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 때 네 표정이 얼마나 빛나는지 모르지?”
『달리는 사람에서 게임하는 사람으로』 저자 현상필 서면 인터뷰
게임할 때 우리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요.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으니까요. 아니면 ‘이건 그냥 게임일 뿐이야’ 하고 툭 털어버리면 그만이거든요. 스포츠도 마찬가지고요. 재미를 느끼며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많아요. (2024.07.19)
2023년,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서 우리나라 팀 T1이 결승전에서 중국과 겨루어 이기고 최종 우승한 것이 큰 화제였다. 이 경기를 보기 위해 국내 유튜브에 모인 시청자 수는 140만 명, 전 세계에서 집계된 시청자 수는 약 4억 명으로 역대 e스포츠 사상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왜 이렇게 많은 이들이 게임에 열광하는 것일까?
『달리는 사람에서 게임하는 사람으로』는 대표적인 놀이인 ‘스포츠’와 ‘게임’을 인문학의 관점으로 보며 그 탄생과 역사, 변천과 의미를 되짚고 사회와 문화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한 책이다. 또한 스포츠와 게임에 대한 세간의 오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을 담기도 했다.
책상 아래 러닝머신을 두고 걸으며 글쓰는 책의 저자 현상필 작가와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달리는 사람에서 게임하는 사람으로』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어떤 책인지 소개 부탁드려요.
고맙습니다. 이번 책은 부제(스포츠와 게임으로 보는 놀이 인문학)가 보여주듯이 ‘놀이’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흔히 “잘 노는 사람이 ○○도 잘한다”라고 하잖아요. ○○ 안에는 ‘성공’ ‘일’ ‘사랑’ 등 저마다 성취하고 싶은 것들이 다 들어가더라고요. 『달리는 사람에서 게임하는 사람으로』 역시 이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놀이가 가진 힘을 이야기하는 한편, 놀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어요.
'스포츠'와 '게임'을 소재로 인문학 책을 집필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스포츠와 게임이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됐으면서도 여전히 식지 않는 인기를 가진 놀이이기 때문이에요. 동물 다큐멘터리에서 사자나 늑대가 번번이 사냥에 실패하는 장면을 보셨던 기억이 있을 거예요. 마찬가지로 수렵채집인의 사냥 실패율은 40~96퍼센트라고 해요. 멋 옛날부터 사냥은 안정적인 생계 수단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용맹함을 증명하거나, 무리 안에서 협력과 소통을 배우는 활동이었던 것이지요. 그리고 농경시대로 접어들면서 사냥이 스포츠로 발전한 거라고 볼 수 있어요. 오래전 초원 위를 달리던 사냥꾼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스포츠를 통해 용기와 우정을 경험합니다.
마찬가지로 고대 이집트와 이라크 유물을 통해 수천 년부터 인류가 게임을 즐겼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무엇보다 게임과 스포츠는 서로 공통점이 많아요. 둘 다 자발적으로 난관과 장애물 속으로 뛰어든다는 게 그래요. 현실에서는 되도록 힘든 일을 피하려고 하지만, 놀이의 세계에서는 아무런 이득이 없는 힘들고 비생산적인 일에 온 힘을 다해 도전합니다. 특히 게임할 때 우리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요.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으니까요. 아니면 ‘이건 그냥 게임일 뿐이야’ 하고 툭 털어버리면 그만이거든요. 스포츠도 마찬가지고요. 재미를 느끼며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많아요.
아동 청소년들이 가지고 싶은 인기 직업 중에는 '게이머'나 '운동선수'가 꼭 들어가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게 있으면 잘하고 싶고, 그걸 잘하는 사람이 있으면 닮고 싶어 하잖아요. 우리가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지 몰라 고민할 때 어디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까요? 내가 무엇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누구를 부러워하는가, 같은 감정이에요. 많은 청소년에게 게임과 스포츠는 이 두 가지 감정을 가장 강렬하게 경험하게 하는 종목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요.
『달리는 사람에서 게임하는 사람으로』 곳곳에서 작가님이 평소에 운동을 많이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요, 어떤 루틴으로 어떤 운동을 하고 계시나요? 또 운동을 좀처럼 하지 않는 사람이 시작하기 좋은 운동은 무엇이 있을지 추천해주세요.
루틴은 서너 달마다 바꾸는 편이에요. 하루에 전신을 다 운동하기도 하고요. 운동 부위를 2곳(2분할), 3곳(3분할)으로 나눠서 할 때도 있죠. 저는 일과를 운동으로 시작하는 걸 좋아해요. 보통 오전 7시 전에 헬스장에 가서 근육운동을 40분 정도 하고, 30분 동안 러닝머신이나 동네 산책로를 달립니다. 무엇보다 주중에는 어떤 이유에서든 운동을 빼먹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종종 지방에 강연이나 행사가 있으면 현지 호텔의 피트니스센터를 이용하거나, 집에 만들어 놓은 홈짐에서 짧게라도 운동을 하는 편입니다.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에게 추천이라…. 어렵네요. 하하. 각자 건강상태나 신체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딱 어느 게 좋다고 말씀드리기 어려운 것 같아요. 그보다 중요한 건 ‘움직임’ 그 자체라고 봐요. 오랜 시간 앉아 있는 우리 몸을 의자에서 일으킬 수 있다면 무엇이든 좋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할 수 있는 운동을 꼭 하나만 추천한다면 걷기라고 말씀드릴게요. 이 책의 서문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두 발은 뇌에 활력을 불어넣는 동력장치라고 할 수 있어요. 산책을 하는 동안 건강과 더불어 유연한 사고와 아이디어도 얻으실 수 있을 겁니다.
게임 속 오픈월드를 정의한 말 중 '따로와 서로가 공존하는 장소' '제3의 장소'라는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왜 그렇게 정의했는지 아직 책을 읽지 않은 독자들을 위해 설명 부탁드려요.
온라인 게임에 접속하는 사람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게임을 즐겨요. 레벨을 높이고 희귀 아이템을 수집하는 걸 목표로 삼는 플레이어도 있고, 가상세계에서 다른 플레이어들과 교류하는 걸 좋아하는 플레이어도 있죠. 공통의 취미 속에서 동질감도 느끼고 대화가 더 통하니까요. 게임 속 가상세계는 성취를 경험하는 모험의 공간이면서 타인과 관계를 맺고 유대감을 쌓을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해요.
1980년대 미국의 사회학자 레이 올든버그는 개인주의가 심화될수록 가정이나 일터가 아닌 ‘제3의 장소’의 역할이 중요해질 거라고 말했어요. 서로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면서 누구나 친밀하게 어울릴 수 있는 곳, 언제든 열려 있는 유쾌한 장소로 오래된 동네 카페와 술집, 미용실, 책방과 도서관 등을 예로 들어요. 게임 속 가상세계 역시 제3의 장소가 되기에 충분하다는 걸 많은 분들도 공감하실 거라고 생각해요.
『달리는 사람에서 게임하는 사람으로』를 보면 '폭력적인 게임이 공격적인 사람을 만든다'는 상식이 큰 오해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좀 더 설명해주세요.
제가 <디아블로>랑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를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왜곡된 시각에 불과해요. 과거에 대중소설에서부터 만화, 심지어 재즈나 록 음악 등에도 뒤집어씌우던 누명과 비슷합니다. 이것들도 한때는 외설적이고 범죄를 조장한다며 비난받았던 때가 있었거든요. 어떤 문제가 생기면 무고한 대상에게 책임을 떠넘겨서 공공의 적으로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게임도 그중 하나입니다.
흥미롭게도 미국에서 1990년대 이후로 비디오게임 판매율이 급증하는데, 반대로 폭력범죄는 감소했다는 데이터가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한국과 일본, 호주, 캐나다 등 게임 판매율이 높은 나라일수록 범죄발생률이 낮다는 데이터도 있습니다. 즉 폭력적인 게임이 분노와 스트레스를 표출할 수 있는 출구가 되기 때문에 오히려 범죄를 예방한다는 거예요. 바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 나오는 카타르시스 이론입니다.
끝으로 곧 여름방학이 시작되는데요, 아동 청소년들이 책상 밖을 벗어나 친구와 더 많이 어울려 놀아야 하는 이유를 알려주세요.
영어로 학교(School)의 어원이 되는 그리스어 ‘스콜레(skole)’―라틴어로는 스콜라(schola)―는 ‘여가’를 뜻해요.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우리가 진정 무언가를 배우고 공부하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벗어난 시간, 여가가 필요하다는 뜻이겠지요. 그러니 어린이·청소년 여러분도 도서관과 운동장, 게임 속 가상세계 등 다양한 놀이터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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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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