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욱진 시인의 책장
당신의 책장 – 전욱진 편
작가들은 평소 뭘 보고 듣고 읽을까? 언젠가 영감의 원천이 될지도 모를, 작가들의 요즘 보는 콘텐츠. (2024.07.24)
* 필자 | 전욱진
2014년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여름의 사실』이 있다.
Brijean | 음악
일렉트로닉 팝 듀오 브리진(Brijean)의 새 앨범인데 요 며칠 가장 많이 감상한 음반입니다(꽂히는 노래 생기면 내내 그거만 재생하는 편). 흥겨운 비트에 그렇지 못한 정서, 그래서 어깨춤 대신 조용한 사색을 불러오는 음악이에요. 좋아하는 사람들은 저 멀리 두고 여름 해변 어딘가에 혼자서 앉아, 뉘엿한 해랑 그 사람들 번갈아 보며 듣기 좋을 것 같습니다.
Herbie Mann & Joao Gilberto with Antonio Carlos Jobim | 음악
‘여름에 듣기 좋은 음악’하면 제겐 단연 보사노바입니다. 그 가운데 보사노바 연주자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Antonio Carlos Jobim)과 주앙 질베르토(Joao Gilberto) 그리고 재즈 플루트 연주자 허비 만(Herbie Mann)이 만난 〈Recorded in Rio de Janeiro〉를 올해 자주 듣고 있어요. 특히 수록곡 'One Note Samba'를 곧잘 흥얼거립니다. 노래에 붙여진 영어 가사가 예쁘장해서요. “그래서 다시 난 첫 음으로 돌아와요/ 내가 꼭 당신께로 돌아가듯/ 이 한 음만으로 난 노래해요/ 내가 당신만을 사랑하듯”.
Paul Desmond | 음악
폴 데스몬드(Paul Desmond)의 안일함(?)을 좋아합니다. 그의 사운드 특유의 여유로움 말입니다. 한가한 마음과 가벼운 기분을 불러일으키는 건 예술이 하는 좋은 일 중 하나죠. 그렇지만 잘 들어보면, 그의 연주에는 언제나 미묘한 우울감이 스며 있습니다. 삶이 쥐여 주는 갖가지 슬픔 앞에 품위를 잃지 않을 것. 그것들 앞에 기꺼이 단순해질 것. 폴 데스몬드의 음악을 들으며 생각합니다.
앙리 보스코 저/정영란 역 | 문학과지성사
아이고, 명색이 ‘책장’을 다루는 지면인데 음악 얘기만 딥다 한 거 같습니다……. 제가 최근에 읽은 책은 앙리 보스코의 『이아생트의 정원』입니다. 실은 총 3부작으로 구성된 이야기예요. 1부 『반바지 당나귀』는 민음사(2014), 2부 『이아생트』는 워크룸프레스(2014)에서 나왔는데, 올해 비로소 마지막 3부가 출간된 거죠. 시리즈 나름의 흐름이 있기야 합니다만, 각기 다른 출판사에서 간행된 만큼 순서와 상관없이 읽어도 무방합니다. 들판에 내리는 눈송이처럼 지향 없는 아름다움이 담긴 소설이에요. 그 외로운 들판에 평생 살기로 맘먹은 이의 묵상 같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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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보스코> 저/<정영란> 역9,100원(0% + 5%)
감미롭고 심오한 상상 세계를 통해 평생 영성(靈性)을 모색한 앙리 보스코의 대표작 경이와 신비 속에 소용돌이치는 세계, 지상 낙원을 꿈꾸는 인간 정신의 모험 “살고 있다는 사실에 별로 경탄하지들 않는 것 같아요.” 그분이 대답했다. “자네 말이 맞네. 그리고 정말이지 이상한 일은, 죽는다는 일에는 다들 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