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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션] 책과 함께 하는 가을 미식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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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입맛에 잘 맞지 않더라도 미식 여행은 즐겁습니다. 지역 고유의 문화와 전통, 역사를 담은 흥미로운 이야기가 음식 속에 녹아 들어 있기 때문이죠.

인터넷에서 맛집 별점과 리뷰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세상입니다. 하지만 책으로 찾아가는 미식 여행에는 다른 맛이 있어요. 저마다 다른 관점과 흥미로운 테마로, 음식에 대한 진정성이 살아 숨쉬는 미식 여행 가이드북 네 권을 소개합니다.


중국집 : 피아노 조율사의 중식 노포 탐방기

조영권 저/이윤희 그림 | CABOOKS 

저자 조영권 씨가 전국 어디든 피아노 조율 의뢰가 오면 즐겁게 달려가는 이유는? 그 동네 중국집을 찾아갈 수 있기 때문이죠. 그는 조율을 마치면 지역 노포를 찾아가 짜장면, 볶음밥, 짬뽕, 군만두와 같은 요리를 음미하는 취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맛에 대한 묘사에서 저자가 오랫동안 쌓아온 중식에 대한 내공이 느껴져요. 읽다보면 “국자로 눌러가며 볶은 밥의 바삭한 식감과 고소함”, “단단한 밥알이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느낌”을 나도 한 번 체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밀려옵니다. 이윤희 작가의 만화가 잔잔하면서 정겨운 저자의 글과 잘 어울려요.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중국집으로 여행을 떠난 듯한 상상에 빠져듭니다. 한국 중국음식의 역사에 대한 생생한 자료라는 점에서도 너무 소중한 책이에요.


오는 날이 장날입니다

김진영 저 | 상상출판

28년 차 식품 MD과 함께 오일장을 테마로 한 여행이라니 시작부터 군침이 돕니다. 게다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에 맞춰 어느 시장을 언제 가야 제철을 맛볼 수 있는지까지 알려주는 책이죠. 감귤 못지 않게 단맛이 좋은 겨울 제주의 양배추, 11월 해콩을 갈아 만든 1년 중 가장 맛있는 완주 두부, 12월 통영의 전갱이까지 우리가 몰랐던 제철 시장의 음식이 책속에 한가득입니다. 직접 발로 뛰면서 모은 믿을 수 있는 저자의 이야기 중에는 무주에 가면 부대찌개를 먹고 와야 한다는 의외의 정보가 많아요. 책을 읽다보면 우리나라가 작다고 하지만 다니다 보면 넓다는 그의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오일장 여행에 푹 빠지고 싶다면 후속작인 『가는 날이 제철입니다』, 『제철 맞은 장날입니다』도 강추에요!  


전국김밥일주

정다현(김밥큐레이터) 저 | 가디언 

김밥 한 줄로 점심 식사하기를 좋아하는 저 같은 사람에게 이 책은 진정한 보물입니다. 김밥 하나에 인생을 걸었다는 저자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아요. 직장까지 그만두고 김밥으로 10만 맛집 인플루언서가 된 김밥 큐레이터가 김밥집별로 기본정보, 추천메뉴와 한줄꿀팁까지 친절하게 안내해줍니다. 유튜브 『소비더머니 푸드나잇』에서 김밥 편 방송을 준비할 때 저도 이 책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요즘도 지방 강연이나 출장을 가게 되면 전날 이 책을 펴고 가볼 만한 김밥집이 있는지부터 찾아보곤 합니다. 책에 소개된 김밥을 직접 맛볼 수 있다는 생각에 전국 어디를 가도 여행이 더 즐거워지는 건 덤입니다. 136곳을 다 가본 뒤에도 김밥 일주는 끝나지 않아요. 전국김밥일주 2권도 있으니까요!     


미식으로 세계 일주

타드 샘플, 박은선 저 | 중앙북스(books)

내 입맛에 맞는 음식을 보려고 맛으로 여행을 떠난다는 건 아닐 거에요. 내가 모르는 음식과 문화를 맛보고 싶은 마음이 더 크죠. 내 입맛에 잘 맞지 않더라도 미식 여행은 즐겁습니다. 지역 고유의 문화와 전통, 역사를 담은 흥미로운 이야기가 음식 속에 녹아 들어 있기 때문이죠. 그동안 맛볼 수 없었던 진짜 현지 음식을 여권 없이도 국내에서 맛볼 수 있다는 건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큰 축복이에요. 인스타그램에서나 보던 모로칸 타진으로 요리한 양고기를 직접 맛보며 체험할 수 있다니 생각만 해도 즐겁습니다. 만두, 샤퀴테리, 바비큐, 할랄, 코셔 등의 다양한 세계의 음식 문화를 소개하는 칼럼이 책 중간중간에 들어있어서 세계 각국 음식에 대한 상식까지 배울 수 있어요. 아쉽지만 책 속에 소개된 식당이 문을 닫은 경우도 있습니다. 얼른 책을 보고 찾아가야 할 이유가 있는 셈이죠.


*필자 | 정재훈 

약사이자 푸드라이터. 주변 사람들이 푸드파이터인지 푸드라이터인지 헷갈려 할 정도로 먹는 일에 진심이다. 캐나다 이민 시절 100kg 직전까지 체중이 불었다가 20kg 이상 감량하면서 음식 환경이 체중에 미치는 강력한 영향을 실감했다. 그동안 쓴 책으로 『음식에 그런 정답은 없다』, 『정재훈의 생각하는 식탁』, 『정재훈의 식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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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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