시간이 흐르며 ‘예민하다’는 말이 꼭 좋은 뜻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죠. 누군가가 제 감정을 ‘불편한 것’처럼 다루기 시작했고, 저 역시 그런 시선을 내면화하게 되었어요.  어릴 적부터 작은 일에도 불안해지는 저를 보며 스스로를 다그쳤어요. “왜 이것도 못 견뎌?” “이런 감정은 참는 게 맞아.” 그렇게 제 안의 감정들을 외면하고 억누르다가 결국 저는 번아웃을 겪었습니다. 

그 시기에 명상과 마음챙김을 만났고, 샤우나 샤피로 박사의 말처럼 감정을 바라보는 데 ‘호의’와 ‘호기심’이 필요하다는 걸 온몸으로 느꼈습니다. 감정을 다정하게 바라보는 태도, 그것이 제 마음을 회복시키는 첫걸음이었거든요. 그때 결심했어요. 앞으로는 어떤 감정이든 성가시게 여기지 않고, 따뜻하게 바라봐주겠다고요. 그래서 이 책의 제안이 너무 기뻤습니다. 어릴 적 저에게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마음 돌봄’의 언어를 이제 제가 아이들에게 전할 수 있다면—그것만으로도 제 삶의 중요한 사명을 이룬 것 같았거든요. 『모든 감정은 소중해!』는 그런 저의 마음에서 시작된 책입니다. 이 책을 통해 모든 ‘예민한 아이들’이 더 이상 스스로를 성가시게 여기지 않고, 감정 많은 나를 사랑하게 되길 바라요. 예민함은 결코 약점이 아니라, 오히려 세상을 더 풍성하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자질이니까요.

 

정을 7가지 분류로 나눈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구성 방식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감정 분류는 학계에서 가장 널리 통용되는 6가지 기본 감정—기쁨, 슬픔, 두려움, 혐오, 화, 놀람—을 기반으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실제로 일상에서 마주치는 감정은 그렇게 간단하게 구분되지 않더라고요. 예를 들어, "미안함", “의기소침함”, "답답함" 같은 감정들은 명확한 이름이 붙어 있지 않으면 그냥 "우울"이나 "짜증"으로 뭉뚱그려지기 쉽거든요. 그래서 마지막 일곱 번째 챕터에는 ‘더 복잡한 감정들’을 따로 담았습니다. 하나의 핵심 감정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여러 감정이 뒤섞여 오묘하게 느껴지는 마음들을 담아내기 위한 시도였어요. 아이들에게 "이런 감정도 있구나", "이 마음에도 이름이 있구나" 하는 경험을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구성에서 또 하나 중점을 둔 것은 스토리텔링이에요. 감정 교육이라고 해서 이론적으로 설명만 해서는 와닿기 어렵잖아요. 그래서 울리, 뜨리, 나리, 하리, 각각의 캐릭터가 실제로 감정에 휘말리고, 그 속에서 스스로 감정을 다뤄보는 이야기 구조를 짰어요. 아이들이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감정이입하면서, ‘감정이라는 게 나한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구나’, ‘나도 이렇게 해볼 수 있겠구나’ 하고 느낄 수 있도록 세심하게 상황을 설계했습니다. 결국 이 책은 ‘감정을 배우는 책’이기 전에, ‘감정 안에서 나를 알아가는 이야기’가 되었으면 했거든요.

 

책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울리, 뜨리, 나리, 하리)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나요? 각 캐릭터가 상징하는 감정이 궁금해요.

단순히 말하면, 울리는 불안, 뜨리는 평온, 하리는 에너지, 나리는 감사를 상징하지만, 그보다 더 깊은 의미를 담고 있어요. 이 친구들에게 감정이 우리 안에서 흐르고 회복되는 전 과정을 담았거든요. 불안  (울리) 에서 시작해 평온 (뜨리) 을 회복하고, 다시 에너지와 기쁨 (하리) 을 느끼며, 마침내 감사와 연결감 (나리) 으로 나아가는 내면의 회복과 성장 흐름을 담고 있어요.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자면, 첫째로 울리는 불안 속에서 태어난 눈물 방울이에요. 생각도 눈물도 많은 예민한 아이지만, 그 불안의 깊이 속에서 오히려 더 깊은 평온을 찾아가는 친구예요. 긴장하거나 걱정이 많을 때, 울리는 우리 안에 가장 먼저 나타나는 친구죠.

뜨리는 평온 속에서 태어난 작은 구름이에요. 여유롭고 부드럽지만, 가끔은 비를 머금듯 속상함을 품어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흘려보내는 법을 배워가는 존재랍니다. 하리는 에너지 속에서 태어난 반짝이는 별 조각이에요. 넘치는 기운과 아이디어로 주변을 들썩이게 하지만, 때때로 그 에너지가 화로 튀어나오기도 하죠. 표현의 기쁨과 감정 조절 사이에서 균형을 배워가는 친구예요. 나리는 감사 속에서 태어난 따뜻한 꽃이에요. 손길과 사랑 속에서 피어나, 기쁨과 애정을 주변에 나누는 존재죠. 감정의 여정 끝에서, 나리는 연결되고 싶은 마음과 따뜻한 감사를 품게 해줘요. 아이들이 각 캐릭터를 따라가며, “나도 이런 감정을 느껴도 괜찮구나,” “이 감정도 결국 지나가고, 또 다른 마음이 찾아오는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길 바랐습니다. 결국 감정은 흘러가는 것이라는 사실, 그게 이 네 친구가 전하고 싶은 가장 따뜻한 메시지예요.

 

어린이들의 감정 표현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점은 무엇인가요?

감정이 일어났을 때, 감정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에요. 불안이 올라왔든, 속상함이 밀려왔든, 그 감정이 바깥으로 표현되기 전에 가장 먼저 단둘이 만나는 사람은, 바로 자신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아이들이 무엇보다 먼저 자기 감정을 자신이 어떻게 대하느냐를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먼저 나 자신부터, 내 감정을 친구처럼 대할 수 있어야 하죠.

그리고 저는 아이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게 바로 이 지점이라고 느꼈어요. 어릴 때부터 우리는 울면 “왜 울어?,” “울면 안 돼” 같은 말을 너무 자연스럽게 들어왔거든요. 무의식 중에 어떤 감정은 표현하면 안 되는 것처럼 배워왔죠. 마치 ‘부정적인 감정’은 감춰야 하고, ‘긍정적인 감정’만 꺼내야 하는 것처럼요. 그래서 저는 어렸을 때부터, ‘긍정적 감정’, ‘부정적 감정’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감정에 대한 감수성과 포용성을 키워주는 일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쉽게 말하면, ‘이 감정은 좋아’, ‘저 감정은 싫어’ 라고 판단하거나 밀어내기보다는, 모든 감정을 평등하고 소중하게 들여다봐주는 것이죠. 예를 들면, "왜 이런 감정이 올라왔을까?," "지금 나는 뭘 바라고 있는 걸까?," "이 감정에게 정말 필요한 건 뭘까?" 이런 식으로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습관이 생기면, 감정이 단지 폭발하거나 억눌리는 대신 조금 더 다정하고 건강하게 표현될 수 있다고 믿어요. 그리고 그렇게 자신에게 잘 다뤄진 감정은, 결국 타인에게도 훨씬 더 친절하게 표현되기 마련이니까요. "나조차 불편해했던 감정"을 누군가에게 잘 설명하기란 정말 어렵기 때문이죠. 반대로, "내가 먼저 받아준 감정"은 타인에게도 부드럽게 건네줄 수 있고요.

그래서 감정 교육의 시작은 ‘표현’이 아니라, 오히려 ‘존중’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내 마음속에 올라온 그 어떤 감정도 외면하지 않고, 마치 친구처럼, 다정한 마음으로 먼저 안아주는 것. 그게 아이들의 감정 표현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첫 단추라고 믿습니다.

 

부록으로 포함된 '감정 카드'와 '감정 캘린더'는 어떤 의도로 제작하신 건가요?

감정은 책으로 읽는 것만으로는 잘 다뤄지지 않아요. 실생활에서 곧장 감정을 성숙하게 다루기란 어른에게도 어려운 일이죠. 특히 어린이들에게는 ‘지금 내 감정이 뭔지’,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조차 막막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책 속 이야기를 넘어, 아이들이 실생활에서 직접 감정을 꺼내보고 다뤄볼 수 있는 도구를 함께 전하고 싶었어요. 감정 카드는 말하자면 감정 응급처치 키트예요. 감정이 올라오는 순간, 바로 꺼내서 스스로 돌볼 수 있도록 만든 카드입니다. 앞면에는 감정 단어와 간단한 정의가, 뒷면에는 그 감정을 다루는 데 도움이 되는 마음챙김법이 담겨 있어요. 이 카드는 두 가지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어요. 혼자서 사용할 땐, 감정이 올라올 때 카드를 뽑아보고, 그 감정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살짝 멈춰서 들여다보는 연습을 할 수 있어요. 그리고 뒷면의 안내를 따라 자기 마음을 돌보는 방법도 익힐 수 있죠. 함께 사용할 땐, 가족이나 친구와 “지금 나는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어”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어요. 감정을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아이에게는 이런 카드 하나가 대화의 시작이 되어주기도 하거든요. 결국, 감정 카드는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돌보는 법’을 익히게 하는 작은 연습장이자, 마음을 연결해주는 매개체예요.

감정 캘린더에 대해 말씀 드리자면, 저는 평소에도 감정 저널링을 자주 해요. 내 기분을 기록하고, 시간이 지나 시각적으로 다시 들여다보면 "나는 언제 자주 짜증을 느끼지?" "이런 상황에서 불안을 자주 경험하는구나" 같은 감정의 패턴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거든요. 그걸 인식하는 순간, 마음의 회복과 성장이 시작된다고 느껴요. 그런데 그런 걸 어른이 되어서야 시작한다는 점이 늘 아쉬웠어요. 아이 때부터 이런 ‘감정 일기’ 습관을 들이면 훨씬 더 건강하고 단단한 어른으로 자라날 수 있지 않을까, 그 생각에서 감정 캘린더가 탄생했어요. 

 감정 캘린더는 하루에 한 번, 내 기분을 스티커로 붙이는 방식이에요. 스티커를 하나씩 붙이며 한 달을 채워가면, 한눈에 그 달의 감정 흐름이 보이게 되죠. 자기 감정을 한발 떨어져서 관찰하고 이해할 수 있는 연습입니다. 그리고 캘린더 하단에는 감사일기와 한 달 회고란도 함께 있어요. 감사를 매일 떠올리는 습관은 아이들의 회복탄력성을 키워주는 좋은 연습이고, 한 달을 마무리하며 자신을 되돌아보는 활동은 마음의 성장을 도와주는 중요한 과정이 되니까요.

 

명상과 마음챙김을 꾸준히 실천해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린이에게 마음 챙김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명상과 마음챙김을 처음 시작하게 된 건, 감정이 휘몰아쳐서 마음이 힘들던 시기였어요. 감정을 억누르다가 무너지고, 또 무너진 마음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라 헤매다가 비로소 ‘나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질문하게 됐죠. 그러면서 깨달았어요. 감정은 없어져야 할 게 아니라, 이해받고 싶어 하는 신호라는 걸요. 그 신호를 잘 알아차리고, 다정하게 반응해주는 태도. 그게 바로 ‘마음챙김’이라는 것을요. 그런데 이건 결코 어른에게만 필요한 일이 아니에요. 오히려, 감정을 처음 배우고 부딪히는 아이들에게야말로 꼭 필요한 연습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은 감정을 알아차리는 말도, 표현하는 방식도 아직 익숙하지 않아요. 불안해도, 억울해도, 서운해도 그걸 설명하기보다는 그냥 울어버리거나, 갑자기 소리치거나, 입을 닫아버리기도 하죠. 그럴 때 우리는 종종 “울지 마”, “화내지 마” 같은 말을 너무 쉽게 하고는 합니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어떤 감정은 표현해도 되고, 어떤 감정은 숨겨야 한다고 배우게 돼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끼는 것보다, "이 감정은 나쁜 거야"라고 판단하는 법부터 배우는 거죠. 

그게 저는 늘 마음에 걸렸어요. 그래서 『모든 감정은 소중해!』를 쓰면서, 감정에 딱지를 붙이기보다는 모든 감정을 동등하게 바라보는 감수성과 포용력을 키워주고 싶었어요.  마음챙김은 단지 ‘마음을 고요하게 하는 기술’이 아니에요. 그보다 먼저,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연습, 내 안에 있는 감정에게 “괜찮아, 너도 여기 있어도 돼”라고 말해주는 연습이에요. 그리고 저는 이 연습이야말로, 아이들이 평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근본적인 힘이 되어준다고 믿어요. 슬픔에 빠졌을 때 자기 자신을 다정하게 안아주는 힘, 화가 날 때 나도 모르게 터뜨리는 대신 그 마음을 잠깐 바라볼 수 있는 여유, 그리고 내 마음의 흐름을 이해하며 스스로를 존중하는 마음. 그런 힘을 어린 시절부터 천천히 길러나갈 수 있다면,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감정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 자랄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앞으로 계획 중이신 작품이나 활동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앞으로는 ‘감정’을 키워드로 조금 더 깊고 넓은 이야기들을 해보려 해요. 아이든 어른이든, 우리 모두는 매일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죠. 하지만 그중에는 너무 미묘해서 알아차리기 어려운 감정,  무거워서 표현조차 어려운 감정들도 많다고 느껴요. ‘슬픔’, ‘화’, ‘불안’처럼 이름 붙이기 쉬운 감정들보다 ‘억울함’, ‘서운함’, ‘허무함’, ‘기대하다가 실망한 마음’처럼 복합적이고 흐릿한 감정들은 더 쉽게 놓치거나 눌러버리게 되거든요. 그런 감정들을 놓치지 않고, “지금 내 마음에 정확히 어떤 감정이 일어난 걸까?”를 조금 더 섬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어요. 어떻게 알아차릴 수 있는 감정인지, 이 감정은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어떻게 돌봐줄 수 있을지, 그런 질문들을 따라가며, 마음을 다정하게 이해하는 연습을 돕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단지 감정 단어를 더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대하는 태도 자체를 따뜻하게 바꿔가는 연습이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모든 감정은 소중해!』를 통해 어린이의 감정 기반을 함께 다져왔다면, 앞으로는 그 위에 조금 더 정서적으로 세밀한 이야기들을 쌓아가고 싶어요. 어린이를 위한 감정 콘텐츠는 지금보다 더 섬세한 감정들을 언어화하고, 그 감정들을 건강하게 표현하고 돌보는 방법을 함께 배워가는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고요. 동시에, 감정을 오랫동안 눌러두고 살아온 어른들을 위한 콘텐츠도 그와 같은 깊이에서 새롭게 시작해보려 합니다. 어린이든 어른이든, 감정을 '잘 다뤄야 하는 것'으로 여기기보다 ‘감정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천천히 익혀갈 수 있도록, 그 여정을 돕는 콘텐츠를 계속해서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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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