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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품으로서의 뜨개, 니터들이 보낸 시간

『뜨개하는 날들』 저자 박은영 서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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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수공예부터 그 가치에 대해 생각하고 인식이 확산되어야 공예 문화가 탄탄하게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이 책이 그런 생각의 변화에 작은 기폭제가 되기를 바랍니다. (2024.08.08)

손뜨개는 전 세계적으로 역사가 깊고 시간, 정성, 기술, 마음이 적잖이 들어가는 공예다. 그러나 엄마나 할머니가 집에서 무언가를 뜨는 모습을 보고 자라서일까, 한국에서는 유독 손뜨개나 니팅 하면 가벼운 취미 생활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 같다. 쉽게 시작할 수 있어서인지 뜨개에 들어가는 공이나 뜨개 작품에 대한 평가가 다소 야박한 면이 있다. 뜨개로만 먹고사는 것이 좀처럼 쉽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직업인으로서 니터가 되기를 선택한 사람들은 왜 이 길을 걷기로 선택했고, 또 어떻게 걸어 나가고 있을까? 이 책은 가지각색 자기만의 뜨개 세상을 선보이는 작가들의 일과 삶을 엿본다.


뜨개 작가를 취재한 뜨개 책이라니, 참 신선하고 의미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뜨개 작가 10명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하시게 되었나요?

먼저 시공사 내 편집자님이 제가 이전에 쓴 『이렇게 살아도 괜찮아』를 보고 제안해 주었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먹고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기획해 보고 싶은데 관심 있는 분야가 있는지 먼저 의견을 물어봐 줬고요. 당시 뜨개에 한참 심취해 있던 터라 니터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했습니다.

사실 저도 박혜심 작가님에게 본격적으로 뜨개를 배우기 전까지 이를 단순히 취미 분야 중 하나로 여겼어요. 어릴 적 할머니에게 뜨개를 배웠고, 엄마가 스웨터를 떠주기도 했으니까요. 저는 공예를 전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뜨개를 생활 속에서 그렇게 먼저 배우고 경험했다 보니 저 또한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게, 뜨개를 솜씨 좀 부릴 수 있는 취미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뜨개로 작품을 만들어 파는 선생님에게 수업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뜨개 또한 여느 공예처럼 시간을 들여 기술을 배우고 디자인해 자신만의 창작품을 만들어야 하는 섬유공예의 일부인데 '유독 손뜨개는 사람들이 만만하게 보고, 값을 치르는데 야박하구나'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뜨개하면 동대문시장을 먼저 떠올릴 만큼 시장이 한쪽으로만 크게 치우쳐있어 사람들이 이 분야에 대해 편향된 생각을 갖게 된 건 아닌가 싶기도 했고요. 근데 뜨개가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이야기해 보고 싶었습니다.

뜨개 작가들을 인터뷰하면서 가장 어렵다고 느끼신 점이나 특별히 신경 쓰신 점이 있었다면 무엇일까요?

지금의 모습이 되기까지의 배경과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인터뷰이들의 현재 모습을 보면 뜨개로 무언가를 이루었거나 브랜드로 번듯하게 성공한 완성형처럼 보이겠지만, 오늘이 쌓여 미래가 된다는 말이 있듯이 지금의 모습 뒤엔 과거의 고민과 노력, 시간들이 쌓여 만들어진 거니까요. 뜨개품을 보며 "이런 거 나도 할 수 있는데"라는 말을 쉽게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따라 하는 건 쉽겠지만 창작품으로서의 뜨개를 할 수 있다는 건 다른 말이거든요. 그걸 만들어낸 니터들이 보낸 시간을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일상화된 후, 집에서 할 수 있는 취미를 새롭게 찾아 소소한 행복을 누리게 된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작가님에게도 그런 취미가 있는지, 또 그 취미가 작가님의 삶에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직장에 다닐 때 취미를 너무 갖고 싶다고 생각해 여러 클래스를 들어보다 찾은 것이 뜨개질이에요. 그것이 지금까지 쭉 이어진 것이고요. 간단한 소품뜨기만 할 줄 알다 선생님에게 배우면서 옷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고급스러운 스웨터를 뜨고 싶어서 좋은 실에 욕심을 내다보니 실값이 상당히 많이 든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근데 좋은 실로 옷을 한 번 떠보면 다음부터는 그 이하의 실은 눈에 안 들어오게 돼요. 하면 할 수록 손뜨개가 굉장히 사치스러운 고급 취미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 좋은 실을 사기 위해 제 본업을 열심히 하게 돼요. (웃음) 돈을 벌어야 맘에 드는 장비를 살 수 있고 수업도 들을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결국 저의 손뜨개 취미는 본업을 더 열심히 하게 하는 원동력, 들어오는 일을 거절 못하게 하는 장치가 돼주고 있어요.

보통 뜨개 하면 목도리나 가방 정도만 떠올리곤 하는데, 책에서 너무나 다양한 뜨개 종류와 작품 세계를 보고 놀랐습니다. 혹시 저자이자 취미 니터로서, 평소 개인적으로 가장 즐기시는 뜨개 방식이나 작품이 있으신가요? 

할머니에게 대바늘만 배워서 그 기법만 할 줄 알다 뜨개 선생님에게 배우면서 코바늘뜨기를 할 줄 알게 되었어요. 코바늘뜨기를 하며 대바늘뜨기와는 전혀 다른 신세계를 맛봤죠. 대바늘뜨기보다 장비가 훨씬 간단하니 이동이 간편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도 쉽게 뜰 수 있고, 실수를 하더라도 코 잡기가 쉬우니 거침없이 풀어서 다시 시작할 수 있더라고요. 장기간 여행하며 소품이 늘어 숙소 공간이 어지러울 때 근처 뜨개실 가게에서 면실을 사와 가방을 만들어 소품을 정리해 보관한 적이 있어요. 뜨개 가방이 걸려 있는 공간 한편이 꽤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하더라고요. 그때 코바늘뜨기를 배워두길 참 잘했다 싶어 뿌듯했어요.

다른 취미에 비해 뜨개가 가지는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앞서 코바늘뜨기의 매력을 말한 것과 같이 어디에서든 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고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에요. 위험한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어린이도 함께할 수 있고요. 기법이 손에 익었다면 영화나 TV 시청 등 딴짓을 하면서도 할 수 있는 놀이이기도 해요. 가방, 수세미, 수면양말 등 저에게 필요한 생활 속 소품을 만들어 사용할 수 있는 재미도 느낄 수 있습니다.

책에 등장하는 작가들은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삼은 분들인데, 요즘 이런 삶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취미가 직업이 되는 삶을 꿈꾸는 분들께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저는 꾸준함을 이길 수 있는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이 중 한 명인 이하니 작가님이 어머니와 나눈 대화 일부가 책에 실려 있는데, 어머니가 이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너만의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 오래 버틸 수 있어. 그리고 오래 버티는 자가 이기는 거야." 여기에 더해 남과 다른 디테일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디자인이 되었든, 사람들과의 소통 방식이 되었든 말이죠.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 하나를 하기 위해서는 싫어하는 일 아홉 개를 할 수 있다는 각오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한다는 건 상상하는 것 만큼 행복하지 않을 수 있고, 삶이 더 고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취미를 직업으로 삼기를 꿈꾸기 전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를 먼저 결정하기를 바랍니다.

『뜨개하는 날들』을 읽으실 분들께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려요.

이 책에는 뜨개를 업으로 삼은 니터 10인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니터들의 이야기이지만 수공예를 하는 전업 작가라면 공감할 만한 부분이 있을 거예요. 어떤 사례를 통해서는 핸드메이드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분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작은 수공예부터 그 가치에 대해 생각하고 인식이 확산되어야 공예 문화가 탄탄하게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이 책이 그런 생각의 변화에 작은 기폭제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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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뜨개하는 날들

<박은영> 저15,3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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