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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든든한 수프 상담소. 고민 받습니다!

『든든한 수프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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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라는 게 영양분을 섭취하는 것도 있지만 나를 잘 챙기는 행위라는 점에서 지친 현대인에게 따스함을 전해주고 싶어서 메뉴로 수프를 선택했어요. (2024.09.13)


ⓒ타별


“고민을 접수하면, 수프 값은 천 원입니다.” 

전직 동료 3인은 퇴사 후, 망원동의 노란색 피자가게를 빌려 일일 수프 가게를 오픈한다. 든든한 수프 상담소, 이곳에는 망원동, 아니 전국에서 유일무이한 특별한 할인이 있다. 바로 손님이 수프 값 대신 고민을 지불하면, 주인장이 진심 어린 답장을 보내는 것. 망원동에서 이틀간 실제로 운영했던 이 수프 가게에서 손님들의 빈속과 마음의 허기까지 채워줄 15통의 답장이 발송되는데…. 수프 상담소 주인장 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수프 상담소가 망원동에 진짜로 있었던 가게라고요? 

네. 이틀 동안 진짜로 있었습니다. 올 여름, 망원동에 있는 노란색 피자가게를 빌려서 팝업 스토어를 열었습니다. 퇴사하고 재미있는 일을 벌여볼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어요. 그저 수프 끓이기를 좋아하는 1인, 콘텐츠 만들기를 좋아하는 1인, 그리고 책을 만들 줄 아는 1인이 만나 수다를 떨다 보니 어느새 책까지 내게 되었네요. 음식이라는 게 영양분을 섭취하는 것도 있지만 나를 잘 챙기는 행위라는 점에서 지친 현대인에게 따스함을 전해주고 싶어서 메뉴로 수프를 선택했어요. 따뜻한 수프로 빈속도 채우고, 우리가 전하는 답장으로 마음의 허기까지 채워드리겠다는 의미로 책 제목을 ‘든든한 수프 상담소’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장사는 어땠어요? 

오픈 첫날, 점심시간에는 가게가 가득 찰 정도로 손님이 많이 와서 잘되겠다 싶었는데 그 후로는 발길이 뚝 끊겼어요. 이러다 망하는 거 아닌가, 불안해하면서 문을 닫았는데…다음날, 예상치 못한 손님들이 방문해주셔서 수프를 다 팔았어요. 아빠와 함께 온 두 살배기 부터 아홉 살 된 유튜버, 인스타 스토리를 보고 찾아온 손님, 지나가다 들른 망원동 주민도 있었고요. 그야말로 완판! 예상했던 것보다 잘되어서 놀랍고 신기했어요. 사연을 접수하는 과정 자체를 손님들이 흥미로워하시더라고요. 총 60명의 손님이 15통의 사연을 보내주셨습니다. 



주로 어떤 사연이 들어왔나요? 

일과 진로에 대한 고민들이 많았어요. 손님들 연령대가 아무래도 20-30대가 많다 보니 일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망원동이라는 지역적인 특성도 있는 것 같아요. 프리랜서로 일하려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수프 가게의 주인장이자 답장을 쓴 저자들은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에서 청년들의 일 경험을 지원하고 진로 탐색을 돕는 일을 했었어요. 이런 경험을 토대로 매주 사례 회의를 하며 답장을 써내려 갔습니다. 각각 사연은 다르지만 우리가 일터에서 부닥치는 공통적인 어려움이 있잖아요. 이런 어려움을 이해하고 사연자분의 고민에 공감하는 한편,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해주려 노력했습니다. 

가장 답변하기 힘들었던 사연은 무엇인가요? 

수프가게를 오픈하기 전에 저희끼리 농담으로 이런 얘기를 했어요. “연애 고민은 안 들어오겠죠?” 공교롭게도 세 저자의 연애 경험이 일천하거든요. 조언을 해드리고 싶어도 밑천이 너무 없어요.(웃음) 그런데 접수된 사연 중에 ‘사랑과 전쟁’을 방불케 하는 건이 몇 건 있었어요. 이건 뭐 정답도 없고, 참조할 만한 사례도 없고, 주인장들 안에서 해결할 만한 사연이 아닌지라 전화를 부리나케 돌렸습니다. 사연을 주신 당사자에게 전화해서 자세한 내용을 들어보기도 하고, 비슷한 사례를 찾기 위해 지인들에게 간접 연애 상담을 하기도 했어요. 공 들여서 답장을 쓰긴 했지만 솔직히 자신은 없습니다. 관계를 맺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니까요. 저희는 사랑을 응원하는 수밖에 없더라고요.  



그렇다면 가장 자신 있게, 재미있게 답변한 사연은 무엇인가요? 

김은채: 저는 부모님의 갱년기와 공존하는 방법을 물었던 사연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마침 저희 엄마도 갱년기를 지나는 중이거든요. 답장을 쓰기 위해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는데, 마침 옆에 있던 엄마 친구들이 하고 싶었던 얘기를 우르르 쏟아내시더라고요. 덕분에 몰랐던 사실도 알게 되고, 갱년기를 겪는 엄마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어 좋았어요.  

방혜리: 커리어와 관련된 고민은 다 재미있었어요.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 진로 교육 및 커리어 컨설팅과도 맞닿아 있거든요. 저의 과거를 돌아보며 사연자분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정리할 수 있어 보람 있었습니다. 

김은화: 답장을 하기 위해 지인들에게 전화를 돌리면서 새삼 우리의 고민과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볼 수 있었어요. 어딘가에서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을 상상하며, 왠지 모를 동지애도 생기고요.  

수프 상담소 주인장들은 평상시에 고민이 있을 때 어떻게 해결하나요?

방혜리: 혼자 고민하고 기록하고 데이터를 찾아봐요. 고민을 숙성하는 시간을 충분히 갖고 난 다음에 주변 사람들에게 감정도 이야기하면서 현실적인 방법을 찾아봐요. 처음부터 누군가한테 전화 걸고 그런 일은 거의 없습니다. 

김은화: 저는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게 먼저예요. 그러고 나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다음 스텝이 보이더라고요. 

김은채: 전 이 두 분에게 상담합니다.(웃음)

김은화: 우리가 이렇게 다르기 때문에 『든든한 수프 상담소』의 답변이 그렇게 따뜻하면서도 현실적인가 봐요! 극강의 T인 방혜리, 공감형 인간 김은채, 감정 분출형 김은화 세 사람이 만났으니 답변 못할 고민이 어디 있겠어요? 여러분, 혼자 고민하지 말고 언제든 수프 상담소를 찾아주세요 :)



앞으로 또 수프 가게를 여실 계획이 있나요? 

방혜리: 현재로서는 없습니다. 한여름에 수프를 만들다가 익을 뻔했거든요. 날씨가 추워지면 다른 메뉴를 만들어볼 수도 있겠죠? 기회가 된다면 또 재미있는 팝업을 열어보고 싶어요. 

김은채: 사실 수프 상담소를 준비하면서 걱정이 많았는데 이렇게 현실에서 이뤄질 줄은 몰랐어요. 색다른 방법으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면 시도해보고 싶어요. 평범한 거 말고요.  

김은화: 머릿속으로 혼자 수프가게 시즌2를 그려보고 있어요. 그게 현실에서 열릴지 소설 속에서 열릴지는 모르겠지만, 따뜻한 수프를 매개로 사람들을 만나는 이야기를 더 해보고 싶어요. 물론 그러려면 이번 책이 잘 팔려야겠지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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