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 you know? 한강] 소설은 인간 본질에 대한 질문
해외 문학상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한국 작가가 많아졌어요. 문학의 힘으로 세계에 이름을 알리는 우리 작가들을 키워드로 소개합니다.
한강 작가는 1993년 계간 문학과 사회에 시를 발표하고, 다음해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어 작가 커리어를 시작했어요. 작가 데뷔 전에는 출판과 잡지 편집 일을 2년 정도 했다고 해요. 『소년이 온다』에서 주인공 ‘은숙’이 작은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다 담당 원고가 검열을 받으며 경찰서에 끌려가 고초를 겪는 장면이 나오죠. 어쩌면 한강 작가가 광주에서의 검열 과정 이야기를 들으면서 편집자 당시 겪었던 비슷한 이야기에 감정을 이입해 해당 장면이 나왔을 수도요.
이제까지 장편소설 『검은 사슴』, 『그대의 차가운 손』,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등을 낸 한강 작가. 단편은 소설집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노랑무늬영원』 등에서 만날 수 있어요. 소설과 시뿐만 아니라 어른을 위한 동화나 자신이 직접 만들고 부른 노래와 글을 함께 담은 산문집, 시와 소설이 어우러진 작품집 등을 꾸준히 펴냈고, 미디어 아트를 통한 비주얼 퍼포먼스 작업도 시도한 적이 있어요.
산문과 단편, 시 등 여러 글을 만날 수 있지만, 한강 작가의 대표작 중에는 장편소설이 많아요. 2000년에 쓴 「내 여자의 열매」라는 단편소설은 『채식주의자』의 씨앗이 된 소설로, 아무것도 먹지 않고 나무로 변한 아내를 남편이 화분에 심는 줄거리죠. 작가가 품은 이야기가 크면 클수록, 단편소설에서 끝나지 않고 조금 더 긴 분량으로 써내야 했던 건 아닐까요?
소설보다 먼저 시를 써서 데뷔한 한강 작가. 시집으로는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가 있어요. 소설 단행본을 내는 틈틈이 쓰고 발표한 시들 가운데 60편이 들어가 있죠. 「저녁의 소묘」 「새벽에 들은 노래」 「피 흐르는 눈」 「거울 저편의 겨울」 등, 연작들의 제목을 보면 시집의 느낌이 전해지죠.
1993년 등단 후 작가가 근 30년 동안 작품을 통해 제기하는 물음은 이것이었어요. ‘인간은 어떻게 서로를 믿고 사랑하는가’ ‘세상은 왜 이토록 아름다우며 동시에 잔인한가’ ‘상실과 고통 앞에서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나’. 광주 출신으로 가족과 함께 5.18 민주화 운동이 일어나기 몇 달 전 서울로 이사했던 한강 작가는 이후 명절 때마다 친척들이 그 사건에 대해 수군거리는 것을 들었고, 어른들 몰래 펴본 사진집에서 으깨어진 아이의 얼굴을 발견하죠. 이후 『소년이 온다』에서는 1980년대 광주를, 『작별하지 않는다』에서는 제주 4.3항쟁을 소설 속에 불러왔어요.
맨 부커상(Man Booker Prize)은 영미권 소설가에게 수여되는 문학상으로 1969년부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부커상’이라는 이름으로 출판과 독서 증진을 위한 북 트러스트(Book Trust)라는 이름의 기금 후원을 받아 진행하다, 2002년부터는 금융서비스회사인 맨 그룹(Man group)이 지원하면서 이름이 ‘맨 부커상’으로 바뀌었어요. 처음에는 영국과 아일랜드,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영연방 작가들만이 대상이었으나 2014년부터 미국인 등 다른 영어권 작가들에게도 개방됐고요. 한강 작가가 아시아 최초로 2016년에 맨부커상을 받으면서 한국에도 이름이 널리 알려진 상이에요. 이후로도 박상영, 황석영, 정보라 작가 등 한국 작가들이 수상 후보군에 오르며 한국의 문학을 널리 알리고 있어요. 한강 작가는 이후에도 2023년 프랑스 메디치상 등을 받으며 더욱 널리 알려지고 있고요.
예스24가 2018년 독자 16만여명을 대상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을 만한 작가를 온라인 투표한 결과, 한강이 20.3%의 지지를 받아 1위로 뽑힌 적이 있어요. 한국과 세계에서 모두 잘 알려진 작가라는 기대 때문이겠죠? 실제로 한강의 작품은 40개국 넘는 나라에서 해당 나라의 언어로 된 단행본으로 만날 수 있어요. 해외에 나가 현지인과 친해진다면, 혹시 한강의 작품을 읽어보았냐고 물어볼 수도 있겠네요.
맨부커상 외에도 대거상(『밤의 여행자들』), 전미번역상(시집 『히스테리아』) 등 한국 문학이 유수의 국제 문학상, 번역상을 탔다는 소식이 알려질수록 한국 문학을 세계에 알리는 번역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죠. 데보라 스미스는 맨부커상을 한강과 함께 받으며 한국에 이름을 알렸어요. 영국 소도시 동커스터 출신으로 대학을 졸업할 무렵 번역가가 되기로 마음먹고 독학으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1년 후 2010년 런던대학교 한국학 석사 과정에 입학, 2015년에는 박사 학위를 취득했어요. 2015년 『채식주의자』 가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을 때는 데보라 스미스가 한국어를 배운 지 6년이 된 시점이었다고. 한강의 『소년이 온다』도 영어로 번역해 외국에 소개했어요. 아시아 문학을 다루는 비영리번역단체 '틸티드 액시스 프레스(Tilted Axis Press)'를 설립하는 등 세계에 아시아 문학을 알리는 데 기여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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