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태 저자
디지털 자산에 우호적인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고 국내 정권에도 격변이 일어나면서, 모두가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여섯 글자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카카오와 네이버의 주가가 치솟은 것은 물론 경제 전문가들의 화두에도 종일 스테이블코인이 오르내린다. 급기야 2025년 7월 17일, 미 하원은 스테이블코인의 운명을 가르는 ‘지니어스 법(GENIUS Act)’을 통과시키며 글로벌 경제 시장에 파격을 선사했다. 대체 이 가상 화폐의 정체는 뭘까? 어디서 탄생했고, 어디로 가는 중일까? 스테이블코인의 도래 이후 우리의 지갑과 일상생활에는 어떤 변화가 찾아오게 될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스테이블코인의 본질을 가장 먼저 꿰뚫어본 디지털 자산 업계의 전문가들이 뭉쳤다. 스테이블코인의 구조부터 국가·기업별 현황까지, 국제 질서의 흐름부터 우리가 갖춰야 할 대응 전략까지를 빠르고 뾰족하게 짚어 한 권의 해설서로 완성했다. 온라인에 난무하는 복잡한 견해들과 과장된 담론 속에서 ‘진짜 핵심’을 전하는 『스테이블코인 : 머니 리셋』의 정구태 저자를 서면으로 만났다.
언론부터 금융계, 정치권까지. 스테이블코인 이슈로 온통 뜨거운 요즘입니다. 다른 코인들과 스테이블코인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스테이블코인의 가장 큰 특징은 '가격 안정성'입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가격이 수시로 급등락하는 암호화폐와 달리,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유로 등 법정통화에 1:1로 연동되어 있어 달러 가격을 추종합니다. 예를 들어, 테더(USDT)나 USD코인(USDC)은 1달러에 고정된 가격을 유지하며, 발행사들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현금, 국채 등 준비금을 보유합니다. 이 안정성 덕분에 스테이블코인은 결제, 송금, 정산, 자산 이전 등 실물경제와 접목될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높아졌고, 디지털 달러의 역할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습니다. 요컨대, 스테이블코인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격이 오르는 기존 암호화폐와 달리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화폐이자 자산이라는 점에서,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금융 생태계를 실질적으로 작동시키는 핵심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업계 1위인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도 소개 부탁드려요. 듣기로는 시가총액이 1,000배나 뛰었다고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스테이블코인은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테더(USDT)’입니다. 2014년 처음 출시된 이후 암호화폐 시장의 핵심 유동성 수단으로 자리 잡았으며, 2025년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1,000억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이는 2017년 초 시총이 1억 달러도 되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1,000배 이상 성장한 셈입니다. 테더의 성공 비결은 간단합니다. 언제 어디서든 전자지갑 주소만 있다면 빠르게 디지털 달러를 송금할 수 있고, 블록체인 기반 거래소나 디파이(탈중앙금융) 생태계에서 활용도가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테더는 준비금의 대부분을 미국 국채에 투자하여 연 5% 이상의 이자수익을 얻는 안정적 사업모델을 구축했습니다. 실제로 테더는 2024년 200여명이 안되는 직원으로 한 해에만 약 6조 원의 영업이익을 냈습니다. 이런 압도적 성장과 수익성 덕분에, 테더는 블랙록이나 골드만삭스 같은 전통 금융사들도 눈여겨보는 ‘블록체인판 금융기관’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최근 네이버, 카카오 등의 ‘스테이블코인 수혜주’가 화제였죠. 이 기업들은 스테이블코인과 어떤 연관이 있나요?
네이버와 카카오는 검색포털, 메신저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생활 플랫폼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콘텐츠, 커머스, 커뮤니티는 물론이고 핀테크, 블록체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금융서비스의 성장은 괄목할만 합니다. 네이버는 라인과 함께 일본, 동남아시아에서 메신저 기반 결제·포인트 사업을 진행 중이고, 카카오는 계열사로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사업도 일찌감치 발을 들여놓았고 작년에는 카카오의 클레이튼, 라인의 핀시아가 결합하여 카이아라는 새로운 블록체인 메인넷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최근 미국에서 지니어스법(GENIUS Act)이 통과되어 스테이블코인 관련 규제가 명확해지며 글로벌 빅테크들의 블록체인 사업에 진출이 가속화 되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 역시 '디지털 결제'와 '글로벌 금융 인프라'를 준비 중이라는 기대가 커졌습니다. USDC를 발행하는 서클인터넷그룹은 최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며 공모가 대비 10배 가까이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스테이블코인 운영사로서 역할과 잠재력 덕분입니다. 이러한 시장의 기대감이 국내 스테이블코인 수혜주에 그대로 투영되었습니다. 결국 이들 기업의 기술·네트워크·지갑 인프라가 부각되며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디지털 자산에 친화적인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행보도 인상적입니다. 미국이 스테이블코인을 ‘밀어주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을 ‘통화 패권 유지를 위한 디지털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달러는 지금까지 석유, 무역, 외환보유고를 지배해온 전세계 유일무이한 기축통화입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흔들이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결제 수단이 급속히 확산되고 미국도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면서, 달러가 디지털 세계에서도 이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그 해답이 스테이블코인입니다. 민간이 발행하지만 준비자산은 미국 국채에 기반하며, 글로벌 거래의 상당 부분이 미국의 블록체인 기반 인프라 위에서 운영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명실상부한 크립토 수도로 만들겠다며, 최근 지니어스법까지 신속하게 통과시켰습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달러의 지배력을 유지하면서도, 미국 국채 수요처를 확보하려는 고도의 전략입니다. 미국은 이제 ‘크립토 달러’를 통해 제2의 페트로달러 시대를 열고자 합니다.
달러가 아닌 ‘원화 스테이블코인’도 실현 가능할까요?
기술적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이미 유로, 엔 등 법정화폐와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이 발행, 유통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발행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왜 필요한가에 대한 질문입니다. 최근 미국은 자국 통화 패권을 디지털로 확장하기 위해 스테이블코인을 제도화하고, 이를 국제 결제 및 정산 네트워크에 적극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디지털 달러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금융 기술 혁신이 아니라, 국가 간 통화 주권의 재편이라는 전략적 맥락 속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디지털 시대의 통화 주권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전략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반의 글로벌 결제 인프라가 점점 달러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만큼, 한국도 원화를 디지털 환경에 적응시킬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합니다. 특히 국경 없는 디지털 경제에서, 원화가 유의미한 존재감을 가지기 위해서는 디지털화되어 실시간으로 유통 가능함은 물론이고 국내외 사용처가 다양한 형태가 반드시 요구됩니다.
스테이블코인이 대중화되었을 때, 우리 삶에 찾아올 가장 큰 변화를 하나 꼽자면 무엇일까요?
머니리셋. 돈이라는 개념이 재정의되고 있습니다. 돈이 ‘디지털’이라는 옷을 입고 국가간 경계를 없애고 있습니다. 지금은 해외송금을 하려면 은행을 거쳐야 하고, 수수료와 환율, 영업시간의 제약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하면 스마트폰 하나로 전 세계 누구에게든 24시간 즉시 송금이 가능합니다. 비용도 수십 분의 1 수준이고, 블록체인 기술 덕분에 투명성과 추적성도 뛰어납니다. 특히 프리랜서, 크리에이터, 중소상공인, 개발자 등 글로벌 디지털 경제에 참여하는 개인들에게는 수익 정산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게 됩니다. 중남미, 아프리카, 동남아 등 통화주권이 약한 국가에서는 이미 스테이블코인이 대체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겐 선택이 아닌 생존입니다.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전자금융이 발달해있기 때문에 속도는 상대적으로 느리겠지만 거대한 흐름을 막을 순 없습니다. 더 나아가 AI와 사물인터넷이 결합된 미래에는, 기계가 기계에게 실시간으로 결제를 수행하는 M2M(Machine-to-Machine) 경제가 열릴 것입니다. 그 기반에서 작동하는 통화가 바로 스테이블코인입니다. 단순한 결제 수단의 진화를 넘어, ‘돈이 움직이는 방식’ 자체가 완전히 재설계되는 혁신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끝으로, 스테이블코인을 궁금해하는 독자 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스테이블코인은 더 이상 암호화폐 투자자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디지털 시대의 화폐 인프라로서, 전 세계의 금융 시스템을 재편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지갑, 은행, 카드, 해외결제 시스템이 머지않아 스테이블코인 기반으로 작동할지도 모릅니다. 이는 거대한 변화지만, 전세계 곳곳에서 생각보다 빠르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지금이야말로 스테이블코인을 공부해야할 최적의 시점입니다. 이 책이 단순한 기술 소개서가 아닌, 독자 여러분이 ‘디지털 돈의 미래’를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길잡이가 되길 바랍니다. 변화는 멀리 있지 않습니다. 이미 우리의 일상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안정적인 디지털 화폐’, 스테이블코인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스테이블코인: 머니 리셋
출판사 | 미래의창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