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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건축의 이유』 저자 전보림 건축가 서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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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에게는 다정한 도시를 누릴 권리가 있어요. (2024.07.15)

우리는 누구나 ‘집’에 산다. 그러나 집 주소가 어디이고, 몇 평이고, 리모델링을 어떻게 했고 이런 것들이 아닌 ‘건축’으로서의 집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가령 집 현관문이 어느 쪽으로 열리는지 아는가? 『익숙한 건축의 이유』는 이처럼 너무 당연하게 지나쳐 온 집과 동네 그리고 도시의 일상 건축물에 숨은 디테일을 찾아 떠나는 대장정이다. 젊은건축가상, 신진건축사대상 대상 등 유수의 건축상을 수상한 저자 전보림은 유학 및 실무를 위해 떠난 런던에서 5년간 살며 발견한 흥미로운 건축 디테일들과 그 이유를 이 책에 유쾌하게 풀어낸다.

『익숙한 건축의 이유』라는 제목이 흥미롭습니다. 어떤 계기로 쓰게 되셨는지, 간단한 책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건축이 우리가 살아가는 곳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정말 매력 있는 분야라고 생각해요. 건축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지루할 틈이 없죠. 볼 것과 생각할 것들이 주위에 넘쳐 나니까요. 근데 남의 나라에 살아 보니 문화에 따라 건축의 디테일이 달라지는 게 보여서 더 재밌고 신기했어요. 물론 익숙하지 않아서 불편하기도 했지만요. 그렇게 우리나라와는 다른 것들을 살피다 보니, 오히려 우리나라의 건축과 도시가 불편한 것들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우리나라에 살 때는 너무나 익숙해서 당연했던 것들이 멀리 떠나서 생각해 보니 새삼스럽게 과연 최선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하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점차 하나의 건축 너머 우리 삶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것들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도시에 건축을 지을 때 지켜야 하는 법이나 길을 만드는 원칙 같은 것들, 그 차이가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을 너무나 다르게 만든다는 걸 발견한 거죠. 그런 이야기들은 재미도 있지만 함께 나눌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책에 들어간 건축 드로잉들이 세밀하고 예쁩니다. 전부 직접 그리셨던데, 작가님은 원래 미술을 공부하셨더라고요. 건축에 어떤 매력이 있어서 진로를 바꾸게 되셨나요?

저는 제가 한 미술작업이 예술작품으로서의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어요. 순수예술의 의미가 어렵게만 느껴졌죠. 반면 건축은 일단 누구에게든 확실한 쓸모가 있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어요. 어딜 가도 건축물이 있고, 멋진 건축물은 장소마저 특별하게 만드니 더욱 근사해 보였어요. 스케일이 큰 만큼 우리가 사는 공간에 영향력이 큰 것도 좋았고, 실용적이면서 동시에 아름다움을 추구할 수 있다는 점도 맘에 들었죠. 미술을 공부했지만 실용적인 걸 좋아하는 제 성격에 잘 맞겠다 싶었습니다.

현관문이 열리는 방향이 신발을 신고 집에 들어가는 문화권인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발견이 재미있습니다. 최근 발견한 건축 디테일이 또 있으실까요?

최근 캄보디아에 출장을 간 적이 있는데요. 세상에, 외벽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더라고요. 심지어 병원 1층의 외벽이 철망으로 된 곳도 있었어요. 전기가 너무 비싸서 에어컨 대신 자연의 바람으로 냉방을 하기 때문이죠. 우리나라는 두께가 십 센티도 넘는 단열재를 빈틈없이 붙여야 하고 창이든 문이든 외벽에는 단열성능시험성적서가 있는 제품만 써야 하거든요. 그런 우리나라에서 건축설계를 하는 저로서는 캄보디아의 외벽 없는 건축이 그야말로 충격이었습니다. 건축 디테일이 나라마다 이렇게나 다를 수 있다니. 건축이 지어지는 장소의 환경과 문화에 따라 얼마나 크게 달라질 수 있는지 다시 한번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이 책에서 작가님이 가장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담긴 베스트 꼭지를 하나 추천해주세요. 

와, 이런 질문 해 주셔서 감사해요. 사실 도시 파트 3부에 제가 꼭 전하고 싶었던 내용들이 가장 많이 들어 있어요. 그중에서 베스트 꼭지를 따로 꼽아 본 적이 없어서 이번 기회에 뽑아 봤어요. 하나하나 다 소중하지만 그중에서도 ‘주차장은 꼭 있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부설주차장]이 제가 전하고 싶었던 핵심 이야기가 가장 많이 담긴 꼭지인 것 같습니다.

너무 당연해서 무지했던 건축이 우리의 삶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독자들이 어떻게 하면 ‘외관, 규모 등 보이는 것 너머의 건축을 보는 눈’을 기를 수 있을까요? 

일단, 제 책을 읽으시면 그런 눈을 기를 수 있습니다. 하하하. 제 책은 특정 건축물이나 동네에 대한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집, 맥주 사러 편의점까지 걸어가는 우리 동네, 출퇴근하며 살고 있는 우리 도시의 디테일에 대한 이야기거든요. 바로 곁에 있었는데도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들, 그 의미를 발견할 수 있어 우리가 사는 장소가 전과는 달리 보이게 만들 이야기예요. 사실 건축책이 재미없을 때가 많은데, 제 책은 지루하지 않게 술술 읽히게끔 쓰여 있습니다. 슬렁슬렁 읽다 보면 자연스레 건축과 도시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관심을 갖게 만들어 줄 책이라 생각해요. 더 나아가 우리가 사는 도시를 더 나은 곳으로 바꿔 갈 수 있게끔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다는 점에서도 건축과 도시에 관심이 많은 지적인 독자들에게 어필할 지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보이는 것 너머에 있는 것들을 볼 수 있는 눈이 생기기 시작하면 독자 스스로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이 나타날 거예요. 낯선 나라에 가도 보이는 것들이 더 많아질 거고요. 지적인 건축 탐험이 시작되는 거죠.

집-동네-도시로 이어지는 책 속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내가 사는 집, 동네, 도시를 떠올리며 살피게 됩니다. 집, 동네, 도시가 정말 사용자인 우리를 위해 설계되었는지 질문하는 태도가 왜 중요할까요? 

정말 좋은 질문을 잘할 줄 아시네요. 그거 아시나요? 좋은 논문은 좋은 질문에서 시작된다는 것을요. 바꿔 말하면 좋은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좋은 질문을 해야 한다는 거죠. 질문 속에 목표가 깃들어 있는 법이니까요. 건축과 도시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우리를 위해 설계된 집과 동네, 도시에 살려면 과연 그렇게 설계되었는지 질문해야 하고, 나아가 그걸 요구할 수 있어야 해요. 그래야만 그렇지 않은 것들이 점차 바뀌면서 우리를 위해 설계된 동네와 도시에서 살 수 있게 되는 거죠. 계획하고 만드는 사람들은 그동안 해 왔던 방식이 편하기 때문에 바꾸지 않고 하던 대로 하려는 관성이 있습니다. 여러 사람의 강력한 요구가 있어야만 바꿔 갈 수 있어요. 저는 많은 독자들이 교양으로서의 건축과 도시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가 우리 삶에 미치는 막강한 영향력 때문일 거라 생각해요. 그러니 건축과 도시에 대한 공부가 교양을 쌓는 데서 그치지 않고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 가기 위한 지적인 탐구와 사고의 시작이 될 수 있다면 분명 더 의미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우리 모두에게는 다정한 도시를 누릴 권리가 있어요. 그런데도 이미 만들어진 도시환경에 너무 익숙해져서 불편하거나 심지어 위험한 것들까지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죠. 사실 지금의 도시를 설계하는 법에는 성장 위주의 오래된 가치관이 많이 남아 있어요. 이런 도시에 살다 보면 알게 모르게 성취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더 쉽게 피곤해지죠. 먹고사느라 일하기도 힘든데, 도시를 걷는 일조차 피곤하게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니 뭔가 잘못 설계된 도시 아닌가요? 머리가 복잡하면 산책하러 나가 걸을 수 있는 공원이 어디나 가까이 있고, 걷다가 힘들면 앉아서 풀이나 꽃을 보며 위로받게 벤치가 여기저기 있어야 좋은 도시일 텐데 말이죠. 변변히 앉을 곳조차 없어서 매번 카페를 찾아야 한다니 지금 우리 도시의 모습은 정말 신경질 나요. 골목길엔 안전히 걸어갈 보도조차 제대로 만들지 않아서 위험한 곡예를 해야 하는 것도요. 근데 도시의 이런 구조는 개인이 바꾸기는 힘들어요. 여럿이 문제를 공감하고 뜻을 모아 요구해야 해요. 이 책이 그런 생각과 움직임의 출발점이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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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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