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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게 뛰어놀면 점점 보랏빛으로 물드는 아이들의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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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밤에 잠들기 전에 어린 시절을 자주 상상해요. 가만히 눈을 감고 그곳을, 그 시간들을 떠올리며 상상 속으로 빠져드는 게 정말 좋아요.

작업 사진

싱그럽고 청량한 초록빛이 눈길을 사로잡는 여름 그림책, 『포도방방』이 시공주니어에서 출간되었다. 『아빠와 토요일』, 『엄마가 왜 좋아?』 등 밝고 따스한 작품들로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최혜진 작가는 한여름을 배경으로, 눈앞의 계절을 온몸으로 만끽하는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을 경쾌하게 그려 냈다.


작가님께서 쓰고 그린 그림책은 정말 오랜만입니다. 그래서 더욱 이 책에 대한 애착이 크실 것 같은데요, 소감 한 마디 말씀해 주세요! 

네, 정말 오랜만이죠. 거의 7년 만의 그림책 출간이네요. 그동안 그림책 더미 만들고 스터디도 하고요. 그림책 수업도 하고 동시 짓고 드로잉도 실컷 하고요. 바쁘게 그림책과 연관된 모든 걸 하면서 지냈어요. 하지만 아쉽게도 출간 소식이 없었죠. 그래서 가장 기다렸던 순간은 지금이에요. 저에게 『포도방방』은 여름방학보다도 기다려지고 신나는 설레임입니다!

여름 제철 과일인 포도를 소재로 삼은 점과 포도 알맹이를 방방처럼 타고 논다는 설정이 무척 재미있습니다. 이 책을 기획하고 만드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밤에 잠들기 전에 어린 시절을 자주 상상해요. 가만히 눈을 감고 그곳을, 그 시간들을 떠올리며 상상 속으로 빠져드는 게 정말 좋아요.

작년 봄쯤이었어요. 자려고 누워서 또 상상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지요. 그곳에서 저는 여느 여름날과 마찬가지로 세수를 한나절씩 하고 있었어요. 청포도알을 휘휘 저으면서요. 실제로 세숫대야에 포도알을 넣고 휘휘 저으면 포도알의 동그란 그림자와 물결 그림자가 사방에 일렁이거든요! 그런 디테일한 풍경까지 상상하면 무척 설레고, 방방 뜨는 기분이 들었던 것 같아요. 방방? 포도방방? 제목부터 딱 생각이 났어요. 초록을 닮은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놀면 점점 보랏빛으로 물드는 여름을요.

그렇게 상상 속에서 실컷 놀다가 눈을 번쩍 뜨고 머리맡에 있던 다이어리에 썸네일을 빠르게 그렸죠. 지금 이야기와 많이 다르지 않아요.

책을 펼치자마자 탁 트인 시골 풍경에 눈길이 가는데요. 여기에 주인공과 할아버지, 그리고 마을 아이들의 개성 있는 캐릭터가 더해져 이야기를 더욱 생동감 있게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이야기 속 캐릭터들을 만드실 때 어떤 과정을 거치셨나요? 

일단, 흔히 말하는 논밭 뷰를 아주 좋아해요. 펼쳐진 논밭 풍경에 포도를 닮은 구름을 그리는 시간이 아주 즐거웠어요.

캐릭터는 어릴 때 저의 주변 인물들을 생각하면서 한 명 한 명 그렸어요. 승미, 윤미. 문용이, 현숙이, 미진이... 모두 6살 즈음의 기억인데 생김새와 이름 들이 나름 선명하게 기억나요. 그렇게 책 속 등장인물들이 정해졌고, 형태적으로는 매끈하고 둥글둥글하게 그리려고 했어요. 아이들이 포도알과 함께 방방 뛰고 떠오르고 부딪히고 하기 때문에 둥글둥글해야 느낌이 잘 살더라고요.

매 장면 초록빛 색감이 작품의 분위기를 더욱 화사하고 경쾌하게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언뜻 보면 수채화 느낌이 나는데, 사실 디지털 작업으로 완성한 그림들이지요? 그림을 그리실 때 어떤 부분을 신경 쓰셨는지 궁금합니다. 또 작가님이 최애로 뽑는 장면은 무엇인가요? 

디지털 작업인데 거의 수작업 같이 터치 위주로 작업한 것 같아요. 평소 다양한 재료의 수작업을 좋아해서 수채화, 색연필, 오일 파스텔, 한국화, 스탬핑 등 다양한 시도를 했는데요, 수작업이 계속 무겁고 과하게 표현되더라고요. 다양한 시도를 해 보면서 제가 수작업의 포근함과 디지털의 상큼함을 둘 다 원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출판사에서도 디지털 작업 방식이 작품과 더 잘 어울린다고 해 주셨고요. 수작업하고 크게 다르지 않은 터치 위주의 방식에 디지털 작업의 장점을 조금씩 섞는 작업이 이어졌어요.

최애 장면은 작품 초반 아이가 포도를 따는 장면이에요! 까치발을 들고 청포도를 따서 양은 세숫대야에 퐁당퐁당 떨어트리던 제 어릴 적 모습과 기분이 선명하게 떠올라서요.


책 속에서 주인공 아이는 포도방방을 타면서 마을 아이들과 점점 친해지는데요, 놀이를 통해 친구를 사귀고 함께 어우러지는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이 무척 보기 좋았습니다. 작가님께서는 이 책을 통해 또 어떤 이야기를 해 주고 싶으셨나요? 

독자들이 『포도방방』을 읽으면서 작은 자연 속에서의 자유를 느낀다면 아주 기쁠 것 같아요. 저는 어릴 때 친구들과 즐겁고 자유롭게, 또 자연에서 공감받고 위로받으며 자랐는데 제 아이는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한 안쓰러운 마음이 있거든요.

제 딸은 도시 속 아파트에 사는 외동이에요. 그래서 책 속에 등장하는 외동아이가 자연 속에서 친구를 사귀는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흘러간 것 같아요. 또 어렸을 때 이름도 나이도 물어보지 않고 그저 함께 어울려 놀면서 여러 친구들을 사귀던 제 경험이 녹아 있기도 하고요.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가 아이들에게는 색다른 재미를, 어른들에게는 어린 시절의 따스한 추억을 불러 일으켜 줄 것 같습니다. 작가님께서는 이 책을 어떤 이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으신가요? 또 독자들이 알아봐 주었으면 하는 재미 요소가 있을까요? 

의도를 잘 알아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림책은 누군가에게 읽어 줄 때가 많잖아요. 저는 이 점이야말로 그림책의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어린이와 이 책을 함께 읽는 어른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포도방방』을 지으며 지금의 제 아이와, 과거의 어린 내가 섞이며 현재와 과거가 마구 연결되는 신기한 기분이 들었었어요. 아이와 어른이 함께 보면서 추억을 나누기도 하고, 신나는 여름의 행복을 느끼게 하는 책이 된다면 너무 행복할거예요.

책 속에 등장하는 아이들 말고 동물 친구들도 자세히 살펴봐 주세요! 각 캐릭터마다 성향이 다 다르거든요. 작품에서는 등장인물들을 모두 친구 사이로 설정했지만, 등장인물들의 실제 캐릭터는 모두 동네 언니 오빠들이었던 거 같아요. 모두 저 빼고 학교에 갔었으니까요. 그때 혼자 있던 저에게는 염소, 개, 참새, 소, 포도알, 물까지 『포도방방』에 등장하는 모든 요소들이 다 친구였어요.

『포도방방』이 여름 그림책인 만큼 가을, 겨울, 봄에 어울리는 작가님의 계절 그림책들도 기대가 됩니다. 혹시 기획하고 있는 또 다른 계절 그림책이 있으신가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 

제가 발견했던 작고 큰 계절들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요. 지금은 보석처럼 작게 반짝이는 ‘가을’을 찾는 이야기를 구상 중이에요.

그리고 작업은 예전에 했는데 출간 시기가 미뤄져서 다가올 하반기에 나올 그림책이 하나 있어요. 『놀이터 시간』이라는 책인데 이 책에는 제가 즐겨 하는 흑연 드로잉이 캐릭터화되었거든요. 새로운 방식으로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무척 기대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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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포도방방

<최혜진> 글그림12,6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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