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그에게만 보이는 세계가 있다
노골적일 만큼 당당하게 단서를 표현하면서, 그래도 여전히 독자가 “그랬구나! 알 수도 있었는데!”라는 아쉬움을 맛보게 하는 것이 훌륭한 본격 미스터리라고 생각합니다.
역사상 최초로 일본 미스터리 4대 랭킹을 모두 석권하고, 나오키상을 비롯해 무려 9관왕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달성한 『흑뢰성』 이후, 요네자와 호노부의 ‘다음’ 작품은 항상 관심의 초점이 쏠렸다. 2023년 7월 일본에서 출간된 『가연물』은 『야경』, 『왕과 서커스』, 『흑뢰성』에 이어 작가에게 통산 네 번째 ‘미스터리 랭킹 3관왕’을 안겨준 작품으로 기록됐다. ‘경찰 미스터리’에 도전해 새로운 경지를 보여 준 『가연물』의 한국어판 출간을 기념하여, 요네자와 호노부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가연물』은 일반적인 용어인 ‘경찰소설’이 아니라 ‘경찰 미스터리’라고 소개되고 있습니다. 차이를 염두에 두셨다면, ‘경찰 미스터리’ 『가연물』에 대해서 말씀부탁드립니다.
경찰소설은 (그 현실성은 차치하고) 주로 경찰 조직이나 경찰관 개인을 그리는 소설을 지칭하는 느낌이 있습니다. 미스터리 구조가 견고한 작품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작품도 경찰소설이라 불립니다. 그에 비해 『가연물』은 미스터리하면 빼놓을 수 없는 명탐정이 중심인 소설입니다. 미스터리에서는 다양한 직업을 가진 탐정이 등장하지만(요리사, 청소업자, 택시 운전사 등등), 『가연물』에서는 경찰관이 탐정 역할을 합니다. 경찰소설은 ‘경찰 조직, 경찰관의 묘사’가 중심이 되는데, ‘경찰관이 탐정 역할을 하는 미스터리’인 이 작품을 나타내기 위해 경찰 미스터리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각 단편은 ‘독자에의 도전’처럼 정확히 나뉜 분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본격 미스터리 독자들이 설렐 지점인데요. 다섯 편의 작품 중 독자들이 정답을 맞히기에 가장 어렵다고 생각한 (또는 의도했던) 단편이 있을까요? 있다면 그 이유도 궁금합니다.
아마도 「진짜인가」의 정답률이 가장 낮을 겁니다. 다른 네 작품은 미스터리로서 명확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가령 「낭떠러지 밑」은 무엇이 흉기인지 맞히는 미스터리라고 선언하고 있으며, 그 선언에는 거짓이 없습니다. 하지만 「진짜인가」만큼은 대체 무엇을 묻는 건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독자는 증언을 종합해서 숨은 질문이 무엇인지 알아내고, 그 질문에 올바르게 답해야 합니다. 사실 이렇게 질문을 명확히 드러내지 않는 미스터리는 최근 유행하는 스타일이기도 합니다. 질문의 유무마저 숨기는 것은 미스터리로 공정하지 않다고 볼 수도 있지만, “뭔가 이상하다. 하지만 어떤 점이?”라는 질문은 (가끔이라면) 재미있을 것 같아 「진짜인가」에 적용해 보았습니다.
미스터리 장르는 어디까지나 독자에게 공정하게 단서를 제공하되, 정답률이 100퍼센트가 되지 않도록 독자를 따돌리는 기법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가연물』은 그 기법이 매우 잘 구현돼 있다고 생각됩니다, 나름의 노하우가 있으신지요?
누가 뭐라 해도 ‘대담함’입니다. 단서는 숨기지 말고 제시해야 합니다. 노골적일 만큼 당당하게 단서를 표현하면서, 그래도 여전히 독자가 “그랬구나! 알 수도 있었는데!”라는 아쉬움을 맛보게 하는 것이 훌륭한 본격 미스터리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선 충분히 고민을 거듭해 최고의 진상을 마련해 둬야 합니다. 수수께끼가 너무 평이한 경우 독자의 정답률을 제어하려면 단서를 몰래 숨기는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작가님의 기존 작품들과 달리, 주인공 가쓰라 경부의 캐릭터성은 작품 속에서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나마 달콤한 빵과 카페오레 정도일까요.) 건조한 캐릭터성으로 기대하신 효과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가쓰라는 경찰관이라는 직업인이고, 그 개성은 기발하거나 특이한 면모가 아니라 업무를 대하는 태도를 통해 표현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쓰라는 피해자 가족에 대한 배려로 사건을 신속하게 해결하고자 하는 동시에 정의를 위해 확실성을 중시합니다. 소설적인 효과를 노렸다기보다 현실과 접해 있는 인물상을 확립하려는 목적이 있었습니다.
수록된 작품 다섯 편은 수수께끼의 무게중심과 그것을 드러내는 방법이 모두 매력적입니다. 이중 「가연물」이 표제작이 된 이유가 있을지요?
깊은 의미는 없습니다. 책 제목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여러 편집자께서 이 중에서 고른다면 「가연물」이 낫다고 조언해 주셔서 그 의견을 수용했습니다.
『가연물』을 읽으면 가쓰라 경부는 캐리어라기보다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성장해 온 느낌입니다. 경부가 되기 이전의 시간들이 매우 궁금한데요. 시리즈를 생각하신다면 관련한 에피소드를 쓰실 생각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가쓰라는 보통 경찰관이 그러하듯 지역과 제복경관으로 경찰 생활을 시작했다고 설정했습니다. 제복경관 시절의 이야기는 어디선가 조금씩 만나볼 기회가 있을 겁니다.
(*옮긴이주 - 일본의 경찰 공무원은 경찰학교 졸업 후 지역과 파출소에서 제복경관으로 근무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이후 실적과 자질에 따라 추천 및 강습, 면접 등 소정의 과정을 통해 사복으로 수사활동을 하는 형사 업무를 맡게 된다.)
올해는 『가연물』 출간을 비롯해 '소시민 시리즈‘ 애니메이션 방영 등 작가님을 기다리는 한국 독자분들에게는 무척 풍요로운 한 해인 것 같습니다. 항상 열렬히 응원해 주시는 한국 독자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국의 독자 여러분들이 제 소설을 읽어 주신다는 것은 제게 큰 기쁨입니다. 재미있게 봐주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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